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박선영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오래된 사랑아파트라는 공간적 배경 안에서 50편의 동시가 탄생했다.
같은 공간 안에서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 동물과 나무,
풍경과 소리까지 모두 동시라는 그릇에 담겼다.
오래되었지만, 오래되었기에 더 깊어진 이야기들을 동심으로 읽어가는 매력이 가득한 시집이다.
50편의 동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아파트 공간, 가족, 사람과 풍경, 사물 등의 작은 주제를 담고 있다.
박선영
박선영 시인은 일관성 없는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 동시를 쓰며, 항상 좋은 방향으로 자라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2021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신인상에 동시 「참나무 옥탑방」이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우리 집이 변신한다면』을 펴냈으며, 이번에 펴내는 『사랑아파트』는 두 번째 동시집이다.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어린이의 시선은 어디에 주로 머무를까? 어린이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박선영 시인의 신작 동시집 ‘사랑아파트’는 어린이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서 피어나는 어린이의 생각이 형상화되어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오래된 아프트 공간, 그 공간에는 여전히 삶이 흐르고, 그 속에 어린이가 있다.
아파트 건물에, 계단에, 말려놓은 고추에, 졸고 있는 고양이에게, 슈퍼 앞에 서서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에, 택배아저씨와 문방구에 어린이의 시선이 닿는다. 그 때, 시선에 대한 답장으로 말을 건네오는 공간들, 사람들, 사물들. 어린이는 그 세계를 만난다. 시인은 그 세계를 시로 형상화 해냈다. 그 속에 어린이의 마음이 담기고, 삶이 담기고, 시간이 담겨 있다.
이 시집을 읽다보면, 삶은 따듯하고, 어린이들도 그 따뜻한 삶의 흐름을 알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온가족이 다 같이 읽기 좋은 시집, 찬바람 나오는 가을에 펼치기 좋은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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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어린이청소년책 작가) 추천글
시집을 덮고 제일 먼저 하는 일,
지도를 편다.
사랑아파트가 어디 있을까? 찾아본다.
시집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까,
알고 나면 자꾸자꾸 생각나는, 가고 싶은, 살고 싶은,
그냥 언제나 거기 있었으면 하고 응원하게 되는
<사랑아파트>
모험이 있고 친구가 있고 낯선 즐거움이 가득한 그곳에서
나도 함께 고양이처럼, 비둘기처럼
사랑아파트의 신나고 뭉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고 싶게 만드는 시집.
안 읽었으면 모를까, 읽고 나면 더 더 더 자주 펼쳐보게 되는 시집.
이게 바로 독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사랑아파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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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박선영
아파트가
어깨띠를 둘렀다.
'사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축하드립니다.'
알록달록한 어깨띠를 보고
산비둘기는
아파트 생일인 줄 알았다.
꽃가지 하나
지붕에 몰래 갖다 놓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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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 박선영
센트럴 아파트
레이크뷰 아파트
파크빌 아파트
스카이포레 아파트
제일 먼 곳부터 배달이 시작된다.
사랑아파트는 제일 마지막
택배 아저씨는
102호 기석이 집에도 놓고 가고
103호 할머니 집에도 놓고 가고
마지막으로 먼지 탈탈 털고
201호 정인이네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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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 박선영
학교 끝나고 집 가는 길은 요요
주우우우우욱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길
편의점 지나 문방구 지나, 죽죽 늘어나 요요
친구라도 만나면 더 길어지지 요요
휘리릭 뻗어난 요요 길만 따라가면 좋겠지 요요
끝없이 따라가다 학원 시간 끝났으면 좋겠지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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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수거함 / 박선영
전봇대 옆 우체통에
이 사람 저 사람 우편물을 넣는다.
누구한테 보내는 걸까?
우체통은 다 안다.
가나에 사는 쿠쿠아가 입으면 좋을 셔츠,
축구 좋아하는 카슬리가 신으면 딱인 운동화
방글라데시 나짐에게 어울릴 멜빵바지,
아리프가 좋아할 것 같은 원피스
멀리멀리 떠날 우편물들을
꼬옥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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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휴가 / 박선영
들었어?
기석이랑 민규랑 수학여행 간대!
어휴! 비탈길 다니느라 여름 땡볕에 얼마나 힘들었냐?
가방 무거운 날은 어떻고?
어찌나 페달을 밟아대는지 옆구리가 쑤신다니까!
이야! 이게 얼마만의 휴가냐!
삼사일 푹- 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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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취직했다 / 박선영
내가, 막 변해!
평소엔 괜찮다가
집에서 동생만 보면
잔소리가 튀어나와.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빨래는 빨래통에 넣으라고 했잖아!"
특히 학교 가기 전 제일 심해져.
"빨리 나오라고!"
"준비물은 어제 샀어야지!"
"그러다 지각한다 셋 셀 때까지 튀어나와! 하나~두울~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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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깎이 / 박선영
딱, 딱, 딱,
손가락 끝에
잠깐 앉았다 가는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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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파트 / 박선영
내 나이 마흔 두 살
북적대던 사람들 이제 다 떠나고
빈 몸이 되었다.
3층 아줌마가 등에 아기를 업고 이사 떡 돌릴 때가 생각난다. 그 아이가 어른 되어서 아기 업고 여길 찾아왔었는데.
이삿날 까만 머리 찰랑이며 드나들던 1층 아줌마, 이젠 백발이 되었지. 이사 간 딸네 집에서도 잘 살고 있겠지?
여기 처음 왔을 때 키 작은 아이였던 저 목련나무. 매년 풍성하게 꽃 피워서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구경하고 갔었는데. 에휴. 쟤는 이제 어디로 갈까.
지하실 문 마지막으로 잠그로 떠난 경비아져씨. 고향 떠나 잘 사는지 모르겠네.
목련 나무에서 놀던 새들, 목련 나무 뽑히면 놀라지 않을까.
내가 40년 넘게 여기 있었다는 거, 가끔 사람들이 기억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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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 박선영
단풍나무
씨앗 하나
팽그르르 돌아
서우네 집 마당에서 은지네 집 마당으로 날아갔다
한 계절 조용히 있다
은지네 집 마당에서
새순으로 돋아났다
이젠
은지네 단풍나무가 되겠다
박선영 동시집<우리 집이 변신한다면> 브로콜리숲 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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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 / 박선영
어디가 뚜껑일까?
딸까닥!
마셔보고 싶다
--박선영 동시집 "우리 집이 변신한다면"(브로콜리숲, 2022.9.20)
첫댓글 한 가지 사물을 주제로 깊이 탐구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요
재미있게 읽었어요요
감사해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