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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1)-생강차
화엄사의 생강차(生薑茶)
정초 심기일전을 위해 뜻맞는 남자 몇간이 모여 출가행9黜家行)을 시도하
였다. 구태와 구습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내쫓김을 당한 것이다. 전라도
남원을 거쳐 지리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대화엄사에서 최초의 행장을 풀었
다. 때마침 보름달이라 달은 한없이 아름다웠고, 어둠속에서도 흐르는 맑은
계곡 물소리에 남자들은 속세의 티끌을 털었다. 산하에 하얗게 부서지는 달
빛을 보고 누군가는 감동에 겨운 한숨을 탄식처럼 뱉기도 했다.
다음날 새벽예불을 알리는 법고(法鼓) 소리에 잠이 깨어 얼음처럼 찬물에
세수를 하고는 법당에 앉아 어설픈 가부좌를 틀었다. 잠시일지언정 두고온
세상, 일, 가족을 잊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을 진정으로 생각했다. 목탁소
리, 독경솔, 법당내의 싸늘한 공기에 묻어 전해지는 향내음에 더하여, 천지
간에 번갈아 울려 퍼지는 법고, 범종, 운판, 목어의 깊고 푸른솔, 이는 확
실한 신비였다. 정신은 맑아지고 종교에서 말하는 법열(法悅)의 기쁨을 이
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침 공양시간이 지나고 부터. 무리한 운신(運身)으로 몸이 많이
피곤해 있는데도 북구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스님의 말씀아 감복해 신선한
설레임으로 늦게 잠자리에 든데다가 평소와는 달리 새벽 3시에 몸을 일으킨
탓으로 일행중 한사람이 자꾸만 코를 훌쩍거리며 몸이 찌뿌둥하다는 것이었
다.
봉천암에서 결제 수행중에 있느 종남 스님이 이를 눈치채시고는, 스님 공
부방으로 불러 한동안 정성들여 달여 내놓으신 것이 속이 훅 달을 만큼 뜨
겁고 톡 쏘는 미각의 생강차. 스님 말씀이 찬바람이 불면 남달리 잔기침이
많고 콧물을 흘리는 사람은 8-9월경 채취한 신선한 생강의 양경(良莖)을 달
려 한달쯤 장복하면 겨울이 되어도 감기 몸살에 걸릴까 걱정 할 필요가 없
다고 하셨다. 투박하지만 편안한 느낌의 분청 찻잔으로 몇잔 매큼한 생강차
를 마시고 나니 과연 모두가 몸이 가뿐하고 속도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새앙이라는 앙증 맞은 느낌의 말이 더 빈번히 쓰이고
있는 생강은 새앙과의 다년생 풀의 뿌리를 가리키며, 양념, 외감약(外感藥)
등으로 쓰인다. 외감이란 속칭 고뿔을 말하며 요즘처럼 불규칙한 기후 속에
서 걸리기 쉽다. 생강의 기미는 따뜻하며 매운맛이 있다. 생강은 또한 생강
단자(團子), 생강정과(正果)등의 별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
는 재료이며, 생강으로 만드는 식초(食醋)또한 특이한 맛이 있다.
생강차를 만들 때는 생강이 건조하 것은 가급적 피하고 땅에 묻어두었던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깨끗하게 잘 씻은 적당한 분량의 생강을 주
전자 다위에 넣고 은근한 불에 오랜tlrks긁여서 마시도록 한다. 감기는 피
로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실 때 꿀을 첨가해 피로회복을 꾀하는 방
책도 권할만 하다. 한두잔으로 효험을 보기는 어렵고 계속해서 많이 마시
도록 한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오연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2)-치커리차
설악산(雪嶽山)의 치커리차
눈덮인 설악산에 바람이 모질게 부는 계절이 되었다. 그러나 어디 산에만
바람이 불겠는가. 사는 일에도 겨울은 있게 마련, 사람의 가슴속에서도 바
람은 분다. 그러면 움츠러든 어깨 아래로 보이지 않는 눈물 흐르고왠지 삶
에 의연하게 맞서기가 두려워진다. 그렇다고 무너지거나 정지해 있을 수만
은 없는 일. 기왕 지사 계유년 새해를 맞았으니 새벽을 맞는 닭처럼 목청껏
소리를 질러 구태를 벗고 몸과 마음에 새단장을 해보자.
그런즉 심기일전을 위해 이번에는, 무속(巫俗)에 의하면 여산신이 살고
계시다는 설악으로 차여행을 떠나보자. 지난번 내린 폭설로 길이 위태롭고
추위가 만만치 않아도 일단 떠나면 어떻게 하든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앉
아 있어서는 여행이 되지 않는다. 공자님의 말씀대로 입지(立志)를 위해서
든, 이순(耳順)을 위해서든, 지천명(知天命)을 위해서든 스스로 제갈길을
찾아 모험을 하지 않으면 성사되는 일이 없다.
노정은 아무래도 좋다. 가급적이면 황혼이 붉게 물드는 저녁나절, 이국적
인 정취를 자아내는 한계령을 넘자. 하늘을 흐르는 신비한 형상의 구름에
매료되어, "生也一片浮雲起 / 死也一片浮雲滅 / 生死去來亦如是......"로
표현된 불가(佛家)의 인생관이 십분 이해될 것이다. 미시령 아슬아슬한 고
갯길을 오르내리면서는 생의 나태함을 떨쳐내고, 집중을 배우게 될 터. 진
부령에 이르러서는 넉넉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아낌없는 사랑을 느끼게
되어 새삼 '아모르 파티(운명애)'를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밤이 되면, 집에 있으나 일상을 탈출하여 적막한 산장에 머물러
있으나 간에 잠이 선뜻 오지 않는다. 까닭없이 가슴이 답답한 듯도 하고,
휘파람 소리같은 깊은 한숨이 간간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억지로 잠을 청
할 것인가. 그보다는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전자에 물을 끓여 들고 책
상 앞이나, 어둡고 찬 기운 감도는 마루에 앉아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
자루 촛불을 밝혀두고, 설악의 정기를 받아 자란 치커리차를 음미하는 잔잔
한 즐거움과 함께.
두뇌를 맑히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줄 향기로운 치커리차를 위해서는
우선 무공해의 설악산 생수를 긷도록 한다. 그리고 물을 팔팔 잘 끓여 한김
내보낸 후 적당량의 치커리를 넣도록 한다. 한 십여분 묵묵히 차가 우러나
기를 기다리며, 은은히 스며나오는 치커리의 향을 설레임으로 맡아본다. 본
디 차는 어더한 종류의 것이고 너무 진하거나 뜨거우면 제 향과 맛을 느낄
수 없는 법. 잘 우러난 치커리차는 영지버섯을 달였을 때의 향기와 맛이 느
껴진다. 빛깔은 연한 커피색으로 달면서 쌉스름하며, 마시고 난뒤 여훈(餘
薰)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아 있는다.
본량는 섭시 영하 30-40도의 한대 지방에서만 자라는 치커리는 소련의 바
이칼호 주변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일대에 분포
재배되고 있는데, 소화작용을 원활케 하는 효능이 있어 배변을 용이하게 해
준다. 특히 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에 커다란 효험이 있으며, 이는 치커리에
포함된 성분중 이눌린이라고 하는 천연 다당류의 작용이라고 한다. 설악치
커리 식품(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2리 / 대표:박영숙/전화:(0365)462-3428
)이나, 우체국 우편주문판매제도를 이용해 구입할 수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3)-사철쑥차
건강에 으뜸인 사철쑥차
이렇다할 휴식없이 일속에 파묻혀 시간을 잊고 살다보면 이러다 언제 불
시에 죽음이 찾아들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든다. 세월의 흐
름은 어찌나 빠른지. 딸아이의 말마따나 머리 한 귀퉁이에는 빈 자리가 생
기고, 이마의 주름도 더욱 깊어진듯 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는데, 사는 일은 늘 힘에 겨
웁고 건강은 결코 어제보다 좋아짖 않는다. 그런즉 평소 녹차를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필자이련만 금주에는 건강을 위한 약차로서 사철쑥차를 권하고자
한다.
일명 애탕쑥 혹은 더위지기라고도 알려져 있는 사철쑥은 국화과에 속하며
, 강이나 냇가의 모래땅에서 흔히 자라는 국화과의 다년생풀이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걸쳐 널리 분포하며, 물론 산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생약명
은 취호(臭蒿), 인진호(茵陳蒿), 인진(茵陣)등으로 불린다.
