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국무총리가 영덕을 방문한 뒤, 정부는 “영덕에 2기의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핵발전소가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지만 특히 삼척, 영덕에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 세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송전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2019년 준공 예정인 신울진핵발전소에서 생산될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계획된 신경기변전소(765㎸ 규모)와 송전선로에 대해, 5대 종단 성직자 및 시민단체들이 지난 1일 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등 강력한 반대에 나서고 있다.
신경기변전소~신울진핵발전소 765kV 송전선로도 문제지만, 삼척이나 영덕에 핵발전소를 지으려면 별도로 삼척~수도권 또는 영덕~수도권 및 중부권에 765kV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는 백두대간을 넘어야 하고 수도권에 변전소가 또 건설되어야 하는 일인데, 신경기변전소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전력전문가들은 현재 수도권의 환상형 전력망이 국지적 정전을 줄여주고는 있으나, 대형 765kV 선로에 추가로 연결될 경우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수도권 및 전국에 걸친 ‘광역정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765kV 대신 한전이 추진하는 초고압직류송전선(HDVC)을 건설하려 해도 기존 교류송전체제와 연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과 비용, 안정성 문제가 심각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요컨대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더라도 생산될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선로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둘째, 전기소비가 줄고 있다. 2014년 정해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35년까지 전력수요가 연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로 최종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1.4%에서 0.8%로 줄어든다고 예측했음에도, 전력 부문만 에너지소비 전기화로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높은 전력수요 증가율 예측을 전제로 핵발전 비중을 29%로 하여 핵발전소 5~7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그런데 지난달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3분기까지 국내 평균 경제성장률은 3.5%로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1~9월 전력수요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전력소비 증가 추세가 2011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이러한 하락세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봤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확정된다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 증가율 전망은 대폭 축소 조정돼야 하며, 높은 전력소비 증가율을 전제로 검토되고 있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도 철회돼야 한다. 또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대 원칙으로 결정된 분산형 전원구조의 확립 차원에서도 동해안의 대형 핵발전단지보다는 수요 집중지인 내륙에 입지한 열병합발전단지 등의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재생가능에너지가 핵발전소 전기보다 싸다. 세계에너지기구는 풍력은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이 확보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고, 태양광도 2020년 이전에 화석연료 대비 경제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블룸버그>도 2030년에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 단가가 석탄이나 가스에 비해 훨씬 더 싸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도 태양광 모듈 가격이 현재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는 4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삼척, 영덕에 핵발전소를 지으면 재생가능에너지보다 훨씬 비싼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사고 위험에다 비경제적인 핵발전소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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