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착각
70대 중반의 나이에 손주를 셋 둔 한 할머니가 양산을 들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한창 가고 있는데 뒤에서 우렁찬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같이 가 처녀!”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자기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또 그런 소리가 들려 온 것입니다.
여러 차례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치 자기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려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70이 넘은 내게 처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네~~”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지만 뒤를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기의 진짜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점점 “같이 가 처녀!”의 소리는 가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소리가 자기 곁을 지나가는데 알고 보니 갈치를 파는 손수레를 끄는 청년이었습니다. “갈치가 천원!”이란 소리를 “같이 가 처녀”로 들렸던 것입니다.
저도 어제 목욕탕에 갔다가 행복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저는 두세 살 정도의 어린 아들과 함께 목욕하는 젊은 아빠 옆에서 샤워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장난스레 샤워기를 들고 아빠에게 뿌려주는 것입니다. 그 물이 제게도 튀겨오자 아이 아빠가 “옆에 아저씨 계시잖아! 조심해야지” 그러는 것입니다. 분명 아저씨라고 하였습니다. 손주 벌 되는 아이에게 제가 아저씨가 된 것입니다. 두 번씩이나 저에 대한 호칭을 아저씨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기분이 좋아졌을까요?
목욕을 마치고 거울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아직 나를 사람들이 젊게 본다는 착각에 잠시 행복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 27:2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