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살펴본 이사야를 비롯한 예레미야, 에스겔, 미가서에서 하나님은 선지자의 사명을 맡은 이들에게 ‘파수꾼’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셨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홀로 망루에 올라가 깨어서 주변을 살피고, 적들이 몰려올 경우 나팔을 불어 이것을 알려야 할 사명을 맡은 파수꾼의 사명이 다가오는 환난과 심판을 경고해야 하는 선지자의 사명을 꼭 닮아있다 여기신 것입니다.
이사야로부터 시작해서 말라기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이 집중적으로 활약했던 시기는 바로 예루살렘의 멸망과 회복이라는 이스라엘 역사의 큰 전환기 때였습니다. 대부분이 선지자들이 이 역사의 전환기 때 하나님의 뜻을 알리는 사명을 감당했던 것입니다.
말씀 안에 깨어 있는 성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현재 우리는 하나님의 구속의 사역이 끝나가고 있는 역사의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휴거 사건으로 그리스도의 신부된 교회가 사라지고 나면 이 땅에 남겨진 사람들은 적그리스도의 등장과 7년 대환난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야곱의 환난’으로 불리워지는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민족적으로 회개하여 (지상)재림하시는 주님을 영접하게 될 것입니다. 왕권을 가지고 오시는 주님을 거부하는 적그리스도와 세상 나라는 아마겟돈 전쟁으로 마지막 심판을 받게 될 것이고, 재림하신 주님은 이 땅에서 구속받은 백성들과 함께 ‘천년왕국’을 건설하실 것입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하신 주기도문의 기도가 응답되는 것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역사의 전환기 때,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 바로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고 나팔을 불어 잠자는 영혼을 일깨우는 파수꾼의 사명, 바로 선지자의 사명인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선지자 에스겔을 불러 ‘파수꾼의 사명’을 맡기면서 하나님이 주신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말씀들을 통해 지난 시간에 이어 이 시대에 파수꾼의 사명을 맡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파수꾼은 보고, 듣고 경고해야 합니다(3,7).
먼저 파수꾼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3절에서 “그 사람이 칼이 그 땅에 임함을 보고 나팔을 불어 백성에게 경고하되”하십니다. ‘그 땅에 칼이 임함’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재앙이 코앞에까지 다가왔는데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볼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경고하지 못한다면 파수꾼의 자격이 없는 겁니다.
영적인 파수꾼이 되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이것을 판별해내는 영적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신문을 들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세상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7절에서는 “ -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할지어다”하십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자입니다. 선지자를 대언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이것을 대신 전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내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을 전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하나님의 말씀인 것처럼 포장해서 전하면 그게 바로 ‘하나냐’같은 거짓 선지자가 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뜻을 바로 전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귀 기울여 그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잘 듣고 들은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해야 비로소 참된 선지자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경고의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그 핏 값을 파수꾼에게 찾으신다 하십니다(6).
악인에게 그 죄악으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했음에도 그가 그 말씀을 듣고도 회개치 않음으로 심판을 받으면 그 핏 값이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지만, 하나님의 심판을 전해야 할 파수꾼이 그 경고의 말씀을 전하지 않음으로 악인이 회개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심판을 받게 된다면 그 핏 값을 파수꾼에게 찾겠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죄악 된 세상을 심판하시기 전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사람들을 보내 마지막 경고를 주십니다. 이 경고를 듣고 회개하면 다시 기회를 주시지만, 마지막 경고를 듣고도 회개치 않으면 준엄한 심판을 내리십니다.
하나님은 선지자 요나를 보내 니느웨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이 경고의 말씀을 듣고 회개함으로 하나님은 뜻을 돌이켜 니느웨를 심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저들이 또 다시 범죄하여 죄의 길로 가자 이번에는 나훔 선지자를 보내 경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훔 선지자를 통해 주시는 경고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니느웨가 바벨론에 의해 심판을 받고 멸망의 길을 간 것입니다.
회개할 기회를 주시려고 파수꾼을 보내 경고하시는 겁니다. 파수꾼의 경고는 하나님께서 악인들에게 허락하신 마지막 회개의 기회인 것입니다. 그런데 파수꾼이 무지하거나 게을러서 혹은 선지자 요나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하는 사명을 외면한다면, 악인들은 마지막으로 회개할 기회도 얻지 못한 체 심판을 받고 죽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핏 값을 파수꾼에게 찾는다는 겁니다.
알았으면 전해야 합니다. 깨닫게 하신 말씀이 있다면 전해야 합니다. 듣던지 아니 듣던지 전해야 합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수꾼의 사명을 맡은 내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해야 합니다.
