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어둠, 그리고 고요함이 조용히 내려앉은 방.
그 방에는 페이샤를 제외한 마왕 후보자들이 모여있었다.
"우리 너무 분위기가 무거운데;; 자, 그럼 내가 형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하겠어."
무거운 방의 분위기에 눌려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페론이 어색한 표정으로 입술을 뗐고,
곧 6개의 눈동자가 모두 페론에게로 향한다.
"하핫; 내가 형들의 보좌관까지 떼 놓고 해야 할 말은.......
에.... 형들... 페이샤 보좌관.... 그거 포기하지 않을래?"
"미쳤군. 페론, 아직도 날 모르나? 수십, 수백 년 동안 같이 살아왔으면서?
내가 언제 나한테 손해 가는 일을 도와준 적이 있었나?"
"크큭. 페헨 형. 페론 기 좀 적당히 죽여. 하여튼 무서운 형이라니까."
"형님들! 개는 내가 제일 먼저 찍었어!"
"그리고 우리들도 찍은 아이지."
페히엘이 눈을 살기로 반짝이며 페론의 말을 끊었고,
그에 페헨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페히엘을 바라본다.
"너도 개 찍었냐? 넌 관심없어 보였는데...."
"쿡....그런 게 있어."
페히엘이 미세한 미소를 보이며 평소보다 약간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럴수록 나머지 셋의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간다.
페히엘이 입가에 예쁜 굴곡을 그리자 페리안의 표정이 갑자기 더 굳더니,
마치 죽을 각오를 하는 사람처럼 눈을 꼭 감고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는다.
"아우야. 미안한데.... 제발 평소대로 굴어라.... 형 무섭다;;"
말을 끝낸 페리안은 곧 죽기라도 할 듯 얼굴 색이 새하얗게 변했고,
꽉 쥐어진 주먹에 땀을 쥔 체 바르르 떨고 있었다.
"형. 어디 아파? 왜 벌벌 떨어?"
다정한 기운을 풍기는 대사와는 다르게 딱딱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리안은 눈물까지 머금은 체로 페히엘을 바라본다.
페히엘은 페리안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자 못 볼 거라도 본 듯 고개를 휙 돌리더니,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한 체 붉은 입술을 뗀다.
"잘 들어. 형들, 그리고 페론. 난 말이지.... 내가 가지겠다고 한 건 가져. 알지?
난 형들하고 페론이 내 일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어도 죽기 싫으면 말이지..."
말을 끝낸 페히엘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가 버렸고,
방에 남은 페론은 힘이 빠진 듯 그대로 얼굴을 탁자에 박는다.
"허엉.... 손 때라고 말하려고 불렀다가, 손 때이게 생겼잖아."
".....멍청한 녀석. 우리는 마왕 후보다. 마왕은 명령을 받는 게 아니라 명령을 하는 거다.
포기하고 싶으면 너나 해. 난 그 애만 손에 넣으면 페히엘도 상대할 수 있으니까."
페헨이 차가운 표정을 한 체 방을 나가 버렸고,
뒤를 이어 페리안도 페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방을 나간다.
.............................................................
옅은 미소를 단 체로 복도를 걷고 있는 페히엘.
복도를 걷던 그가 갑자기 쿡쿡 거리는 웃음을 터트린다.
"쿡쿡. 도대체 남자가 남자를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뭐.... 동성 쪽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지만......."
이제야 밝히지만 예전에 세티가 케리와 목걸이로 통신하고 있을 때...
그 때 모든 것을 지켜본 그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자는 바로 페히엘이었다.
-※ 기억이 안 나시거든 5편을 참고하셔요-
모든 것을 보고 케리의 얼굴까지 기억했던 페히엘이
아무리 여장을 했다지만 얼굴이 크게 변하지 않은 케리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쿡...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재미있는 남자란 말이지....
여자같이 생긴데다가 남자 애인까지.... 거기다가 성질도....쿡쿡...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니까.... 부하 정도로 둬야겠군.
얼굴도 페이샤보다 예쁜데..... 정말 아깝군....."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거리는 페히엘.
.......... 아무래도 페히엘은 아직 세티를 남자로 아는 듯 싶다.
..........................................................................
"그러니까..... 재미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 아는 여자가 없어서.... 이거지?"
"........"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는 제이.
하지만 방금 전 차분한 모습과는 다르게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고,
옷도 이 곳 저 곳, 특이 목 부분이 잔뜩 구겨져 있었으며,
볼에는 손톱에 살짝 긁힌 듯한 흉터가 한 줄 나있었다;;
"그래?..... 거짓말 하지 마시지? 헹, 네가 뭐? 아는 여자가 없어?
그럼 예전에 말했던 세피아, 에리안이란 이름과 여보는 도대체 누구야?"
"과자, 사탕, 초콜릿."
"........;;;;....."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온 제이의 대답에 얼빠진 얼굴을 하는 세티.
잠시 어이없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던 세티가
곧 눈을 날카롭게 만든 체 멍한 얼굴의 제이를 노려봤고,
제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세티의 눈을 빤히 응시한다.
"이 괴짜야. 사탕하고 과자에도 이름을 붙여 주면서 살면 복잡해서 어떻게 사냐?
거짓말을 치려면 말이 되게 쳐야 하는 거 아냐?"
