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3-4 3 은일隱逸 숨어서 사는 일 4 유거幽居 그윽한 곳에 살다 4首
1
만암소초생巒巖小草生 뫼 바위에 작은 풀이 돋아난 것은
석인지소축碩人之所軸 큰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걸세.
입동과륜앙入洞寡輪鞅 골짝에 들어가면 오는 수레 적고
유문유미록遊門有麋鹿 문 앞에 노는 건 평화로운 사슴 떼이네.
라심소행매懶甚少行邁 게으르기 심하여 다니는 일도 적어
屐치매태록屐齒莓苔綠 나막신 굽에 이끼가 짙푸르다네.
조렴총회모釣簾怱回眸 발 말아 올리다가 언뜻 눈을 돌려보니
우세산사목雨洗山似沐 비가 씻어 산이 온통 목욕한 것 같네.
►메 만, 메 란(난)巒 뫼(山), 둥근 봉우리
►륜앙輪鞅 ‘가슴걸이 앙鞅’ 지다(물건을 등에 짐) 원망怨望하다.
야외한인사野外罕人事 시골이라 속된 인간사 드물고
궁항과륜앙窮巷寡輪鞅 궁벽한 길이라 오가는 수레도 드무니
백일엄형비白日掩荊扉 한낮에도 사립문이 닫혀 있고
허실절진상虛室絶塵想 텅 빈 집안에서 잡된 생각도 끊어진다.
/陶淵明 <歸園田居2>
►미록麋鹿 고라니와 사슴. 촌스러운 行動의 비유比喩(譬喩).
‘큰 사슴 미麋’ ‘사슴 록(녹)鹿’
►행매行邁 걸어서 가는 것.
행매行邁 먼 길 가다가/황정견黃庭堅(1045-1105)
백백홍홍상문한白白紅紅相問閑 울긋불긋 차려입고 한가로이 안부를 물으며
삼삼오오답청래三三五五踏靑來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답청 놀이 나왔다가
희수호접부지원戱隨蝴蝶不知遠 나비 따라 노닐다 먼 길 온 줄 몰랐는데
경견행인소각회驚見行人笑却廻 길가는 사람보고 깜짝 놀라 웃으며 돌아왔네
►극치屐齒 나막신의 굽 ‘나막신 극屐’
►매태莓苔 이끼. ‘나무딸기 매莓’ 이끼 태苔
2
춘신역유의春神亦有意 봄의 신神도 저대로 뜻이 있어서
포금피화목鋪錦披花木 비단 펴서 꽃나무에 흩어 놓았네.
만물각득소萬物各得所 만물이 제각기 제 자리를 얻었는데
오역락유독吾亦樂幽獨 나도 한몫 그윽한 고독 즐기네.
산려임소요散慮任逍遙 생각 흩어 버리고 마음대로 소요逍遙하니
운수유취숙雲水幽趣熟 운수雲水 그윽한 취미 갈수록 무르익네.
흥진각성권興盡却成倦 흥 다하면 도리어 권태가 생기는데
청풍동창죽清風動窓竹 맑은 바람 창밖의 대를 흔드네.
►포금鋪錦 겉치레. 비단을 깔아놓음
3
유암재공곡有庵在空谷 암자는 빈 골짝에 홀로 있는데
산수려강장山水麗康莊 산과 물은 곱고도 사면 크게 트였네.
송백룡린세松栢龍鱗細 소나무·잣나무엔 용 비늘이 가늘게 지고
파초봉미장芭蕉鳳尾長 파초는 봉황새 꼬리마냥 길다.
월정천고촉月呈千古燭 달은 천년 촛불을 밝히어 주고
풍송륙수향風送六銖香 바람은 육수六銖의 향 보내어 오네.
불용간명리不用干名利 세속의 名利 따위 찾지 않으려거든
유의조퇴천唯宜早退蕆 오직 일찍 물러나 숨는 게 좋으리.
►강장康莊
번화한 길거리. 5갈래의 5거리를 康, 6거리를 莊이라 함/<이아爾雅 석궁釋宮>
풍범만장불추공風帆萬丈拂秋空 바람을 맞은 만 길 돛은 가을 하늘을 떨치고
쾌약일기분강장快若逸騎奔康莊 빠른 말이 강장을 달리듯 상쾌하기도 하다.
/<강석덕姜碩德 송고첨추봉사일본送高僉樞奉使日本>
►‘드릴 정/한도 정呈’ 드리다. 윗사람에게 바치다. 나타내다
►륙수향六銖香 육수의 향.
수銖는 저울눈. 중량의 단위로 1냥兩의 24분의 1이니 극히 경박輕薄한 향香을 말한다.
천녀天女(하늘의 신선 여인)의 가벼운 옷을 가리키는데 도리천忉利天의 옷 무게가 6수라고 함.
육수경제홍삼세六銖輕製紅衫細 6수인 양 가벼운 분홍 세적삼
쌍각기아록계아雙角歧丫綠髻峩 쌍상투로 갈라 맨 새파란 뾰족머리.
/<이규보李奎報 차운교방소아次韻敎坊小娥>
►‘신칙할 천蕆’ 신칙申飭하다(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하다) 경계警戒하다. 갖추다
4
백일산당정白日山堂靜 대낮에 山堂이 그리도 고요한데
소렴유호풍疎簾有好風 성긴 발[簾]에 좋은 바람 솔솔 불어오네.
매태감우록莓苔酣雨綠 이끼는 비에 취해 한껏 푸르고
화목미춘홍花木媚春紅 꽃나무 봄 붉어 고운 모양 자랑하네.
채궐청계곡採蕨淸溪曲 맑은 시내 굽이진 곳에 고사리 캐고
반궐벽동중搬蕨碧洞中 푸른 골짝 속에서 시초 나르네.
자종도물외自從逃物外 물질 밖으로 도망한 그 뒤부터는
영욕몽도공榮辱夢都空 영욕榮辱의 꿈 모두 다 空이 되었네.
자감운수기한정自甘雲水寄閑情 운수雲水 달게 여겨 한가한 정 붙이고
(보충)
►매태莓苔 이끼. ‘나무딸기 매莓’ ‘이끼 태苔’
►‘흥겨울 감(함)酣’ 흥겹다. (술을)즐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