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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든 양자 Incredible Quantum
들어가며 Introduction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 한국 제목 <컨택트>, 원 제목 <Arrival>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들은 갑자기 지구에 도착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의 서로 다른 12곳에 갑자기 12척의 외계 비행선이 나타나고 외계인들은 그 안에 설치된
거울looking glass을 통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의 뼈대는 이렇게 나타난 외계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Louise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16년 최고의 영화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데 아마도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외계인과 생사를 놓고 싸우는 전형적인 SF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으로 외계인과 소통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일까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지는 존재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하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점을 감안하여 읽어 주기를 부탁한다.)
영화 <Arrival>이 던지는 이 질문은, 서로 다른 두 종족 사이의 의사소통이 단순히 언어학적으로 복잡하다는 사실을 넘어
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영화의 서술 구조는 처음에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 매우 혼돈스럽다.
주인공의 딸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이 딸에 관한 이야기가 주인공이 이전에 겪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무엇 때문
인지 곧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테드 창Ted Chiang의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원작 소설이 원래 짧은 소설이기도 하고 영화로 표현하기에 다소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영화에서는 소설과 약간
다른 방식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너”가 주인공의 딸을 의미하는 것이고, 영화에서도 마치 주인공이 딸에게 네 인생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끝났는지) 말해준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구조가 그대로 담겨있다.
놀라운 사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본인의 딸이 머지 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병으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주인공이 현재
알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 딸을 같이 갖게 될 미래의 남편이 현재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같이 일하고 있는 물리학자, 이안Ian이라는 것 마저도 주인공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영화는 SF 영화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미래에 딸에게 불행한 운명이 닥칠 것을 알고,
또한 그로 인해서 자신도 엄청난 슬픔에 빠질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딸을 가짐으로써 얻게 될 사랑이 너무 커서, 정해진
운명이지만 그 길을 걸어 가는 것이다.
필자가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Arrival>에 대해서 다소 길게 언급한 데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첫 번째, 외계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를 알게 되면 그들의 능력의 일부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인이 물리학자라고 할 때 물리학자들이 쓰는 언어인 양자역학을 이해하게 되면 물리학자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
보는지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렇게 되면 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즉 물질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통해서 (미약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꿰뚫어 본다는 것은 외계인이 세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가 아는 한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을 포함한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양자역학에 의하여 기술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 따르면 입자가 초기에 주어진 시간과 위치에서 최종에 도달하게 될 시간과 위치까지 움직일 때, 시공간의 모든 가능한 경로를 다 거쳐서 간다.
어떻게 입자 하나가 동시에 여러 가지의 다른 경로를 거쳐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타당한 질문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입자가 거쳐서 가는 모든 가능한 경로에는 각각 적절한 가중치weighting factor가 할당되어 있다.
시공간의 초기 점에서 최종 점으로 이동하는 확률은 이 모든 가중치의 합에 의해서 결정된다.
여기서 가중치가 단순히 확률 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한데, 이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자.
어쨌든, 이렇게 가중치의 합이 취해지는 과정을 전문적인 용어로 경로 적분path integral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설명한 두 번째 의미를 필자가 혼자 영화의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 저자인 테드 창 자신이 소설 <Story of Your Life>의 모티브가 빛이 가능한 모든 경로 중에서 가장 빠른 경로를
선택해서 이동한다는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에서 나왔고 실제로 이 원리의 양자역학적 버전인 경로 적분을 소설의 내용 속에 담아낼지 말지 고민해 보았다고 창작 노트에 적어 놓았다.
앞선 설명을 약간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 문제를 생각할 때, 항상 머릿속으로 입자들이 마치 물결과 같이 파동으로 움직이고, 그 파동들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을 상상한다.
입자는 그 자체로서 점point이지만 그것의 위치는 파동처럼 공간에 퍼져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양을 측정하면, 아무리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을 반복했다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서 측정값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요동fluctuation은 실험 장비의 불완전성(물론 실제 실험에는 이러한 불완전성이 섞여 있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입자의 위치가 파동처럼 퍼져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동을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이라고 부른다.
입자의 위치가 현재 어떤 파동에 의해서 주어진다고 하자.
시간이 흐르면 이 파동은 출렁거리면서 다른 파동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중간에 출렁거리면서 변할 수 있는 방식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서 이러한 무수히 많은 “출렁거림”이 앞서 언급된 입자가 거쳐가는 모든 가능한 경로이다.
