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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북러정상회담, 양국은 새 세계 설계도를 마련했다 [펌]
자주시보 / 문 경 환 기자 | 2024/06/23 [11:08]
- 지난해 9월 시작된 새 세계의 꿈
북러 정상은 6월 19일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양국이 꿈꾸는 새 세계의 설계도를 담고 있다.
북러 양국이 추구하는 새 세계는 조약 서문에 나오는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 세계 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 .... 다극화된 국제적 체계를 수립하며 공동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임의의 도전들에 대처해나가려는 지향”이라는 표현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에서 만나 새 세계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 한마디로 북러는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미국·유럽 중심의 대서양 시대를 동북아 시대로 바꾸기로 합의한 것이다.
- 동맹관계 복원
이번에 체결한 북러조약에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부분이다.
조약 3조는 ..... 어느 한 나라가 전쟁 위협을 받으면 지체 없이 서로 협의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인근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북한과 협의해 러시아가 태평양함대의 전략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로 동해에서 무력시위를 할 수도 있다. 거꾸로 나토가 러시아 근처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면 북한이 미국의 군사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할 수도 있다.
조약 4조는 ....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동 개입’ 조항이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1조 .... 내용이 부활한 셈이다. .. ‘모든 수단’이라고 했으므로 당연히 핵무기도 동원할 것이다. 다만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라고 하였으므로 푸틴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면 북러조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조약 8조 ...에 따라, 북러는 평시에도 군사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게 되었다. 서로에게 필요한 무기를 제공한다거나, 무기 기술을 전수한다거나,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정찰 정보를 교환하고 정찰위성 사진이나 레이더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북러의 군사력은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미국 중심의) 서방 군사력이 러시아 군사력에 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7일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들에게 무기를 지원받는 것을 보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다른 유럽 파트너, 전 세계 동맹국 50여 개국이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북·러·이란 세 나라의 군사력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50개국 군사력을 앞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 북러가 본격적인 군사협력을 진행하면 미국 중심의 서방 군사력과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북러 경제협력
1) 중국과 달리, 대북제재를 완전히 무시한 러시아
이번 북러조약에는 경제협력에 관한 내용도 많다. 조약 10조에는 “쌍방은 무역 경제, 투자, 과학기술 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 발전을 추동한다. .....”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 장벽이 이런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위 10조의 내용은 사실 대북 제재에 걸려, 거의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이다. ...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 앞서 6월 18일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보냈다. 여기서 그는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불법적 일방적인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조약을 체결하면서도 “정치적 동기로 제재와 제한 조치들을 하는 것을 사실상 반대한다”면서 “서방이 정치, 경제, 기타 분야에서 자기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써먹는 수법(제재압살 책동)에 계속 대처할 것이며, 이 맥락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사촉을 받은 유엔 안보리의 무기한 대북제한 조치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에 가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대북제재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 미국이 거부하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를 파기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매우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3월 28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위 임기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대북제재를 무력화하였다. 당시 중국은 기권했다.
이렇게 보면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작정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러시아는 이미 높은 수준의 대러 제재를 장기간 받아왔기 때문에, 굳이 대북제재를 열심히 지킬 이유가 없다.
반면 중국은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
그런데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무시하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는데, 다른 나라가 그걸 착실하게 지킬 이유는 없다. 게다가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위도 사라졌다. ...이렇게 대북 제재는 완전히 무너지고, 한국과 미국 정도나 지키고 있을 것이다.
2) 경제협력의 모습
앞으로 북러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
(1) 먼저 연해주 농업개발을 들 수 있다.
올레그 코제먀코(연해주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타스통신과의 대담에서 “올해 안으로 북한을 방문해 관광·통상·농업·건설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연해주는 북한 농민들에게 농업용지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연해주는 면적이 약 17만 제곱킬로미터로 한국(10만 제곱킬로미터)보다 넓지만, 인구는 (2023년 기준)약 182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인구는 계속 줄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3이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한다. ... 개발도 많이 안 되어 있다. 지역내총생산(GRP)은 8,340억 루블(133억 달러, 2018년 기준)로 제주시(182억 달러, 인구 70만)보다 적다.
연해주 경제에서 농업 비중은 65%나 되며, 콩을 가장 많이 재배한다. 그런데 1980년대 말부터 인구 감소로 경작 면적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비옥한 토지가 ... 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해주는 외국인 농장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도 10여 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부터 농장(안양시 면적의 2.5배) 을 운영했고, 이를 2018년 롯데상사가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콩, 옥수수, 귀리를 재배하며 농작물의 6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30% 정도는 국내에 반입한다.
2008년 연해주로 진출한 서울사료도 있다. 서울사료는 농장(여의도의 27배, 80제곱킬로미터)을 확보하고 옥수수, 콩, 귀리, 밀을 재배하며 젖소도 600마리나 키운다. 관계자는 “연해주는 여름 일조량이 강해 생장환경이 좋고, 긴 겨울을 감안하면 콩과 옥수수 재배가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연해주와 맞닿아 있기에, 운송 등에서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2) 시베리아 목재도 주목할 자원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림부국이다(전 세계 산림의 약 20%).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시베리아에 벌목공을 파견하다가, 대북제재로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최근 평양 등 각지에서 엄청난 건설 중이기 때문에 목재 수요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 다시 시베리아에 벌목공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 목재는 우리도 주목할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목재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러시아는 (2021년 기준) 5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그런데 대러제재로 인해, 목재 수입이 막히고 가격상승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시멘트, 마감재 등 여러 건축 자재의 가격도 대러제재 때문에 폭등했다.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폭증하는 건축비 때문에 소송전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다. 건설사는 .. 자잿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고, 발주처는 ... 못 주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강북구의 한 재건축단지는 최초 공사비에서 무려 50%나 더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모두 대러제재에 동참해서 발생한 일이다.
