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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당신이 몰랐던, 자유시장과 국부론의 새로운 기원과 미래
키케로, 콜베르,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를 논한 2000년 경제사상사에서
새로운 자유시장을 위한 통찰과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다
오늘날 자유시장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자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며 학계에서 ‘천재 소장학자’로 주목받은 동시에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제이컵 솔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0년 역사 속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을 소환한다. 신작 『자유시장』에서 그는 키케로, 콜베르,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 당대의 선구적인 사상가들을 불러내어 각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서 그들이 주장한 자유시장 사상의 진정한 의미를 살핀다. 솔에 따르면 통념과 달리 일찍이 자유시장 사상가들은 국가가 시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사상가들이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교묘히 왜곡하여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우리는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게 되었다.
밀턴 프리드먼의 이른바 “국가 개입이 없는” 정통파 자유시장 사상이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위기에 봉착해 있는 오늘날, 키케로에서 프리드먼에 이르는 자유시장 사상의 역사를 돌아보며 자유시장의 새로운 기원을 찾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개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제이컵 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철학, 역사학, 회계학 교수.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태어나 아이오와대학교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을 거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근대 초기 유럽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6~18세기 서유럽의 지성사· 정치사·문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뿐 아니라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참여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을 비롯해, 2017년에 그리스 금융개혁 및 부채관리에 관한 그리스 정부의 자문 역할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고 학계의 떠오르는 역사학자로 주목받으며 꾸준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대안적이고 혁명적인 정치적 메시지로 편집한 작가 아멜로 드 라 우세예(Amelot de La Houssaye)에 대해 다룬 첫 책 『군주론 출간(Publishing “The Prince”)』으로 2005년 미국철학학회에서 주관하는 자크 바르죙 상을 수상했다. 국내 출간된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전 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10만 부 이상 판매됐고, 대만과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중국 베이징시에서는 모든 시민이 읽을 것을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이 책은 영국 인라이튼드 이코노미스트의 2015년 최고의 책, 인베스토피디아의 2021년 최고의 경제학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 저서로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체계적이고 백과사전적인 정보 수집에 대해 연구한 『정보의 제왕(The Information Master)』이
있다. 2009년에 구겐하임 펠로십을 수상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 목차
서론: 자유시장 사상의 기원, 새로운 이야기 9
1장 키케로의 꿈 25
2장 신의 질서가 이끄는 경제 41
3장 중세의 시장 메커니즘에 작동하는 신 65
4장 피렌체의 부, 마키아벨리의 시장터 91
5장 국가를 수단으로 삼은 잉글랜드의 자유무역 107
6장 네덜란드공화국의 자유와 부 129
7장 장 바티스트 콜베르와 국가가 만든 시장 149
8장 태양왕이 가져온 악몽과 자유시장의 꿈 175
9장 행성의 운동과 잉글랜드 자유무역의 신세계 195
10장 영국 대 프랑스: 무역 전쟁, 부채, 낙원 발견의 꿈 209
11장 프랑스의 자연숭배와 계몽주의 경제학의 발명 223
12장 자유시장 대 자연 249
13장 애덤 스미스, 자애로운 자유무역 사회 265
14장 자유시장 제국 295
15장 미덕의 종말: 자유주의와 자유 지상주의 323
결론: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민주주의, 자유시장 사상 357
감사의 말 365
역자 해제 367
주 383
찾아보기 423
📖 책 속으로
고등교육에 입각한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농업사회를 세우고자 했으며, 또 시장의 자유를 위해서는 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은 키케로와 스미스와 같은 과두제적인 시장 설계자들이 도대체 어쩌다가 기업에 모든 자유를 허하라고 전투적으로 외치는 프리드먼과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맥이 이어지게 된 것일까? 그리고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은 어떻게 해서 국가의 경제 개입이 무조건 부의 창출과 자유의 존재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경직된 양자택일의 철학으로 진화하게 된 것일까? 이것이 이 책에서 대답하고자 하는 질문들이다.
--- p.16
키케로는 훗날 애덤 스미스가 내놓는 시장 사상의 중심적 신조를 미리 선취했다. 교육받은 엘리트 남성들이 농업에 초점을 두어 올바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재화를 교환한다면 시장은 스스로 작동하고, 이에 따라 부를 생산해 내며, 결국에는 공화국이 번영하게 된다는 것이 키케로 사상의 요지다. 그리고 기독교가 서유럽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균형의 모델은 경제철학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는 개념의 틀이 됐다.