더위가 시작되는 늦은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입과 줄기를 채취하여 사용
하는데, 약재용은 흔히 양건(햇볕에 말림)을 한다. 이담, 해열, 이뇨, 발한
, 진통의 효능이 있다. 특히 정혈 작용이 뛰어나, 인체내의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철쑥은 과거로부터 황달,
급성열병, 간염등의 증상을 치유하는데 애용되고 있다. 차재료로 쓰일 사철
쑥은 초 여름에 채취하여 음건한후 잘게 썰어서 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맛이 쓰므로 차를 만들 때는 소량의 물을 많이 넣고 가볍게 끓여 연한 맛
을 음미하며 틈틈이 마시도록 한다. 계지(桂枝)나 구운 감초를 첨가하여 달
이면 더욱 좋다. 직장인의 경우, 힘든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전에, 혹은 저녁 식사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친밀한 대화와
건강유지를 겸한 마실거리로 따끈한 사철쑥차를 하누잔 마신다면 다음날의
생활이 신선한 활력으로 넘칠 것이다.
평소 민간요법과 건강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 하고 있는 김
유일씨(<월간 여행과 건강>) 편집위원/전화:(02)333-7083)는 사철쑥차를 즐
겨 마시고 있는데, 부부간 사랑의 처방으로 사철쑥차를 강력히 추천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음주의 슴관이 있는 남편들의 간을 보호하고 위장의 부담
을 덜어줄tn잇는 약차로서 사랑하는 아내들이 자리끼로 사철숙차를 준비하
는 일은 과연 근사한 사랑의 술책이라 싶다. 남자들은 단순하고 어리석어
나븐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필요한줄 알면서도 선뜻 찾아 나서지 못하
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내의 다듯한 사랑의 보살핌으로 부부가 함게 오붓하
게 차마시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별미식으로 초봄에 어린 잎을 뜯어서 나물을 해먹어도 좋다. 주의할 점은
쓴맛이 있으므로 끓는 물에 데친후 찬물에 여러차례 우려내어야 한다는 것
이다. 쑥떡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4)-결명자차
눈을 밝게 하는 천리 광등 - 결명자차(決明子茶)
지난 여름 오느날 텔레비젼을 많이 보아서인지 딸아이가 학교에서 칠판
글씨가 잘 안보이고 때때로 앞이 흐릿흐릿하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상담을
청해왔다. 안경점에 들러 시력을 점검해보니 역시 시력이 약화된 것으로 판
명되었다. 아직 안경을 쓰게하고 싶지는 않고, 어찌나 망설이다가 약방에
들려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약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의사가 권하는 약품이 결국은 나빠진 눈을 원상으로 돌려놓는다기
보다는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데 불과한 것. 그런 즉 눈이 나빠지고 나서 '
사후약방문(死後藥方問)'격으로 병원을 찾는다, 치료를 한다 야단법석을 떨
일이 아니라, 평소 눈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안이 되기 전에 각종 시력 장
애에 시달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리라 본다. 꼭 식자층이 아니라 해도 근
래에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많은 글을 접해야 하고, TV,컴퓨터등의 소위 문
명의 이기와의 친교(?)로 인해 눈이 지나칠 정도록 혹사 내지는 희생당하고
있는 실정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가련한 우리의 눈을 위해 좋은 차는 없을까? 수질오염 때문에
요즘에는 어느 가정에서고 차를 많이 끓여 마시는데, 그중 가장 사랑을 받
는 것이 결명자차이다.
결명자는 콩과에 속하는 결명초(決明草) 또는 긴강남차의 종자로서, 양명
(羊明), 양각(羊角), 강남두(江南豆), 마제초(馬蹄草), 천리광(千里光), 환
동자(還瞳子)등이 재미있는 이명을 지니고 있다. 한해살이 식물로 키는 1m
까지 자란다. 6-8월에 노란 꽃이 피는데 가을철에 풀을 베어 성숙한 종자를
햇볕에 말려 약용으로 쓰거나, 볶아서 차로 달여 마신다. 숭늉처럼 구수하
고 보리차보다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빛깔 또한 이채롭다.
좀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천리광등의 이름에서 알 수있듯 결명자(決明
子)는 눈을 밝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데, 문제는 하루 아침에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장복을 해야만 효험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이고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결명자의 기미는 서늘하고 쓰면서 달다. 씨속에는 애모
딘(Emodin)과 포도당으로 변하는 매당체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종자중에 함유된 캐로틴 선분에 의한 명목(明目) 기능 이외에도 결명자는
간을 맑게 하고,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케해 이뇨 내지는 이수(利水)
를 돕는 효능이 있다. 나아가 결명자는 장의 연동을 촉진시키며, 눈의 충혈
과 결막염으로 생긴 눈병의 세안제및 열상이 동반된 습관성 변비에도 사용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산전 산후의 각종질환을 치유시키므로 평소 꾸준
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저혈압과 하리에
는 금기이다.
북미 원산의 풀이지만 약용이나 차등의 건강음료로 전국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일반 시장과 백화점 식품부, 한약 건재상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싼 편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5)-복분자차
좋은 벗과 함께 하는 복분자차(覆盆子茶)
필자의 개인적인 관심으로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그 준비에 부산해 있는
중에, 어느 날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열락(悅樂) 가
운데 하나인 좋은 벗이 먼길을 마다않고 지기의 얼굴을 보고자 찾아준 것이
다. 마침 입춘도 지났고, 함께 잔설을 밟으며 산에 올랐다가 골짜기 물가에
자라는 버들 가지에 귀여운 움이 돋아났음을 발견하고는, '그 무엇이 계절
의 흐름을 거역할손가' 라고 생각하다가, 지금같은 시절에 마시기 좋은 차
로 무엇을 권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절로 해결되었다. 산딸기 덩쿨이 눈에
띈 것이다.
통칭 산딸기로 알려져 있는 복분자는 장미과에 속하는 야생 나무딸기의
생약명으로 지방에 따라서는 참딸, 곰딸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결분(缺盆),
오복자(烏覆子), 대맥(大麥)등의 이명을 가지고 있다. 늦은 봄인 5-6
蠟 크기 만한 분홍색의 꽃이 가지마
다 10여 송이씩 우산꼴로 모여 핀다.
주로 중부 이남의 지역에 분포되어 자라므로 남한 일대 양지바른 산골짝 어
디서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복분(覆盆)이라는 한자를 놓고 볼 때, 이를 오래 복용하면 기능이 왕성해
져 요강을 엎을 정도가 되는 것이리라 짐작할 수가 있다. 복분자 뿐만 아니
라 구기자, 오미자, 결명자, 비자, 치자등 이름속에 자(子)자가 들어가 있
는 식물은 우리 신체의 신(腎)의 기능을 강화 내지는 원활케 해주는 것들이
다.
복분자의 기미는 평범하고 달면서 시큼한데, 능금산, 구연산등의 천연 유
기산류와 포도당, 과당, 자당(蔗糖) 따위의 각종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자
양, 강장, 강정, 보간(補肝),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으므로, 신체허약, 음
위(陰委), 유정(遺情) 및 빈뇨의 질환을 다스리는데 효험이 있다. 흔히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생의 딸기나무라고 대수롭지 않게, 혹은 설마 하고
코웃음을 치며 무시하려는 경향이 이쓴데, 기실 가까이 있어 인간과 친한
것이 우리 생활의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해서 무심
결에 떼어내는 옥수수 수염이 좋은 차감이 된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려는지. 아무튼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야생딸기가 몸을 덮혀주고
피부를 부드럽고 윤택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하니, 등산길이나 소풍길에
만나면 한웅큼 따들고 하나하나 그 맛을 음미하며 씹어먹도록 해보자. 상큼
하고 약간 신듯 달작지근한 맛이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와 소박함을 일깨
워 줄 것이다.
