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온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2개월 정도를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이젠 어느정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습니다.
(절대 주관적인 생각임)
그러던 어느날,
집사람과 딸이 춘천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하두 난리를 쳐서 청도 도우미 카페를 통해 소문난 닭갈비 집으로
향했습니다.
친절한 닭갈비집 종업원이 택시 기사에게 자세히 가는 방향을 설명해줘서 어렵지 않게 그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문대로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난 후 밖으로 나왔을때는 어두컴컴한 저녁시간 이었습니다.
식당 앞에서 택시를 세운뒤 제가 사는 집으로 가자고 말을 했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단번에 저의 말을 알아 들으시고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주소와 인삿말(니하오)은 하루에도 엄청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제가 들어도 중국사람 같습니다.
며칠전에는 택시기사가 저를 중국 사람으로 오해한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인사성이 밝은 사람이라 택시를 타면 습관적으로 인사를 합니다.
그때도 택시를 타고 습관적으로 본토인과 비슷한 유창한 발음으로 "니하오" 하면서 택시에 올랐습니다.
어디가냐고 묻는것 같아 또 유창한 발음으로 제가 가는곳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기사 아저씨는 알았다고 말씀하시더니 무슨 좋은일이 있었는지 웃으며 말을 막 합니다.
전혀 못 알아 먹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웃어 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저는 예의가 바른사람이라 몰라도 아는척해줌)
그랬더니 그 기사아저씨는 더 신이나서 계속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뒤에서는 집사람이 "키득" 거리며 웃고 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웃으며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습니다.
세상에~~
30분 동안 쉬지않고 뭐라고 말을 합니다.
계속해서 혼자 말하는것이 재미 없었는지 저에게 뭐라고 물어 봅니다.
그래도 제가 그냥 고개만 끄덕이자 자꾸 뭐라고 물어 봅니다.
참 난처한 순간 입니다.
대부분 기사들은 혼자 말하다 그냥 사그라 드는데 이분은 집요하게 계속 물어 보십니다.
제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워 팅부동"
그 말은 들은 기사 아저씨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푸욱" 쉽니다.
30분 동안 알아 듣지도 못하는 저에게 끊임없이 말을했던 처량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겠죠..
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 가겠습니다.
그렇게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난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큰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는지 아니면 도로 공사 때문인지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정체 되어 있습니다.
저는 택시기사에게 빠른길로 돌아가자고 말을 했습니다.
기사는 저의 손짓 발짓을 알아 들었는지 알았다고 하며 차를 돌립니다.
이런 어려운 표현까지 해낸 저의 대단함(?)을 은근히 집사람에게 자랑했더니 집사람이 내일 부터는 중국어 학원 다니지
말고 수화(손으로 하는말)를 배우라고 비꼽니다.
이제 밖은 캄캄해졌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차가 없는 지름길을 알고 계셔서 그런지 도로가 한적한곳을 달립니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유턴을 해서 맞은편 우측길로 차를 향합니다.
이곳은 차들은 보이지 않고 공장지대만 보이는 곳입니다.
순간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냐면 어제 집사람과 도우미 마을에서 읽은 어느 회원님의 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중국 택시 기사가 한국 승객을 태우고 으슥한 산으로 끌고가서 꽁꽁 묶어논뒤
원하는 사람에게 신체 장기를 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그 글을 집 사람과 읽었는데 오늘 지금 이 기사 아저씨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내 장기 팔라고..)
제가 긴장하고 있는것을 집사람도 눈치 챘는지 뒤에서 떠는 집사람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기사 아저씨에게 언제 도착하냐고 물어보니 5분뒤면 도착한다고 합니다.
.
.
.
5분이 지났습니다.
도착한다고 분명 그랬는데 여전히 산길 입니다. 이제는 집도 간간히 있습니다.
분명 우리 가족을 납치할려는 것이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다시 화를 내면서 물어봤습니다.
5분뒤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왜 안 도착하고 계속 산 길로만 가냐고...
이제는 기사 아저씨가 얼굴이 벌개지며 대답을 안하며 더욱 빨리 달립니다.
집사람은 뒤에서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저는 옆에 기사를 슬쩍 쳐다봤습니다.
기사 아저씨 혼자 라면 우리는 3명(?)이라 자신 있는데 갑자기 약속된 장소에서 괴한들과
힘을 합친다면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기사 아저씨가 이상한 창고로 들어가는것을 대비해서 머리속으로 작전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차가 엉뚱한 곳으로 들어 간다면 내가 발로 옆에 기사를 찬 다음 문을 열어 기사를 밖으로 던져 버린 후
운전해서 달아나야겠다"
발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사 아저씨 눈치 못채도록..조심스럽게..(그런데 제 짧은 다리가 가능할까요ㅜㅜ)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있을 무렵...
사라졌던 차들이 한 두대씩 보이기 시작 합니다. 건물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것을 경험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발 운동을 했는지 막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저의 집앞에 도착해서 택시에 내린 후 이렇게 살아 있다는것이 감사해서 택시기사에게 5원이나 팁을 주었습니다.
............
