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레몬의 '듀프' 전쟁… "유사품 홍보 문구도 우리 것"
'듀프'는 되고 '룰루레몬 듀프'는 안된다… 룰루레몬의 기습
인터넷에서 저렴한 룰루레몬 유사품이 인기를 끌자, 밴쿠버에 본사를 둔 이 애슬레저 기업이 칼을 빼 들었다. 룰루레몬이 미국에서 '룰루레몬 듀프'라는 문구 자체의 상표권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특허상표청 문서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2024년 12월 이 상표를 처음 출원해 지난 10월 21일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번 상표권은 광고, 마케팅, 온오프라인 소매 서비스 전반에 적용된다. 룰루레몬만이 이 문구를 제품 마케팅에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24일 기준으로 캐나다 상표 데이터베이스에는 유사한 출원 내역이 등록되지 않았다.
패션 법률 전문가들은 룰루레몬이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창의적인 법적 집행 기술을 동원했다고 평가한다. '듀프(Dupe)'는 '복제품(duplicate)'의 줄임말로, 인기 브랜드 제품과 외관은 유사하지만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을 일컫는다.
'짝퉁(fake)'이나 '모조품(knock-off)'과는 달리 '듀프'라는 단어 자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덜해, 소비자들이 죄책감 없이 구매하면서 원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룰루레몬이 '룰루레몬 듀프' 문구를 독점 소유함에 따라, 앞으로 광고나 마케팅 등 상업적 활동에 이 용어를 사용하는 타사나 개인은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번 상표권은 제품 자체가 아닌 '언어' 사용에만 국한된다. '듀프' 제품 홍보로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나 온라인 마케터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틱톡에서만 이 해시태그를 사용해 유사 의류를 홍보하는 게시물이 수천 개에 달한다.
룰루레몬 유사 제품 판매 업체가 제품 목록에 '룰루레몬 듀프' 문구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검색 엔진 최적화를 위해 웹사이트의 보이지 않는 정보(메타데이터)에 이 키워드를 숨겨놓는 경우에도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표권의 세부적인 적용 범위보다 상표권 소유 자체가 중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때로는 상표권을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쟁 업체가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상표법은 상표권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상표를 실제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룰루레몬 역시 이 문구를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해야만 한다. 법률 관계자들은 룰루레몬이 '듀프' 개념을 역이용해, 자사 원본 제품이 '듀프'와 어떻게 다른지 강조하는 캠페인이나 팝업 행사를 기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룰루레몬 측은 이번 상표권 등록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룰루레몬은 오래전부터 브랜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창의적인 전략을 사용해왔다. 의류의 독특한 장식적 요소를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앞장섰다.
2023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듀프 스왑' 행사를 열기도 했다. 자사의 인기 제품인 얼라인 팬츠의 모조품을 가져온 고객들에게 정품으로 교환해주는 행사였다. 또한 올해 초 스쿠바 후드티, 디파인 재킷 등의 유사품을 판매한 혐의로 코스코를 고소했으며, 2022년에는 펠로톤과도 유사한 소송 끝에 합의에 이른 바 있다.
룰루레몬의 이번 행보는 다른 기업들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또 다른 패션 브랜드 아릿지아 역시 지난 3월 미국과 캐나다에 '아릿지아 듀프' 문구에 대한 상표 출원을 신청했으며, 현재 양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모조품의 등장은 필연적이어서, 브랜드들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하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