약용으로 쓸 복분자 딸기는 빨갛거나 완적이 익어 검붉게 변한 것이 아닌
7월경 설익은 녹색의 열매를 채취하여 건조시켜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매를 끓는 물에 1-2분 정도 넣었다가 꺼내 햇볕에 말려 쓰기도 한다. 차
거리로는 열매 대신 뿌리를 선택한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고 부터 봄이
디어 새잎이 나기 전의 복분자 나무의 부리를 캐내어 잘 말렸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전자에 넣고 오래 끓여 틈나는 대로 가급적 자주 마시도록
한다. 애주가를 위한 복분자술은 잘익은 열매를 따서 2-3배 가량의 소주에
담가 만든다. 한달 정도 지나면서 부터 마실수 있는데, 피로회복과 식욕을
돋구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딸기잼을 만들어 국산품 애용에 앞장
설 수도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6)-연실차
☆ 불면을 다스리는 연실차(蓮實茶)
환절기라서인가, 집사람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다 깨어 나면 가슴
이 답답하게 느껴져 다시 잠들기가 여간 고역스러운게 아니라고 푸념섞인
하소연을 한다. 뭐 그리 답답할 까닭이 있느냐, 우가동 부족이거나 그럴 때
도 있는 법이라고 짐짓 면박을 주면서도, 내심으로는 '그래,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딱한 사정을 모르는 법이지' 하며, 그 원인과 처방을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다가 나름대로 작정을 하고는 시내 건재상에 나가 연실을 적당량 구
해들고 돌아온다. 잘 마른 연실은 한 근에 이천 오백원 가량한다. 이것을
몇등분하여 나눠놓고 우선 찻물을 받도록 한다. 그러나 요즘 가정에서 먹는
수돗물은 대체로 맘놓고 먹기에 합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정수기를 이용해
새로 물을 만들어 마시는 것도 왠지 작위적이고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느 스님이 권해주신 방법대로 감란수(甘爛水)를 만들어 식수
로 마시기도 하고 찻물을 이용해 보기로 하자. 어차피 차를 달일 때는 정성
과 좋은 물이 기본 재료라 하니, 운동삼아 기도삼아 시도를 해보자. 물을
한 항아리 받아 놓고 작은 바가지나 공기로 물을 퍼 어깨 노퓨이 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주루룩 하고 떨어뜨린다. 그런 과정을 백천번 되풀이 하다 보
면 항아리에 만들어지는 물방울이 구술처럼 된다고 한다. 꼭 그렇게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수십차례 선의의 운동을 하게 되면 센물도 부드러워지고
약간은 떫은듯 새코롬한 양질의 물을 얻게 된다. 이 물을 끓여 차를 달이면
그 맛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연꽃의 종자인 연실, 속칭 연밥은 달리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단순히
연자(蓮子)라 하기도 하고, 연자육(蓮子肉), 우실(藕實), 택지(澤芝), 수지
단(水芝丹)등 재미있는 명칭으로 불리운다. 그 기미는 평범하면서 깔깔하다.
약간 떨떠름한 맛이 난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
고는 차거리나 약재로 쓸 연실을 혼자 힘으로 채취하기는 쉬운 노릇이 아닌
데, 의욕적인 사람을 위하여 채취 시기와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먼저 연
꽃이 다 지고 나서 가을철에 깔때기 모양의 큰 열매를 맺고 종자가 성숙해
지 나때를 택해 연방(蓮房)을 따서 거심(去心)을 한 후 햇볕에 잘 말리도록
한다. 이를 습하지 않은 곳에 보관했다가 그대로 쓰거나 혹은 분쇄하여 물
을 넣고 끓여 차로 마신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가급적 따끈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연과은 소택지(沼澤地)에서 잘 자라는데, 여행을 하다보면 경상도 합천이
나 영천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진흙 속엣 자라되 항시 그를 굽어보며
피어나는 이 꽃은 영취산 야단법석(野壇法席)의 미소라는 말이 전해진다.
그런 까닭에 불가에서는 당연히 연꽃을 오탁악세(汚濁惡世)로부터 벗어 나
는 깨달음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이런 고귀한 연꽃의 열매인 연실은 자양, 진정9鎭靜), 수렴외에 비장(脾
臟)을 보하고 신장을 이롭게 하는 효능이 있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살
아가는 세월만큼이나 아픈 심화가 쌓이고 그를 제대로 연소시키거나 외부로
발산시키지 못해 속앓이병이 유달리 많은 우리네 여인들의 까닭있는 답답한
가슴을 다스리는데 으뜸이다. 즉 마음의 번민으로 인한 불면에는 연실차가
제격이다. 일단 마시면 소변이 극히 부드럽게 잘 나오고, 위장염이나 무력
증에도 효험을 기대할 수 있다. 춘삼월 남편의 사랑으로 달여서 건네주는
연실차는 아내의 애달픔을 충분히 위무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7)-냉동차
☆ 일지암(一枝庵)의 냉동차(冷凍茶)
일기예보를 듣자 하니 일부 지방에서는 내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대관령을 위시한 영동 산간에는 산골짝마다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지만, 누가 뭐래도 봄은 봄이다. 이미 춘분이 지난지 오래요,
청명도 엊그제로 지나갔으며, 우전차(雨前茶)를 만들어야 할 때인 곡우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느 친구는 자기 방 창문 앞에 서있는 목련나무에 바야
흐로 목련꽃 봉오리가 함초롬히 입술을 열었노라며 전화를 해왔다.
그러면서 들뜬 목소리로 '그대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몇번이고 거
듭해댔다. 그런 기쁨의 전화를 받으면 따뜻한 녹차생각이 간절해진다. 은은
한 차향같은 우정의 즐거움을 곰곰 음미하고 싶음이다.
분청다구를 앞에 놓고 정처(靜處)에 앉아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생명의
신비, 사물의 유전(流轉)등의 일을 생각하다보니 문득 지난 해 왕산(旺山)
에서의 농사일이 기억된다. 아이들과 함께 작은 밭을 도지해 감자를 심었더
랬다. 그러고 보니 수입 농산물 때문에 비만 방지에 좋다는 재래종 감자조
차 남아 돌고는 있지만, 이제 서서히 밭이랑을 내고 감자눈을 파종해야 할
때다 싶다. 보습 지나간 자국마다 열었던 흙이 부드럽게 부서져 감추어진
모습을 드러내는 단순한 광경에서 우리 가족은 잊고 사는 자연에의 외경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윽고 물이 끓는다. 얼마전 월간 다담(茶談)의 임명옥(林明玉)편집장이
선물한 냉동차를 개봉하여 차를 내어 마신다. 일지암 소산이다. 좋은 차를
마시고 신선이 된듯한 기분에 상상의 나래를 달고 남녘땅으로 날아가 본다.
그곳의 모습이 이러하다.
전라도 해남에도 봄이 오고 대둔사(대흥사)가 자리한 두륜산(頭輪山)자락
여기저기에서는 봄 소식을 알리는 멧새들이 재잘 재잘 교신을 한다. 대로는
이중창으로, 때로는 짝을 부르는 구애의 노래로 사바세계를 등지고 두타행
(頭陀行)에 몰입해 사는 스님들의 마음에 한가닥 감상의 파문을 일으킨다.
독경소리가 예사롭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교묘히 이동해 가는 다람쥐들
도 감동해 새들의 노래소리를 흉내낸다.
한국의 차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艸衣禪師)가 살아 계셨다면, 곡
우절을 앞두고 수줍게 자라고 있는 일창일기(一槍一旗) 연록의 어린 차잎을
어루만지시며, 햇차를 만들 계획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실 것이다. 일지암에
냥려쪼이는 양광(陽光)은 무척이나 포근하고 아름답다. 선사의 법통과 다선
일여(茶禪一如)의 정신을 이어 받은 용운(龍雲)스님(일지암제2대암주)은 이
일대에서 자라는 야생차잎을 따서 해마다 우전차외에 작설차인 신차(神茶),
감로차(甘露茶), 동다(東茶)와 청녹차(靑綠茶)인 초의차, 무아차(無我茶),
그리고 반발효차인 오룡차(烏龍茶)등을 법제하신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냉
동차를 개발해 주변의 차애호가들에게 보급하고 계시다.
이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냉동차는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차를 마실 때마다 꺼내어 사용해야 한다. 차를 낼 때도 작설차의 경우와는
달리 끓는 물을 그대로 붓도록 한다. 그렇게 마시는 냉동차는 본래 차의 성
질이 냉한 탓에 체질상 차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차를 마시면 공연히 배
가 싸르르 아프곤 한데 그런 일이 없다. 오히려 위를 따뜻하게 해주고 장기
능을 활성화 시킨다. 차의 향과 맛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성품이 따
뜻함으로 해서 마시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히 이완시켜준다.
아름다운 봄날, 시간을 내어 손수 차를 내어 마시는 여유를 갖자. 그리고
고향의 부모님께, 혹은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안부 편지를 쓰자. 곁들여 차
를 한통 선물한다면 금상첨화이지 싶다. 특히나 고혈압, 당뇨, 위장병, 동
맥경화, 암등의 여러가지 성인병으로 몸고생이 많으신 연로한 분들은 반드
시 녹차를 상용해야 한다고 필자는 믿기 때문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8)-매실차
⊙ 광양(光陽)의 매실차(梅實茶)
매화나무 가지(梅梢)에 둥근 달이 걸려있는 정경을 마음 속에 그려보자.