저희 가족은 이날 이후로 절대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ㅜㅜ
첫댓글 프하하하...글을 참 재미나게 쓰셨어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지요 ^^ 좋은 추억을 5위안에 사셨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
사실 저는 8원 주고 싶었는데 집사람이 5원만 주라고 난리쳐서 어쩔 수 없이 3원은 도로 집어 넣었습니다.
재미 있네요. 단숨에 읽어 내려갈수 있게 쓰신 글솜씨가....헌데~~~닭갈비집 은 어디고 집은 어디쯤이신지????거기다 5원을 팁으로 더준 택시비가 얼마였는지를 알면 어디서 어디를 어떻게 돌아서 가셨는지를 알수 있을것 같은데.....요즈음은 청도에서 택시강도 사건(승객이 기사를 강탈하는...) 같은것도 거의(?)없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승객과 기사를 분리하는 보호망이 없는 새택시가 많이보급....) 택시 기사가 승객을 해치는 예는 더욱 없어져 있는데......만일 한건의 사고라도 있다면 즉시 전체 택시기사를 재점검하고 조치를 취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임진왜란때의 이야기가 가끔씩 카페에 오르다 보니...일순간 마음 고생을....
나중에 알고 봤더니 노산쪽에서 집으로 오는 지름길 이었습니다..
하하하하 저도 예전에 기사가 하는말 그저 받아주다가 나한테 뭐라물었을때 으흥? 하며 응수하며 서로 무안할때가 있습니다. 사실 기사가 얘기하는데 못들은척 할수없고 그래서 저는 엉성한 발음으로 얘기하면 니쓰나그워렌? 하면 워쓰 광동렌 합니다. 그럼 그기사는 대충 얘기하고 못알아들어도 그냥 지나 갑니다. 아뭏튼 가장으로서 힘들었겠네요 ㅋㅋㅋㅋ
그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진땀 뺐는지 모릅니다.ㅋㅋㅋ
ㅎㅎ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우루무치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도 가장 마음에 드는 지역 하나 골라야 겠습니다.ㅎㅎ
우하하하하..재미있는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광주에서는 우루무치 에서 온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기요틴님과 공통점이 있구먼요 ..
^^
그래도 멍청이있다가 당하는것보단. 님같은 정신력이 항상 살아숨쉬야 중국생활에 도움이 될듯합니다.건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신 비젼님!~ 잘 읽고갑니다.좋은하루되셔용!~
건강한 정신력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ㅋㅋ
ㅎㅎㅎ 다행이네요. 글구 얼마나 놀라셧겟어요..... 그런 상황에선 일단 친구나 친척분들 한테 전화하셔서 본인이 타고 있는 택시 번호가 몇번인가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혹 일 생기면 ... 쉽게 알나낼수 있잖아요.. 택시 앞자리 오른쪽편 앞에 보면 택시 번호가 찍혀져 있는 네모난 허가증인가 먼가 한게 적혀 있거든요...
제가 이곳에 친분있는 분이 없어서 그런생각은 못했습니다. 다만 국제전화카드를 충전 못해서 아쉬워는 했습니다.ㅎㅎ
ㅎㅎ.나도 그런 경험있는데,깜깜한 밤에 지리를 모르니 걱정이 되더군요.
스프링님은 무섭게 생기셨던데 그런 걱정을 하셨다니...,^^
저도 님과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ㅎㅎ 지금도 택시 기사가 평소 다니는 길로 가지 않으면 좀 긴장합니다..^^
저는 그래서 꼭 버스를 애용합니다. 넓은것이 꼭 전용 리무진 같습니다.^^
글 참 재밌게 쓰십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밋게 읽었습니다.나중에 기사가 물으면 "아안~쓰 칭~다오 인!" 하십시요..ㅋㅋ
다음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년전에 광주를 갔다가 딸애하고 둘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오다가 내려서 택시를 탓는데 이 기사가 우리가 타기전부터 전화를 하더니 가는내내 전화를 하는겁니다 우리는 중산대앞을 찿아가는데 가다보니 길이 아닌겁니다 안되는 중국어로 중산대로 돌아가자 말하니 [그때까지 전화를 받더라고요] 그제서야 다른곳인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떠는겁니다 목적지에 내려주면서 양심은 있는지 잘못간것만큼 덜 받겠다고 하더라구요
길을 아셨으니 다행이지 몰랐으면 엄청 돌아서 갈뻔하셨습니다..
저는 인상이 안 무서워 그런지 예전에 큰소리 쳤더니 택시기사가 당장 내리라고 하던데요^^
저도 처음 왔을 때 생각이 나네요...ㅋㅋ 그래도 팁 5원은 너무 많이 주신 듯... 더 살다 보시면, 5원도 작지 않은 돈이라는 상황에 처하실때도 있으실 겁니다.... 비젼님처럼 오늘도 웃는 일만 있는 청도 한인사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도 팁을 너무 많이 준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5마오 정도 주려고 합니다^^
결국은 한마디로 헛소문을 믿엇다가 가슴만 졸인거네여?황당
오히려 오원도 많이 줫다는 회원님들이 안타깝네요..차라리 주지말던가,,오마오가 뭡니까? 나이들고 챙피한짓 아니신지
실제로 오마오 주겠습니까? 한국 사람들의 농담스런 표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