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그림 공중전화
출처 동아일보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108/117344659/1
감쪽같은 그림 공중전화. 마지막 동전이 손끝에서 떠나면 간이 콩알만 해지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전북 군산 신도시에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빛명상
코끼리 저금통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문제들로 고통을 받는 건 어른뿐이 아니다. 나를 찾아와 빛(VIIT)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꽤 많이 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유해물질의 영향 때문인지 원인 모를 질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로 아파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채 자라지 않은 그들이 고통을 당하는 걸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그들이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이 세상에 우뚝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우주마음께 간절하게 청하곤 하였다.
그 중에서 산청 초광력超光力전에서 처음으로 빛(VIIT)을 주었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그곳을 마련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마당을 분주히 오가는 다람쥐 한 마리가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좇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여인이 어린 꼬마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한 눈에 봐도 두 사람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다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평화로운 그 모습을 보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은 산책을 하듯 천천히 초광력超光力전 마당까지 걸어오더니 내 앞에서 잠깐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여기가 빛(VIIT)을 주는 곳이라고 들었는데요, 누굴 만나 뵈면 될까요?"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서 산책 삼아 올라온 게 아니고 일부러 나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었다.
"빛(VIIT)을 받으러 오셨다고요?"
"네, 소문을 듣고 부산에서 왔어요."
나는 젊은 엄마의 말에 내심 반가웠다. 산청에다 초광력超光力전을 세운 지 얼마 안 되어 찾아오는 사람도 없던 때라 그 모자는 초광력超光力전을 찾은 최초의 방문객이었다.
"그러세요? 야, 너 참 잘 생겼구나. 그래, 몇 살이니, 꼬마야"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의 눈망울이 너무 예뻐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러나 아이는 수줍어서인지 말을 안 하고 엄마 뒤로 돌아가 숨었다.
"녀석, 사내대장부가… 일단 저리로 가시죠. 부산에서 왔으면 피곤하겠네요."
나는 그들 모자를 대청마루로 안내하였다.
"공기가 참 좋죠? 아주머니가 이곳의 첫 방문객입니다."
"어머 그래요? 이거 정말 영광이네요."
나는 아이 엄마와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특별히 문제가 잇는 것 같지는 않고, 보통 그러하듯 마음의 수양이나 건강을 위해 빛(VIIT)을 받으러 오는 사람인 듯했다.
"어?"
그때 마당에서 놀던 꼬마가 지나가는 다람쥐를 보고 소리쳤다.
"다람쥐야, 너 저런 거 집에서는 못 봤지? 어때, 예쁘지 않니?"
"어?"
꼬마가 다람쥐를 보다가는 이번엔 나를 보고 똑같은 소리를 했다. 나는 마루에서 내려가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녀석, 똘똘하게 생겼구나, 그래 이름이 뭐야?"
"……."
“으응? 이름이 뭐냐는데도? 말 안 할 거야? 선생님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지?”
"……."
"허허, 무슨 사내놈이 그래? 정말로 말 안 할 거야?"
그래도 아이는 도리질만 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을 못해요"
뒤로 다가온 아이 엄마가 서늘한 웃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을 못하다니요?"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말을 못해요……."
"아까 분명 아이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요? 다람쥐를 보고 '어'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뿐이죠."
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왔다. 처음엔 너무 영리하고 귀엽게 생겨서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애처롭게도 아이는 정말 말을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벙어리도 아니었다. 성대 기능에는 장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말을 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서 성대의 울림만으로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는 상태였다.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생겼습니까?"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었다.
"처음에 아이를 낳고 전혀 몰랐어요. 모습도 정상아와 전혀 다르지 않고 울기도 잘 울었으니까요. 그런데 자라면서 보니까 말이 너무 늦는거예요. 다른 애들은 아빠, 엄마도 하고 조금씩 말을 시작하는데 우리 아이는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도 처음엔 말이 좀 늦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이상한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마음을 먹고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두 살이 지나고 세 살이 지나도록 아이는 한마디 말도 떼지 못했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우리아이가 말을 못한다는 사실을요."
아이 엄마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얘기했다.
"그렇군요……. 아이가 지금 몇 살이죠?"
"이제 네 돌 지났어요."
"이제 곧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군요."