그 포근한 느낌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편안해지며 절로 오래도록 살 것만 같
지 않은가, 혹시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매화가 그려진 세한삼우도(歲寒三
友圖)를 본 적이 있는가. 요즘처럼 이기주의가 범람하는 시대에 참답고 좋
은 친구란 어떤 것일까를 시사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이처럼 매화는 예로부
터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동양화의 주된 소재로 다루어져 왔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매화가 피었다. 모진 겨울을 견디며 오랫동안 간직해
온 향기를 대기중에 발산하며 춘선(春先)인 매화가 단아한 여인의 자태로
봄소식을 전하며 우리 앞에 서 있다. 매화의 고운 모습과 강렬한 향기는 진
정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인의 고고한 자태와 방향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매화나무에 이른 봄 잎눈이 움직이기 전에 눈같이 흰빛의 매화가 피는데,
지난 해에 잎이 붙어있던 자리에서 한송이 또는 두송이씩, 거의 가지에 들
러붙은 상태로 피어난다. 물론 분홍빛의 매화도 있다. 꽃이 지고난 뒤에는
둥근 열매가 맺히며 익으면 노랗게 물들고 그 맛은 매우 시다.
매화 열매의 생약명에는 매실, 오매(烏梅), 훈매(熏梅), 소연(巢煙)등이
있다. 약재로 쓰이는 매실은 5-6월경 덜 익은 청매실(푸른열매)을 채취하여
섭씨 40도 정도의 약한 불에 쬐어 혹은 연기에 그을려 과육(果肉)의 색이
황갈색으로 노랗게 변한것(약60% 정도 건조)을 햇볕에 말려 만든다. 마르게
되면 매실의 빛깔이 흑갈색으로 변하므로 오매라고 한다. 이를 뜨거운 물에
탕전하여 꿀따위를 섞어 마시면 새콤하면서도 맛있는 매실차가 된다.
아미그달린(amygdalin). 청산, 능금산, 구연산등을 함유하고 있는 강 알
카리성 식품인 매실의 기미는 시고 따뜻하다. <동의보감>에는 오매를 일러,
"염(痰)을 제거하고 토역(吐逆)을 그치게 하며, 갈증과 이질과 열과 뼈가
쑤시는 것을 다스리며, 주독을 풀고 상한과 곽란과 조갈증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이는 매실이 그 특유의 산미(酸味)로 타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
를 돕고 간기능을 보호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매실은 약재로서 강력한 살균, 해독, 정혈, 정장작용을 하기 때문
에 해열, 진해, 수렴, 지사, 구충 등의 효능이 있으며, 기침, 토사, 목이
붓고 아픈 증세, 설사, 이질, 혈변, 산후 출혈이 멎지 않는 증세, 입안이
심하게 마르는 증세, 회충으로 인한 복통 등의 질환에 사용된다고 한다. 따
라서 예전에는 민간요법으로 매실고를 만들어 아이들의 배앓이에 사용하기
도 했다. 매실 연구가 김헌두 박사에 의하면, 매실은 식욕부진, 소화불량,
식중독, 위경련, 장염 등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매실은 또한 덜익은 열매를 같은 양의 설탕과 함께 10배 가량의 소주에
담가서 매실주를 만들어 마셔도 좋다. 식욕부진이나 더위를 먹었을 때 치유
의 효험이 있다. 한편 중국 사람들은 잘익은 매실 열매를 꿀이나 설탕에 조
려서 먹으며, 일본에서는 울메보시(梅于)라 하여 매실을 자소(紫蘇)잎사귀
와 함께 소금에 절여 식품으로 애용한다. 서양에서도 매실을 식욕증진, 갈
증해소의 식품으로 혹은 정력제로 사용한다.
상품으로는 광양군 다압면 섬진리 「광양청매농원」의 '섬진리 매실아줌
마', '매실박사'로 불리는 홍상희 아줌마가 만든 <청매실차><청매실 엑기스
>가 대표적인데 섬진강을 끼고 있는 백운산에서 30년을 매실과 함께 살면서
터득하여 개발한 초고의 품질과 제조비법으로 빚어진 차와 엑기스는 독특한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그 맛 도한 일품이다. 「광양청매농원」의 서울
연락처는 (02)556-6783)이고, 제조 방법으로는 청매실을 채취해 이를 곱게
잘 찧어서 짜낸 즙을 햇볕에 말리거나 약한 불로 건조시켜 검고 진득한 매
실 엑기스를 만든 것이다. 신 것을 먹는데 자신있는 사람은 찻술로 반정도
의 분량을 그냥 입안의 침으로 녹여 복용하는 것이 최상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미지근한 물에 타서 마셔도 된다.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매실
엑기스를 1대 2의 비율로 물에 희석해 약 2주일 동아나만 환부를 마사지하
면 여드르밍 감쪽같이 없어진다고 한다. 여서의 대하 및 냉증 치료에도 탁
월한 효과가 있으며, 피부노화를 방지시켜 늘 탄력있는 피부를 유지시켜 준
다고도 한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39)-율무차
☆ 위장을 회복시켜주는 율무차(薏苡仁茶)
요즘 장이 나빠 고생하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여러가지 원이니 있겠지만
, 주원인은 무턱대고 마셔 버릇한 커피 때문이다. 한참 원기왕성할 때는 모
르겠더니 중년이 된 이제는 커피를 한잔만 마셔도 금새 속이 쓰리고 심지어
는 아프기까지 하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그러면서도 악습은 버리기 어려워,
그만 마셔야지 하면서도 달리 대신할 만한 마땅한 기호음료를 찾지 못해
습관처럼 인상을 써가며 매일매일 커피를 마신다. 이번 주에는 고생하는
위장에 도움이 될 마실거리르 띵찾아 결연히 그와 친교를 맺도록 하자.
필자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음으로 해서 오전 시간은 공복의 상쾌함을 맛
보고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위장에 좋음은 물론 전반적으로 사람의 건
강을 유지시켜준다고 경험적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아침을 걸러서는 어쩐
지 허전하고 시장해서 견디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이런 경우 아침을 배불
리 먹음으로 해서 위장에 부담을 주고 따라서 오전 일과의 비능률을 초래하
기 보다는 따끈한 율무차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혹사를 당한 위장을 편안케 해주고 동시에 몸속에 과다하게 누적된 노폐물
을 몸밖으로 방출하도록 권하고 싶다.
위장, 비장을 보호하고 그 기능을 활성화시켜 주는데 아주 좋은 율무차의
재료인 율무는 정확하게는 율무(薏苡), 염주(川殼)등의 종인(種仁)을 가리킨
다. 율무의 이명은 의인(薏仁), 미인(米仁), 이인(苡仁), 감미(感米), 해준
(解蠢), 주주(朱珠), 회회미(回回米), 필제주(必提珠), 주자미(珠子米), 초
주아(草珠兒)등으로 불리운다. 기미는 약간 서늘하고 떫다.
약재로 쓰일 율무는 가을철 과실 성숙시에 과실을 채취하는데, 외각(外殼
)과 외피를 제거하고 햇볕에 잘 말린다음 이를 그대로 사용하며, 때로는 초
(炒,불에볶음)하여 상용한다. 차거리로 쓰기 위해서는 볶아낸 율무를 분말
로 하여 공기가 잘 통하고 습기가 없는 곳에 밀봉 보관하였다가 그때그때
꺼내어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신다. 꿀에 섞어 마시면 더욱 좋다.