--- p.40
기독교는 상업 교환이라는 개념에서 키케로의 시스템처럼 단지 의무와 미덕만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도 기반을 두는 것으로 전환시켰다. 물론 이때의 욕망이란 지상의 쾌락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의 욕망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인간이 만약 부를 거부하고 경건한 삶을 선택한다면 “신의 보이지 않는 손”-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로서 글자 그대로의 뜻을 담고 있다-이 천국의 보화를 가져다줄 거라고 했다. 구원이라는 기독교의 관념은 이렇게 훗날의 자유시장 사상의 개념적 모델을 제공한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끝없는 천상의 부라는 낙원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초기 기독교는 근대의 경제 문화에 중요한 유산을 남긴 셈이다. 비록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완벽한 시장 조건에 도달하려면 사람들의 끊임없는 열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 p.42
부유한 이탈리아의 무역상들과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국가에 대한 복무라는 키케로의 이상을 포용하여 개인의 자기 이익과 이윤추구를 미덕이 넘치는 상업 공화국과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1250년에서 1450년 사이에 벌어진 실로 심오한 문화적 전환이었다. 이것은 곧 농업이 아닌 상업이야말로 공화국의 미덕을 유지하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부에 대한 세속적 욕망과 열망이 선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 p.92
잉글랜드가 상업 세력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정부에 대한 상인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상업자본과 정부의 입법이 혼합된 덕분이었다. 이러한 국가와 상업의 협력관계는 아주 잘 작동했고, 17세기 중반이 되면 잉글랜드는 영향력 있는 사업가 계급이 국가와 손을 잡고 관세법을 세련되게 만드는 선진적인 상업 국가가 된다. 17세기에 잉글랜드의 강력한 경제를 구축한 이들은 국가의 조력을 빌려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유무역이라는 것이 자국의 유치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무한한 이익을 위한 전투에 뛰어들도록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았으며, 이들의 눈에는 거기에 아무런 모순도 없었다.
--- p.128
이른바 “네덜란드 황금시대”에는 경제학에 대한, 특히 자유시장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들이 자라났다. 하지만 지금에서 돌아볼 때에 이러한 자유시장의 사상이 제아무리 값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네덜란드공화국의 경제 또한 잉글랜드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크게 개입해야 한다는 전제에 기반하여 작동했다. 네덜란드공화국의 사상가들이 지지한 여러 자유의 이상이라는 것이 네덜란드 정치와 제국 경제학의 현실에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유시장의 이상은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국가개입이라는 좀 더 복잡한 현실과 함께 공존했던 것이다.
--- p.130
심지어 영국인들까지도 콜베르가 주도한 성취를 경탄하여 모방까지 하는데, 이 사실에서 그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그가 원했던 바였다. 다른 이들이 프랑스를 따라 하고픈 욕망을 갖는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만약 다른 나라들이 프랑스와 프랑스 제품들을 경모하여 신뢰를 갖는다면 프랑스 제품을 사려고 할 것이며, 이에 따라 프랑스의 국내경제도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콜베르는 시간의 검증을 견뎌 낸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그것은 바로 오늘날까지도 큰 힘을 발휘하는 전문성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프랑스의 브랜드다.
--- p.159
루이 14세는 콜베르의 유산을 결딴내 버렸고, 이와 더불어 상업의 자유나 경제성장의 희망도 모두 죽어 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사태 속에서도 콜베르의 가장 중요한 개혁들 일부는 살아남았다. 프랑스는 계속 귀족들과 절대군주가 다스리는 농업사회로 남아 있었지만, 프랑스의 여러 산업은 생산을 계속 이어 가면서 글로벌 상업의 무대에서 잉글랜드인들과 경쟁했다.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과학 강국으로 군림했을 뿐 아니라, 과학의 발전과 진보 사상의 다양한 흐름과 함께 근대 자유시장 철학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는 유럽의 계몽주의가 태어난 요람이 됐다.
--- p.194
1944년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스미스를 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어 모든 종류의 국가개입에 반대한 사상가로 그려 냈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러한 맥락을 이어받아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구절을 경제생활에서 정부를 제거하라는 뜻으로 읽어 버렸다. 프리드먼의 주장에 따르면, 스미스의 “핵심적인 혜안”은 경제적 협력이란 “그 어떤 외적인 힘도, 강제도, 자유의 침해도 없이” “엄밀하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에크나 프리드먼은 모두 스미스의 저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골라 뽑았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스미스를 도덕철학자-상인들과 독점사업체들을 불신하고 강력한 엘리트 정부, 식민 통치, 노예제, 공교육, 표적 관세 등을 신봉한 철학자-에서 근대적 대기업 주식회사에 무한의 자유를 허하라고 요구한 자유 지상주의자로 변모시켜 버렸다.
