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북스> 출판사의 문을 열며
서삼독(書三讀)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세 가지를 읽어야 하는데 첫째는 책의 내용을 읽고, 둘째는 그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읽고, 셋째는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읽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책의 종말이 운위되는 시대에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서삼독의 깊은 경지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 말을 초심의 결의로 삼고자 합니다. 새삼 책이란 무엇인가,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다시 근본을 생각합니다.
말과 글과 책.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것을 존재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거처하는 가장 깊고 높은 자리에 책이 있다는 생각! 그것은 지난 시대가 이룩한 하나의 위대한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속절없이 잊혀지고 있습니다. 존재의 집으로서의 책! 해묵고 오래되어 아무런 전율도 주지 못하는 이 말을 다시 설레는 말로 만들고 싶습니다. 겉은 첨단의 시대이지만 속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에 근본을 향한 우직함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생각하며 출판사의 문을 엽니다. 책은 결코 단순한 지식전달매체일 수 없다는 것, 책이 만드는 정신의 풍요로운 한마당과 문화의 풍성한 놀이판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펄북스>는 이 설렘을 여전히 사랑하는 분들의 사랑방이 되고자 합니다.
출판시장이 불황으로 신음하고 동네서점이 줄줄이 사라지는 시대에 출판을 시작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태야말로 우리가 출판을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들이 서두르는 일을 느긋하게 여기고 느긋하게 여기는 것을 급히 서두른다.”는 옛 말을 <펄북스>의 모토로 삼으려합니다. 출판이 상업화 대형화 되면서 온갖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읽을 만한 책들은 급속히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볍고 화려한 읽을거리는 차고 넘치는데 작지만 단단한 책은 갈수록 희귀해집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맑고 올곧은 글쟁이들의 자리는 점점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펄북스>는 거대자본이 외면하는 작은 자리를 주목하고 결기 있는 글들의 가치를 지키고 일구는 출판사가 되려고 합니다.
카프카는 좋은 책을 이렇게 정의 하였습니다.
“한 권의 책은 마땅히 우리 영혼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이어야만 한다.”
독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정신의 도끼 같은 책을 만드는 일, 이 일은 저희들의 노력만으로 해나갈 수 없는 과업입니다. <펄북스>는 예민한 정신, 깨어있는 영혼들에게 지성의 놀이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충고와 조언과 제언을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펄북스>의 출판 목표 6가지
1. 도서관 운동, 출판문화 운동, 책과 관련한 축제, 북카페 등 책을 매개로 한 활동을 담은 도서를 엄선하여 출간, 현장에서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2. 대안적인 삶의 개척자, 실천자, 대안공동체 등 자본주의와 주류문화에 맞서서 창조적인 대안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과 단체를 소개하는 책들을 출판한다.
3. 예술 전반의 인문서, 교양서, 작품집 등을 기획하고 번역하여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저변을 확대한다.
4. 절판된 책에서 양서를 엄선하여 재간행하는 작업을 한다. 절판서 중에서 선별된 책은 증보판, 새로운 편집, 디자인으로 재출간 하고 외국 책은 가능한 한 새 번역으로 펴낸다.
5. 지역에서 활동하는 숨은 필자들을 발굴하여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 중심으로 책을 출간하여 창작을 지원한다.
6.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의 세계문학 중에서 숨은 걸작들을 찾아내 새 번역으로 소개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눈높이 맞는 작품 중심으로 간행한다.
2015년 출간예정 도서목록에 대하여 간략하게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8월 1일, 펄북스의 첫책인 박남준 시인의 시집 <중독자>가 출간예정이고 현재 인쇄 중에 있습니다.
이 시집은 한국의 대표 서정 시인 박남준 등단 30주년 기념시집이면서
한국출판유통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합니다.(문학)
9월 1일,<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가 출간예정입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동네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지역마다 작은 동네 도서관을 만들어서 책보다는 사람이 주인공인 작은 도서관을 3년 동안 130개를 만들어 배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동네도서관 제창자 이소이 요시미쓰의 과거 여정과 지금의 생각과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인문교양)
10월1일, 중국 인민일보 기자를 지낸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30년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을 담은 사진 에세이집 <지아오보 사진 에세이집>과
11월1일, 서양에는 소로우의 <윌든>이 있다면 동양에는 한소공의 <산남수북>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 한소공의 산문집입니다.(에세이)
감사합니다.
펄북스 대표 여태훈 절절
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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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진양호로 240번길 8(평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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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훈 E chinjubook@daum.net
펄북스는 30년 진주문고의 출판브랜드입니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특히 9월 동네도서관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대표님의 여는글
구절구절 머리를 끄덕거리며
읽었습니다.
출판예정인 책들도
제게 좋은 집, 좋은 친구가 되어주리라
기대됩니다.
한소공의 <산남수북> 11월까지 어찌 기다린답니까~ ^^
출간예정 도서를 미리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