말 한마디가 트라우마가 되어
어떤 이런 분이 계셨어요. 20대 때 자기를 싫어하는 어떤 사람이, 싫어해서 그런 것도 아니겠죠. 어떤 사람이 자신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뒤에서 살짝 들은 거예요. “아니, 어떻게 저렇게 비호감으로 생겼냐. 생긴 자체가 비호감이야.” 뭐 이런 얘기를 들었나 봐요. 그런데 그분이 실제 비호감인 건 아닌데, 그 사람 마음에 안 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요, 나이 한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나는 비호감의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20대 때 그 사람에게 한 마디 듣고 깨달았다는 거예요.
자신은 여태까지 자신이 비호감이란 것을 몰랐는데 그 때 그 사람 말 한 마디 듣고 '내가 비호감이구나' 라는 걸 깨닫고, 25년을 ‘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비호감으로 느낄 거야.’ 라는 관념 속에 빠져 살았던 겁니다. 회사 다니면서 자꾸 위축되고 사람들이 나를 비호감으로 볼 텐데, 이런 마음으로 위축되는 삶을 계속 살아온 거예요. 정말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그 사실을 제가 알고서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고 너무나도 황당했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하시고 아름답고 정말 괜찮은 분이셨거든요. 겸손하고...
그런데 그분의 삶은 25년 동안 그렇게 자기 자신을 억누르면서,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그 상대방이 자기 머릿속에서 만들어 놓은 그 관념에, 한 마디 툭 내뱉은 그 말에 25년을 사로잡혀서 살았단 말이죠. 이처럼 타인의 말 한마디에 내가 사로잡히게 되면 그 말이 나에게 와서 강력한 힘을 지닌 실체적인 말이 되고 맙니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트라우마처럼 내 안에 상처가 돼서 남아요. 참 그런 건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진실이 아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완전한 존재인데, 내 스스로 ‘나는 사랑받을 만하지 못해. 나는 인정받을 만하지 못해. 나는 능력 없어.’ 이런 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러한 현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내 삶이 그러한 현실에 노출되어서 그 말은 곧 우주법계를 향해서, ‘우주법계 법신부처님, 저는 인정받을 만한 존재가 안 됩니다.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못 됩니다. 그러니 그런 삶을 나에게 가져다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나 스스로 나를 인정받을 만하지 않고 사랑받을 만하지 못하다고 느끼니까 그런 것을, 자꾸 그 에너지를 자꾸 세상으로 내보내게 되고, 그러니까 우주법계에서는 뭘 보내주느냐 하면, 자꾸 나한테 욕하는 사람,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자꾸 내 인생에 등장시키는 겁니다. 왜? 내가 내 인생의 창조주이니까. 우리는 언제나 내가 내 인생의 부처이기 때문에 나와 이 우주법계가 함께 공동 창조하는 공동창조자입니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는 것도 사실은 내 스스로 그 타인의 평가에 동의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은 곧 상대방에게 나를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말의 주도권, 힘의 주도권을 자기 안에 둡니다. 타인에게 나를 평가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 무엇보다도 남들의 평가나 인정이나 칭찬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온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독존적인 존재라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스님의 말씀을
깊이 가슴에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