율무의 효능은 건비(健脾), 이수(利水), 소염(消炎), 해열, 진통 등으로
주된 치료 효과는 수종(水腫), 각기(脚氣), 백대(白帶), 우(?), 폐장옹(肺
腸癰)등이다. 율무차는 위장기능이 나쁜 사람이 마시면 좋으나 지나치게 많
이 마시면 남자의 경우 머리가 빠지고, 여자의 경우는 불임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근래에 들어 율무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여 농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의이인주(薏苡仁酒)는 대표적인 율무술이다. 전남 화순의 농
부 황용철씨가 개발한 율무술은 알코올 농도 65%의 증류주로 뒤끝이 깨끗하
고 향 도한 그윽해 중국의 마오타이보다 술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
다. 한방 치질 치료제의 액재에도 율무가 포함되어 있다. 약탕관이나 주전
자에 물을 큰대접으로 하나 붓고, 여기에 의이인 12g, 목단피 6g, 도인 6g,
창출 6g, 대황 4g, 망초 4g을 함께 넣어 30-40분 달인 후 이 물을 식후 1시
간 전후하여 하루 3회 약 2주간만 복용하면 상당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
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0)-반야로
◈ 효당가(曉堂家)의 반야로(般若露)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중 '고다(苦茶)'편에 인용된 <식물(食物)>이라가
책에 보면, "옛날 어느 사람이 거위고기로 불고기 해먹기를 몹시 좋아하여,
계속해서 먹는 것을 보고, 의사가 그 사람에게 이르기를 반드시 몸속에 옹
병(癰病)이 생겨 그로 인해 죽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사람이 병이
나지 않자 괴이하게 생각하고 찾아가 보니, 그는 매일 밤 반드시 시원한 차
한사발씩을 마시고 불고기의 독을 풀고 있었다"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차는 우리 몸 속의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독이든 식독이
든, 심지어는 화독에서 병독까지.
한편, 우리 모두는 건강하면서 오래 살고 싶어한다. 여자라면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한 채 오래 살고 싶어할 터이고, 그러면서도 요즘 사람들은 남
녀의 구별없이 일찍 죽고자 모종의 경쟁을 하는 듯하다. 흡연이 그것이다.
속상하고 슬플 때 담배는 물론 좋은 벗이 되어준다. 긴장을 풀고 심신을 이
완시켜주는 효능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흡연이 발암, 특히 폐암발생의 주
원인이니 어쩌랴. 건강을 생각한다면 의당 담배를 끓어야 한다.
담배는 메마른 인생의 동반자 운운하는 담배예찬론자들의 주장에도 불구
하고, 동맥경화,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폐기종, 만성기관지염, 천식,
위궤양, 시력장애는 물론 폐암을 위시한 각종 암등의 일등공신이 담배이다.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데에도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것이다. '85년 폐암으로
사망한 미국 출신의 명배우 율 브린너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암협회의 공익
광고에 출연,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폐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
한다. 여러분은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라고 호소하지 않았던가. 그는
하루평균 서너갑의 흡연실적을 과시하던 과다끽연가였다.
몸에 해로운 줄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이로운 줄 알면서도 가까이
하지 못함은 진정한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혜가 감로처럼 넘쳐
흐르도록 도와줄 벗은 없을까. 이번 주에는 단연코 주머니 속에 든 담배갑
을 꺼내 버리고, 그간 몸속에 누적된 연초의 독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 고유
의 녹차를 마시도록 하자. 효당가의 전통 수제차인 반야로가 좋을 듯하다.
'한국의 다도(韓國의 茶道)'를 저술하는 등 현대 한국 다도의 중흥을 위
해 부단히 노력하신 효당(曉堂) 최범술(崔凡述) 스님이 명명하시고, 그 뒤
를 이은 효당가의 반야로 차문화 원장 채원화씨에 의해서 법제되고 있는 반
야로는 부초차(덖음차)가 아닌 증차(찜차)이다. 본디 차의 성품이 차므로
효당 스님도 생전에 부초차보다는 증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었다고 한다. 스
님 생전 12년 그리고 입적하신후 3년간 도합 15년 동안은 진주 외곽의 고찰
다솔사에서 반야로가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채원화 보살(전화:(0595)83-253
8)에 의해 지리산 칠불사와 신흥마을 중간쯤에 위치한 수각이라는 곳에서
반야로가 생산된다.
생잎 1Kg을 1증(한번찌기)하면 겨우 100g정도가 생산되는 증차 반야로는
곡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은 120g 1통에 8만원, 입하 전후하여 제조된 것은
6만원이다. 담배를 아주 끊을 수는 없다 해도, 가급적 피우는 양을 줄여 나
가고, 담배를 피우고 나서는 반드시 차를 한잔 마심으로 해서 입안의 구취
를 제거하고, 흡연의 해독을 줄이도록 하면 좋으리라 싶다. 아무리 여유를
허락지 않는 바븐 일상이라 하더라도, 식후나 음주, 흡연후의 녹차 한잔이
면 충치 예방은 물론 오랫동안 입안이 상쾌할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1)-난꽃차
▣ 부여의 난꽃차
비가 오다 개었다. 날씨가 사람 마음 만큼이나 변덕스럽다. 이럴 때는 사
람 만나는 것도 시들하고, 생활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천심즉인심(天心
卽人心)"이라 몸도 꾸물 마음도 불편, 자꾸만 인생살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그러자니 향기로운 차를 앞에 놓고 위축된 삶을 추스려 보고 싶
어진다. 따뜻한 인정속에 금과옥조 감명깊은 지혜의 말씀을 들으며.
이번 주에는 삼천궁녀가 몸을 던진 백마강과 낙화암이 유명한 부여로 차
대접을 받으러 떠나보자. 한 때 백제의 수도였던 이곳에 차를 사랑하는 분
이 계시고, 그분은 고향의 어머니나 누이 같이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차객을 반기고는 손수 맛있는 차를 달여 대접해 주실 것이다. 강화에 계실
때도 차와 사람을 소중해 하셨다. 그분이 특별히 애호하시는 차는 난꽃차이
다.
설마 누가 난초의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랴 싶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리
라 본다. 부여의 성요셉 병원에 봉직하고 계시는 아가다 이옥자 수녀님이
난꽃차를 즐굅시는 분이시다. 오래전부터 녹차를 애용하는 가운데, 독자적
인 음차(飮茶)의 멋을 지니고 계시는 터. 평소 난을 가꾸며 그 꽃과 향기를
즐기시다가, 꽃이 지게되면 그를 잘 말려 보관해 둔다. 그리고 적막한 처소
에서 홀로 혹은 귀한 손님과 함께 차를 내어 마실 때, 연록의 싱그런 찻물
에 말린 난초꽃을 띄워 오랜 벗인 난초의 고귀한 품성을 닮으려 하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에 여행을 가면 사오는 대표적인 차로 반발효차인
오롱차(烏龍茶)와 향편차(香片茶)가 있는데, 향편차란 녹차에 말린 쟈스민
꽃잎을 첨가해 그 향이 녹차에 스미도록 함으로써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
어 마실 때, 향긋한 리리화(리莉花)의 향을 느끼도록 개발된 것이다. 난꽃
차는 말리화향보다 훨씬 은은하고고상한 풍치를 선사할 것이다.
차에는 여러가지 덕성이 있으니, 차를 마심으로 우리는 그 덕을 나눠받아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나 여성은 차를 더욱 열심
히 마셔야 된다.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어 마신 뒤에는 차잎을 내버리지
말고 차나물을 만들어 먹거나, 물에 부어 밤새 두었다가 우러난 물에 세수
를 하면 피부가 매끈 거리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차잎을 말려
냉장고에 넣어 탈취제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벌레가 자주 출입하는 곳에
두면 벌레들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한 구취를 없애주고, 소화를 돕기에 식후 마시면 따끝한 녹차 한잔은
우리의 속을 편하게 해준다. 몸속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모는 작용을 하
므로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녹차를 가까이 할
일이다. 공부는 해야겠는데, 졸음은 자꾸오고 커피를 마시자니 속이 쓰리고
입안이 텁텁한게 영 상쾌하지가 못하다. 이럴때 의당 녹차를 옆에 두고 마
셔야 한다.
이미 여름의 더위가
에 피서겸 차여행의 목적지로 가족
이나 벗과 함께 부여를 찾고자 한다면, 부여 8경의 하나인 부소산 고란사에
들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는 여유를 갖자. 강물 어딘가에 삼천궁
녀의 고운 마음이 보일지도 모른다. 절옆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를 받
아 나중에 차를 달여 마시는 것도 바람직 하다.
나성(羅城)이라 불리는 부여의 반월성(半月城)에 올라서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아득한 옛날 성곽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두고온 사람들을 그리며
서한이라도 적어보자. 솜씨 좋은 이라면 벡제탑의 낙조, 버들 우거진 마래
방축, 대왕포의 돛단배등 부여 8경을 소재로 야외 스케치를 해보자. 부여박
물관은 필수적인 방문지이다. 이밖에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하여 용을 낚아 올렸다는 전설의 바위 조룡대, 벡재의 충신 성충, 홍수, 계
박과 삼천궁녀를 추모코자 세운 삼충자(三忠詞)등 부여에는 보고 느낄 것들
이 무한히 많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2)-연화차
「 강릉 선교장의 연화차(蓮花茶)
마침내 내일 (음력 5월 3일)부터 이곳 강릉지방에서는 영신제(迎神祭)를
필두로 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13호) 행사가 연 5일간에 걸쳐 열린다. 이미
남대천변에 난장판은 섰고, 사람들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기웃기웃 축제의
시작을 기다린다.
