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솔져스 & 안티미스코리아~~!!

[Iskra2001]

전쟁, 그 참혹함 뒤의 담담함

[We were soldiers] 사실적인 영상, 다를바 없는 내용

배태호 기자 diko0326@hotmail.com

1965년, 미국은 베트남과의 전면전을 개시하기에 앞서서 베트남 지형의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공수부대를 파견하여 헬기 공습 시험작전을 펼치게 된다.

그리고 이 시험 전투의 책임자로 하버드 대학 석사출신이며 전투경험이 풍부한 전략가인 할 무어 중령(멜깁슨)으로 선정한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할 것이 결정되고, 할 무어 중령은 미군 제 7기갑부대 1대대장으로 임명되고 전투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395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헬기로만 이동이 가능한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베트남의 아이드랑 계곡의 X-RAY 지역으로 파견된다.

이곳에서 베트남 전쟁 최초로 미군과 베트남군 사이의 교전이 시작된다. 2천 명이 넘는 베트남군과의 사투 속에서 무어 중령은 아끼던 부하들이 적의 총탄에 하나 둘 쓰러져가는 모습을 지벼보며 안타까운 마음만을 가질 뿐, 군인으로서의 그의 임무를 위해 M-16 소총을 들고, 베트남군과 또다시 죽고 죽이는 전투를 치르게 된다. 상부의 퇴각 명령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투입되기 전, 부하들에게 "내 자신이 전장에서 가장 먼저 첫걸음을 내딛고, 가장 마지막에 물러날 것이며, 내 뒤에는 아무도 홀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와 같이 부하들과 함께 사지에서 전투를 전개한다.

전투 속에서 현장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을 하고 있는 조 캘로웨이 / 씨네서울 제공

또한 X-RAY계곡에서의 전투가 개시된 이후, 부상병을 이송하기 위해 주둔지에서 전장으로 나서는 헬기에 카메라만 들고 무턱대고 올라탄, 민간인 전쟁기고가 조 겔로웨이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군인들을 보며, 서로가 서로를 죽위기 위해 행해지는 전쟁의 끔찍함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병사가 미군 전투기가 투하한 네이팜탄(소이력이 매우 커서 3,000℃의 고열을 내면서 반지름 30m 이내를 불바다로 만들고, 사람을 타 죽게 하거나 질식하여 죽게 한다.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비행기에서 투하하는 방법으로 쓰였다. 도시에 대한 공격에는 비교적 작은 것이 사용되었으나,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등에서 야전 ·밀림지대에 대해서 400kg 내외의 큰 것이 사용되었다.)으로 인해 온몸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병사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전쟁의 참혹함을 겪게되는 조 겔로웨이는 두 손에 들었던 총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전장의 현실을 기록하게 된다.

전투 개시 60여 시간이 지나, 무어 중령이 맡은 제 7기갑부대 1대대의 군인은 대부분 전사하고 보충된 인원으로 전투를 벌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탄약과 물마저도 부족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게된다. 베트남군의 지휘관은 미군의 상황을 간파하고, 전투 개시 후 70여시간만에 최후의 공격을 감행한다.

그러나, 불굴의 전우애로 마지막까지 부하들과 함께한 무어중령이 적의 공격작전을 예측하고, 역습을 가함으로써 X-RAY 계곡의 전투는 무어중령이 이끈 1대대의 승리로 끝을 맺게된다.

베트남군 지휘관이 성조기를 보며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씨네서울 제공

베트남군이 철수를 한 X-RAY계곡에는 이번 전투로 인해 목숨을 빼앗긴 미군과 베트남군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살아남은 이들은 죽은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슴에 묻고 헬기를 타고 주둔지로 돌아가고, 전장으로 되돌아온 베트남군의 지휘관은 "전쟁이 계속되는 한 죽고 죽이는 비극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영화는 끝을맺게 된다.

베트남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위 워 솔져스 - We were soldiers>는 영화의 주인공인 무어중령과 민간인 전쟁기고가 조 갤로웨이가 실제로 베트남전에서 겪었던 일들을 엮은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라는 제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실제 전투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위 워 솔져스는 컴퓨터 그래픽을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실제 폭발과 포탄 총격, 네이팜탄 폭격 등으로 인해 촬영장은 실제 전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촬영 역시 실제상황과 똑같은 전투장면을 담기위해 기본 4대에서 총 11대까지 카메라를 동원, 촬영장의 가능한 모든 위치에 카메라를 배치, 보는 이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영상을 편집하였다.

실제, 133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관객들이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놀라움을 나타내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였다.

또한,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는 장면에서, 참전한 군인들의 부인에게 사망소식을 전달하는 전보가 배달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베트남군의 비트(비밀 아지트)에서 전투에 나가기 전, 자신의 부인에게 남기는 글을 기록하는 베트남군의 모습을 보이는 등, 미군의 모습과 함께 베트남군의 모습을 함께 그림으로써 어느정도 객관적인 시선에서 베트남전의 당사자인 미군과 베트남군이 전쟁이라는 공통된 비극을 통해 겪게되는 안타까운 모습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인류의 비극을 통해 나타나는 안타까운 모습에 대해서는 보는 이들이 상당히 공감할 수 있을정도로 잘 만들어진 이 영화는 내용면에서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할 수 있다.

먼저,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의 모습에 대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베트남전은 미국의 패권적인 성격으로 인해 치러진 전쟁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영화에서는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나오게 된다.

