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미인과의 캠핑장에서 하룻밤, 방태산자연휴양림
방태산은 사람으로 치면 타고난 미인이다. 흔히 미인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우와' 하고 감탄사부터 터져 나온다. 가을에 만난 방태산이 그러하다. 보는 순간 심장이 위아래로 콩닥콩닥 뛴다. 하늘이 내린 오지 풍경 속에서 하룻밤을 청하면 잊지 못할 단풍 꿈을 꾼다.
방태산 적가리골의 가을
이단폭포와 단풍 세상
미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동홍천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내비게이션에 남은 거리가 61km. 고속도로가 우후죽순 뻗어 있는 요즘 시대에 고속도로에서 내려 1시간 반을 달려야 하는 곳이 있다는 막연함도 잠시, 핸들을 부여잡고 오지로 향하는 설렘을 즐긴다. 방태산이 가까워질수록 고속도로와 멀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불쑥 드는 것은 풍경 때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옆으로 내린천과 방동계곡이 원시의 풍경을 펼쳐놓는다. 풍경에 빠져드는 동안 지루할 새도 없이 방태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한다.
‘하늘이 내린 땅, 인제’라고 했던가. 매표소를 지나 야영장으로 가는 길에 문득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가까이 둔 사람들이 괜히 샘나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단풍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서 환영식을 베푼다.
[왼쪽/오른쪽]울긋불긋 단풍이 먼저 반긴다. / 단풍으로 물든 계곡
매표소에서 단풍나무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2km를 들어가면 이단폭포가 기다린다.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특히 가을날 이단폭포는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뺨칠 정도다.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치장한 무대 위 주인공은 이단으로 떨어지는 폭포다. 무대 앞에는 구름 관중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하얀 실타래를 이단으로 펼쳐내는 주인공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른다. 흡사 아이돌 스타가 나타난 공항을 방불케 한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의 트레이드마크인 이단폭포
높이 10m와 3m의 물줄기가 이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주변을 감싸 안고 있는 단풍 숲의 합작 공연은 넋을 잃게 하는 신의 작품이다. 시원한 물소리에 버석거리는 묵은 생각들을 씻어버리고, 후두둑 떨어지는 단풍 한 조각에 낭만가객이 되어본다. 사진작가가 아니더라도 단풍과 어우러진 이단폭포 풍경 한 장쯤은 가슴속에 고이 담아두어도 좋다.
[왼쪽/오른쪽]단풍과 어우러진 폭포 / 가슴속에 고이 담아두어도 좋을 풍경
이단폭포에서 야영장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숲체험 탐방로가 나온다. 제2야영장 위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숲체험 탐방로는 방태산 적가리골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다. 2km 남짓한 거리여서 느린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냥 1시간이 아니다. 걷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는 1시간이다.
단풍이 터널을 이룬 숲체험 탐방로
적가리골의 가을은 단풍 세상이다. 산책로에 첫발을 딛는 순간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하다. 태고의 모습 같은 순수한 계곡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은 걷고 있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느리게 걷는데도 더 느리게 걷고 싶은 풍경이다. 산행을 좋아한다면 정상 주억봉까지 내처 걸어도 좋다. 매봉령, 구룡덕봉, 주억봉으로 이어지는 산행 코스는 총 10.2km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매일 오전 10시에 진행되는 숲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후 2시에는 연필꽂이와 열쇠고리를 만드는 목공체험이 열린다.
숲체험 탐방로 따라 단풍에 취하는 1시간 [왼쪽/오른쪽]적가리골을 쉬이 떠나지 못하는 탐방객들 / 숲해설과 목공체험도 즐겁다.
가을 캠핑의 성지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단풍 고운 가을날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꼭 한 번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야영장이 계곡 옆 단풍 숲에 자리잡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명당이 어디 있을까? 배산임수의 명당에 버금가는 배풍임수의 땅이다. 텐트 문을 열면 원시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고개를 들면 불타는 듯한 단풍 숲이 펼쳐진다.
야영장은 휴양관 건너편에 있는 제1야영장과 이단폭포를 지나서 자리잡은 제2야영장으로 나뉜다. 데크는 총 50개로 제1야영장에 10개, 제2야영장에 40개가 있다. 비교적 조용한 캠핑을 즐기려면 제1야영장이 낫다. 제2야영장은 이단폭포와 숲체험 탐방로가 가까워 단풍산책을 하기에 좋다.
단풍 숲 아래 꿈같은 캠핑을 선사하는 야영장
데크 크기는 3.6m×3.7m와 3.6m×3.0m로 비교적 작은 편이라 미니멀 캠핑이 적합하다. 화장실 3곳, 취사장 2곳이 마련되어 있고, 샤워장은 제2야영장에 하나가 있다. 차는 텐트 바로 옆에 세울 수는 없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오토캠핑이라 해도 손색없다. 온수와 전기시설이 없어 아쉽지만, 자연에 한층 가까운 캠핑인 만큼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는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맘때에는 따뜻한 침낭은 필수다.
숲속의 집과 산림문화휴양관이 있어 캠핑이 아니어도 단풍 숲에서의 하룻밤을 즐길 수 있다. 숲속의 집에는 83㎡짜리 12인실이 하나 있고, 연립주택 형태의 산림문화휴양관에는 29㎡의 5∼6인실 4개와 39㎡의 6∼8인실 5개가 있다. 6∼8인실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작은 다락방이 딸려 있다. 예약은 국립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단, 화요일은 휴무다.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꿀 같은 밤을 보냈다면 이제 인제가 품은 명소들을 둘러볼 차례다. 우선 5분 거리에 방동약수가 있다. 탄산 성분이 유독 많아 설탕만 넣으면 영락없는 사이다 맛이 나는 약수로 유명하다. 야생화로 이름난 곰배령은 40분 거리, 박인환문학관은 1시간 거리다. 원대리 자작나무숲도 놓칠 수 없다. ‘숲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숲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시사철 탐방객이 줄을 잇는다.
[왼쪽/오른쪽]단풍이 수북 쌓인 캠핑장의 아침 / 단풍 아래 텐트들 [왼쪽/오른쪽]야영장에 마련된 취사장 / 산림문화휴양관
첫댓글 타고난 미인산 그래서 방태산 입니다요
아름답고,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