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 김별
바퀴벌레 이들은
3억 2,000만 년 이상
거의 변하지 않은 가장 오래된 화석곤충으로
현재 살고 있는 날개 달린 곤충들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부류이며
따뜻하고 습하고 어둡고 더러운 장소를 좋아한다.
사람에게 상당한 해를 주며
불쾌한 냄새가 나며
먹이는 식물과 동물의 부산물을 포함하여
식품, 종이, 옷가지, 책에서부터 죽은 곤충,
빈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서 먹지 않는 것이 없다.
이들의 생존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박멸이 거의 불가능하다.
완전히 박멸한 것으로 착각하지만 어느 구석에서 다시 놀라게 한다.
참으로 더럽기도 하지만 무섭고 집요하다.
절대로 순순히 물러가거나 항복하지 않는다.
이들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음습한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 되며
늘 세상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그것을 소홀히 하다 보면
놈들이 어둠 속을 파고드는 건 시간문제다.
수백 년 땅속에 묻혀 있다가도 기온과 환경이 맞으면
다시 싹을 틔우는 식물처럼 무서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추악한 것들이 나라를 점령했다.
청와대며 국회 기업 군
검찰 경찰 법원 공무원 언론 학교 스포츠 문화방면까지
곳곳마다 이놈들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고
기생충처럼 편하게 기생하며
쥐새끼처럼 모든 걸 갉아먹고
치명적인 병을 터트리며
세상을 썩게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들이 촛불을 들어 맞섰지만
그들은 악귀처럼
절대로 순순히 물러가거나 항복하지 않는다.
집요하고 교묘하고 끝없이 반격을 시도한다.
때로는 거짓된 항복으로 용서를 빌다가
무릎 꿇고 큰절로 사죄하다가
어느새 등 뒤에서 칼을 꽂는다.
철저히 파괴하여 땅속에 파묻어도 놀라운 본원력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들과의 전쟁을 포기하거나
그들에게 굴복할 수 없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완전히 박멸하는 유일한 길은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뿐이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듯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 씨를 말려야 한다.
그리고 아예 그들이 기생할 수 있는 음습한 환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늘 세상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것을 소홀히 하면 놈들이 어둠 속을 파고드는 건 시간문제니까.
그들의 죄악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 땅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
강물처럼 모여 바다를 이룬 촛불이 어둡고 음습한 곳곳을 밝혀
그들을 박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새 시대를 원하는 자
손에 손마다 촛불을 밝히자
기회만 되면 스물스물 기어드는 악의 화신 바퀴벌레를
그 죽음의 어둠을
빛으로 몰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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