또한, 베트남전에 존재하고 있는 전쟁의 본질을 알리기 보다는 단지 죽고, 죽이는 현상만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베트남전의 피해자는 미군과 베트남군 모두가 전쟁의 희생자이며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베트남전에서 행했던 미군의 학살과, 미국의 침략적인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전우들을 보며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무어중령이 전쟁에 참가하기 전에, 부하 군인과 함께 기도하는 장면에서 "가급적이면 적들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기를....그래서 우리가 무찌를 수 있기를"이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의 주인공인 무어 중령역시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그 역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전쟁이라는 비극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순간순간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 속에서, 그리고 상당히 사실적인 영상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는 이 영화를 보면 많은 이들이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는 분명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 자체가 전쟁의 슬픔, 비극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영상 자체가 보여주는 감동은 매우 큰 반면, 영화 속에서 표현되어야 할 전쟁에 대한 진실은 감춰짐으로써 보는 이들의 가슴을 흔드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는 미국인 영웅에 의해 전쟁이 승리하고 미국을 찬양하는 내용의 영화보다 더욱 더 보는 이들의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되어 질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진실을 외면하려는 모습에 영화를 보는 우리는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WEBZINE DIKO [2002. 5. 16]

폭탄들의 질투?

안티미스코리아 행사를 다녀오고...

최대현 기자 ad-i79@hanmail.net

"야, 폭탄들 나오는 것 아냐?" 후배 녀석이랑 안티미스코리아 행사에 가게 됐다는 내 말에 친구가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그래서 답했다. "설마, 폭탄들만 나오겠냐?"라고.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여성을 딱 두 부류만 존재한다. '예쁘니'와 '폭탄'. 앞에 것들은 미스코리아로 모여들고, 뒤에 것들은 앞에 것들에 질투로 '안티'를 걸며 자기 위안을 삼는다.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도 유효하다. 페스티발에 참가하는 한 출전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건넨 "너…, 그렇게 못 생기지 않았어"는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하에서는 안티미스코리아 행사는 언제까지나 절대적으로 '웃기는' 행사일 수밖에 없다.

웃기고 뒤집어 버린 '페스티벌'속으로…

행사장을 찾은 그 순간부터 그러한 선입견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출연자들이나 관객들이나 하나같이 예쁘고 늘씬(?)했다. '폭탄들만 출연하고, 보러오는 게 아니구나'. 입구 한 쪽에 마련된 판화가 성미광씨(25)의 설치미술 '생리대 드레스'를 신기한 눈으로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을 때 행사가 시작되었다. 주최측은 (다큐멘터리) 한국 여성스포츠의 역사를 조명하는 영상물로 이번 행사의 주제(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를 알렸으며, 참가팀들은 다양한 퍼포먼스로 남성이 독점해온 '운동'을 해방시켰다.

'태권도가 아름답구나'라는 감탄을 쏟아지게 만든 한국여성태권도연맹의 호신술 시범과 태권에어로빅 쇼,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한 강점례(63)할머니와 한국최초의 여성경마기수 이금주(27), 이신영(23)기수의 인터뷰에 이은 스포츠댄스 시각장애인여성회는 파트너로 출연한 시각장애인남성을 시종일관 리드하며 감동의 춤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국민대 파파라치팀은 학교 체육시간을 배경으로 한 '체육소녀 성장기'라는 주제로 여성이 어려서부터 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남성적 편견을 신랄히 꼬집어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또한 대한여한의사회가 선보인 가부장제 사회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촌극 '여인천하지대본(女人天下之大本)'과 댄스 리듬에 파업가 등의 민중가요를 부른 신세대 5인조 혼성 그룹 '젠(ZEN)'의 공연은 운동의 의미를 스포츠에서 '여성운동'으로 확대시켰다.

마지막에는 이러한 운동의 일반적인 의미를 단숨에 뒤집어버렸다. 격려위원장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현경씨(미국 유니온신학대교수)는 "가장 성스러운 운동은 역시 SEX"라며 "성이 억압된 사회에서는 모든 운동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면서 성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이어 대상에게 부상으로 수여될 여성용 자위 기구 '미국산 바이브레이터'와 '한국산 부르르'를 꺼내 보여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 냈다. 뒤이어 올라온 출연진은 '퍼포먼스 오르가즘'을 통해 건강한고 밝은 성(性)에 대한 파격적인 행위 예술을 선보여 환호에 답했다.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동안 안티미스코리아 밖에 보이지 않던 행사명의 뒤의 네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페스티발'. 그렇다. 안티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지난 3번의 행사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했던 일이나 지루할 것 같은 3시간의 공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시종일관 환호를 보내고 있는 관람석의 사람들이. 한마디로 축제였다.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발에 거는 기대

행사에 대한 편견은 사라졌다. 폭탄은 폭탄이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만의 아름다운을 과감하게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는 그것이다. 비록 안티라는 이름을 걸고 기존의 미스코리아를 패러디하는 형식으로 출발을 했으나, 이제는 여성 해방구·축제로 작용하는 듯 하다. 여성을 획일화, 표준화시키는 대회에 대한 딴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안티를 보여 주고 있었다(이제야 알았냐고 면박을 준 다면 할 말이 없다).

갈수록 남성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페스티발에 안티를 거는 대다수의 남성들이 존재한다. '너희 여성들도 잘 생기고 근육도 나오고 몸매 좋은 남자들 좋아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건다. 하지만 이는 당신네들이나 우리나 똑같은 속물이니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말고 그냥 살자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발전이 없다. 아무도 문제제기 하지 않고 고쳐보려고 시도하지 않는 데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주관 방송국인 MBC 문화방송은 올해부터 생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동등한 입장에서의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방송국이 전해주는 화면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두 행사를 직접 관전함으로서 행사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비교 판단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발이 가져온 큰 성과로 보였다.

나 역시 남자인지라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날씬한 여성들이 옆을 지나가면 안 보는 척하면서 눈이 따라가는 걸 느낀다, 앞으로는 눈이 따라가는 빈도 수가 적어질 것 같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WEBZINE DIKO [2002.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