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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늘에 원문보기 글쓴이: 정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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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사람: "오시우" <oshew45@hanmail.net>
받는사람 : "정영인" <jyi10@hanmail.net>
날짜: 2013년 5월 04일 토요일, 09시 19분 19초 +0900
제목: 《 맡겨두는 커피 》/ 정영인 ( 아래 표시하기 클릭 하기 ! )
{성모의 달에} 《 맡겨두는 커피 》 - 文霞 鄭永仁 (비오) - 오늘 집사람과 음악회에 갔다. 명색이 ‘결혼 40주년 기념’이다. 아내와 1973년 4월 29일에 결혼 했으니, 어언 40년이나 훌쩍 지나갔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다. 정말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숱한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었다. 또한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라더니, 이젠 반백(半白)을 훨씬 넘어간다. 음악회 이름은 ‘한국가톨릭심포니오케스트라 제 27회 정기 연주회’이다. 한국가톨릭문화원 개관 기념축하 음악회이기도 하다. 가톨릭문화원은 경기도 김포시 전류리 포구(浦口) 근처에 자리 잡아 아담하게 지었다. 야트막한 산자락 밑에 자리 잡았다. 인천서 멀지 않았는데, 새로 뚫린 김포 신도시 자 동차전용도로로 가니 금방 갈 수 있었다. 아리따운 목소리 내비게이션의 여자 소리대로 가니 어느새 도착한다.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만 가니 내가 운전하는 것인지 그 아가씨가 운전하는 것인지……. 누가 그랬다. 내비게이션 때문에 조감도(鳥瞰圖 bird′s- eye view)는 잃어버리고 충감도(蟲瞰圖 worm′s-eye view)만 남게 됐다. 갈수록 디지털 치매로 가는 길이건만. 첼로 협연과 소프라노, 테너의 열창과 관현악의 우리 부부를 음악피정(音樂避靜) 속으로 잦아들게 한다. 우리 입장으론 호사(豪奢)이다. 더구나 가타리나와 비오 축일(祝日)이 29일, 30일에 잇달아 있으니 자못 의미가 더해진다.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 내가 그래도 여적(餘滴)을 즐긴다는 것! 가난하지만 마음까지 가난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命題)가 성립하게 한다. 산그리메가 내릴 때, 음악회는 끝났다. 마음이 해밀해진다. 갯가에서는 짭조름한 소리가 들리고, 여느 음악회처럼 야단법석(惹端-)하지 않고 참으로 정갈하게 끝났다. 가끔 음악회 가보면 핸드폰 소리 울리고, 전화 걸고, 애어른 다들 떠들고, 뭐를 그리도 먹어대고……. 오늘은 희미한 핸드폰 소리 한번뿐이었다. 한국가톨릭문화원장 박여진 신부의 나지막하게 말한 「맡겨두는 커피」라는 실화가 앙바틈하게 마음으로 파고든다. 이탈리아 어느 카페(cafe)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카페에 세 사람이 들어 왔다. 차는 다섯 잔을 주문했다. 사람은 세 사람인데……. 다 마시고 나갈 때는 다섯 잔 값을 계산하면서 “두 잔은 맡겨두는 커피입니다.”라고 하면서. 다음에는 두 사람이 차를 3인분을 주문했다. 역시 “한 잔은 맡겨두는 커피입니다.”라고 하면서 계산을 했다. 다음에는 변호사 3명이 7잔을 주문했다. 역시 “4잔은 맡겨두는 커피입니다.”라고 하면서 나갔다. 한참 지난 후, 허르스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서 “혹시 맡겨둔 커피가 없나요?” 그후 ‘맡겨두는 커피(서스펜디드 커피. Suspended coffee)’운동이 전세계적을 벌어졌다고 한다. ‘맡겨둔다!’ 어찌 보면 내 인생도 하느님이 이 세상에 잠시 맡겨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 맡겨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느님은 우리를 이 세상에 맡길 때 많은 여분(餘分)을 주신 것 같다. 피도, 몸도, 마음도……. 잘 아는 지인(知人)이 얼마 전에 심장의 관상동맥 우회시키는 대수술을 받았다. 우리 몸에는 몇 군데 여분의 동맥혈관이 있다고 한다. 그 여유분을 잘라다가 우회시킨 것이다. 마찬가지로 헌혈도 여분의 피를 남을 위해 하느님이 맡겨둔 피를 헌혈하는 것이리라.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맡겨진 삶을 살았다. 까치밥이라 하여 감나무 우듬지에 몇 개의 감을 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나 콩 세 알을 심으면서 하나는 하늘의 새들의 먹이로, 다른 하나는 땅속의 벌레들을 위해, 나머지 한 개는 정작 자신을 위해서 심는다는 것이다. ‘주님께 의탁한다’라는 말은 ‘온전하게 맡긴다’라는 것이다. 온새미로 주님께 맡겼는가, 나는! 어찌 보면 ‘맡긴다’라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태어나는 것도 내 생명을 이 세상에 잠시 맡겨지는 것이니, 거둬가는 것도 이 세상을 이 세상을 주관하는, 맡기신 분이 찾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세상이 올 때 아무 것도 가져온 것이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잠시 무상으로 빌어쓰는 것, 갈 때는 오롯이 다 반납하고 가야 하는 것, 또 가져갈 수도 없는 것! 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아등바등한다. 적수공권(赤手空拳)이다. G. Caccini의 ‘아베마리아’가 산그리메가 되어 내 마음에 잦아든다. “아~베~마~리~아~” 성모님, 당신께 잠시 맡기신 성자 예수를 잘 키우셔서 대사제, 대성인으로 만드신 성모여!’oshew
Ave Maria - Inessa Galante (Giulio Caccini)
oshew45@hanmail.net" target=right>
첫댓글 *** 온전히 맡긴다 ***
우리는 다들 마음을 쪼개어 맡깁니다.
하느님에게, 돈에게, 명예에게, 등등.
온새미로 맡기지 못합니다.
불안해서 분산 투자하는 격입니다.
제 믿음도요.
아직도 온전히 맡기기엔 먼길인가 봅니다.
맡겨지는 커피......... 그런 운동이 있었군요, 이런 이야기 들을 때마디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꼬랑쥐~~~ 박유진 신부님이셔요, ^^
*** 또 틀리네요! ***
다시 확인, 잘 하지 않는 버릇이 도지는군요.
고맙습니다.
(박여진) 신부님이 아니고, (박유진) 신부님이십니다.
1) 조감도(鳥瞰圖) :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봄. 새가 보는 시각, 입장.
2) 충감도(蟲瞰圖) :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입장. 곤충이 보는 시각, 입장.
3) 산그리메 : ‘산그림자’의 고어(古語).
4) 해밀하다 :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하늘.
5) 야단법석(惹端-) :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 다투고 떠드는 소리.
6) 앙바틈하다 : 작달막하고 딱 바라져있다.
7) 온새미로 : 자르거나 쪼개지 않고 그대로의 상태.
8) 적수공권(赤手空拳) : 맨손, 맨주먹. 빈털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