(지금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더욱 어려운 문제는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파동의 움직임을 교란한다는 것
이다. 측정으로 인해서 파동이 정확히 어떻게 교란되는가에 대해서는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이라는 정론이
있다. 하지만 이 “정답”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물리학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나중에 필자와 독자, 모두 준비가 될 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러 파동들 중에서 어떤 파동은 다른 파동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파동은 모든 가능한 “출렁거림”에 할당된 가중치가 서로 상쇄되지 않고 더해져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파동이다.
이렇게 파동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에 맞추어 정상파stationary wave 혹은 standing wave가 만들어지면
되는데, 이는 마치 피리와 같은 얇은 관에서 공명resonance이 일어날 때 소리가 증폭되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파도 파동이므로 출렁거린다.
하지만 정상파는 그 이름 그대로 시간에 따라 없어지지 않고 주어진 장소에 머무르는 파동이다.
이러한 파동은 그 자체로서 안정된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웬만한 자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그 자체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보존되는 물리량physical quantity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물리량은 바로
에너지energy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소위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의 에너지는 언제나 보존된다.
하지만 전 우주를 모두 포함하지 않는 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시스템은 언제나 외부 환경environment과 상호작용을 하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시스템의 에너지는 바뀔 수 있다.
다행히도 정상파가 가지는 에너지는 정상파가 안정된 구조이므로 특별히 “안정된” 에너지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러한
에너지 값을 시스템의 에너지 고유값energy eigenvalue이라고 한다.
주어진 시스템에 대해서, 그 시스템에 존재할 수 있는 정상파와 그 정상파의 에너지 고유값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방정식이 바로 그 유명한 슈뢰딩거 방정식Schrödinger equation이다.
앞서 언급되었듯 정상파가 만들어지는 조건은 피리에서 공명이 일어나는 조건과 원리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공명을 일으키는 주파수가 불연속적인 것처럼 정상파의 에너지 고유값도 불연속적이게 된다.
불연속적이라는 것은 첫 번째 정상파, 두 번째 정상파와 같이 하나하나 띄엄띄엄 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양자역학에서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와 같은 물리량이 어떠한 “최소 기본 양,” 즉, 양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슈뢰딩거가 1926년에 앞으로 자신의 이름이 붙게 될 유명한 방정식을 처음 제안한 논문의 제목이 바로 “고유값
문제로서의 양자화Quantization as an eigenvalue problem”이다.
앞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solution인 파동 함수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
해서 먼저 이야기를 할 것이다.
특히, 파동 함수는 왜 실수real number가 아니라 허수imaginary number를 포함하는 복소수complex number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복소수가 된다는 것은 어떠한 함의를 가지게 되는지 고찰해 보게 될 것이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 Purest Form of Wave
생텍쥐페리Saint-Exupery의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라는 소설이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단순하지만 심오한 말들로 인해 어렸을 때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책이다.
특히 소설 속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해 준 말들은 모두 주옥과 같다.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비밀을 하나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비밀이야.
마음으로 보아야만 가장 잘 보여.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거든.
이전 글에서 물리학자들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양자역학이고, 그 언어의 문법은 수학이다.
눈에 보이는 겉면만 본다면, 양자역학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얻는 물리적인 직관에 반하는 불가사의함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수학 체계로만 보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만 보인다.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생각할 때 그들의 마음 속에는 무엇인가 확신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떤 독자들은 양자역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대중 서적에서 소개된 내용으로 접했을 것이다.
많은 대중 서적에서는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 하며, 우리는 그저 세상이 이렇게
생겼구나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가르친다.
물론 완전히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물리학자들의 마음에는 확신이 있는 것일까?
이 근거 없는 확신의 정체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근본적으로 물리학자들이 오랜 동안 마음의 길들임(어린 왕자에서 여우의 말을
다시 한번 더 인용해서)을 통해서 복잡하고 추상적인 수학 체계 너머에 존재하는 양자역학의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시작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 “그 무엇”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이제부터 필자는 본인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 물리학자들의 마음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할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물질의 상태는 파동 함수에 의해서 기술된다. 파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독자들의 마음 속에는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많은 물리학자들의 마음 속에는 물결이 출렁거리는 영상만큼이나 강렬하고 직접적인 어떠한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다음의 수식이다.
