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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지애와 태양이의 과거 이야기♡ part.4]
학교가 끝나고 짧게 데이트를 한 후 집까지 바래다주던 길. 집 앞에서 뜸을 들이던 지애가 고개를 푹 숙이고 이제 내일부턴
정말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헤어지자고 한다. 그리고 너무 갑작스런 이별의 말에, 똑
똑히 두 귀로 듣고도 실감이 안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 태양인,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 숙이고 있는 지애만
멍하니 바라본다.
"미안...."
"....진심이야?"
사실 물어보지 않아도 됐을 말. 어쩌면 태양인 벌써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제까진 아무탈 없이 스케이트장에서 데
이트도 하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키스도 했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가끔 눈을 피하기도 하고, 괜히 어색해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슬퍼 보이기도 했다.
'어디 아파?'
'아니~'
'그럼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렇게 하루종일 계속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며 쓴웃음만 짓더니... 갑작스럽긴 해도 차라리 여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권
태기가 이제서야 찾아 온 것 같다고 말해주면 다시 자신이 예뻐 보일 때까지 노력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꾸 눈에 밟
혀서 더이상 옆에 못 있어주겠다는 지애의 말에, 태양인 정말이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진심인 걸 알면서도 진심이냐
고 묻는 건, 어쩌면 마지막 남은 희망 때문에.
"응... 진심이야."
그리고 역시 진심이라고 말하는 지애를, 태양인 웃으면서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다시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자."
다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이 반가웠던 걸까. 죄인처럼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며, 이번엔 반대로 지애가 진심이냐고
묻는다.
"진심이야? 진짜 나랑 친구로 남아 줄 거야?"
"...그래."
"고마워! 진짜 고마워."
뭐가 그렇게 고마운데? 내가 친구로 남아주겠다고 해서? 아님... 너랑 쉽게 헤어져줘서?
이별이 슬프다고 누가 말했을까. 적어도 지금 지애는, 고맙다고 말하며 태양일 꽉 안는 지애는, 마지막에 지켜야 할 최소한
의 예의를 지키지 못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사귀는 동안 최고의 여자친구였다면 지금 순간 만큼은 남들 눈에 최악으로 기억
될만한 그런 여자였다. 그런데도 태양이한텐 전혀 그렇지 않은지, 그런 여자를 위해서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웃음으로 무장
한 슬픈 가면을 쓴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라는 말로 어이없게 이별을 장식하고 웃으면서 돌아선 태양이 눈엔, 이제서야 꾹꾹 참았던 눈물이 순
식간에 흘러 내린다. 미련이 없어서 안 잡은 것도 아니고,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보내준 것도 아니다. 바보라서... 그저 사
랑에 눈이 먼 바보라서, 사랑하는 그녀가 택한 길을 같이 걸어주려는 것 뿐이다.
지애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돌려 놓고 싶었고, 붙잡아서 될 일이라면 붙잡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동안 본
그녀의 얼굴이, 행동 하나 하나가 그 진심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잡을 수도 없었다. 어차피 안 될 걸 아니까... 너는 날 버
려도 나는 널 버릴 수가 없으니까. 그냥 친구로라도 니 옆에 남고 싶으니까. 적어도 내가 널 잊을 수 있을 때까진.
"태양아, 소개팅 할래?"
"응!"
어느덧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몇 개월째. 그 전이랑 달라진 게 있다면, 우린 이제 애인이 아닌 친구사이라는 거고. 너는
다른 사람 옆에서 여전히 웃으며 잘 지내는데, 난...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이번엔 어느 학굔데?"
"연상이야! 좋지?? 예고 다니는 언닌데~ 내 친구의 친구의 언니. 짱 예뻐!"
"그래? 가서 누님한테 애교 좀 떨어야겠네."
"꺅- 나한테도 누나라고 해봐!"
"싫어!"
가식적으로 한 번 웃어주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바보 같은 기집애... 내가 다 잊었다고 하니까 정말 다 잊은 줄 알지? 괜찮
다고 하니까 정말 괜찮은 줄 알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했더니 그게 내 진심인 줄 알고 벌써 나한테 소개시켜
준 여자만 해도 3명이다. 그때마다 난 마음에 드는 척 그 여자와 사귀며 가짜 연애를 시작하고, 가짜 사랑을 하고, 가짜 이
별을 했다.
