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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카타리 불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5.
“너 진짜 뭐야. 그 폭탄 좋아하는거 아니야?”
“아니에요 형. 무슨. 저도 눈이 있어요.”
계속되는 형들의 놀림에 도열은 묵묵히 악보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머니가 아직도 따뜻하다.
아까 그 아줌마에게 받은 핫팩. 대체 두 번 밖에 보지 않은 그 여자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악보 위에 음표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춤에 자신의 머리도 약간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형, 저 먼저 가볼게요.”
그렇게 말하고, 연습실을 나온 도열은 연습실 앞에 까만차를 보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도미노엔터테인먼트에서 왔습니다.”
“됐습니다.”
저런 사람들 정말 싫다. 돈만 있으면 다 될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오늘도 무시하고 집으로 향해갔다.
티비에 나오는 것, 그 사실만으로 가쉽거리가 되는 것, 정말 싫다. 떠들어대겠지. 학교 몇 번이고 정학먹은 주제에,
그 나이에 아직도 학교 다니는 주제에 가수라. 성공했네, 그렇게 몇 마디 중얼거리겠지. 그리고 또 말하겠지.
학교 꿇은 이유가 폭행 때문이라며.라고. 그런게 싫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가 없다.
폭탄 파마머리에 뿔테 안경, 그냥 왠지 곯려주고 싶어서 생강차를 눈 앞에서 쏟아 부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당당하게 나에게 화를 낸 그녀. 아, 이름도 모른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그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도열은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한 번 웃어 넘겼다.
하늘은 아까부터 너무나도 어두컴컴하다. 내일은 비가 올 것만 같다. 공연은 어떡하지. 사람들은 많이 와줄까.
노래하는 것이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힘겹기도 하다. 하지만 유일한 숨구멍인 노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다시 한 번 그의 뺨을 에려왔지만 그의 주머니에 있는 핫 팩은 여전히 그의 옆구리를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길을 지나던 그의 눈에 어떤 여자 한 명이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다.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그 여자.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한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테이블 맞은 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우동을 한참 열심히 먹고 있던 연수는 얼굴을 들어 도열의 얼굴을 쳐다봤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뭠야앙”
“아줌마, 삼키고 말해.”
연수는 허겁지겁 입에 있는 우동을 삼키려고 애썼지만 이미 볼이 미어 터지게 들어 있는 우동을 그냥 삼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단 급한대로 옆에 있는 소주를 병째 한모금 들이켰다.
“우와, 술도 잘마시네.”
“뭐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애인이 아줌마 이러는거 알아?”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이게 했던 존재가 이 아줌마의 애인이었던 건가.
그는 씁쓸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단무지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우득우득 씹었다.
“미쳤냐. 애인 만날 때는 엄청 신경 쓰고 다닌다. 그리고 내 애인에 왜이렇게 관심이 많아.”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 여기요! 여기 우동 한 그릇 더 주세요.”
“너 밥 안먹었어?”
도열은 대답대신 한 번 씩 웃어보이고는 다시 한번 주인 아주머니를 불렀다.
“소주잔도 하나 더 주세요.”
“학생이 무슨 술이야! 교복입은 주제에, 아줌마 됐어요! 안주셔도 되요.”
“누가 뭐 술마신데? 그냥 물 따라 마실거야. 혼자 마시면 너무 처량해 뵈잖아.”
그 말에 다시 할 말이 없어졌는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먹던 우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왜 이 저녁에
이 곳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지, 물어보면 안되는 걸까. 나는 왜 그게 궁금해지는 걸까. 왜 관심이 가는 걸까.
“내일 비올거 같아”
“비오면 공연안해?”
무관심하게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는 되묻는 그녀. 나한테 관심있어서 생강차도 사오고 핫팩도 사온거 아니었나.
살짝 마음이 비뚤어진다.
“해! 하는데, 비와도 아줌마 올거냐고.”
“응! 가야지 당연히.”
“왜? 왜 오는데?”
“어? 그게..”
때마침 나온 우동 한 그릇과 소주잔 하나와 사이다 한 병. 아주머니는 맛있게 먹으라는 말과 함께,
남학생이 멋있어서 사이다는 서비스야 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사라졌다.
“내가 아줌마들 스타일인가.”
“어이고, 완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셨구만.”
“왜! 왜 오는데 그럼? 내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거 아니야?”
그래도 살짝은 날 좋아하는 게 아닌가? 내가 어때서. 이만한 남자도 없지 뭐. 다들 나 좋아서 난리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도열은 가만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가 아니라 니 노래가 좋아서 간다 임마. 조그만게, 나도 꼬맹이 싫거든요. 얼른 먹고 가. 난 그만 가볼란다.”
“혼자 밥먹는거 싫어. 기다려줘.”
* * *
외로움이 많은 아이인 걸까. 나처럼. 아, 술만 먹으면 우울해지는 기분을 어찌할 수가 없다.
도열이 우동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연수는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그와 헤어졌다.
그런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내가 잘못한 걸까. 한숨을 푹 내쉰 연수는 다시금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비도 안오니까. 그리고는 맥주 한 캔을
사서 파라솔에 앉아 한 숨에 캔의 반 정도를 들이켰다. 하늘이 많이 흐리다. 분명 비가 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쫓겨날 수는 없다. 그 곳에 들어가서 꼭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또 술마십니까.”
오늘은 왜 이렇게 나를 혼자 놔두지 않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수는 고개를 들었다.