위 수식을 보는 순간 물리학자들의 마음에는 파동이 친다.
왜 그럴까?
[위 공식에서
사실 임의의 함수
하지만 위의 수식은 그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을 기술한다.
이러한 파동을 평면파plane wave라고 부른다.
위의 수식이 왜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을 기술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노벨 물리학상으로 빛나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수학에서 가장 놀라운 공식이라고 부른 “오일러Euler의 공식”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오일러의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허수imaginary number
허수는 그 이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수이다.
허수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은 “방정식의 해는 기하학적으로 의미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래프를 그려서 그 의미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오래된 전통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2차 방정식
따라서 위의 방정식을 만족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수, 실수real number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곱을 해서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이 수가
허수에게 허수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그 유명한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인데, 데카르트 이전과 동시대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허수라는 존재를 생각해 볼 수는 있겠으나 그러한 상상 속의 수를 사용해서 제대로 된 수학적 체계를 구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나타나면 우선 그냥 무시해 보는 것은 수학자를 포함한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무시한다고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허수의 필요성은 앞선 2차 방정식의 해로서가 아니라 3차 방정식의 해를 얻는 과정에서 더 절실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3차 방정식의 해를 주는 공식은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의 수학자 델 페로del Ferro와 이탈리아 브레샤의 “말더듬이”라는
별명이 그대로 이름이 된 타르탈리아Tartaglia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발견되었다.
재미있게도 델 페로의 제자인 피오르Fiore와 타르탈리아는 서로가 낸 3차 방정식을 푸는 대결을 펼쳤는데, 결과는 타르탈리아의 승리였다.
이 시기에는 3차 방정식을 푸는 것을 비롯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대결이 벌어지고는
했다고 하니 참 재미있는 시대였던 것 같다.
아마 현재로 치면 체스나 바둑 대결과 같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이후에 델 페로와 타르탈리아의3차 방정식의 해법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의사이자 수학자였던 카르다노Cardano에 의해서
출간돼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후세에 “카르다노의 공식”이라고 불리게 된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역사가 깃들여져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HORIZON 1호에 실렸던 고차방정식 해법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허수를 포함한 복소수complex number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처음 정립한 수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봄벨리Bombelli는 다음과
같은 3차 방정식을 생각해 보았다.
위 방정식은 카르다노의 공식에 의해서 풀렸는데 그 해의 구체적인 공식은 다음과 같다.
(엄밀하게 말해서 위의 공식은 3차 방정식의 3개의 해 중에서 하나만 주지만 여기서는 이 사실을 잠깐 무시하도록 하자.)
문제는 제곱근 속에 있는 수가 음의 값을 갖는 경우, 다시 말해서
구체적인 예로,
위 공식에서 제곱근 속의 수가
보통의 경우라면 허수라는 의미없는 수가 나왔으니 무시하자고 마음을 먹을 수 있겠으나, 실상은 훨씬 더 흥미롭게 전개
된다.
실마리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위 방정식의 해가
그렇다면 위의 복잡해 보이는 해가 결국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봄벨리는 앞선 카르다노 공식이
같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시 말해서, 세제곱근 속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답은 바로
결론적으로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허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허수가 만족해야만 하는 연산 공식을 일관되게 사용하면 올바른 답이
도출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잴 수 있는 양은 모두 실수이다.
다시 말해서, 그 자체로서 허수인 물리량은 없다.
[물론 복소수의 허수 부분imaginary part이 물리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그 값 자체는 실수이다.]
따라서, 허수라는 개념은 물질 세계를 기술하는 데에 필요없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허수는 3차 방정식의 모든 계수가 실수이고 해까지 실수인 경우에도 3차 방정식의 해의 일반적인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짧게 줄여서 말하면, 허수는 그 자체로서 잴 수 없지만, 일단 그 존재를 받아들이면 실제로 존재하는 다른 양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주는 매우 유용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왠지 벌써 양자역학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제 오일러의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번째 관문인 지수 함수exponential function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지수 함수는 흔히 “어떤 값이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한다”와 같은 문장에서 쓰인다.
이때의 의미는 거칠게 말하면 어떤 값이 굉장히 빨리 증가한다는 것이고 약간 더 엄밀하게 말하면 어떤 값이 증가하는
속도가 그 값 자체에 비례한다는 의미이다.
