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의 피해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보이스 피싱이 날로 악독하게 진화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의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26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50대 주부에게 돈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조직 중간관리책 최모씨(29) 등 일당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주부 김모씨(55)에게 허위 결제 문자를 전송한 뒤 금융감독원과 검찰 직원인 것처럼 전화해 범죄에 연루됐다,잘 처리해 주겠다,휴대전화가 해킹돼 돈을 맡겨두면 되돌려주겠다며 7회에 걸쳐 2억6800만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불과 며칠전에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으로 약을 신청했는데 그 다음날 약이 품절됐으니 아래 주소로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약을 신청한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이상했다. 신청한 물품이 품절됐을 경우 해당 업체에서 카톡으로 죄송하다, 돈을 환불해 주겠다는 문자가 날라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아 이것이 보이스피싱과 연관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내 아이가 핸드폰을 새로 구입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나에게 문자가 왔다. 아이로 부터이다. 핸드폰을 회사에서 활동하다 떨어뜨려 액정이 완전히 망가져 전화할 수가 없으니 수리비를 보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아하 이것도 보이스피싱이구나. 그리고 이상한 문자주소는 절대 확인해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판단했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어떻게 내가 약을 주문한 것을 알았으며 내 아이가 핸드폰을 새로 구입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어디선가 환히 들여다 보고 있는 일당이 있다는 것이 너무 황당하면서 기분이 나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것은 정부의 CCTV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핸드폰으로 일어나는 나의 사생활은 요상한 범죄조직이 훤히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실제로 최근들어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보이스피싱 범죄피해가 처음 보고된 것을 시작으로 1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피해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3만7667건으로 2016년 1만7040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건수만 는 것이 아니고 피해액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1468억원에서 2019년 6398억원으로 3년 새 4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피해액만 약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실로 엄청난 액수이다. 온 국민이 그렇게 주의를 하는데도 피해건수와 피해액이 이 정도인 것으로 보면 실로 보이스피싱의 악의적인 진화는 무시무시하다 할 정도이다.
수법도 날로 지능화돼 최근에는 검찰총장 직인까지 찍힌 위조공문이 등장하고 가짜 검사실을 꾸며놓고 검사를 사칭해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끔직할 정도다. 우리가 이 정도로 지능적인데 너희들이 안걸려든다고 하는 식이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찌 이런 악랄한 사기수법에 걸려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로 악랄해져 가는데 이런 범죄를 추적하는 경찰의 능력은 기는 수준인 것처럼 느껴지니 걱정이다.
문제는 보이스피싱이 사회의 불신을 조장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한 전화도 받기가 주저되고 특히 문자 링크에 손을 대는 것이 그의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하루에도 몇차례 걸려오는 전화도 거의 받지 않는다. 이제는 이른바 010 전화도 내 핸드폰에 이름이 저장돼 있지 않은 경우 받지를 않는다. 얼마나 불신이 깊어졌으면 이런 현상이 나오겠는가. 사회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국민들의 심성을 좀먹는 이런 악성 좀벌레들을 발본색원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검찰 등 관련기관들이 합동으로 보이스피싱 전담수사부를 만들고 국제공조 수사를 더욱 활성화 해 단속을 강화하고 검거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안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하루하루가 피곤하게 사는 국민들앞에서 이런 망할 보이스피싱 일당들까지 설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고 편안한 가운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경찰과 검찰이 당연히 해야할 의무이기도 하다.
2021년 2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