열왕기하 7장에 보면 사마리아성이 아람군대에 포위되어 성중에 양식이 떨어져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을 때, 성문 어귀에 살고 있던 문둥병자 네 사람이 죽을 각오를 하고 아람군대가 있는 진영을 찾아간 사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죽을 각오로 찾아가 보니 아람 군대는 모두 도망을 가고 거기에 많은 보화와 식량이 남겨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들은 기쁜 마음에 거기에 남겨진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금과 은을 숨겨두다가, 문득 성안에서 굶어주고 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하면서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 - 우리의 소위가 선치 못하도다. 오늘날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날이어늘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만일 밝은 아침까지 기다리면 벌이 우리에게 미칠지니 이제 떠나 왕궁에 가서 고하자”(왕하 7:9).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릴 수 있는 기쁜 소식을 알고 있는데 이를 전하지 않음으로 사람들이 죽어 간다면 자신들에게 벌이 내릴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파수꾼은 재앙의 소식이던, 기쁜 소식이던 하나님이 주신 말씀과 깨달은 사실들을 전해야 합니다. 전하지 않음으로 사람들이 회개할 기회, 구원받을 기회를 얻지도 못한 체 죽어간다면 그 핏 값을 파수꾼에게서 찾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3. 하나님이 파수꾼을 통해 경고하시는 이유는 회개하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11).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전에 하나님은 많은 선지자들을 보내 심판이 있을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심판을 경고하셨지만, 하나님의 뜻은 악인이 심판받을 받고 죽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여 사는 것이라 분명히 하셨습니다. “나는 악인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11)하셨습니다. 심판하시기 위해 경고하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회개하여 환난과 심판에서 구원받게 하시려고 경고하신다는 겁니다.
성경의 예언들과 시대의 징조들을 통해 종말과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리도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경고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쳐야 합니다. 다가오는 환난과 심판을 경고함으로 한 사람이라도 회개하여 구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그 말이 응할 때에 선지자 있었음을 알리라 하십니다(33).
본문을 자세히 살피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선지자들을 통해 주시는 경고의 말씀들을 듣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전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두 번 전하신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선지자들을 보내 전하셨습니다. 이렇게 안들을 것을 아시면서도 지속적으로 경고하신 것은 “그 말이 응할 때에 그들이 그 가운데 한 선지자가 있었음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첫 번째 의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범죄할 때마다 선지자들을 보내 신실히 경고하는 사명을 다하셨기에, 이제 저들에게 심판이 내려져도 핑계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심판하셨다면 하나님을 원망할 수 있겠지만, 많은 선지자를 보내 여러 번 경고했음에도 저들이 듣지 않음으로 멸망의 길을 갔다면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파수꾼의 경고는 죄인에게 주시는 마지막 기회라 한 것입니다.
두 번째 “그 말이 응할 때에는 그들이 한 선지자가 자기 가운데 있었던 줄을 알리라”하신 것은 지금은 선지자의 말을 듣지 않지만, 장차 선지자가 예언한대로 하나님의 심판이 내려진 것을 보면 그 때는 선지자가 예언했던 말씀들을 생각하며 듣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선지자들을 통해 경고하셨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선지자들의 경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듣지 않다가 결국 저들이 예언한대로 예루살렘이 멸망하고, 바벨론 포로라는 고난을 겪게 되자 비로소 하나님이 주셨던 말씀들을 기억하면서 회개했습니다. 이사야를 통해 예레미야를 통해 주셨던 말씀들을 기억하면서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말씀을 듣고 회개할 때, 다시금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나라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지금은 듣지 않지만, 종말과 심판을 경고한 하나님의 말씀이 응하는 것을 볼 때, 비로소 깨닫고 회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레프트 비하인드’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종말과 심판을 경고하는 가족들의 말을 듣지 않다가 휴거 사건이 일어나자 뒤 늦게 깨닫고 회개하여 믿음의 길을 갔습니다. 지금 듣지 않아도 언젠가 내가 전한 그 말씀이 역사할 때가 있을 줄 믿고 전해야 합니다. 듣던지 아니 듣던지 전해야 합니다.
파수꾼은 시대의 징조를 보고 있어야 합니다. 보고 재앙이 임함을 깨달았다면 나팔을 불어 전해야 합니다. 파수꾼은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듣고 있어야 합니다. 듣고 주신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파수꾼을 통해 경고하시는 것은 죄인들이 회개하고 구원받기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듭되는 경고에도 듣지 않는 자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