맘에도 없는 사람과 키스를 하고, 맘에도 없는 사람과 사랑을 말하고... 그렇게 철저하게 내 마음을 숨기며 또 일년이란 시
간이 지났다. 그런데 정작 헤어졌을 때보다 더 가슴이 아팠던 날은,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
의 아이를 가진 걸 알았을 때.
".....낳는데?"
"응, 학교도 계속 다닐 건가봐!! 내 친구지만, 진짜 제 정신이 아니야."
직접 듣지는 못했다. 같이 예고에 진학한 소아를 통해서 들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무지 슬픈데 슬프다고 말 못하고
아픈데 아픈 척도 못하고.... 그렇게 난 오늘도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며 병신처럼 웃는다.
"그럼 이제 지애 엄마 되는 거야? 그 꼬맹이가?"
"응. 태양아, 니가 쫌 말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지애 닮았으면 예쁘겠네. 그래도 성격은 닮으면 안 되는데!"
"그치? 성격은 로하 오라방님 닮아야지!!"
"응..."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데, 내 욕심만 더 자라나는데. 왜 넌 자꾸만 나한테서 멀어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
진다는데, 왜 난 남들처럼 못하고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건지... 도대체 내 안에 얼마나 깊숙히 박혔길래. 너란 애, 꺼내지지
가 않는 거야.
점점 더 짙어지는 그리움에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언제나 보이는 니 모습에. 가끔씩은 정
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내 손은 왜 널 기억해서 니가 없어도 니 얼굴이 그려지고, 내 눈은 왜 널 기억해서 어딜 가도 니
가 보이고, 내 머리는 왜 널 기억해서 너랑 만든 추억 하나 잊지 못하고, 내 가슴은 왜 널 기억해서... 이렇게 아프다고 울
고 있는 건지. 할 수만 있다면 억지로라도 빼내고 싶은 독... 그래, 넌 나한테 독이였다. 니 향기가 내 온 몸에 퍼져버려서
이제 니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널 가질 수 없다면 죽어도 상관 없었다.
.
.
.
"태양아, 우리 저거 타자! 응? 나 저거 타고 싶어!!"
"니가 애야? 회전목마를 왜 타."
"나 회전목마 타고 싶었단 말이야!! 너 그럼 여기서 기다려, 나 혼자 타고 올 테니까."
벌써 애까지 낳은 엄마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회전목마라니. 다시 친구로 돌아간 만큼 태양이도 예전에 지애랑 사귈 때처럼
지애한테 살갑지 않았다. 정말 원래 친구였을 때로 돌아간 느낌. 적당히 툴툴거리고, 적당히 챙겨주는 그런 정도. 처음에는
안 그랬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시 점점 그렇게 변해갔다. 그게... 아직도 독을 빼내지 못해서 하는, 최대한의 발악이였다.
헤어지고나서 수개월 동안은 같은 학교 같은 반이라는 현실에 어쩔 수 없이 매일 얼굴을 보며 혼자 힘들어 했고. 그 후 일
년 동안은 저 작은 지애 배 속에서 다른 남자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 괴로워 했고. 또 그 후 일년 동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애를 보고 이제 죽어도 정말 상관 없다고, 아무렴 상관 없다고 마음을 텅 비워버리니 조금 살만 했다.
정작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뼈 아픈 아픔이 익숙해져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쓰디 쓴 눈물이 익숙해져서 하나도
쓰지 않았고, 서글픈 슬픔이 익숙해져서 하나도 서글프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못 살 것 같았다.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시간 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 너무
짙어서 잘 지워지지도 않는 진한 독이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서서히 시들어가는 태양일 보고 웃는다. 점점 연락도 뜸
하게 하다가 요즘들어 다시 자주 만나긴 했지만, 오랜만에 놀이공원에 와서 그런지 많이 들떠있는 지애. 돌아가는 회전목마
에서 멀리 팔짱을 끼고 서있는 태양일 향해 손을 흔든다.
"바보..."
정말 아무 것도 모르면서. 신나게 손을 흔드는 지애에게 마지못해 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태양이. 그리고 잠시 후.
"오웩. 콜록 콜록- 나 죽겠어 태양아. 웩!!"
