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산다. 살을 빼기 위해 삼시세끼를 굶고,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새벽에 달리기 위해 졸린 눈을 부비며 억지로 일어난다. 사람들은 입술을 앙다문 채 반복적으로 '버티는 삶'을 택한다. 과연 이렇게 처절하고 힘겹게 사는 게 최선일까? 30여 년간 인간 행동의 근원을 연구한 웬디 우드는 금세 고갈되어 사라질 의지력 대신 주변 상황의 조건을 살짝 바꿔 저절로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 과학'의 힘을 빌리라고 조언한다. "해빗"에서 뇌과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습관의 형성 원리와 작동 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웬디 우드가 궁극적으로 답하고자 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가?"
웬디 우드는 전 세계 습관 과학 분야에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연구자이며, 앤절라 더크워스·애덤 그랜트 등 세계적인 심리학자들과 협업하는 인간 행동 전문가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아주 간단한 개입만으로도 언제나 최상의 선택을 돕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을 고안한 캐스 선스타인은 웬디 우드의 연구를 두고 "누구나 원하는 삶을 손쉽게 누릴 수 있는 파괴적이고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해빗'은 노력과 투지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상 속에서, 거꾸로 상황에 집중해 애쓰지 않고도 자동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검증된 습관 설계 법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과제를 앞둔 두 그룹의 대학생 무리가 있다. 한쪽 그룹은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과제 수행에 임했고, 다른 그룹은 본격적인 과제 수행 전에 일단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정리해 공부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 뒤 시작했다. 일주일 뒤 두 그룹의 성적을 확인했더니 사전에 환경과 상황을 적절히 통제한 그룹이 의지력에만 의존한 그룹보다 훨씬 더 점수가 높았다. 단순히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고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한 게 전부인데, 오히려 공부를 덜한 학생이 의지력을 발휘해 과제를 수행한 학생의 성적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실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적게 노력하고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 습관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찾아 제거한 뒤 애쓰거나 투쟁하지 않고 그냥 공부를 이어갔다고 한다. 평생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상황의 힘'을 연구한 웬디 우드는 일상의 아주 작은 조건을 의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늘 최선을 다하며 살지만 금세 좌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유가 목표와 동기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이를 입증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침 달리기'라는 같은 과제를 부여한 뒤, 일주일에 3회 이상 주기적으로 달리기 습관을 형성한 사람들과 한 달에 단 한 번도 달리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분석해봤다. 앞의 그룹은 운동장이나 공원 등 달리는 장소, 즉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한 번도 달리지 않은 사람들은 오직 체중 감량, 마라톤 참가, 몸매 관리 등 자신이 달려야만 하는 이유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마치 밖에 나가 달리기 위해선 반드시 달리는 동기가 필요한 것처럼 목표와 보상에만 매달린 것이다.
웬디 우드 연구팀은 학계 최초로 우리의 일상생활 중 무려 43%의 영역이 습관의 힘에 의해, 즉 무의식의 힘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삶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 거대한 물길을 좀 더 이로운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충동에 휘둘려 자기착취와 무기력을 반복했던 지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지난 30여 년간 웬디 우드가 만난 애쓰지 않고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동기·보상·결심·목표 등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좋은 습관'이 질주할 수 있는 토양을 반듯하게 닦아놓았다는 것이다. 일단 상황이 재배열되고 환경이 조성되면 의지력과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그들은 우아하고 멋지게 삶에 녹아들어 있었고, 마치 애초부터 유혹이나 충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투쟁하지 않고 목표를 이뤘다.
1부에서 웬디 우드는 온갖 미신적 자기계발 담론과 동기 부여 전문가들의 비상식적인 조언으로 인해 왜곡된 습관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우리의 행동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최신 뇌과학과 방대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삼아, 무의식에 잠재된 43%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는 '습관 설계 법칙'을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한다. 첫째, 자신을 중심으로 늘 똑같은 상황을 유지하고, 둘째, 좋은 습관을 방해하는 마찰력을 제거하고, 셋째, 행동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내고, 넷째, 행동 그 자체가 보상이 되도록 설계하고, 다섯째,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는 것이다. 습관 과학의 도움을 받으면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밀어붙이지 않고도 좋은 행동을 100년 후에도 지속할 수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일기 쓰기, 점심시간에 30분간 산책하기, 자기 전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거나 명상하기 등등 이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주변 상황을 재배열해 특정 행동이 저절로 일상에 뿌리내리도록 유도한 '습관 설계 법칙'의 사례들이다.
물론 습관이 늘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습관 형성에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변화, 중독, 스트레스 등의 키워드로 분석한 3부에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현대인의 식사량이 2배 넘게 폭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현대 사회가 우리의 자제력과 의지력을 서서히 좀먹도록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게 짜여졌는지 폭로한다. 1950년 이래 감자튀김은 3배, 햄버거는 4배, 탄산음료는 6배 이상 양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 앞에 주어진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이 역시 43%의 잠재된 무의식의 힘이다.
다국적 식품 기업은 지금 이 시간에도 더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다음에 볼 영상을 끊임없이 노출시킨다. 마트 계산대 위에는 늘 달콤한 과자와 사탕이 놓여 있고 헬스장 가는 길 주변에는 온갖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갈수록 영악해지는 세상의 유혹에 맞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당신은 무의식의 힘과 상황의 힘을 방치한 채 자신의 삶이 제멋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습관의 힘에 운전대를 맡기고 고통과 무기력과 작별하고 완전히 새로운 삶에 뛰어들 것인가? 하루하루 노력과 의지력만으로 버티는 삶은 고달프다. 이런 만성 노력 중독자에게는 다이어트, 저축, 운동, 금연, 공부 등 삶의 모든 영역이 고난의 연속일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은 커지고 인내심과 자제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 욕망을 거스르며 힘겹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습관은 우리의 삶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면의 충동과 세상의 유혹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교묘하게 조작되어 있기 때문이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스마트폰, TV, 유튜브 등 중독적인 매체에 굴복해 하루하루를 후회와 무기력으로 마치는 사람이라면, 또는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금욕과 사투를 벌이다 밤만 되면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폭주와 후회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상황의 힘을 활용해 버티고 견디고 투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손쉽고 우아하게 목표에 도달하는 과학적인 습관 설계 법칙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