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경제] 횡재세(windfall tax)
전쟁 등 뜻하지 않은 이유로 큰 이득 본 기업에 세금 더 걷어요
입력 : 2023.11.23 03:30 조선일보
횡재세(windfall tax)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어요. /뉴시스
Q. 막대한 초과수익을 누리는 금융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고 해요. 횡재세는 무엇이고, 왜 부과하려는 건가요?
A. '횡재세'는 기업이 일정 기준을 넘는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초과분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해요. 영어로는 'windfall tax'라고 하는데, 'windfall'은 바람에 떨어진 과일처럼 운 좋게 얻게 된 소득을 뜻해요. 기업이 영업하면서 뜻하지 않게 유리한 상황이 생겨 얻은 초과이윤이 이에 해당합니다. 횡재세는 그렇게 운 좋게 얻은 이득에 매기는 세금이죠.
횡재세가 처음 등장한 건 1차 세계대전 때예요. 당시 영국에서는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걷어야 했어요. 영국 정부는 전쟁으로 이득을 본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봤죠. 그래서 전쟁 전보다 이익이 늘어난 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이윤에 부과하는 세금을 신설했어요. 전쟁으로 기업이 얻은 이익은 기업 활동과 무관하게 얻은 횡재라 보고, 이를 회수하겠다는 의미죠. 횡재세는 전쟁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이익을 분산하고 경제 전반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횡재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늘고 있어요.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 기업이 얻은 이윤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은행에도 횡재세를 부과했어요. 최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이 얻는 이익이 커졌다는 이유예요. 은행은 고객들이 예금한 돈을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빌려줍니다. 이때 돈을 빌려주고 은행이 받는 이자율을 대출 금리라 하는데, 보통 예금한 사람에게 주는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아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서 생기는 이익을 '예대마진'이라 하고, 이는 은행 몫이 되죠. 요즘처럼 금리가 많이 오르면 은행이 얻는 예대마진도 커져요. 그래서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이 벌어들인 초과 이윤에 횡재세를 매기자는 주장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는 거랍니다.
횡재세를 걷어 이를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지원하면 양극화 해소와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으로 발생한 이익과 운이 좋아 얻은 횡재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죠. 기업이 열심히 일을 해서 이익을 많이 냈는데, 여기에 횡재세를 매기면 기업의 투자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 이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라는 세금을 걷고 있는데, 누진세로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누진세란 과세 대상이 많거나 클수록 점점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은 누진세를 적용해 이미 많은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횡재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과세라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세금 부과보다는 자발적으로 사회 공헌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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