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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한 사람으로서도 나라를 건질 수 있다
信天함석헌
『베둘리아의 장과들아. 내 말을 들으라. 너희는 오늘날 너희가 백성들 앞에 말하여, 주께서 만일 일정한 날 동안에 구원을 보내주지 않으면 이 성을 들어 대적에게 항복하겠다 하나님 앞에 맹세함으로 너희 자신을 스스로 얽어맸듯이, 그렇게 말할 권리가 너희에게 없느니라. 이러한 때에 하나님을 시험하는 너희는 누구냐? 너희는 공공연히 너희 자신을 하나님 위에 놓았느니라. 너희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시험에 붙였느니라. 너희는 마침내 깨닫지 못할 것 이다. 너희는 사람의 심정의 깊이도 헤아려 알 수 없으며 그 마음의 하는 일을 깨달을 수도 없거든 어찌 그 사람을 지으신 이를 헤아릴 수 있느냐? 너희가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을 알며 그의 생각하시는 바를 붙잡을 수 있느냐? 아니라 내 친구들아, 주 우리 하나님의 노를 일으키지 말라. 그가 비록 그 닷새 동안에 우리로 구원하시기로 결정하지 않으셔도 그는 언제든지 그 하고자 하시는 때에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요, 또 마찬가지로 우리를 대적에게 망하게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주 우리 하나님에게 조건을 붙일 수 없느니라. 하나님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같이 위협에 못견디시는 이도 아니요, 흥정을 할 수 있는 이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아니되는 것이요, 동시에 우리를 도와주시기률 간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가 그럴 만하다 보시면 우리를 도우실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 구약 외전(外典) 유디스서 8장 11절부터 17절까지에 있는 말입니다.
유디스는 한 여자의 이름인데, 이 글은 그가 일개의 연약한 여자로서 어떻게 온전히 믿음을 가지고 나라의 운명이 시각에 달리고 전 민족이 몰살을 당할 위기에 빠졌을 때에 혼자서 그것을 건졌느냐 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정전(正典)에 기록에 의해서 유대 민족이 앗시리아 임금 네부가드네잘에게 포로로 잡혀갔던 것은 일반이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이 유디스서(書)에 나오는 이야기는 그들이 거기서 놓여나서 돌아와서 다시 성을 쌓고 성전을 짓고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살기 시작한 후의 일입니다.
앗시리아 임금 네부가드네잘은 그가 그 수도 니네베에 앉아 천하를 다스린지 12년에 그 옆에 있던 메디아 임금 아르팍사드와 한 큰 전쟁을 했습니다. 그 싸움에 네부가드네잘은 제 세력 아래 있는,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이집트에 이르는 중간에 있는 모든 조그막씩한 나라에 같이 참전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그 모든 나라들은 불복했습니다. 그러자 네부가드네잘은 크게 노하야 한 번 크게 원수갚는 싸움을 일으켜 그들을 전멸시켜버릴 것을 생각했다.
그래 그 17년에 아르팍사드와 큰 전쟁을 일으켜 메디아 전국을 무찌르고 약탈을 하고 라가우 산에서 도망치는 아르팍사드를 잡아 창으로 찔러 죽이고 전국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해인 18년 정월 22일에 만조백관을 모으고 그에게 복종치 않았던 모든 나라를 멸망시켜 버리는 한 큰 싸움을 일으킬 것을 선포했다. 그는 총사령관 홀로페르네를 불러 그 명령을 즉각 실행하라고 엄명한 후 120만의 보병과 1만 2천의 기병을 거느리고 나가게 하며 “내 생명과 내 왕위를 두고 맹세한다”고 하고 보내었다.
그래 홀로페르네는 임금 다음가는 제 2인자라, 기세 당당히 전군과 거기 따르는 군량과, 그것을 운반하는 무리를 거느리고 홍수같이 몰아 나갔다.
거기 맞설 나라가 없었다. 가는 곳마다 그 통치자들이 나와 항복하고 노래와 춤으로 그 군대를 환영하고 살려 달라 애걸했다.
그런데 유대지방에 사는 이스라엘 민족만이 그 소식을 듣자 크게 놀라서 전 국민이 결속하고 일어나 버티기로 했다. 대제사장 요아킴은 곧 국경의 요새지인 베둘리아에 사람을 보내어 국경을 단단히 지키라고 명령했다. 여기는 평원 지방에서 유대 산악지대로 올라오는 길이요 험악해서 겨우 두 사람이서 밖에 지나갈 수 없는 좁은 목이므로 지키기가 쉽기 때문이다.
전 국민은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명령을 받들기로 하고 열심으로 하나님 앞에 부르짖기를 시작했다. 남녀노소 어린이까지 전 민중이 베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쓰고 제단 앞에 엎디었다.
그 소식을 홀로페르네가 듣자, 그는 이미 항복한 그 근방 모든 민족의 두목들을 불러 놓고 물었다.
