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연중 32주간)
제삼권
제 89 편
(에즈라인 에단의 시)
1 야훼여, 내가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리이다. 당신의 미쁘심을 대대로 전하리이다.
2 당신께서 다짐하신 사랑, 그 미쁘심은 하늘처럼 영원히 흔들리지 않사옵니다.
3 "나는 내가 뽑은 자와 계약을 맺고 나의 종 다윗에게 맹세하였다.
4 '내가 너를 왕위에 앉히고 네 후손 대대로 왕노릇 하게 하리라.'" (셀라)
5 야훼여, 하늘은 당신께서 이루신 기적을 노래하며 거룩한 회중은 당신의 미쁘심을 기리옵니다.
6 야훼와 능히 견줄 만한 이, 저 하늘에도 구름 위에도 없사옵니다.
7 하느님은 성자들의 모임에서 엄위하신 분, 모시는 자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분,
8 야훼, 만군의 하느님, 당신 같으신 이 어디에 또 있으리이까? 힘과 미쁘심을 양편에 거느리시고
9 뒤끓는 바다를 다스리시며 파도치는 물결을 걷잡으십니다.
10 당신은 라합을 찔러 죽이시고 두 팔을 휘둘러 원수들을 흩으신 분,
11 하늘이 당신 것이오니, 땅도 당신의 것, 땅과 그 안에 담긴 것 모두 당신께서 만드신 것,
12 북녘과 남녘을 만드신 이도 당신이오니 다볼 산도 헤르몬 산도 당신의 이름을 찬양하옵니다.
13 이 팔과 그 전공이 당신의 것이옵니다. 억세신 당신 손이여, 탁월하신 오른손이여.
14 정의와 공정이 당신의 옥좌를 받들고, 사랑과 진실이 당신의 거둥을 인도하옵니다.
15 복되어라, 야훼께 만세 부르는 백성. 그들의 걷는 길을 당신의 환한 얼굴이 비춰주시니
16 날마다 그 이름 높이 기리고 당신의 정의로 사기도 드높습니다.
17 그들 힘의 찬란한 빛, 다름 아닌 당신이오니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의 뿔이 자랑스럽습니다.
18 우리의 방패도 야훼의 것,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우리의 임금도 그분의 것이옵니다.
19 그 옛날, 당신께서 스스로 나타나시어 당신의 성도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 백성의 막내동이를 들어 높이고 그 용사에게 면류관을 씌워주었다.
20 나는 나의 종 다윗을 찾아내어 나의 거룩한 기름을 부어주었다.
21 내가 손으로 그를 돕겠고 내 팔로 그를 강하게 하리니
22 원수가 그를 당해 내지 못하고 간악한 자도 그를 괴롭히지 못하리라.
23 내가 그의 면전에서 그의 적들을 짓부수고 그 원수들을 쳐부수리라.
24 나의 진실과 사랑이 그의 곁에 있으리니 그가 내 이름으로 뿔을 높이 들리라.
25 그의 손을 바다 위에 뻗치게 하고 그 오른손을 강에까지 뻗게 하리니
26 그는 나를 불러, '당신은 나의 아버지, 나의 하느님, 내 구원의 바위이십니다.' 하겠고
27 나는 그를 맏아들로 삼아 세상 임금 중에 가장 높은 임금으로 세우리라.
28 그에 대한 나의 사랑, 영원히 간직하겠고 그와 맺은 나의 계약, 성실하게 지키리라.
29 길이길이 그의 후손 이어주리니, 그의 왕조는 하늘이 무너지기까지 이어가리라.
30 그러나 만일 그의 자손이 나의 법을 저버리고 내 계명을 따라 살지 않으면,
31 내 명을 어기고 정해 준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면
32 나는 그 죄를 채찍으로 다스리고 그 잘못을 매로써 치리라.
33 그러나 사랑만은 거두지 않으리라. 성실만은 지키리라.
34 맺은 계약, 틀림없이 지키고, 내 입으로 말한 것, 변경하지 않으리라.
35 나의 거룩함을 걸고 한번 맹세하였거늘 나 어찌 다윗을 속이랴?