반갑지 않은 얼굴. 하지만 오늘은 많이 피곤해 보인다.
“촬영은 잘 끝내셨어요?”
대답대신 그는 살짝 웃어보이곤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그 쪽도 한 잔 하시던가요”
“아니요. 새벽에 다시 촬영 있습니다.”
고등학생도 술친구 되줄려고 소주잔에 사이다 따라 마시던데 이 쪽은 대체 뭔지.
아,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거야. 이 인간하고 꼬맹이를 왜 비교하고 있지.
연수는 갑자기 돌에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 가봐야겠습니다. 술도 다 마셨구.”
“같이 갑시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오피스텔까지 걸어갔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5층에 도착하자마자 연수는 자신의 집으로 가서 빠르게 비밀번호를 눌렀고,
삐빅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밀번호가 혹시 2948입니까?”
“어?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우진은 그녀의 말에 대답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버렸고, 연수는 그의 집 문을 한번 째려보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뭐야 저 자식, 뭐 말을 하면 대답을 하던가. 이상한 녀석이야 정말. 그리고 갑자기
생각하나가 떠올랐다. 비밀번호, 설마 같은 건가?
“비가 많이 오네.”
정말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어제 술을 먹어서 그런지 속도 안좋고, 컨디션이 영 엉망이었다.
하지만 연수는 또다시 우산을 찾아 꺼내 도열의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공연장,
연수의 예상과는 달리 이미 많은 관객들이 비옷을 입고 그의 공연장 앞에 앉아 있었다.
연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이내 인사이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보컬이 보이지가 않았다.
어라? 얘 왜 안온거야? 노래는 베이스를 치던 남자가 대신하였고, 몇몇 관객은 실망의 목소리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연수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는 그들에게 가서 물었다.
“저기, 강도열씨는요?”
“아, 도열이요? 갑자기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병원에 갔습니다.”
“정말요?”
이제 3일 남았다. 그런데 오늘 못보면 내일 봐야한다. 이런, 안되는데.
“병원이 어디에요?”
“새나래병원이요. 가시려구요?”
그 물음에 대답도 없이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 갔고, 버스는 운 좋게 바로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노선을 확인한 다음 빈 자리로 가서 앉았다. 덕분에 온 몸이 다 젖었다.
그런데 중요한 걸 잊었다. 몇 호실인지, 어머니 성함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안내 데스크로 가서 강도열의 이름을 말했고,
운 좋게도 그를 아는 간호사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병실을 찾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문 앞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 뭐라도 사올걸. 어떡해해야하지. 그렇게 연수가 밖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아줌마. 여긴 무슨일이야?”
뒤돌아 본 곳에는 여전히 밝은 표정에, 하지만 조금은 지친 모습의 도열이 서있었다. 연수는 조심히 그에게 물었다.
“괘..괜찮아?”
“누구? 아 엄마? 형들한테 들었나보네. 괜찮아. 위기는 넘겼대.”
그리고 도열과 함께 들어간 병실, 개인 병실이었다. 하지만 더 놀랐던 건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엄마, 내 열성팬이 놀러왔어.”
도열은 익숙한 듯이 의자 두 개를 그 여자의 옆에 갖다 두고 한 쪽에는 자신이 앉고 다른 한 쪽을
가리키며 앉으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연수는 그 자리에 뻘쭘하게 앉았고, 그가 말했다.
“뇌사상태야. 뺑소니 때문에 이렇게 됐어.”
잔인하게도 나만 생각했다. 병원까지 온 이유도 회사에 짤리지 않으려고 한 거였다.
누군가에게도 상처가 있기 마련인데, 왜 난 나만 생각한 걸까. 연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뭐야. 나 괜찮은데 아줌마가 왜 이렇게 우울하게 있어. 이거 원래 비밀인데. 우리 형들도 모르는 건데.
그냥 가끔 엄마 아파서 병원에 오는 건 아는데 이건 몰라. 아줌마한테 내 비밀하나 말한거다.
그러니까 아줌마도 비밀하나 말해.”
사람은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더 가까워진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은
오늘 우리를 마지막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 연수는 그 말을 오늘은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맘을 열어줬던 이 아이를 위한 것이다.
“나 사실은 너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했어.”
“진짜 나 좋아한거야?”
장난기어린 그의 말에 연수는 웃을 수가 없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나 G엔터테이먼트에서 왔어. 너 스카웃해오지 못하면 거기서 짤려. 너가 그런거 무지하게 싫어한다면서.
근데 나 거기서 짤리면 안되거든, 그래서 뭐든 해보자 하고 너한테 접근한거야. 물론 속이려고 그런건 아닌데,
너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너무 밝게 웃어..어! 야!”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도열은 연수의 손목을 잡고는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안녕.”
그리고는 병실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직도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병원 안은 빗소리에 묻힌 듯 조용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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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수가 올라갈 때마나 내용이 조금씩
길어지네요~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걸까요..^^
소설은 매일매일 하루 한 편 씩 업뎃됩니다^^
수진양 / A Gorgeous Lady
낭랑쏭이 / eun-young
리플 주신 분들 ^^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너무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 !!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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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빠다 ㅋㅋ 재밌게 보구 가요 ㅋㄷ
길어서 좋아요~~ ㅋㅋㅋ 앞으로도 길게 써주세여!! 도열이가 배신감느끼나봐요 ㅠㅠ 연수랑 잘돼야되는뎁~ ㅎㅎ
전 우진이랑연수응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