필자의 노력이 부족하여 아직 정확히 조사는 못해 보았지만 동양화가 우
치(愚痴) 김덕중(金德重) 화백에 의하면 우리나라 차나무 자생지는 평양 지
역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 강릉에도 한 때 차를 재배하는 다원
이 있었다는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사선(四仙)과 그 무리들이 한송정을 중
심으로 동해의 울창한 금솔(해송(海松)인 흑송(黑松)을 가리킨다) 술에서
차를 달여 마시며 심신연마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과연 그럴 만
도 하다. 물론 당시는 지금 우리가 마시는 것과 같은 잎차(葉茶)가 아니고
덩어리차(團茶)나 가루차
杉.
'천하제일강산'이라는 호칭에 어울릴 만큼 주변 일대에 수많은 승경을
지니고 있는 강릉, 경호(鏡湖)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운정동에 선교장이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 후원 동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방문객의 마음이 차분
하게 가라앉는, 옛 양반가의 전통고옥 선교장의 주인은 성기희 전 관동대교
수이다. 평소 손님들을 청해 우리의 전통 음식이나 다과를 대접하기를 즐기
시는 성교수께서는 또한 연당(蓮塘)가의 정자 활래정(活來亭) 다실에서 차
객(茶客)을 청해 놓고 우리차의 향훈을 선사하신다. 정자내에 다실이 있는
건물로는 활래정이 유일무이하다. 성교수께서 무더운 여름날 잊으라고 내놓
으시는 차는 연화차.
진흙속에 피는 꽃, 오염되지 않는 청정법계의 상징은 연화. 개화기는 양
력 7-8월경. 그 열매를 먹으면 극락의 꿈을 꾸고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게
한다 하여 일명 망우초(忘憂草)라 불리는 이 꽃은 밤이면 봉오리를 오므리
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해질녘 꽃잎속에 차잎을 넣고 밤새 두면 차의 탈취
작용으로 연꽃 특유의 향기를 흡수한 이름도 멋들어진 연화차가 다음날 새
벽 이슬을 맞고 탄생한다. 이 차르 은제 다기에 담아 마신다고 상상해 보라
.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그러했으며, 성교수댁에서도 은제 다기가 전해져 내
려와 우아한 찻잔에 연록의 고운 차를 대접받는 손님들은 한껏 행복해 한다
. 강렬한 여름 햇살아래서도 고고하게 핀 연못속의 연꽃을 바라보며 '과연
연화는 근심을 여의게 하고 우리를 투명한 기쁨에 잠기게 하는구나' 찬탄하
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꼭 활래정 다실에서가 아니더라도, 아침 일찍 고요한 시간, 적막한 처소
에서 마음 자리 바르게 하고 스스로 내어 마시는 연화차는 세사의 번뇌를
일시라도 잊게 하기에 부족하밍 없을 것이다. 멋은 자기 스스로 가꾸기 나
름. 요란하지 않은 단아한 취향을 통해 좀더 품위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면
좋을 터.
차와 다도는 세인들이 오해하고 있듯 귀족적 전유물이나 고급문화가 아니
다. 시대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식의 고리 타분한 생활습성이나 엄격
한 형식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또한 풍류나 양생의 한 방편으
로 인식할 성질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차란 어디까지나 사람의 삶을 유익
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생활은 지나친 격식이나 예절
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화경청적(和敬淸寂)을 강조하는 일본식의 외형적 다
도와 우리의 것은 달라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차마시기
를 즐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조급한 심성을 차분하게, 쇠잔해
져 가는 육신에 활력을, 생활에는 멋과 여유를 주는 우리차에 친근하게 다
가서자.
단오제 행사 기간 중에나 피서철, 공기 맑고 산자수명한 강릉을 찾아 자
연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린 뒤 적당히 시장기를 느끼게 디면, 혹 색다른
미각을 찾아 별미식당을 수소문 하게 마련. 다행히 이런 이들을 위한 건강
식당이 있다. 마음 따스운 여주인 오혜진씨가 정갈한 음식을 마련해 놓고
손님들을 기다리는 시골집(전화:(0391)646-0823/강릉시 성내동 8-1)이 그
곳. 찬을 만들 때 미원등의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고, 육류, 젓갈류 등 성
인병을 유발하는 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식객은 상쾌한 채식
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3)-인동꽃차
○ 대전 도설천의 인동(忍冬) 꽃차
장마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창문을 열고 빗줄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괜
스레 울적하다. 꼭 나이가 들어서는 아닌데, 근간 입맛도 없고 어깨죽지가
축 늘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기도 다하고 맥도 다한듯 싶다. 하기는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나라 남자들치고 나이 40고개를 넘으며, 갑작스런 쇠약상태를
경험하지 않는 이가 없다 한다. 아무래도 어머님으로 부터 받은 원기9元氣)
가 다한 모양이라, 이제는 사기와 탁기를 몰아내고 생기를 불어 넣어야만
할까 보다. 그렇다고 녹용이나 산삼을 복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인동
꽃차는 어떨까.
이토록 비가 오기 전에는 주변 야산으로 산책을 나가면, 산비탈 덤불 속
같은 곳에 인동덩굴이 무성히 자라고 거기 흰듯 노란듯 길죽한 인동꽃이 잔
뜩 매달려 피어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더러 한 번 해보라고
해도 도대체 재미있어 하지도, 별다는 맛을 느끼지도 못하겠지만, 적어도
필자 정도의 연배인 사람들은 여름날 간식(?)삼아 인동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리고 시골 사람들은 꽃을 따 말려 건재상에 팔기
도 했다. 워낙 돈과 먹을 것이 귀하던 시대였으니까.
덩굴로 자라는 반상록성의 활엽수인 인동덩굴은 능박나무라고도 한다. 6-
7월경 개화하는데 처음에는 희게 피었다가 시일이 지남에 따라 누럽게 변한
다. 그래서 금은화라는 예쁜 이명을 지니고 있다. 꽃이 지고나면 어른 가운
데 손가락 크기만한 둥근 열매가 두 개씩 나란히 달려 익으면 검게 물든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동덩굴(忍冬藤)은 모진 겨울을 이기
고 꿋꿋이 자라나는 기특한 식물로,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과
어쩐지 닮은 데가 있는 것 같다. 인동초나 금은화라는 명칭외에 노옹수(老
翁須), 금채고(金釵股)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꽃과 줄기및 잎을 각기 다른 질환에 대한 약재로 쓴다. 꽃은
6-7월에 채취하여 음건하여(그늘에서 말려) 그대로 쓴다. 잎과 줄기는 늦가
을에서 초겨울사이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잘게 썰어 두었다가 사용
한다. 루테올린, 이노사이톨, 로니세란, 탄닌등이 함유되어 있는 인동등의
기미는 차고 달다. 해열, 이뇨, 해독, 소종의 작용 외에 통락(通絡)의 효능
이 있어, 예로부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 간이 나쁜 사람, 근골에
동통(疼痛)을 느끼는 사람, 황단(黃疸)에 걸린 사람들이 줄기와 잎을 함께
넣어 달여 마시거나 10배 가량의 소주에 담가 두었다가 우러난 약주를 음복
하곤 하였다. 몸에 종기가 나면 인동등을 다린 물로 환부를 세척하거나 고
약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인동 꽃차는 특히 해열, 해독, 소종, 수렴의 효능이 뛰어나다. 감기, 이
질, 장염, 임파선종, 각종 종기 등으로 괴로워 하는 사람이 마시면 좋을 것
이다. 인똥 과의 향미를 제대로 느기며 차를 마시고자 한다면, 단연 엑스포
의 도시 한밭골(大田)을 찾을 일이다. 대전시청앞 골목길에 자리한 전통 찻
집 도솔천(대전시 중구 대흥 2동 480/전화(042)256-5396)에서 분청차완으로
마시는 인동 꽃차는 단연 풍미가 뛰어나다. 차문화의 불모지라해도 과언이
아닐 대전 중심가에 위치한 도솔천은 본디 이천 광산요에서 작품활동을 하
고 있는 탁건 노병수선생의 부인 박화자씨가 경영하고 있다. 양반의 도시
대전 시민들에게 전통다도를 가르치기도 하고, 틈틈이 도자기 만드는 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이곳에는 특유의 인동꽃차외에 녹차, 말차 등이 준비되어 있다. 도솔차라
는 숙지황, 당귀, 감초, 맥문동, 오미자를 주재료로 한 한방차는 남자들의
숙취를 풀어주는데는 그만이다. 간밤의 과음으로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
면서 입맛이 없으면 당장 도솔차를 한잔 마셔볼 일이다. 그리고 인동 꽃차
는 기운을 되찾게 하고 몸이 개운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족할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4)-당귀차
▶ 주문진(注文津)의 당귀차(當歸茶)
큰일이다. UR의 큰 파도를 피하려고 일년간이나 고생했는데. 게다가 웬
비는 이다지도 내리나. 요즘 명주군 주문진읍 삼교리 일대와 연곡면의 생약
재배 농민들의 입에서 빈번히 흘러나오는 푸념이다. 정부에서 우루과이 라
운드 타개를 위한 대체작물로 적극 권장한 당귀가 근래 값싼 중국산이 수입
되면서부터 농민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닌 귀찮은 물건으로 전락한 때
문이다. 게다가, '신토불이'라고 당귀도 국산 당귀를 써야 제 효험을 보는
법이련만, 요즘 국산품에다
섞어 파는 얌체 상혼, 비열한 상
행
위
가 판을 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이토록 탁해 있어서인가 기상도 이변을 보이고, 질병도
절기에 관계없이 무차별하게 사람을 고롭힌다. 대표적인 것이 오뉴월 감기.