36 그의 후손은 길이길이 이어지고 그의 왕조, 내 앞에서 태양과 같으리라.
37 언제나 한결같은 저 달과 같이 하늘에서 진실된 증인이리라." (셀라)
38 그러나 당신께서는 격노하시어 기름 부어 세우신 임금을 물리치셨습니다.
39 당신의 종과 맺으신 계약을 폐기하시고 그의 왕관을 땅에 던지셨습니다.
40 성벽을 모조리 허무시고 요새들은 돌무더기로 만드셨으니
41 지나는 사람마다 마구 빼앗아가고 이웃 백성들이 모욕합니다.
42 적수들의 오른손을 높이 들어주시니 원수들이 좋아서 기뻐합니다.
43 그의 칼을 무디게 하셨으며 전장에서도 그를 돕지 않으셨습니다.
44 영광의 왕장을 그에게서 빼앗으셨고 그의 왕좌를 땅바닥에 엎으셨습니다.
45 때가 되기도 전에 먼저 늙게 하시고 그를 부끄러움으로 덮으셨습니다. (셀라)
46 야훼여! 언제까지이옵니까? 영원히 숨어 계시렵니까? 언제까지 노기를 태우시렵니까?
47 내 인생이 짧음을 기억하소서. 당신께서 만드신 이 인생의 덧없음을 기억하소서.
48 어느 누가 영원히 살아 죽음을 만나 지 않으리이까? 저승의 갈고랑이에서 제 목숨을 구할 자 있으리이까? (셀라)
49 주여! 지난날의 그 첫 사랑의 표시들, 어디에 있사옵니까? 다윗에게 맹세하신 그 굳은 약속은 어디에 있사옵니까?
50 주여! 당신의 종들이 받은 모욕을 잊지 마소서. 그 이방인들의 모욕들이 마음속에 사무칩니다.
51 야훼여, 이토록 당신의 원수들이 모욕하였습니다. 기름 부으신 자를 따라다니며 모욕하였습니다.
52 야훼,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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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시편입니다. 89편으로 시편 제3권이 마무리됩니다. 찬양 시편과 군왕 시편 그리고 탄원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는 혼합 시편입니다. 119편과 78편이 이어 세 번째로 긴 분량의 시편입니다.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묵상하고자 합니다.
다윗과 맺은 계약에 충실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로 시작하여 다윗 왕조의 패망을 애통해하고, 하느님께서 기름 부으신 자의 수난을 탄식하며 끝을 맺습니다. 88편에 이어 어두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야훼여! 언제까지이옵니까? 영원히 숨어 계시렵니까? 언제까지 노기를 태우시렵니까?” (46절)
시인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오직 구할 것은 하느님의 진실하심과 사랑이었습니다. ‘진실’과 ‘사랑’은 오늘 시편 전체를 이루고 있는 핵심 단어입니다. 자애와 성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애초부터 다윗에게 맹세하신 사랑과 자비는 어디에 있는지 물으며 울부짖습니다. “주여! 지난날의 그 첫 사랑의 표시들, 어디에 있사옵니까? 다윗에게 맹세하신 그 굳은 약속은 어디에 있사옵니까?” (49절)
그럼에도 오늘 시인은 ‘기억하소서 (잊지 마소서)’라는 말로 기도를 드립니다. (47절, 50절)
우리가 드릴 기도입니다. 나(우리)를 기억해 달라는 기도, 하느님께서 주신 그 첫 사랑의 기억을 잊지 말아 달라는 청원은 곧 우리가 그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오늘 시인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구체적인 기도보다는 기억해 달라는 청원의 기도를 반복해서 드립니다.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건드리는 기도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도 이런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예수님은 기름 부은 자로서 수치와 모욕을 당하셨습니다. 오늘 시인의 부르짖음과 주님이 도대체 어디 계신지를 묻고 가슴을 치는 아픔은 예수님의 부활로 승리하심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주님께 저를 기억해 달라는 기도를 반복해서 드려봅니다.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곁에 있던 사람이 바치던 고백입니다. ‘주님, 주님의 나라가 임하실 때, 저를 기억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