--- p.266~267
거대한 미국 대기업들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미국 남부와 남서부의 민권운동 반대 정치가들 등이 동업자로 엮였으니, 자유시장 사상의 역사에서는 참으로 독특하고도 반동적인 장이 새로 열리게 된 셈이다. 한때는 초기 프랑스혁명과 한편에 섰고, 노예제 폐지론자들, 평화주의자들, 여성 권리 옹호자들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공리주의적 사회주의자들에게 갈채를 받았으며, 급진적이고 이신론적이며 무신론적인 운동이었던 자유시장 사상이 이제는 미국의 극단적 보수주의자들과 남부의 분리 독립을 외치는 인종주의자들의 새로운 복음이 된 것이다.
--- p.350
사실상 중국은 장 바티스트 콜베르의 17세기 접근법에 뿌리를 둔 오래된 발전모델을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 지도부는 콜베르 등의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프리드먼이 놓치고 있던 것을 잘 이해했는데, 그것은 다양한 수준의 사적소유, 효율성, 심지어 강력한 혁신적 기업가정신 등의 자유시장 아이디어들이 국가 통제와 나란히 피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중국이 자유시장 교리의 일정 요소들이 권위주의의 맥락 속에서도 얼마든지 번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 p.359
🖋 출판사 서평
당신이 몰랐던, 자유시장과 국부론의 새로운 기원과 미래
키케로, 콜베르,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를 논한 2000년 경제사상사에서
새로운 자유시장을 위한 통찰과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역사학, 철학, 회계학을 가르치는 제이컵 솔(Jacob Soll)은 2011년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십을 수상하며 학계에서 ‘천재 소장학자’로 주목받은 동시에, 현실 경제의 조력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스페인, 포르투갈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을 비롯, 2017년 그리스 금융개혁 및 부채관리에 관한 그리스 정부의 자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신작 『자유시장』에서 솔은 역사학자로서 2000년 역사 속 수많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시대적 맥락에서 정교하게 풀어내며, 현실 경제의 비판자로서 오늘날 경제위기를 가져온 ‘자유시장’이라는 신화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자유시장의 기원은 무엇인가?’ ‘오늘날 자유시장의 위기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자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제이컵 솔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키케로, 콜베르, 케네,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등 당대의 선구적인 사상가들을 불러내어 각 시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맥락에서 그들이 주장한 자유시장 사상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살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찍이 자유시장 사상가들은 국가가 자유시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부터 사상가들은 국가개입이 없는 자유시장을 주장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데올로기적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자유시장 사상을 둘러싸고 시장과 정부, 자유와 통제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이 솔의 주장이다.
솔에 따르면 이런 오인된 자유시장 사상에 기반을 둔 오늘날의 자유시장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는 두 차례의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이 자유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이른바 “국가 개입이 없는” 정통파 자유시장 사상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여전히 탈규제와 자유무역 확장으로 인해 주기적인 경제 붕괴와 구제금융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인 맥락에서 자유시장은 미국의 대자본 및 대기업 세력, 미국 남부의 인종주의적 극우파 세력,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 등 미국 우파의 이데올로기로 채택되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솔의 주장대로 자유시장 사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오늘날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개념을 찾기 위해서는 키케로에서 프리드먼에 이르는 자유시장의 역사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자유시장의 기원은 무엇인가?
경제사상사의 오래된 통념을 부수는 파격
『자유시장』에서 제이컵 솔은 로마에서 현대에 이르는 2000년 역사 속에서 일어난 자유시장 사상의 역사를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펼친다. 고대 로마의 키케로에서 중세 스콜라철학자들, 17~18세기 중상주의자들, 그리고 애덤 스미스와 오늘날 정통파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상가들을 모두 15개 장으로 나누어 그들이 내놓은 저작들과 정책들을 살피고, 각각의 시대적 맥락에 맞춰 그 의미와 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솔이 시간을 거슬러 자유시장의 역사를 되짚은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솔에 따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가개입을 철저히 반대하는” 정통파 경제학자들의 ‘자유시장’ 사상은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며(그것은 근대 경제사상가들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 로마 시대 키케로로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 경제사상사의 통념에 반하는 것이기에 파격적이다. 이 책의 역자 홍기빈 글로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늘날 경제사상사에서 ‘과학혁명’처럼 묘사되는 18세기 말의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출현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흔히 자유시장 사상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애덤 스미스를 키케로부터 이어진 자유시장 사상의 전통을 이어받은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로 보는 파격적인 시각이라는 의미다. 자유시장에 대한 솔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 사상은 크게 키케로와 17~18세기 중상주의자라는 두 원천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자유시장을 유지하는 데에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으며,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은 18세기 이후 사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19세기 세계를 지배하던 영국의 제국주의를 거쳐 20세기에는 미국 우파의 이데올로기로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솔은 2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자유시장은 그 의미와 작동 조건은 각 시대마다 달랐음에 주목한다. 그는 로마 시대의 자유시장과 16~17세기 네덜란드공화국의 자유시장, 19세기 대영제국의 자유시장 그리고 오늘날의 자유시장은 각각 ‘동시대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따라서 역사적 상황과 조건에 맞는 자유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 역시 그 맥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오늘날 과학적 진리처럼 여겨지는 자유시장 사상의 통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교훈을 던져 주는 대목이다.
