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 얼크러진 실타래 - 연(緣)과 인(因)」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치악산(雉岳山)전설(傳說)
어느 날 호젓한 산길을 가던 선비는 자지러지게 울부짖는 꿩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통나무 굵기만한 큰 구렁이가 나무에 기어올라 막 꿩의 둥지를 덥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꿩 둥지에는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듯 꿩 새끼들이 눈앞의 위험을 모르는 체 어미를 찾는데, 어미 꿩은 위기일발(危機一髮) 새끼들을 구해보려고 처절히 울부짖으며 날개 짓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분(義憤)을 느낀 선비는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 못된 구렁이를 향해 쏘았습니다. 대가리를 정통으로 맞은 구렁이는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꿩 가족은 위기일발에서 헤어날 수 있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선비는 폐사(廢寺)가 되다시피한 상원사(上院寺)에 도착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선비는 가슴이 답답하여 눈을 떴는데, 구렁이 한 마리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노려보며 “ 나는 오늘 네 화살에 맞아 죽은 구렁이의 원혼이다. 내 너를 죽여 한(恨)을 풀 것임에 네 나를 원망치 말라. 다만 종소리를 세 번 들으면 이생의 모든 악업(惡業)과 연기(緣起)에서 풀리고 용(龍)이 되어 승천할 것임에 너를 살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뒤뜰에 가야만 종이 있고 또한 까마득하게 높이 매달린 종을 무슨 수로 울릴 수 있단 말인가?
포기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땡그렁 ! 하며 종이 울려왔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다시 땡그렁 ! 하며 종이 두 번 더 울렸습니다. 칭칭 감고 있던 구렁이는 기뻐하면서 “이것은 부처님의 뜻이므로 다시는 원한을 품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날이 새어 선비가 길을 더듬어 상원사로 올라 가보니 종루(鐘樓) 밑에는 꿩과 새끼들이 머리가 깨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꿩이 죽음으로 보은(報恩)하였다고 해서 이 산을 치악산(雉岳山)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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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원한을 풀기 위해 살쾡이는 강아지를 찢어 죽이고, 독수리는 잠자는 살쾡이 눈을 찔러 복수(復讐)를 했습니다. 윤회(輪廻)에 따라 강아지는 매, 살쾡이는 참새, 독수리는 버러지로 환생하여 또 다시 전생(前生)의 복수를 꾀했습니다. 이렇게 끝없이 물리고 무는 원한(怨恨)의 「고리」에 묶인 세 넋을 부처님이 부르셨습니다. 누구 하나가 먼저 풀고 자비(慈悲)를 베풀어야 악순환(惡循環)의 윤회(輪廻)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법(說法)이셨습니다.
셋은 크게 깨닫고서 서로를 용서하는 틀을 만들었다는 전설입니다.
한 송이의 국화(菊花)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徐廷柱) - <경향신문>, 1947. 11. 9
먼저 불교 서적에서 일부를 발췌(拔萃)하여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쌀 한 톨 속에는 햇빛이 있고, 비가 있고,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고, 천둥이 있고, 시간이 있고, 공간이 있고, 농부의 땀이 있고, 농부를 가능하게 한 그 부모가 있고, 그 부모의 부모가 있고, 농기구가 있고, 농기구(農器具)를 만드는 쇠붙이가 있고, 광부가 있고, 그것을 만든 사람과 파는 사람 등이 있고 …… 결국 쌀 한 톨 속에 온 우주가 다 있다.
즉 「작은 티끌 하나에 (於一微塵中)」온 우주(宇宙)가 다 들어 있다는 것이다. 쌀 한 톨도 결코 독립적(獨立的)인 존재일 수가 없다.
그렇게 보면 나 자신(自身)은 나 자신(自身)만의 것일 수 없다.
천지의 모든 것이 협력하여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과율(因果律) 같은 것도 달라진다. 보통 아버지가 원인(原因)이고 아들이 결과(結果)라 생각하지만, 아들이 없어서는 아버지가 있을 수 없으므로 아들이 원인(原因)이 되고 아버지가 결과(結果)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원인이면서도 동시에 결과이고, 아들은 결과이면서도 동시에 원인이다. ……
「소쩍새」·「천둥」은 「 국화(菊花)」한 송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고 셋은 【연(緣)】·【인(因)】이라는 실에 같이 얽힌 사이였습니다.
그렇게 보면 여기서 【공(空)】사상과 【연기(緣起)】가 이 시(詩)의 뼈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인드라망 (帝釋網)】의 비유(比喩)를 보면 제석천(帝釋天) 궁전에는 끝이 없이 넓은 그물이 있고, 그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렸다. 이 보석들은 서로를 반사(反射)하고 있어서 한 보석이 그 속에 다른 보석들의 상(像)을 가지고 있고, 다른 보석도 다른 보석들의 상을 품고 있는 그 보석의 상을 받아서 비추고 ……
이런 식(式)으로 한 보석에 모든 보석이, 모든 보석에 그 한 보석이 있어 「일중다(一中多)」·「다중일(多中一)」 - 「일즉다(一卽多)」·「다즉일(多卽一)」의 세계를 보여 준다고 했다.……
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세상은 참으로 따뜻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나와 남의 존재론적(存在論的) 구별(區別)이 없어지기 때문에 남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남이 아파할 때 나도 아파하는 참된 자비(慈悲)의 마음 , 진정한 보살(菩薩)정신(精神)이 가능해진다는 말이 깊이 닥아옵니다..
" 내 귀는 한 개의 조개껍데기, 그리운 바닷 물결 소리여- " <즈앙 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