"멍청한게, 내가 그러니까 타지 말랬지!"
"니가 언제!!!"
"니가 애냐고 저딴 걸 타게!!"
"왜 아픈데 소리는 지르고 그래!!! 너 우리 오빠한테 이를 거야!!!"
'우리 오빠' 라는 소리에 지애의 등을 두드려주다가 잠시 멈칫한 태양이. 그리곤 이내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애의 머리
를 쥐어박으며.
"일러, 이 멍청아. 하나도 안 무서워!!"
"왜 때려!!!"
"...씹. 짜증나."
왜 괜히 주책맞게 회전 목마 같은 건 타가지고. 좋다고 올라탔으면 끝까지 웃으면서 내리던가, 웃고 있던 얼굴이 점점 사색
이 되어 내리자마자 토할 것 같다며 헛구역질이나 하고 있는 꼴도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오빠한테 이를 거라며 자신의 남
자친구 얘기나 하고 앉아있고.... 모든 게 다 짜증나는 태양이였다.
괜히 바닥에 굴러다니는 콜라 캔을 발로 걷어차며 빠르게 앞서가는 태양이. 그러나 곧 자신의 뒤로 뛰어와서, 두 손으로 자
신의 허리츰에 손을 짚으며 헉헉거리는 지애 때문에 모든 사고 회로가 굳어버린다. 오직 뛰고 있는 거라곤, 이 빌어먹을 심
장 뿐.
"허억. 헉- 아씽, 너 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졌어!"
".....원래 빨랐거든."
"알아. 그래도 나랑 걸을 땐... 항상 느리게 걸었잖아."
헤어진 연인한테 계속 그대로이길 바라는 건 당연히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서운하고 섭섭해지는 건 지애도 어쩔 수
가 없었다. 예전과 똑같이 대해주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많이 변해버린 모습은 싫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서운하다거나 이
상하단 생각을 못하다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서운하게 느낀 지애다.
예전 같았음 놀이기구를 혼자 타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거고, 예전 같았음 내가 아프다는데 이렇게 구박을 하지도 않았을 거
고, 예전 같았음 이렇게 먼저 등을 보이지도 않았을 거고, 예전 같았음.... 나 혼자 두고 이렇게 빨리 걷지도 않았을 텐데.
"홍지애."
"응..."
"후회 해?"
"...아니."
분명히 후회는 아니였다. 그런데 뭔지 모르겠는 감정.
"우리 이제 가자~ 늦었다!"
딱 3년 만이다. 그동안 헤어지고나서 한 번도 서로가 어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왠지 어색했다. 모르긴 몰라
도 방금 자신이 괜한 투정을 부렸던 것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 진거라고, 그 전까진 괜찮았다고. 그러니까 나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면 다시 편해질 거라고.... 그렇게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애. 이렇게 태양이 앞에서 억지
웃음을 짓는 일은 3년 전 헤어지던 날이 처음이였고, 오늘이 딱 두 번째였다.
"깨울테니까 자."
"응."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불편하게 잠들려하는 지애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로 살짝 기대주고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태
양이. 그럼 지애는 태양이 어깨에 살며시 기대서 MP3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흔하디 흔한 노래 가사처럼,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이죠. 둘이 눈을 맞추고 있을 때면... 언제나 가슴이 따뜻해졌죠.'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하필이면 슬픈 노래라서, 얼마 듣지 않고 그냥 꺼버리는 지애. 근데 자꾸 왜 이러는 건지
이상하게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별 일 없었는데도 애꿎은 눈물이 나오려고 하고, 당시에도 울지 않았던 이별 장면이 떠오
르며 갑자기 슬프게 느껴졌다. 아랫 입술을 꽉 깨물며 울지 않으려 참고 또 참으며 계속 자는 척, 그렇게 몇십분 동안을 딴
생각에 잠겨 잠도 오지 않았을 때.
"미안해.... 내가 아직도 널 못 버려서, 자꾸 못나게 구나봐."
깊이 잠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노래 소리 때문에 못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지난 3년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마음을
깊은 한숨과 함께 털어놓는 태양이.
"죽을만큼 사랑해...."