나는 말을 꺼내곤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일반 학교에서 아이를 받아줄리 없을 텐데 괜히 아이 엄마의 마음만 아프게 하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참 의연 하십니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애가 만일 내 아이가 아니고 남의 아이였다면 불쌍하다며 저도 눈물을 흘렸을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아이의 엄마인 걸요. 그럴수록 아이의 장애만 인정하는 게 아니겠어요? 내 마음에서 조차 저 아이를 장애자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죠."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짐작하고도 남았다. 아이 엄마의 가슴은 이미 숯검댕이가 되었으리라는 걸.
"사실은 그래서 여기도 찾아왔어요. 빛(VIIT)을 받으면 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아이 엄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글쎄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군요"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그동안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찾아다니면서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단 하루, 아니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저 아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고 싶어요. 저 녀석한테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엄마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아이 엄마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였다.
나도 아이를 둔 부모로서 그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우주의 마음은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실까?"
이윽고 나는 아이 엄마에게 말했다.
"빛(VIIT)을 드릴 테니 아이와 함께 받으세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간절하게 바란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죠. 받는 동안 순수하고 절실하게 기원하세요."
나는 빛(VIIT)을 모아 아이의 혀가 풀리고 부디 말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했다.
"아주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어요. 꽃향기 같기도 하고, 풀향기 같기도 한……"
빛(VIIT)을 받고 난 아이 엄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나, 한 번 더 모자를 만났다.
"그동안 우리 아이가 자꾸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보여 무척 조바심이 났답니다. 분명 좋은 징조겠지요?"
아이 엄마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나는 한 번 더 빛(VIIT)을 안겨주었다.
"네,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며칠만 기다려 보세요."
"빛(VIIT) 선생님, 정말 그럴까요? 아아,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 엄마는 올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
며칠 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서, 선생님…… 우, 우리 아이가…… 말을…… 말을 했어요.
엄마라고…… 엄마라고요……, 난생처음 엄마라고 했어요, 으흐흑……"
아이 엄마는 흐느껴 우느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조금 전 아이가 새발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넘어졌는데, 으앙 울면서 ‘엄마’하고 부르더라는 것이다.
"지금 아이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다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계속 자기 혼자 뭐라뭐라 떠들면서 돌아다녀요. 자기도 신기한 모양이어요"
"하하, 잘됐네요. 축하드립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하는 것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말을 가르치세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 엄마는 몇 번이고 인사를 하였다.
전화를 끊고도 오랫동안 내 마음은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녀석, 그동안 말을 못해 마음이 갑갑했을 텐데 이제 말문이 틔었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내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것만 같았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이와 아이 엄마가 다시 산청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를 보자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아이의 얼굴은 무척 밝고 행복해 보였다.
"안뇽하셔서요……."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앙증맞은 말소리였다. 내겐 어느 웅변가의 말보다도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떤땡님…… 여기셔요……."
아이는 제법 묵직해 보이는 노란 색 코끼리 저금통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이거 뭐? 나는 주는 거야? 이거 나 가지라고?"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물었다.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코끼리 저금통을 더 가까이 내밀었다.
"네, 떤땡님 주는 거여요. 떤땡님 가지셔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작은 두 팔로 저금통을 쭉 내밀었다.
"아침에 나오는데 얘가 무조건 가지고 오겠다는 거예요. 빛(VIIT) 선생님 드린다면서요……"
아이 엄마는 눈물가득 고인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고맙구나, 잘 받을게.”
아이에게는 가장 귀중한 물건이었을 저금통을 나는 소중하게 받아 안았다. 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
그 후 나는 이 돈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오래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갖다 주기는 금액도 적었지만 너무 아까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공중전화였다. 당시 초광력전에는 공중전화가 한 대 있는데, 그 옆에 아이의 돈을 놓아두고 사용하기로 했다. 전화요금을 개인적으로 부담한다면 그 동전은 언제까지고 내 곁에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베풂이 될 것이고, 또 내게는 아이의 마음을 언제까지고 간직할 수 있을 터였다.
아이의 동전은 한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떨어지면 전화기에서 꺼내 다시 내놓고, 또 떨어지면 다시 꺼내놓고 하면서 3, 4년째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아이가 전해준 코끼리 저금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려본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아이처럼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으로 충만하기를, 그리고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기를 우주마음에 기원해본다.
출처 : 나도 기적이 필요해 2017년 4월 17일 초판발행
2017년 5월 3일 초판 3쇄 P. 319-327
귀한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코끼리 저금통 빛이야기 감동이며 기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코끼리 저금통..되돌아보는 빛이야기 감사드립니다 *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아이가 빛을 만나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순수한 감사 자신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어놓는 아이의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끼리 저금통 빛역사이야기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코끼리 저금통 빛안의 함께 특은의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