(3) 러시아의 천연가스도 우리에겐 주목할 자원이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북한과 한국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서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북한은 ...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추진하지 않았다. ... 아마도 러시아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기 전에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의 가스관이 한국까지 들어온다면 우리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2위의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이다. ...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가스요금이 크게 올라, 자영업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산업용 도시가스가 4월에 비해 5.3%나 올랐다고 한다.
만약 합의만 되면 러시아의 가스관이 한국까지 들어오는 데 2년이면 충분하며, 가격은 지금에 비해 2/3~ 1/3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 또 수입 다변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향후 액화천연가스 가격협상에도 유리해진다.
(4) 북러 국경지대(라선시와 하산)가 경제특구로 크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두만강 유역을 북·중·러가 ...국제경제특구로 만들자는 구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북·중·러가 ..출범한 두만강개발계획(TRADP)이 있다. 이 계획은 2005년 9월 대상지역을 몽골 동부와 한국 동해안까지 넓혀 광역두만개발계획(GTI)으로 확대되었다. 한국도 여기 관심이 많은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러시아 자루비노항, 중국 동북3성의 중간지점)하산에 한국전용 산업공단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의 환동해권 지역 복합물류망 건설까지 구상한 적이 있다.
또 2000년대 들어 시작한 ‘라진-하산 프로젝트’도 있다. 라선시와 하산시 사이의 철도를 보수하고 라진항을 개방해서 한·중·러가 이용하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철도로, 중국은 도로로 라진항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 구상들은 대북제재 때문에 답보 상태에 있다.
러시아가 ...북러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면 라선-하산 지역에 새 국제경제특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 공단이 조성될 수도 있다. 지난해 북러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동차공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라선-하산 특구에 자동차공장을 세우면 북한,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동북3성에 판매할 수 있으며 라진항을 통해 제3국으로 수출도 쉽게 할 수 있다.
- 북러 국민의 만남
북러조약에는 군사, 경제 협력 외에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이 들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량, 에너지 안전,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안전, 기후변화, 보건, 공급망 등의 협력(9조)
▲무역 경제, 투자와 우주·생물·원자력·인공지능·정보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의 공동연구와 협력(10조)
▲기업 연단, 토론회, 전시회, 상품전람회 공동 개최(11조)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의 협력과 환경보호, 자연재해 방지 분야의 협력(12조)
▲입법, 사법 교류(15조)
▲공보, 출판, 문학 분야 교류(19조)
▲언론 협력(20조)
등을 담고 있다.
이미 ...북러 사이에는 여러 분야의 대표단이 오가며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 정부 차원을 넘어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양국 국민의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다. 미국 주도의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반제자주의 길을 걸으며 자력으로 강국을 건설한다는 처지의 공통점도 있고, 양국 최고지도자의 우애도 돈독하고, 여러 측면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끼리 만나도 서로 기분이 좋고 화목하고 힘도 날 것이다. ....
- 북러관계의 독특한 성격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나라와 국민 사이 교류를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신뢰와 상호 이해를 강화하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였다. ... 국가 간 교류에서 ‘인간성’을 찾는 게 몹시 독특하다. ... 러시아 국민은 의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대러제재가 시작되고 루블화가 폭락하자,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손해를 보더라도 버텼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시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시장이 회복됐을 때 우리 브랜드가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 회장의 ‘의리’에 러시아인들이 환호했다. 현대차, 기아차는 러시아 국민의 설문조사로 순위를 매기는 ‘2015 러시아 올해의 차’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에서 국민차로 등극했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에서 인기가 좋던(점유율 2, 3위) 현대·기아차도 결국 전쟁 여파로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윤 정부가 대러제재 동참을 선언하면서 더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대·기아차가 빠진 공간을 중국 자동차기업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공장 철수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
국내 사업가들의 러시아 진출 시는 러시아 술(보드카)을 잘 마셔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 술자리를 통해 인간적 친밀감을 느껴야 사업 상대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 러시아 사람과 사업을 하려면 정과 의리, 신뢰가 중요하다. 러시아 사람들은 돈보다 그런 걸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 푸틴 대통령이 ‘인간적인 교류’를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후 언론 발표에서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특별군사작전 전사자 자녀들을 위한 야영을 마련해준 북한 동료들과 김 동지에게 개인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진심 어린 배려와 우정의 손길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하였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희생된 군인 자녀를 북한 최고의 청소년 야영시설(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에 초대했다는 게 처음 공개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런 북한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북러관계는 돈과 이익 중심이 아니고 인간성이 중심이라서 더 공고하고 위력적이며 항구적일 가능성이 높다. .........(중략)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은 요즘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득세하고, 러시아를 적대하는 정치인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러제재에 동참해 경제가 어려운 한국도 같은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도 이제 북·중·러 경제에 동참하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jajusibo.com/6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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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이번 북러조약 관련 분석글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생략을 많이 했으니 원문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