예전에는 여름철에 감기 걸려 고생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갈수록
혹서의 계절에 감기로 애를 먹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기침에 콧물, 한술
더 떠 목까지 따끔따끔 아프다. 이럴 때 이열치열의 방책으로 뜨거운 당귀
차를 몇잔 거푸 마심으로 해서 감기를 쫓아버리자.
일교차가 심한 해발 300-400m의 산간 지역이 재배의 적지인 당귀는 철갑
령(해발 1,040m) 아래 마을인 주문진 삼교리 일대와 소금강으로 통하는 연
곡에서 생산되는 것이 품질이 뛰어나다. 당귀는 수당귀가 지면 안되는데,
사둥귀란 당귀에 꽃이 피고 뿌리에 뻣뻣한 심지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수당귀가 진 것은 상품가치가 없다. 명주군의 당귀는 참당귀인 심산의 산당
귀를 모종하거나 씨를 채취하여 모종을 내므로 수당귀가 지지 않는다고 한
다. 또한 이곳 주민들은 연작을 하지 않고 감자와 당귀를 번갈아 가며 경작
하여 상품의 질을 높이고자 애 쓴다.
문귀(文歸), 건귀(乾歸), 대근(大芹). 상마(象馬), 지선원(址仙圓)등의
이명을 갖고 있는 당귀의 약재로서의 채취시기는 가을에서 익년 봄사이이
나, 춘채보다는 가을걷이인 추채가 약효가 더있다. 보통은 햇볕에 말린후
썰어서 쓰지만, 주배(酒焙)나 초초(醋炒)하여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당
귀의 기미는 따뜻하고 매운듯 향기롭다.
여성의 경도를 순조롭게 하고, 진정(鎭靜), 보혈의 기능외에 혈행을 원활
케 하는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는 파혈(破血)(체내에 뭉쳐있는 나쁜 피(瘀血
)를 약을 써서 없애는 것)의 약재로 사용하고 있는 터. 신체허약, 관절통,
현기증, 두통, 복통, 월경불순, 변비를 주로 다스린다. 이를 차로 내어 마
시다보면 이윽고 정혈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옛 의서에 의하
면 기운 없다고 도망갔던 마나님이 돌아올 만큼 당귀의 효험은 명백하다고
한다. 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저녁, 잘게 썬 당귀와 대추를 함께 넣
어 긁인후 청자나 분청찻잔에 담아 여기에 실백(잣)을 띄워 부부가 마주보
는 미소속에 마시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매콤 달콤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
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5)-골담초차
☞ 함안(咸安)의 골담초차(骨擔草茶)
도대체 장마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관상대의 에보가 "장마끝"한지
가 오래전 일인데, 여전히 심술궂은 비는 이토록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몸의 상태도 지뿌둥하게 만들고 있다. 태풍 로빈(Robyn)마저 전국을
술렁술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가야사(伽倻史)에 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빗줄기를 무릅쓴 며칠 동안의 김해, 함안등 남쪽 지방의 여행길에 필자는
전에 없이 피로를 많이 느꼈다. 힘든 해외 여행 중에도 체험하지 못하던 무
력증상이었다. 더하여 객기의 낯선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허리
가 아팠다.
어머님께서 나이가 들수록 나날이 허리는 물론 팔다리가 쑤시고 결린다고
하시더니 그 말씀이 십분 이해가 되는 터였다. 근자에는 골다공증 운운하는
무시무시한 병명으로 노인들이 불안해하는 심정도 헤아려 졌다. 마침 저만
치 산비탈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 골담초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꽃은 지
고 잎만 무성했지만, 과거 먹거리가 궁했던 시절에는 붉은 빛을 띤 노란
골담초 꽃이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음이 기억났다.
골담초는 본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역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과식물이다. 판삼(板蔘), 금작근(金雀根), 토황기(
土黃?), 야황기(野黃?)등의 이명을 갖고 있는 골담초의 뿌리는 오래 전부터
신경통의 약재로 이용도어져 왔다. 뿌리의 채취시기는 가을이 적기로 잔뿌
리를 제거한 후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렸다가 잘게 썰어 사용한다.
최근 창원 문화재 연구소와 함게 한 아라가야 고분군의 발굴로 상고사 연
구의 새지평을 연 함안군청의 공보계장 윤명오(尹明五)씨가 가야유적에 관
한 자료수집과 견학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그이에게 이곳에서는 골담초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보았다. 삼한시대 한 때 아라가야의 강역이었을 함안,
칠원등지에서는 상금도 인동초, 엄나무의 뿌리와 함께 골담초 뿌리를 삶은
물로 꼬두밥을 지어 여기에 엿질금을 넣고 식혜를 만들어서 음료로 복용하는
습속이 있는데 노인들의 허리 통증에 상당한 효험이 있다고 들었노라 했다.
이런 골담의 기미는 평범하고 쓰면서 맵다. 진통, 활혈(活血), 통맥(通脈
)의 효능이 있어 신경통 뿐만 아니라 통풍, 해수(咳嗽), 대하, 고혈압, 질
타손상(跌打損傷)등을 주로 다스린다. 차거리로 쓸 골담초의 잎은 6-7월경
따서 음건하도록 한다. 적당히 마르면 덖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
두고 무시로 차로다려 마시도록 한다. 습진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골담초의
뿌리를 달인 물로 환부를 닦아주면 된다. 술에 담궈 조석으로 소량씩 사용
하면 신경통에 좋다하나 과다하게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독성이 있기 때문
이다.
이제 여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원한 동해바다도 좋고 심산유곡을
찾아 잠시 세상살이의 때를 벗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얼을
찾고 뿌리를 더듬어 보는 역사기행은 어떨까. 사적 84호와 85호로 지정된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와 도항리 고분군은 역사탐방의 산교육장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 전통문화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공창석 군수의 부
임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함안 알리기 운동'의 성과를 도처에서 목격 할
수 있을 터. 요즘 세이느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공룡의 한반도 내 주요
서식지로 삼천포외에 함안을 꼽을 수 있는데, 함안군 여항면 외암리 소재의
용바위 정상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대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경이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6)-삼백초차
☆ 울릉도(鬱陵島)의 삼백초차(三白草茶)
희미하게 보이는 먼 거리의 두어 점
그것이 울릉도라 사람들은 말하네
만약에 청전(靑田)학을 타기만 한다면
푸른 바다 가로질러 갔다 다시 오련만.
려말 선초의 은사 운곡 원천석 선생께서 울진을 경유하여 용화역(龍化驛)
에 이르기 전 지현(知峴)이라는 고개에 올라 동해 바다 저 멀리 울릉도를
관망하며 읊조린 시문이다. 당시에는 이렇듯 울릉도가 육안으로도 보였으련
만, 지금은 대양마저 오염되 탓인가 그저 희뿌연히 수평선만 바라다 보인다.
