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연립주택보다 훨씬 높이 자란
가죽나무 올해는 여름내
싹 트지 않고 꽃 피지 않았다
나뭇잎 하나도 없이
검은 골격만 허공에 남긴 채
살기를 멈춰버린 것 같다
겨울보다도 앙상한 모습으로
숨이 멎어버렸나
신록의 숲속에서 날아오는 텃새들
까치 까마귀 비둘기 직박구리
한 마리도 나뭇가지에 내려앉지 않는다
죽음의 뿌리 까맣게 땅속에 내린 채
뒷마당에 서서 잠든 가죽나무
동네 이웃들 지나가며 왜 죽었나
아무도 묻지 않는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2.17. -
“뒷마당에 서서 잠든 가죽나무”를 본다. “검은 골격을 허공에 남긴 채” 서있지만 “죽음의 뿌리 까맣게 땅속에 내린 채” 죽은 나무다. 싹 트지 않고 꽃 피지 않고 나뭇잎 하나 없다. 새 한 마리도 내려앉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이 나무가 왜 죽었나 묻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숱한 자연의 죽음이 이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