자유시장의 신화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사상으로
‘애덤 스미스 신화’에 대한 파격적인 재해석
『자유시장』에서 제이컵 솔은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은 20세기 경제사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며, 자유시장 사상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 역시 그러한 신화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학파 폰 하이에크는 스미스를 경제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어 모든 종류의 국가개입에 반대한 사상가로 그렸으며, 이 맥락을 이어받아 밀턴 프리드먼은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구절을 경제생활에서 정부를 제거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솔은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스미스의 “저작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만 골라 뽑았으며, 이로써 스미스를 도덕철학자에서 근대적 대기업에 무한의 자유를 허하라고 요구한 자유 지상주의자로 변모시켰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리는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아는 바와 다르다. 스미스는 자유시장이 자연적 질서와 도덕을 갖춘 지주 귀족들의 미덕에 기반한다고 본 도덕철학자이며, 대영제국의 상업과 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고 콜베르가 시행한 여러 정책을 받아들여 시장 안에서 정부와 정부 기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았던 인물이었다. 솔은 오히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키케로와 중농주의자를 위시한 자연적 질서에 기반한 ‘자유시장’ 전통과, 상업 및 산업을 중시한 콜베르적인 ‘자유시장’ 전통이 혼합된 형태라고 말한다.
솔에 따르면 나아가 오늘날의 자유시장 사상 역시 왜곡되고 오인되었다. 즉 인간의 ‘탐욕’을 긍정하고 기업과 자본에 무한한 자유를 허용해야 하며, 이 질서에 간섭하는 정치적·사회적 개입을 일절 용납할 수 없다는 사상은 일종의 신화이며, 20세기 미국의 대자본 세력, 극단적 인종주의 세력,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 등 미국 우파에서 이데올로기로 채택된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솔은 경제가 ‘완전히 자기 조정적’이라는 꿈 혹은 신화에서 깨어나 현실에 입각한 새로운 ‘자유시장’ 사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적 지향성을 가진 철학으로서뿐 아니라 국가가 시장에 묻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 그 반대의 철학으로도 말이다.”
여러 얼굴을 가진 시장
위기의 자유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
제이컵 솔은 자유시장 사상이 실패한 예로서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된 것에 주목한다. 중국은 자유시장의 핵심 요소들이 권위주의의 맥락 속에서도 얼마든지 번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처럼 이 책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틀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경제발전 방식을 중국과 미국 등의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해 저마다의 상황에 특정한 경로와 접근법을 사용한다.
또한 솔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유시장’으로는 오늘날 경제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자유시장의 틀로써 경제발전을 이룬 사례는 없었으며,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등이 번져 가는 오늘날 현실 경제에는 더더욱 적용할 수 없다. 우리는 더욱 세련된 자유시장 사상을 다시 설계해야 하며, “그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이룰 구체적인 이론과 실천을 벼려 나가야 한다”. 그리고 여러 얼굴을 가진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류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옛날 책으로” 돌아가 역사 속 수많은 사상가의 경제이론과 정책을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전 미국 재무장관인 로런스 서머스의 말처럼 키케로, 콜베르, 케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그 이후로 이어진 오래된 이론과 미덕을 깎고 다듬어 가는 이 책은 “자유시장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아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며, 우리가 가진 자유시장 사상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새로운 자유시장을 위한 통찰과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는 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역자 해제(일부 발췌)
-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자유시장』 역자)
이 책은 주장이 파격적이고, 논리가 선명하며, 방법론도 분명한 저작이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곳에서 서평과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자유시장’ 사상을 거세게 내미는 여러 기관, 싱크 탱크, 개인들은 이미 곳곳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이런저런 반론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은 긴 시간에 걸친 수많은 저작을 그것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루면서 정교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논쟁과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자로서 보자면, 이 글의 서두에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경제학에 애덤 스미스로 시작된 ‘과학혁명’이 있었던 것처럼 경제사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위험한 통념에 확실한 일격을 가한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며 또 고맙게 여긴다. 온 세상이 지정학적 갈등 구조,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 지구적 가치사슬의 변화, 생태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으로 지각변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의 주장이 단순한 일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수리에 꽂는 일침과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