"....어차피 먹으니까 외울 필요 없어."
"그럼.... 즉석에서 짓는 이름이란 말이지? 하아, 이거 완전 괴짜 아니야!
야!!! 너 내가 바보로 보여? 그렇게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을 것 같아?"
"진실이야."
"..........."
제이의 거침없는 대답에 다시 말을 막혀 버린 세티는
앞에 놓인 과자를 하나 집어 마치 제이를 씹기라도 하듯 와작와작 씹더니 꿀꺽 삼켜 버린다.
그러자 제이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주황빛 액체가 담긴 컵을 세티에게 넘겨주었고,
제이의 손에 들린 컵을 빼앗듯이 가져온 세티는
그 무엇인지 모를 주황빛 액체를 급하게 벌컥벌컥 마셔 버린다.
"마셨네?"
제이가 평소의 멍한 표정을 싹 지운 체 사악한 웃음을 띄웠고,
그에 액체를 목 뒤로 반 이상 넘겨 버린 세티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리더니
손이 수전증이라도 걸린 듯 바르르 떨린다.
세티의 손의 떨림에 쥐어졌던 컵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해 조각나 버렸고,
잠시 고개를 숙였던 세티는 볼에 홍조를 띈 체 제이를 노려본다.
"...딸꾹....딸꾹...야! 제이 이 나쁭너마! 씨, 나 수 마시며 안 된다 해찌!"
........세티의 얼마 없는 약점 중 하나. 그건 바로 다름 아닌 술이었다;;
세티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그러니까 술에 약한 타입이었다.
술에 취해도 정상적인 술주정을 하는 게 아니라 힘도 약해지고, 혀 꼬인 소릴 내고,
술주정도 그때그때 달랐으며, 심하면 그대로 기절해버리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술버릇을(?) 가진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로 술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술을 파는 곳이라고 하면 싫어하는 걸로도 모자라 증오하기까지 했다.
세티의 술에 관한 에피소드로는 술에 힘을 빌어 세티에게 고백했던 한 남자가
고백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죽지 않을 만큼 맞은 일화가 있었으니;;
그만큼 술에 지독할 정도로 약한 세티였다.
그런데 냄새가 아닌 마시기 까지 했으니....;;
"우와! 제이 대단해! 설마 냄새를 없앤다고 세티가 술을 못 알아볼 줄은 몰랐어!"
"응."
"이 멍멍아!!!! 아프로 니드리랑 안 노라!!!!"
혀 꼬인 목소리로 빽 소리지르는 세티.
홍조 띈 얼굴로 한참동안 소리만 지르던 세티가 앞으로 푹 쓰러졌고,
세티가 기절한 걸 확인한 케리가 베실베실 웃고 있던 얼굴을 굳히며 제이를 바라본다.
"제이, 이번 일은 정말 위험해."
"나도 안다. 페히엘 그 자식 생각보다 더 심각한 괴물이었어......
그 기술에 걸리지 않은 건 지금까지 그 녀석 밖에 없어."
"그 뿐이 아니야! 나머지 녀석들도 지나칠 정도로 세다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세티가......... 이 일을 성공시킬 확률이 적어졌다는 얘기지."
케리가 딱딱한 표정에 위에 귀여운 미소를 머금었고, 제이도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눈을 감고 있던 제이가 살짝 눈을 뜨더니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를 띄웠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던 제이는 혀로 입술을 핥더니 나직한 음성을 흘린다.
"쿡.... 그런데 케리.... 미안한 말이지만........ 너 진짜로 여자 같다.
너 사실 여자인데 남자인 척 하는 거 아니야?"
"............뭐야?!!!! 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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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릿말을 보니 케리를 여자로 아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나름대로 귀여우면서도 남자다운 캐릭터를 그려보려 했는데
좀 여자 같은 면이 풍겼나봅니다;
뭐! 앞으로 잘 하면 되겠죠!!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복받으시구요~
구미호는 저녁에 시간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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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앤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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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1 22:52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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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그.. 세티가 술에 약할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ㅇ_ㅇ;; 어..쨌든.. 담편 많~~~ 이 기대하겠습니당~~~ >_<ㅇ
헤헤. 약점을 만드려다보니 그렇게 됬습니다^^
세티가 술에 약하군요...... 세티도 너무 귀엽네요...하핫.. .빨리 다음편 보고싶어요...
네, 금방 올릴게요~~
꺄아 ><// //>< 13편 기대하겠습니다 +ㅁ+// //+ㅁ+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세티가 술..술에 약하다니...너무 귀엽닷~~!!! >^<~
헤헤~ 캐릭터 자체는 귀여움으로 만들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우와!>ㅁ<!! 세티가.... 그 포커페이스 세티가... 술주정을 >x<*****
헤헤. >///<
세티 취하닌까 너무 귀여버요~ㅎㅎ> _<ㅋ
저도 귀엽다고 생각해요~
젬써요 ㅋㅋ 그런 약점이 잇을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ㅋㅋ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됬습니다~~
혼자 망상하는 건데...움.. 다음편에 연회나와서... 술마신...<<<타아아아아앙 / 담편 기대 >_<!
술은.... 나중에 마실듯 싶네요~~^^
으아아악~~~ 세티 너무너무너무 너무 귀엽다~~ㅠ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