“이 산지에 사는 민족은 어떤 국민이냐? 그 사는 도성은 뭣이라는 곳이냐? 그 군대의 얼마나 되며, 무엇을 가지고 그들이 버티느냐? 그들만이 감히 나를 대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그 말을 듣고 암몬족의 두령 아키오르라는 사람이 나서서
“만일 허락 하신다면 사실을 말하겠습니다” 하고는…… 이스라엘 역사를 간단히 말해서 소개한 다음
“그들이 그들의 하나님께 죄를 범하지 않는 한 그들은 번창합니다. 그 하나님은 불의(不義)를 미워하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가 명한 길을 떠나면 전쟁에 패하고 포로로 잡혀가고 그 성전은 무너집니다.”
“그러니까 그 국민이 죄를 지으면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가만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 하나님이 저들을 도우면 우리는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했다.
아키오르가 그 말을 마치자 그 다른 모든 추장들이 일제히 일어나 반대를 하고, 홀로페르네에게 아키오르의 당장 목 베일 것을 청했다.
소란이 진정된 후 홀로페르네는
“내 앞에서 예언자나 되는 척하는 아키오르 너는 뭐냐? ……이스라엘 하나님이 돕는다고? 네부가드네잘 밖에 또 다른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고는 부하를 시켜 아키오르를 이스라엘 진중으로 보내며 자기가 틀림없이 이스라엘을 정복할 터이니 가 있다가 거기서 형벌을 받으라고 하며 보냈다.
그리고는 군사를 나누어 공격에 착수했다. 그러자 추장들은 홀로페르네더러 이스라엘의 믿는 것은 산이요, 그 산에 오르는 길의 요새는 베둘리아인데 베둘리아 사람들의 생명선인 샘물이 성 밖 산 밑에 있으니 그것만 먼저 가서 점령하면 베둘리아는 싸움하지 않아도 말 라 죽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그대로 그 샘물을 점령해 버렸다.
그러자 베둘리아 성 안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며칠 후 곧 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여자는 목이 타 길바닥에 쓰러진다. 군중은 장관 오지아스에게로 몰려가 야단을 쳤다.
“하나님 앞에 판단하자. 네가 앗시리아군과 불화를 일으킨 것은 잘못이다. 이제 우리를 도울 자 없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들에게 팔았다. 항복하자, 홀로페르네의 군사가 이 성을 약탈해도 좋다. 우리는 우리 눈앞에서 우리의 아내와 자식들이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포로가 되고 노예가 되기를 원한다”했다 그리고는 전 민중이 통곡하기를 시작했다.
오지아스는 일어서서
“친구들아, 용기를 내라! 닷새만 더 견디자, 그때까지는 아마 하나님이 자비를 베푸실 것이다. 그는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닷새가 다 되어도 구원이 아니올 때는 나는 너희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 그리고 사람들을 돌려보냈으나 성안에는 기운이 완전히 죽었다.
그때에 유디스가 나섰습니다. 그는 젊은 과부로서 신앙이 깊은 사람이요, 지혜가 있었다. 남편이 죽은 후 지붕위에 막을 짓고 단식하며 기도하므로 날을 보냈다. 성중의 소식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장관 오지아스와 장로들을 자기 집으로 청해다 놓고는 하는 말이 위에 쓴 본문같이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의할 것은 그가 이런 절박한 위기에서 어떻게 바른 판단을 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보통 생각으로 하면 장관 오지아스의 말은 옳다. 아무가 해도 상식과 보통의 양심으로는 그 이상 말을 할 수 없다. 성중에 물이 말라 사람이 다 죽게 됐으니닷새만 더 견디어 보자는 것은 정당하고도 애절한 호소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유디스가 볼 수 있는 것은 그렇지 않았다. “너희가 하나님을 시험하는 일이다” 하는 그 한마디는 칼보다 날카로운. 말입니다. 자기네는 정성껏 하노라 한 말이지만 그것은 믿음은 아니다. “하나님은 위협에 못견디는 이도 아니요, 흥정으로 살 수 있는 이도 아니다.” 닷새만 더 견디자 하는 것, 그때 가서도 구원이 아니 오면 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협하는 말이요, 흥정으로 해보자는 생각이다. 그것은 믿음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므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끝까지 믿는 것이 신앙이란 말이다. 믿다가 죽으면 죽는 것이 하나님의 뜻으로 믿고 죽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유디스는 말을 이어 지나간 역사의 사실들을 들어 그 모든 것이 믿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을 설명하고는 “오늘 온 백성의 생명이 우리 손에 달렸으니 우리부터 우선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했다.
그러나 유디스는 그저 주관적인 제 믿음만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믿음에 의해서 확실히 제 속에 받은 것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의 태도가 곧 위에서 말한 무조건 끝까지 믿는 태도다. 장관과 장로가 자기 말을 듣고 동의하는 것을 듣고는 그는 엄숙히 말했다.
“자 들으시오. 나는 이제 후대에 가서 우리 민족 안에 영원히 기억될 한 가지 일을 하렵니다. 오늘 밤 성문으로 오시오. 내가 내 사환을 데리고 나갈 것입니다. 당신들은 항복하기로 약속한 날 전에 주께서는 내 손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 하려는 것을 미리 알려고는 하지 마시오. 나는 내 하려는 것을 완성할 때까지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했다.