주머니 속에서 MP3를 꽉 쥐고 있는 지애의 손을 태양인 보지 못했나 보다. 혹시라도 울음이 새어나올까봐 입술을 더 꽉 깨
물고,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걸 태양인 보지 못했나보다. 차라리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을 텐데, 몰래하는 고백을 우연히 들은 입장이라 더 마음이 아픈 지애. 가슴이 아리다는 게 어떤 건지,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그동안 너무 달콤한 사랑만 해서 몰랐는데, 이렇게 매운 사랑도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적어도 태양이는 항상 자신처럼 웃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그게 다 착각이였다고 생각하니 이제와 미안한 마음에 견
딜 수가 없었다. 심장이 아프고 또 아파서 더이상은 눈물을 삼킬 수가 없었다.
"왜 그걸 이제 말해 바보야. 흡..."
갑자기 어깨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들고, 예전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는 지애를 보고 너무 놀라서
완전히 굳어버린 태양이.
"그런 얘긴 3년 전에 했어야지.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니가 한 번이라도 잡았어야지."
그때 만약 태양이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이별을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사랑이 끝나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때 만약 태양이가 친구로 남아주지 않았더라면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다시 돌아봤을 지도 모른다. 그때 만약 태양이가
처음부터 오늘처럼 지애를 서운하게 대했더라면..... 아마 그 서운한 감정들 때문에라도, 다시 사랑을 시작했을지 모른다.
근데 왜 한 번도 잡지 않았어? 왜 한 번도 힘든 내색 안 했어? 그랬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내가 잘못한 걸 알았을 거
아니야. 어쩌면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감정에 내가 휘둘린 걸 수도 있는데, 니가 잡아주지 않아서. 내 곁을 완전히 떠나지
않아서 난 다른 사랑에 매달려 살았는지도 몰라. 처음에 니가 날 잡아줬었더라면!! 우리... 지금 이렇게 서로 다른 위치에
서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근데 이제와서 왜... 나더러 어쩌라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태양이와 헤어진 후 아로하를 만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여태까지 3년 동안 새로운 사랑
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똑같다.
다만, 니가 너무 미워. 내가 알던 김태양이 생각보다 많이 나약한 사람이라서, 너무 바보 같은 사람이라서... 니가 너무 미
워. 나 같이 잘난 거 하나도 없는 사람 아직도 못 잊고 바보처럼 혼자 힘들어하는 니가..... 너무 미워.
"못났어 정말..."
"그래, 욕해. 어차피 들킨 거 나도 이제 안 숨길래."
"안 숨기면?"
"데리고 도망이라도 갈까봐."
"치..."
버스에서 내려 지애의 집까지 걸어가는 길. 속마음을 들키고 나니 더는 감출 것도 없어서 조금 편해진 것 같은 얼굴로 농담
도 하는 태양일 보고 새초롬하게 피식 웃는 지애다.
"오랜만이지? 내가 집에 데려다주는 거."
"응, 6일만인가?"
"아마도. 근데 길이 이렇게 짧았나? 엄청 금방 왔네."
"버스정류장이랑 엄청 먼데? 니 다리가 더 길어졌나봐."
"그때보다 5센치 더 컸어."
"어쩐지!! 가까이에서 널 보면 내 목이 아파."
"그건 그때도 마찬가지 아니였나?"
"흥! 나 갈래."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키가 작다는 소리에 뿔이나서 콧방귀를 뀌며 대문쪽으로 몸을 돌리던 지애를 다시 돌려 세우는 태양
이. 삐쳐서 돌아설 땐 언제고 무슨 할말이 더 있냐는 듯 순진한 눈으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애를 한참동안 바라보
다가 천천히 한 손으로 지애의 얼굴을 감싼다.
"뭐야, 나 안 추워."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님 없는 척을 하는 건지. 날이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저딴 쌩뚱맞은 말을 하는 사람
은 아마 홍지애 밖에 없을 거다.
"할말 없으면 나 들어간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코를 훌쩍거리며 대문 안으로 발을 들이려던 지애를 다시 돌려세워, 방금처럼 뜸들이지 않고 바로 입
술을 포개는 태양이. 그냥 단순한 짧은 입맞춤이 아닌, 3년 동안 그 누구한테도 해소하지 못했던 갈증을 해소하듯이 천천히
깊게 지애의 입 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지애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처음에는 그냥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뒤늦게 정
신을 차리고 밀쳐내려 했지만. 이미 그땐 태양이가 먼저 입술을 뗀 후였다.
