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보답해 나간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보답해 나간다면, 우리가 베푸는 사랑은 아름다운 고리처럼 계속 연결되어 우리 인간들을 서로 굳게 결속시키는 힘 있는 고리가 될 것이다. 그런 사랑의 고리가 끊어짐이 없이 계속 길게 연결되어 갈 때, 우리의 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계로 화할 것인가!
언젠가 ‘가이드 포스트’에 실렸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이 점을 잘 말해 주고 있다.
고속도로 상에서 차가 고장이 나 지나가는 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침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륜트럭을 향해 필사적으로 신호를 보내며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입니까?” 하고, 트럭 운전사가 물었다.
“내 차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차가 그만 다리 위에 있는 배수로에 빠져 버렸습니다” 하고 설명했다.
“제가 도와 드리지요” 하고, 그는 기꺼이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사고 지역에서 그는 사슬로 두 차량을 함께 묶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재간 있게 내 차를 완전히 끌어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차에 올라 엔진과 브레이크를 검사하는 동안 계속 기다리며 지켜보았다.
“뭐라고 감사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의 손에 감사의 표시로 지폐를 쥐어 주려고 했다.
“그냥 넣어두세요.”
“그래도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는 내 말을 가로막으면서 말하기를,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리로 오게 된 이유는 사실 내가 출구를 놓쳐 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를 이리로 오게 해서 당신을 돕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내 아내가 죽은 후로, 나는 가끔 낚시질도 하며, 교회에서는 평신도 선교 사업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알바와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을 도우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그 대가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도와 준 사람들이 기회가 있을 때 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악수한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몇 주 후, 어느 금요일 밤에 나는 일을 마치고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집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그런데 조그만 산책길을 통과할 즈음, 나는 출입구 부근에서 차 한 대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운전사는 몹시 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참 안됐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갈 길이 바빠, 아마도 어느 누군가가 보고 그를 도와주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차를 몰았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군가가 과연 누구일까 하고 마음속으로 질문해 보았다. 그런 질문과 함께 나는 회전 신호등의 깜빡이 불을 켜면서 차를 돌려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그를 가까운 자동차 주유소로 데려다 주었을 때, 그는 내게 “당신은 아까 내 차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네, 그럴 뻔했습니다.”
나는 주유소에서 기름통을 하나 빌어 연료를 가득 채운 후 다시 그를 그의 차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떠나려고 했을 때, 그는 지폐 한 장을 꺼내 내게 주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돈은 도로 넣으세요.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차를 몰아 그곳을 떠났다.
약 한 달이 지난 후, 바로 그 남자가 내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그는 말했다.
“물론이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 좀 앉으십시오.”
“저는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일전에 나는 어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떤 차가 중앙분리대 위에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운전하여 그것을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저런!”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계속했다.
“저는 다음 출구에서 차를 돌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내게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내가 차 있는 데로 걸어갔을 때, 엔진이 가동하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나는, 한 여자가 운전대 위에 쓰러져 있었고, 그 여자 옆 좌석에는 약병이 내던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깃발을 흔들어 지나가는 트럭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리고 트럭에 부착된 라디오로 경찰과 앰뷸런스를 불렀습니다.
나는 만사가 다 잘 돼 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따라 병원까지 가봤습니다. 잠시 후 그 여인의 담당 의사가 나와서 내게 ‘그 여인이 약간의 충격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그 여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말을 듣고, 그 여인이 나를 만나보기 원한다는 말을 전해 주었습니다.
내가 그 여인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여인은 간신히 모기 소리 같은 음성으로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그 여인에게 무어라고 대답했는지 아시겠어요?”
“네, 알고말고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그곳에 앉아 있었다. 그가 떠난 후에 나는 이제껏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남을 서로서로 도와주는 인간의 “사랑의 고리” 같은 것이었다. 오직 하나님만이 다음의 순서가 누구인지를 알고 계신다. 아마도 그 다음 번 순서가 바로 나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