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데어 주었다 .
슈타른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덴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
그는 말했죠 , 마리 , 마리 , 꼭 잡아 .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
인자여 ,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 하리라 .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
<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 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 >
" 일 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줬지요 .
다들 저를 히야신스 아가씨라 불렀지요 ."
- 하지만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 황령하고 쓸쓸합니다 , 바다는 .>
- 엘리엇 ' 황무지 ' 전체 5부 중.1부 전문 -
(작가소개)T.S 엘리엇.1888-1965. 미국 태생의 영국시인.극작가.20세기 시와 비평 분야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