"나랑 바람필래?"
웃으며 뻔뻔하게 말하는 태양일 보고 좀 전보다 더 당황하는 지애. 갑자기 주먹을 꽉 쥐더니 태양이의 가슴팍을 퍽- 때린
후 장난치지 말라고 꽥 소리를 지르고 완전히 돌아선다. 앙탈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때린 건지 간지럽힌 건지 모르겠
는 주먹질을 한 번 한 후 도망가듯이 대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지애의 뒷모습을 보고 자꾸만 피식 피식 웃는 태양이. 도
대체 얼마만에 이렇게 웃는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지금만 같아도 매일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애를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 온 태양인 다시 한 번 무너졌다.
다시는 일어설 수도 없을 만큼 완전히.
"....누구셔?"
간만에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발을 벗으며 거실로 들어서던 태양인 쇼파 위에 위엄있게 앉아있는 웬 할아버지를
보고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런데 엄마도, 아빠도, 햇살이도 그냥 침묵만 지킬 뿐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
"일단 앉거라."
누군데 남의 집 쇼파 중앙에 앉아서 앉으라고 말 하는 건지. 인자하게 웃으면서 안경에 가려진 눈으로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할아버지의 행동에 괜히 처음부터 기분이 나빴다.
"니가 태양이냐."
"그런데요."
"이렇게 잘 자란 손자를 이제서야 보는 구나."
뭐라고? 손자?? 그럼 저 사람이 내 할아버지란 말인데. 태양인 기가 막혔다. 여태까지 친척이라곤 이모 하나랑 그 외동딸인
누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나서 할아버지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엄마를 쳐다보면.
"외할아버지셔..."
이렇게 황당한 사실만 확인시켜 줄 뿐, 그 누구도 거짓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는 고아라고 했고, 외할머니 외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다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황당해서 자신의 외
할아버지라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
"아마 티비에서 많이 봤을 거다."
"....티비라뇨?"
외할아버지라고 하니까. 한 번도 본적은 없어도 엄마랑 닮아서 익숙한 건가 했던 얼굴이, 티비에서 많이 봤을 거라는 말에
반문하는 태양이. 그러나 곧,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다.
"이제 알겠느냐."
"하... 엄마. 진짜야? 엄마가 한성 그룹 딸이야?"
지금 태양이 앞에 외할아버지라고 앉아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성그룹 윤 회장이였다. 말 그대로 티비에서 봤던 사람.
"너희들한테 진작 말 못해줘서 미안해. 자식들 앞에서 부끄러운 엄마는 되기 싫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부끄러운 엄마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고개를 푹 숙이는 엄마 대신 여태껏 침묵을 유지하던 아빠가 대신 말을
이으신다.
"너희 엄마가 열 아홉 살 때 내 아이를 임신했었다. 근데 그때 당시 고아였고, 가난한 고시생이였던 나는 엄마를 책임질 능
력이 안 됐었지."
"그래서 당연히 난 둘의 사랑을 반대했고, 아이까지 유산시키려고 했다."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이 말을 이어가는 윤 회장.
"그런데 그 때 네 어미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게 지금 아인 그룹의 홍준수 사장이다."
"뭐....라구요?"
"18년 전, 네 엄마 배 속엔 애가 둘이 있었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시집을 가서,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을 했다. 그 일로 우린 천륜을 끊었고, 살림이 어려웠던 네 엄마가 네 누나를 그 집에 버렸지."
거짓말.... 말도 안 돼.
"최근에 알아보니 니가 그 애랑 친하더구나. 중학교 땐 3년 내내 같은 반이였고, 1년 넘게 교제도 했었다고."
앉아있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는 느낌. 하늘이 무너지고, 심장이 산산조각났다.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태양일 괴롭혔다. 온 몸의 모든 감각 기관들이 다 터지고 문들어져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건 하나
도 없었다.
얌전히 태양이 옆에 앉아있던 햇살이도 눈에 띄게 손을 떨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굳이 그게 누구냐고 묻지 않아도 누
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처음 듣는 엄마의 과거보다 더 놀랍고, 숨겨둔 언니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이였던
건, 그게 지애라는 사실.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저,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양이 앞으로 얼마나 더 무너질지 몰라
서 그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너무 아프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희 둘이 남매라는 건 알고 있었느냐?"