그렇게 하여 돌려보낸 후 유디스는 하나님 앞에 엎디어 기도했다. 긴 기도 끝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 같은 한 과부에게 힘을 주시옵소서. 제 입으로 하는 거짓말을 쓰셔서 저 대적을 멸망케 해주시읍소서. 한 여자의 손으로 저들의 교만을 부셔주시옵소서. 당신은 겸손한 자의 하나님이요, 가난한 자를 도우시는 이요, 약한 자를 붙드시는 이요. 절망자를 도우시는 이요. 소망이 끊어진 자를 구원하시는 이입니다.”
기도를 마친 다음 그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기름을 발라 화장을 했다. 그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주 화려하게 차린 다음 따르는 여자를 데리고 성문을 향해 갔다. 장관이 나왔으므로 성문을 열라하고는 곧장 적진을 향해 갔다. 보초를 만났을 때는 나는 성이 함락되게 됐으므로 나와서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홀로페르네 총사령을 보려고 간다고 했다. 무난히 통과되어 홀로페르네 앞에 갔다. 그가 겁내지 말고 말하라 하자, 유디스는 우선 네부가드네잘과 홀로페르네를 칭찬해서 마음을 산 다음, 아키오르가 와서 한 말을 들었노라면서
“그가 한 말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이 죄를 범하지 않는 한 벌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이 얻으실 성공을 잃어서는 아니됩니다. 저 사람들이 망할 운명에 빠졌습니다. 죄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반드시 노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식량이 없고 물이 딸리는 것을 보자 저들은 하나님이 금한 모든 것을 행해 가축을 잡아먹기로 했습니다.……… 예루살렘에 사자를 보내 그것을 허락해 주기를 청했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그의 확신이다.
“그래 그것을 알고 나는 빠져 나왔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보내서 당신으로 하여금 온 세계가 놀랄 일을 하게 하시려 합니다. 당신의 종 나는 한 종교인으로 밤낮으로 하나님을 경배합니다. 내가 여기 머물면서 밤마다 저 골짜기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할 것입니다. 그러면 죄를 범하게 되는 때에 하나님께서는 내게 알려 주실 것입니다. 그럼 내가 돌아와 그것을 당신께 말씀드릴 때에 당신이 잔군을 거느리고 나가시면 반항 하나 받지 않고 될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인도해 예루살렘까지 갈 것이요, 그곳 옥좌를 베풀 것입니다. 그러면 저들은 목자 잃은 양처럼 당신께 순종할 것이요, 개도 한 마리 짖을 것 없습니다. 나는 이것을 미리 압니다. 계시를 받았습니다. 그것을 당신께 아뢰려 왔습니다.”
홀로페르네는 그 말에 깜짝 넘어가서 그를 영문 안에 두고 자유로 하게 했다. 그는 밤마다 기도하러 나갔다가는 틀림없이 돌아왔고 잘 차린 음식을 주어도 자기는 믿는 여자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온 것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 나흘째 되던 날 홀로페르네는 연회를 차렸다. 그리고는 부하더러 그런 여자의 환심 하나를 못사면 그것은 우리 수치다 데려 오라 했습니다. 유디스는 아주 성장을 하고 나갔습니다. 홀로페르네는 그를 보고 반해 버렸습니다. 유디스가 권하는 대로 음식을 먹자, 홀로페르네는 신이 나서 술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취해 침대 위에 나가 넘어졌습니다.
밤이 깊어 모든 부하는 물러가고 홀로페르네와 유디스만이 남았습니다. 유디스는 취해 세상모르는 홀로페르네 옆에 다가서서 잠잠히 기도 했습니다.
“구주 하나님이여, 나를 불쌍히 보시옵소서. 그리하여 예루살렘에 영광을 가져오기 위하여 제가 하려는 이 일을 허락하십소서. 지금이 바로 때입니다. 저로 하여금 우리를 향해 감히 일어선 대적을 무너뜨리게 할 순간이옵니다.”
그리고는 홀로페르네 옆에 바짝 다가서서 그의 칼을 뽑아들고 그 머리털을 부쩍 쥔 다음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힘을 주시옵소서!”
하면서 온몸의 힘을 다해 두번 내리쳐 그의 목을 짤랐습니다. 그리고 그 시체를 그가 쓰고 자던 모기장에 말아 치우고 그의 머리를 여자께 들리고 둘이 영문을 나와 골짜기를 건너 베둘리아로 왔습니다.
그런 다음 장로, 장관들을 만나고 날 밝기를 기다려 적진을 향해 홀로페르네의 대가리를 쳐들었습니다. 혼비백산해 도망치는 앗시리아 120만군을 습격해 티끌처럼 몰아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의 전 민중이 호응하는 가운데 유디스는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어디까지가 실지 역사요 어느 만큼이 종교적인 교훈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만 나라를 건질 수 있다는 것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그에게 조건을 붙이지 말라.
그것은 그를 위협함이요,
그와 흥정을 하자는 교만이다.
씨알의소리 1972년 12월 17호
저작집30; 7- 293
전집20; 8-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