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축제가 열리고 있는 강화도를 가는 길은 차량행렬이 끝이 없다.
손주와 아내와 주고받는 정담 속에 지루하지는 않지만, 좀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급하다.
벌써부터 녀석과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어리기에 미루어 왔다.
그런데 대만에서 사돈 내외가 이 녀석도 볼 겸 딸내미와 사위를 보려고 오신 것이다.
오실 때마다 두 분이 약사이신지라 내 아내에게 좋은 약이며, 세계적인 화장품이며, 금붙이 목걸이 등을 선물하신다.
내 선물은 술밖에 없다.
사돈들이 오실 적마다 아내의 금고는 살찌지만 내 금고는 바닥난다.
강화를 가는 것도 사돈들께 내 돈으로 인삼을 선물하려고 가는 것이다.
바리바리 싸 오시는 사돈 내외 때문에 드릴 것이라고는 우리나라 특산물 밖에 더 있겠냐 말이다.
이미 농산물 파는 홈쇼핑에서 '김'과 '홍천잣'과 안동 '분말마'를 사서 포장까지 해 두었다.
잣이라면 가평산도 있는데, 강원도 출신이라 '홍천잣'을 주문했던 것이다.
그 잣이 그 잣이라도.
술집을 가면 어떤 사람들은 무슨무슨 소주를 시키지만, 나는 꼭 강원도 '첨소주'를 시킨다.
그 술이 그 술이라도 고향의 술이고, 더구나 '사드'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보는 기업에서 만드는 술이라서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 회사의 슈퍼마켓을 가고, 그 카드를 긁는다.
이번에도 사돈은 우리 부부에게 대만 조폐공사에서 발행한 금화를 선물하셨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왜 대만의 주화에 등장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사돈 내외와 우리 부부 사이엔 언어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무식이 문제이다.
두 분은 약사시라 영어도 가능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방끈이 짧아 국산 말밖에 할 줄 모른다.
겨우 알아들을 수 있고 할 수 있는 말이 '땡큐' '셰셰' '아일랴뷰' '오마이갓' '찐짜(사돈)' ㅡ
그리고 분주히 보디랭귀지를 한 후 나누는 어색한 웃음이 전부인 벙어리다.
점심을 우리나라 조선시대 왕이 거주한 궁궐 이름을 한 한식당에서 '삼계탕'을 먹고 강화를 가는지라 졸음이 온다.
다행스럽게 차만 타면 자는 손주 녀석의 이야기 때문에 덜 졸립다.
졸면 안 돼지!
우리 재산목록 1호인 손주 녀석이 탔는데, 어찌 졸 수 있을까!
겨우 당도해 6년근 인삼을 샀다.
우리 손주 녀석을 낳아준 며느리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 돈은 아깝지 않다.
모레는 다시 대만으로 돌아갈 사돈인지라 부지런히 흙을 씻어 베란다에 말린다.
흙이 묻으면 통관이 안 된다고 하니 그 방법밖에 없다.
전에도 오시면 인삼주를 담가 드렸는데, 사돈은 대만에 도착하면 한 달을 넘기지 못하는 애주가시다.
그래서 안사돈 눈치가 보여 생삼을 드리는 것이다.
대만을 가셔서 도수 높은 중국술로 담그시던지, 알아서 하시라고.
사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내가 건강함이 인삼에서 나오는 줄 아실 정도이다.
그래서 한 보따리 인삼을 풀어놓자 '땡큐', '아일랴뷰' 등 찬사가 쏟아진다.
사돈은 만나자마자 대만산 금술을 내어놓으셨다.
금가루가 둥둥 뜬 '금술'은 오실 때마다 가지고 오셔서 집 장식장엔 가득한 여러 모양의 '금술'들이 있다.
그곳은 아내만이 열 수 있고, 아내의 허락 없이 누구도 병을 만져서 안 되는 '금단의 영역'이다.
왜? 선물은 나를 보고 주신 것인데, 받자마자 아내에게 주권이 넘어가느냐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인권센터에 고발을 해야 될 중요한 사안이다.
어떤 전직 대통령은 최고예우를 받는 감방도 국제인권센터에 제소를 했다고 한다.
하긴, 금수로 자란 신분이라 누구보다 그곳 생활이 어렵겠지!
어떤 정당 말처럼 보수를 붕괴시킨 주범으로 그곳 생활도 호화스럽게 느끼는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가보다.