"알리가...... 없잖아. 씨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말하던 태양인, 갑자기 자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주먹으로 유리 테이블을 치며 목
소리를 높였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햇살인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흥분한 태양이의 팔을 붙잡고 더이상 다른 행동은
못하도록 그를 말렸다. 이 얘기는 태양이의 부모님도 처음 듣는 얘긴지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묻는 엄마. 그녀의 이름
은 윤 수란이였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홍지애라고 아느냐. 그 아이가 18년 전에 네가 버린, 네 딸이다."
"하.... 말도 안 돼. 거짓말이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끔 집에 놀러 올 때면 너무 예뻐서 머리 한 번씩 쓰다듬어주고 귀여워했던 그 아이가. 자신이 아는데로라면, 아직도 아들
이 못 잊고 그리워하는 그 아이가. 밤마다 방문을 걸어잠구고 얼굴을 그리는 그 아이가.
"그 애가... 제 딸이라구요? 우리 별이가..... 흐읍."
버린 건 아니였지만 버려진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딸. 아인그룹에서 잘 자라고 있을 거란 건 알았지만, 그게 지
애였다니... 준수랑 결혼하면 아이를 지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했지만, 결국 1년도 못 견디고 집을 나온 수
란이였다. 자신보다 2살이나 어렸지만, 다른 사람 때문에 매일 밤 눈물 흘리는 바보 같은 아내 곁에서 그 눈물 닦아주고 안
아주는 아픈 남편이였고. 자신의 허물까지 다 덮어주고 감싸줄 수 있는 마음 넓은 남편이였다. 어린 나이에 잘 알지도 못하
는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의 모든 걸 다 떠안아주려 했던 멋진 남편이였는데... 그런 자신을 받아준 착한 남편을
배신하고, 그런 자신을 허락해준 따뜻한 시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과 등을 돌리며 사랑을 찾아 갔던 그녀
였다.
그런데 나이는 어리고, 도움 받을 곳은 아무데도 없고. 사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쌍둥이 중 누나였던
지애를 염치 없이 준수에게 맡겼다. 아니, 오히려 가난에 허우적거리던 그때 먼저 손 내밀어준 건 준수였다.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것도 아니였고, 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는데.
적어도 딸 만큼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밥 먹이고, 좋은 옷 입으면서 크게 하고 싶었다. 적어도,
적어도 자신들처럼 아이까지 배를 곪게 하고 싶진 않았다.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그건 무조건 딸이여야 했다. 지금이
야 성공해서 이렇게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 만큼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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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지?"
침대에 걸터 앉아서,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난 자신의 손등을 치료해주고 있는 햇살이의 얼굴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하는 태양이. 그 눈엔 떨어질듯 말듯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고, 오빠의 손을 치료해주는 햇살이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울지마."
태양이의 눈을 쳐다도 보지 않고 말하는 햇살이였지만, 비록 울지 말라고 말하며 입술을 꽉 깨무는 햇살이였지만, 정작 자
신의 눈에서는 한 방울, 두 방울... 쉴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래도 차마 오빠 앞에선 엉엉 울 수가 없어서, 터져나오려
는 울음을 꾸역꾸역 참으며 태양이의 손에 붕대를 감는다. 유리 파편에 찍힌 상처가 꽤 깊었는지 하얗던 붕대 한쪽 부분이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갔고, 그 위로 햇살이의 눈물이 번졌다.
"소독했으니까... 조심해. 아프잖아."
고개를 떨구고 젖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햇살이의 머리를, 태양인 다른 한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어준다.
"내 동생 의사해도 되겠네."
"응, 나 의사 될 거야. 꼭 의사 되서... 오빠 같이 아픈 사람들 치료해 줄 거야."
"그래... 고마워."
"쉬어."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구급상자를 챙긴 후 급히 방을 나가는 햇살이. 그리고 잠시 닫혀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쓰러지듯이 몸을 뒤로 눕히고 한 팔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는 태양이. 눈꺼풀이 감기는 순간 여태껏 애써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아래로 흐른다.
