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를 보았...었더랬습니다.
한 달이 다 되가네요.
기억을 더듬으며 간단히 감상을 정리해봅니다.
<미녀와 야수>도 스포주의라고 해야 할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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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가 생각났습니다.
평범하지 않아서 따돌림 당하는 여자주인공,
저주받았지만 능력있고 공간이동도 가능하며 책을 좋아하는 남자주인공.
어김없이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어차피 같은 범주의 이야기니까 생각나는 건 당연한 것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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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이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등을 실사화했지만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친 건 <정글북>부터인 것 같습니다.
<정글북>은 성공했고 이제는 디즈니 르네상스기를 상징하는 <미녀와 야수>의 실사화에 도전했습니다.
좀 더 아껴둘 패인 것도 같은데, 상당한 자신감처럼 보이기도 안전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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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 <미녀와 야수>는 주제가 'Beauty & Beast'를 여전히 흥얼거리고 있을
많은 원작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이젠 말하기도 뭐한 경지의 기술력으로 평면의 판타지를 입체감 있는 현실로 매끈하게 구현해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구성과 분위기를 실사에 맞게 전환한 프로덕션과 연출력도 좋습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는 일본의 실사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죠;;)
뮤지컬 구성은 더욱 풍성한 재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뮤지컬 장르에 있어서만큼은 헐리우드가 절대 우위에 있는 것 같네요.
미국 영화 산업의 태생 덕인지 뮤지컬은 미국만의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참 어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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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별하지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실사의 것으로 매끈하게 옮겨내는 것만이 목표였던 걸까요.
90년대의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2010년대에 다시 꺼낸 것에 대해
상업적 의미 이상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놀라운 기술력은 <정글북>이 이미 선보였습니다.
현실의 것을 현실적으로 구현해 낸 <정글북>의 기술력이
만화적 판타지를 판타지로 구현해 낸 <미녀와 야수>의 기술력보다 놀라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심지어 우리의 맛깔나는 조연들인 촛대, 찻잔들은 애니메이션이 더 귀여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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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라푼젤>, <겨울왕국>은 케케묵은 공주 이야기를 21세기에 다시 꺼냈지만,
이 시대에 맞는 감각적인 터치를 더하면서 진부함에서 벗어났고 기술력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는 그런 터치가 없습니다.
90년대 애니메이션에서의 이야기를 21세기에 그대로 하고 있어서 살짝 놀랐습니다.
현재의 디즈니의 위상과 그간의 성과를 생각하면 꽤나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도 가졌던 ‘이게 과연 외면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실사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더군요.
벨의 미모는 그렇다쳐도
이런 얘기를 하기엔 야수마저 너무 잘 생겼구요, (최소 오크 족 정도로는 생겨줘야지...)
저주를 건 노파마저 화려하게 외모로 변신합니다.
<슈렉>처럼 그 모습 그대로 계속 사랑하도록 하던가 말이죠.
벨의 캐릭터도 아쉬운 게 동네 사람들에게
야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는 바람에 야수를 위기에 빠트립니다.
똘똘해 보이던 여주가 결국에는 남주에게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극적인 엔딩을 위한 과정이지만 21세기니까 조금 달랐어도 좋았을텐데요.
앞으로도 <뮬란>, <알라딘> 등의 실사화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단순한 실사화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디즈니의 이 플랜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뮬란>, <알라딘>은 유색인종의 이야기이니만큼 디즈니에게는 많은 고민이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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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로만 그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보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입니다.
손잡고 함께 영화관을 찾은 아이와 부모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영화죠.
아마 부모님(그중에서도 어머님)들이 특히 더 즐거울 수 있는 영화일겁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본 애니메이션의 추억이 양념처럼 더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이 부모가 돼서 3D, 4D 등으로 재창조된 <미녀와 야수>를 아이와 함께 보러 가겠죠.
영화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의 또 하나의 밑천이 된 셈입니다.
추억을 자극하는 밑천을 차곡차곡 쌓아온 디즈니가 부러우면서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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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역의 댄 스티븐스는 미안하지만 야수가 더 잘 생겨보이고,
개스통 역의 루크 에반스는 제가 본 중 제일 맛깔나는 연기였네요.
흑인 배우들이 눈에 띄었는데, 왠지 구색맞추기처럼 보였습니다.
그건 아마 비중 탓도 있지만,
‘아마데우스 룩’으로 부르고 싶은 패션과 가발이 흑인들에게는 어색해보였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지만 당시의 흑인들이 그런 귀족풍의 코디를 했을 리 만무하고,
영화에서도 흑인들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죠.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싶었다면 벨이나 야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스통이나 르푸 정도는 흑인으로 캐스팅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엠마 왓슨의 미모는 빛나더군요.
세월이 헤르미온느에게만 관대했나봅니다. 해리와 론의 젊음마저 다 삼켜버렸냐...+ㅁ+
헤르미온느에 이어서 아이들에게 오래 추억될 캐릭터를 또 하나 얻었으니
<라라랜드>의 아쉬움이 조금은 해소되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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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두둑한 밑천이 부럽고도 무서워 ★★★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 어머니가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별로 안좋아 하시는데 이건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봤네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를 모시고(?) 미녀와 야수를 보러 가게 될것도 같아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풀코트님의 글을 읽으면 그 영화를 다시 보고싶어져요. 미처 제가 못보았던 면들을 되짚어주시니까 그런걸까요? ㅎㅎㅎ
내용을 모두 알고 있어서 그런지 마지막 왕자와 가스통의 결투 장면은 어렸을 적 느낀 긴박함은 덜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음악을 강조하는 디즈니인 만큼 'Be Our Guest'를 부를 땐 너무 신나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에요.
<미녀와 야수>도 좋았지만 저는 제 조카들이 생기면 그 조막만한 손을 잡고 어떤 디즈니의 영화를 보게 될까 기대됩니다. 그게 <겨울왕국>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ㅎㅎ
감사드립니다^^
나중에는 <겨울왕국>을 실사영화로 보게 될까요? 음... 전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실사화된 올라프는 좀...^^;
잘 읽었습니다. 다시 보러 가고 싶어지는 작품들이 있네요 ^^ 그나저나 맨 밑의 사진은 진짜 엘프 ㄷㄷㄷ
미모 진짜 ㅎㄷㄷ~ㅎ
전 아무리 야수처럼 생겨도 돈많고 능력있으면 미인을 차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느꼈네요.
야수도 잘생긴 야수였죠ㅠ
@풀코트프레스 ㅋㅋ그렇긴했죠 다들그러던데요 사람으로바뀌니 야수일때가 난거같다고ㅋㅋㅋ
@레인맨 오크처럼 생겼더라면 쉽지않았을거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