아내와 나는 인삼을 다 씻어 며느리에게 건네고 아들집을 서둘러 나왔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돈과 어려운 자리를 오래 있는다면 두 분 사돈께 오히려 누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중문을 나서면서 보아도 '금술' 박스를 들고나오는 이가 아무도 없다.
두 박스라면 네 병인데, 한 박스도 들고 나오지 않는다.
요즘, 아무리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해도 갖고만 있어도 행복한 술병인데......!!
아들집에 그냥 있으면 언제라도 다시 가져올 수는 있다.
그러나 아들 녀석도 누구를 주지 못해 좀이 쑤시는 성격은 어쩌면 제 아비를 닮았는지...!!
집에 도착해 그 위급한 사태가 재연될까 두려워 아들에게 카톡을 했다.
"그 술 손대지 마!!"
임플란트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금술'을 마시는 것이다.
금술이든, 위스키든, 흔한 소주라도 허리띠를 풀고 마시리라!
거나하게 취해 길고 길었던 술 없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가을을 노래하겠다.
아내가 떠나가고 없는 열흘간 외로움을 술로 다스려야지 바람을 필 수는 없지 않겠냐 말이다.
미국 서부 '그랜드캐니언'을 오르내리며 죽도록(?) 고생할 아내를 정결한 몸으로 기다려야겠지!
그런 몸으로 기도를 해야 뜻이 하늘에서도 이루어질 게 아닐까!
나는 '영화광'이라 그런지, 서부 협곡 어디에 '인디언'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다.
부디, 서부 협곡 어디에 존재할 '아파치'를 만나 습격당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내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고, 끔찍하다.
나는 아내가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 '은장도'를 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도하며 있을 테니, 당신도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라고 말해주면서.
만약, 아파치에게 당할 것 같으면 은장도를 사용하라고 말해야지.
창과 활, 도끼로 무장한 인디언과 싸우라는 은장도가 아니다.
여행하며 과일을 깎아먹으려고 주는 은장도도 아니다.
은장도의 용도는 두 가지이다.
남편 없는 긴 외로움을 홀로 견디기 힘들 때, 허벅지를 찌름이 하나이며, 정조를 잃기 직전 자결용이 그 하나이다.
이런 가을이나 겨울철, 밤이 길수록 여인의 외로움은 극심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여인들의 깊은 한숨 속에 지새는 밤은 은장도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는 나를 향한 아내의 사랑과 용기를 믿는다.
'아파치'에게 정조를 잃을 위기의 순간이 오면 과감히 심장에 은장도를 꽂으리란 것을!!
부디, 그런 협곡은 피하는 여행 가이드를 만나기 바란다.
첫댓글 삶의 방에 들어오면 마음만 도둑님의 글이 맨 위에 있어 항상 첫 댓글을 달게 되네요.
10월 내내...그런것 같읍니다. 우연이지만... 그만큼 열심히 활동 한다는 증거이겠지요? ㅎㅎ
그런데 미국 서부를 여행 할때느낀건데 인디언 들이 얼마나 순둥이들인지...
무서운건 할렘가의 히피족들이던데요? ^*^
그게 남자들의 이중성입니다.
겉으론 착한 척, 여자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
여자들도 그런 분 많지요?
뒤에서 호박씨 깐다 그러죠?
저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남자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언제 어느 때 늑대로 돌변할지 모르니까요.
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제 아내밖에 없습니다. 여자 보기를 돌처럼 보는 저를 왜 믿지 못하는지....! 안타깝군요!
옛날. 은장도 지녔던. 여자들은
주로 왕비급. 수준인데. 아내를
국빈으로 모시는 마도님. 깊은 뜻을
누가일까?
아니거든요 사대부 집안 여자들도 지녔고, 술집 작부도 지녔어요. 좀 는 분들이 머리를 얹어주고 정조를 지키라고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은장도 만드는 대장장이 마누라도 지녔습니다.
여인들이 바라서가 아니라 남성들이 자기의 욕심에 의해 지니게 했지요.
요즘 여자들에게 은장도를 주면서 그 용도로 쓰라고 한다면 대뜸 은장도를 빼 준 사람을 찌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내에게 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점점 포악해지는 여성들이 무섭습니다.
은장도의 용도가 정절이었군요..ㅋㅋ
이렇게 훤한 신세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