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도리님께서 생일을 맞아 양주 두병을 깠다는 글을 읽고 문득 옛생각이 나서..
20년전에 어학연수차 영국에서 2년정도 거주경험이 있는데요.
실전영어를 배운다는 핑계로 매일같이 펍을 드나들며 맥주 한잔의 힘을 빌어 겁없이 현지인들에게 대화를 걸던 시절이었습니다.
( 여담이지만 맥주 한잔 앞에 두고 혼자 신문을 읽고 있는 중년정도의 남성을 타겟하면 꽤 성공률이 높았습니다. 보통 그정도면 학력이나 교양수준이 평균이상은 되는 사람들이니 이방인에게 얄궂지도 않고 어휘나 발음도 따라 배울만 했거든요.)
여하튼 그렇게 중독처럼 1일 1파인트맥주가 습관화되어갈 무렵, 어느날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주류 진열장의 위스키를 한병 집어들고 한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둘이 한병을 깠습니다.
아직 학생때라 양주라고는 그 유명한 "캡틴큐"밖에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다음날 머리가 빠개지는 숙취를 각오한채로 그저 마냥 폼생폼사 위스키를 들이켰지요.
그런데 왠걸?
다음날 아침 눈이 더 일찍 떠지더군요.
거짓말 조금 보태 마치 링거를 맞고 한숨 자고 일어난것 처럼 몸은 가볍기까지 하고..
불과 10파운드 안팎의, 당시 환율이 1700~1800원하던 시절이니 2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위스키의 진수를 맛 봤던것이지요.
그것도 본토 스카치위스키를..
그렇게 한번 위스키를 맛보고 나서는 또 한동안 그렇게 마트표 위스키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더랩니다. ㅎㅎ
그러다 알게 된게 위스키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
뭐 제조방법에 따라 몰트 위스키니 무슨 위스키니 나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은 있지만 문과생인 저에겐 어려운 얘기고..
바로 위스키 표기로 산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라벨에 써 있는 위스키의 철자가 Whisky 냐 Whiskey 이냐를 잘 보셔야 하는데,
영국내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는 Whisky라고 쓰여있고 영국외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는 Whiskey로, e자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영국내라고 해봐야 위스키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Whisky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스카치 위스키, Whiskey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미국이나 다른 유럽국가들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그런데 워낙에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산에는 Scotch Whisky라고 꼭 Scotch를 강조하여 보통 Whisky라고만 단독으로 표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혹시나 Scotch Whiskey라고 표기되어 있는 위스키를 보시게 된다면 짝퉁으로 보시면 될거 같습니다.
(참고로 스코틀랜드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나 스코틀랜드와 관련된 형용사에는 Scotch 말고 Scottish가 더 일반적입니다. Scotch라는 단어에는 스코틀랜드를 얕잡아보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위스키를 지칭하는거 외에는 Scottish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관련하여 위스키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스카치 위스키는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다고 하는군요.
통상 유럽은 보리보다는 밀이 일반적인데 특별히 스코틀랜드의 기후에는 보리가 더 적합했던가 봅니다.
영국에 거주할때 보리밭을 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잉글랜드 출신의 스팅이란 가수가 보리밭을 황금들녘으로 비유했던 아래 노래를 들으면서 좀 의아해 했던 적이 있는데, 스팅의 고향이 스코틀랜드와 아주 가까운 지역이라는 걸 알고는 그 의문이 좀 풀렸네요.ㅎ
그럼 두서없이 시작한글은
'Sting'의 'fields of gold'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모두들 황금들녘처럼 풍성한 연휴 되시길..
동영상StingStingwww.youtube.com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해요.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머나먼 타향에서도 추석의 정취를 함께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상식 하나 추가했네요, 감사합니다^^ 소주나 유명한 30년산이나 제게는 똑같은 알콜일 뿐인 술.알.못.인 저도 들어본 단어네요, Scotch whisky. e가 있고 없고에 그런 차이가 있다니 ㅎㅎㅎ 기억하겠습니다!
재밌게 봤습니다 좋은 위스키는 숙취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도 산뜻한가보군요 발렌타인정도만 먹어밨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너무 향이 강해 도 도수가 높게 느껴져 많이 못먹겠네요 ㅎ
약간 다른 설도 있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만 Whisky라고 쓰는 것이 맞지만, 아이리쉬 위스키가 이와 차별하기 위해 Whiskey를 썼다는 말도 있습니다. 원래의 위스키의 원류는 스카치가 아니라 아이리쉬라는 게 더 정설에 가깝다고 합니다. 아이리쉬 위스키인 Jameson의 경우도 스카치위스키와 별개의 위스키라는 것을 것을 강조하기 위해 whiskey라는 말을 썼다고 하더군요.
우와 상식이 다들 풍부하시네요. 전 아이리쉬 커피가 생각나네요. ^^ 좋은 주말 되세요~!
아항~ 그렇군요. ^^
읽기 쉽고 멋진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