점점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조금씩 어깨를 떨며 눈물을 쏟아내던 태양인 점점 크게 새어 나오는 자신의 울음 소리에 아예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더 크게 소리내어 운다. 어릴 때 이후로 한 번도 크게 울어본 적 없던 태양이가. 오늘 만큼은.... 정
말 오늘 만큼은 다시 어린 아이가 되어서 몸을 비틀고 아픈 가슴을 쥐어짜며, 그렇게 소리내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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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보시고 태양일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이번편 보시고 또 욕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솔직히 좀 걱정이 되요.
둘이 남맨데 왜, 알면서 아직까지 지애 곁에서 맴도냐고 욕하시는 분들 계실까봐 조마조마하는데
너무 나쁘게 보여지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ㅠ
더 불쌍하게 여겨주시고, 더 가엾게 여겨주시고, 더 힘이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ㄴㅔ.... 원래 42편쯤에서 빵 터트릴 거라고 했던게 이제서야 빵 터졌네요;;;
제가 너무 늦었죠.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번외는 다음 편이 끝이네요 ㅠ
아무튼 여러분 저에게도 힘을 주세요 ♡
지금 연상이랑 연애하고 계신가봐요 ㅋㅋㅋㅋ 저도 연상이요 ㅋㅋㅋ 오빠가 저보다 7살이 많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애와 태양이 쌍둥이라 .... 정말 놀랄일이네요 태양인 그런 누나를 사랑하고 ㅠ.ㅠ 그걸 알면서도 잊지못하고 ㅠ.ㅠ 불쌍하네요 지애와 로하도 행복하게 해주시고 태양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그쵸 ㅠ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 언젠간 모두모두 행복해지겠죠 ㅠㅠ
와.........최고다! 어쩜이래요?ㅠㅠㅠㅠㅠ태양이 완전 불쌍하네요..........그렇게 불쌍한 아이를 난 싫다고 밉다고 욕했던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이럼안되는거잖아요....얼마나지애를 뜨겁게 사랑했으면 남매란걸 알고나서도 저렇게 잊지못하고 힘들어할까.................휴.....이건완전 대박반전이예요, 이런게 있을줄을 상상도 못했는데! 라희가 지애딸이란것보다 더 대박이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직도 놀랍다 ㅠㅠㅠㅠㅠ근데요ㅠㅠㅠ이거 일부로 배경음악넣어주신거죠?ㅠㅠㅠㅠ근데 설치를 하려고 해도 설치가 안되더라구요ㅠㅠ몇번을 인터넷창을껐다가 켰어요ㅠㅠㅠ이거왜이런거예요?ㅠㅠㅠ무슨
노랜지 알면 찾아서 들어가며 읽었겠는데ㅠㅠ무슨노랜지 알 수 없어서ㅠㅠㅠㅠㅠ그냥 글만열심히 읽었어요! ㅋㅋㅋㅋ무슨노랜지 가르쳐주시면 들어가면서 다시 읽어볼건데ㅠㅠㅠㅠ아어쨌든 완전 대박이예요, 대박!ㅠㅠㅠㅠㅠㅠㅠ태양아 힘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로하나 아민이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응원해줄게ㅠㅠㅠㅠ.........
아 정말요? ㅠㅠ 설치가 안되서 못들으셨다니 너무 안타까워요 ㅠㅠㅠㅠ 정말 노래 제목 알려드리면 노래 켜놓고 다시 읽어주실 건가요? ㅋㅋㅋㅋ 2am '아니라기에' 라는 노랜데, 둘이 이별하는 상황이랑 가사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삽입했어요 ㅠㅠ 그리고 이번 반전 마음에 드셨나요? 이렇게 슬픈 상황에 맘에 들었냐고 물어보는 것도 참;;;; ㅋㅋㅋㅋ 아무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시고 태양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ㅋ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이건......무싄.........말이 안나와염
ㅋㅋㅋㅋ 놀라셨나요 ㅠㅠ
어쩌면 남매라는게 나은것같아요
안그랬으면 태양이 더힘들었을껀데... 이젠 지애가 온다해도 불가능하니깐..
그쵸 ㅠ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태양이는 그거 때문에 더 힘들수도 ㅠ 근데 이러나 저러나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ㅠ 불쌍하기만 하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