일상 생활에서 지수 함수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은행에 돈을 예금을 하면 이자가 지급되는데, 이자는 보통 예금된
돈의 액수와 예금 기간에 비례해서 붙는다.
이때 이자가 처음 원금에만 비례해서 붙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기간 마다 그 이전에 이자가 더해진 총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 다시 말해서 복리compound interest로 이자가 붙는 방식이 바로 지수 함수이다.
실제로 현재 “오일러의 수Euler’s number”라고 불리는
아니라 제이콥 베르누이Jacob Bernoulli였다.
베르누이가 생각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은행에 1불을 예금하고 1년을 기다리면 이자로 원금의 100%에 해당하는 1불을 받는다고 하자.
이 경우에 1년 후에는 원금을 포함하여 2불을 받을 수 있다.
질문은, 이렇게 1년을 온전히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여러번 정산을 해서 이자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처음 6개월이 지난 후에 한번 정산을 하면 원금 1불과 이자 0.5불을 받아 총 1.5불을 받고, 이때 다시 남은
6개월을 기다려 정산을 받으면 중간 원금 1.5불과 이자
이제 매 6개월이 아니라 매일 혹은 매초 정산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아예 더 극한으로 가서 아무런 쉼 없이 연속적으로 정산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원금에 오일러의 수만큼 곱해진 액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수 함수는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쓰여진다.
여기서
그래프를 그려보면 알겠지만 지수 함수는 굉장히 빨리 증가하는 함수이다.
조금 더 엄밀하게 정의하면 지수 함수는 함수가 변하는 정도, 다시 말해서 함수의 미분값이 함수값 자신과 같다는
성질로 정의된다.
이 성질은 지수 함수를 다음과 같은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로 전개할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위의 공식이 맞는 것은 다음과 같이 증명된다.
우선 정의에 따라서 방정식 좌변에 있는 지수 함수는 미분을 했을 때 자기 자신으로 남는 함수이다.
그리고 방정식의 우변에 있는 테일러 급수는 미분을 했을 때 명백하게 항상 자기 자신과 같다.
나중에 더 자세하게 보겠지만, 앞선 지수 함수의 테일러 전개 공식은 매우 중요하며, 양자역학의 여러 문제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게 된다.
(심지어
이제 허수와 지수 함수가 만나면 마술이 일어난다.
앞선 지수 함수의 테일러 전개 공식에서
놀랍게도 우변의
실수 부분(첫번째 괄호에 묶인 부분)은 정확히 코사인cosine 함수이고
허수 부분(두번째 괄호에 묶인 부분)은 사인sine 함수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필자가 약속한 오일러의 공식이 얻어진다.
오일러의 공식이 대단한 이유는 이제 복소수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복소수
그리는 소위 복소 평면complex plane 위에 표시하면 반지름이 정확히
참고를 위해서 [그림1]을 보라.
임의의 복소수는 복소 평면 상의 적절한 점에 대응하므로, 원점에서 이 점까지 연결하는 선분의 길이와 방향,
다시 말해서 벡터vector로 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복소수를 가지고 하는 연산은 복소 평면 위에서의 적절한 기하학적인 변환에 해당하게 된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대수학algebra과 기하학geometry의 통합을 얻은 것이다.
사인 함수와 코사인 함수는 둘 다 파동을 기술하는, 다시 말해서 위 아래로 출렁거리는 가장 기초적인 함수이다.
오일러의 공식 속에 있는
파동 함수가 얻어진다.
이 평면파를 그림으로 그리면 [그림2]와 같이 복소 평면에서 나선helix 구조를 가지고 실공간real space을 나아가는 파동이
된다.
이제 위 공식을 보는 순간 마음에 파동이 치는가?
(아직 마음에 파동이 치지 않는 독자들은 앞으로 글이 연재될수록 서서히 그렇게 되리라 바라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출렁거리는 파동을 기술한다라는 목적만을 생각한다면, 실수 함수인 사인이나 코사인 함수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왜 굳이 허수를 변수로 갖는 지수 함수가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을 기술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양자역학적 파동 함수가 만족해야 하는 미분 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의 특성에 있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답은 양자역학적 파동 함수가 만족해야 하는 미분 방정식, 즉 슈뢰딩거 방정식이 허수의 존재를
절실히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음파sound wave와 같은 고전적인 파동을 기술하는 파동 방정식과 어떻게 다르기에
허수의 존재를 절실히 요구하는지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자.
(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