소금 냄새 풋풋이 배어있는 해풍과 인연이 있어서인가, 도서 지방이나 해
안에 위치한 산악에 잘 자라는 식물이 몇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삼백초.
얼마나 고운 이름인가. 꽃과 뿌리, 그리고 끝부분의 잎이 희다해서 이름이
붙었는 바, 이명 또한 다채로와 삼점백(三點白), 오엽백(五葉白), 수목통(
水木通), 전삼백(田三白), 오로백(五路白), 백화(白花) 혹은 백화연(白花蓮
)등으로 불린다. 습한 땅에 잘 자라는 삼백초는 울릉도 뿐만 아니라, 제주
도 협재 지방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약재로 쓸 삼백초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인 8-9월에 꽃과 잎을
포함한 줄기를 채취하여 그대로 햇볕에 말려, 잘게 썰어 보관했다가 약차로
달여 마신다. 차거리로 쓸 삼백초는 잎만을 따 음건하여 무쇠솥에 한번 덖
었다가 통풍 잘 되는 곳에 보관해 두고 녹차처럼 더운 물에 우려 내어 마시
도록 한다. 그 기미(氣味)는 차고 맵쌀하다. 해열(解熱), 이수(利水), 소종
(消腫), 거담, 건위의 효능이 있어 소변불리, 소화불량, 수종(水腫), 간염,
황달, 각기, 임질등의 치유에 효험이 있다. 늦가을 산행에 나섰다가 운수
사나워 뱀에라도 물리는 악운이 닥쳤을 때 얼른 생잎을 짓찧어 환부에 붙이
면 독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울릉도라 하면 옛적에는 한 때 우산국이라 불리던 섬나라였으나, 신라 장
군 이사부가 지중왕 13년(512년)에 정벌하여 신라 영토에 편입시켜 오늘에
이른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있어서 화산도
인 울릉도는 포항에서 동북방으로 268Km 지점에 위치한 섬 관광지이다. 페
리호를 타고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을 가르며 8시간 남짓 달리면, 저만치 도
동항이 뱃길에 지친 나그네를 환영하고, 짙은 안개 덮인 위로 유명한 성인
봉(해발 984m)이 그 머리를 비죽히 내밀고 있는 매력적인 섬 울릉도. 후박
엿과 오징어의 별미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랑거리. 동쪽으로 96Km에는 외
로운 섬 독도가 찾아주는 이 많지 않음을 한탄하여 사나운 해풍과 씨름을
하고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7)-황토차
◎ 제천(堤川)의 황토차(黃土茶)
조석으로 부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아침에 일어나면, 간
방에 담배로 입안이 깔깔하기도 하고, 헛헛한 기운에 뭔가 속을 덥혀줄 마
실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아내가 갈아주는 생인삼 쥬스도 정성을 보아
서는 마셔야겠으되, 찬 느낌 때문에 입에 대는 순간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햇능금 쥬스도 상큼한 미각은 사랑스럽되, 빈속에 마시고 나면 싸르르 아랫
배가 아프다. 힘든 세상살이를 하다보니 속이 많이 망가져 있는 탓이다.
근래 세일론 티니, 오룡차니 해서 발효차를 상품화한 깡통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음을 본다. 차의 대중화를 기한다는 측면에서는 우선 반가운 일
이다. 하되, 명칭이 국산이 아닌 것은 차치하고, 어차피 그 또한 뜨거운 물
에 금새 우려내어 마시는 차와는 작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랫배로 부터
가슴께 까지 훈훈하게 온기를 느낄 뿐만 아니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
힐 만큼 속시원한 차는 없을까.
이제 추분도 지나고 했으니, 가을맛 나는 황토차를 마셔 보자. 발효차 특
유의 풋풋한 미각에 열탕의 상쾌함을 경험할 수 있을 터. 중국 운남성 뵈이
에서 생산되는 보이차(普耳茶)가 누룩의 균으로 발효시킨 것이라면, 황토차
는 황토의 성질을 이용해 기왕에 가공된 녹차를 자연 발효시킨 것. 발효작
용에 의해 차의 성품이 따뜻해져, 위장을 덮혀주는 기능을 하며, 발효차에
서만 느낄 수 있는 구수한 맛과 붉으스레한 빛깔이 너무도 정겹다.
제천 친구 동물병원장 김연호씨는 제천 일대에서는 평소 다인으로서 잘
알려져 있음은 물론, 오랜 세월 윌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꾸
준히 자료수집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재야 사학자로 명망이 높다. 그이는
날씨가 쌀쌀해지고, 덕분으로 콧물이 흐르거나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 지체
없이 뜨거운 황토차로 감기 몸살 기운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이에 의하면, 황토차는 풋풋한 황토 흙냄새가 그대로 느껴져야 제대로
만들어진 차라 할 수 있다. 또한 최대한 열탕으로 차를 내어 마셔야 별미다.
자기 찻잔 보다는 소박한 토기 찻잔으로 마시는 게 훨씬 정감이 있다. 이런
식으로 즐기는 황토차는, 빛깔과 성질의 조화 뿐만 아니라 따끈하고 소박한
맛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족할 것이다.
조그만 정성만으로 황토차를 직접 만드는 일은 그닥 어렵지 않다. 재료로
쓰일 녹차는 세작이 아닌 중작이나 대작이 좋다. 값도 싸고 발효현상도 쉽
게 일어난다. 방법은 다소의 번거로움을 마다않고 양질의 황토를 구한 다음,
촉촉한 황토흙에 차를 싸서 음습한 곳에서 가급적 오랫동안 저장해 두고 자
연 발효를 시키는 것이다. 약 3개월이 지나면 꺼내어 하루이틀 정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건조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토차를 보관할 때는 볏짚으
로 계란꾸러미 만들 듯하며 그 속에 넣어 두고 필요 할 때 한 뭉치씩 꺼내
어 차를 달여 마신다.
교통상의 요지에 위치한 제천과 그 주변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우선 제
천의 약재시장은 국내 3대 약령시장의 하나인즉, 한 약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의당 관심이 쏠리는 장소. 시 변두리에 위치한 관광 명소 의림지
는 주말이면 미풍에 나풀거리는 물살을 가르며 보트놀이를 즐기거나 호반을
호젓하게 산책하고자 하는 연인들, 혹은 학생들로 붐비는 시민들의 놀이 및
휴식공간. 청풍면의 한벽루(보물528호)는 절경중의 절경. 원주 방면으로 치
악산이 가로놓여 있고, 충주로 가는 길목에는 울고 넘는 천둥산 박달재가
구비구비 다숩고 시린 사연을 안고 길손을 맞는다. 죽령 넘어 단양이 가히
지척이요, 단종의 피맺힌 한이 서린 영월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8)-황기차
▣ 정선 동면(旌善 東面)의 황기차
밤바람이 차다. 싸늘하지만 청량한 느낌을 주는 밤공기를 마셔 보고자
우정 집앞 뜨락으로 나서 본다. 그새 땅에 수부룩히 떨어진 감잎들이 아름
답게 단풍이 들어있는 모습이 교교한 달빛 아래 선연히 눈에 들어온다. 참
세월이 덧없다 싶다. 어깨에 얹히는 가을 달빛과 더불어 부쩍 외로워지는
심사에 문득 손등의 주름이 유난히 깊어 보인다. 한숨과 함께 쓸어넘기는
머리 또한 허전하다. 어느덧 머리도 반백이다. 그토록 윤기 흐르고 검었던
머리카락은 겨우 햇빛을 가릴 정도로나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구태여 더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머리에서 땀이 많
이 난다. 아파트나 사무실 계단을 오르는데도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가 아프
며,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른다. 여자들은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남자들 중에는 찬밥을 찬물에 말아 먹으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이 있다.
체질에 따라 복용효과에 차이는 있겠지만, 이토록 헛땀을 잘 흘리는 사람
은 공연히 보는 사람마저 애닯게 하지 말고 약차로 황기를 다려 마시도록
하자. 혹자는 토종닭에 황기를 넣고 삶아 먹는다든지, 황기에 대추와 감초
를 적당량 첨가해 다려서 마실것을 권하지만, 본디 어느 약재고 제 약효를
보자면, 순전히 제살 하나만을 충실히 우려내야 한다. 황기(皇耆), 단녀삼,
기초(기草) 등으로도 불리는 황기는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건강하게 해주며
, 일없이 식은 땀을 잘 흘리는 사람이 마시면 좋다.
슬프지만 정겨운 우리의 곡조 정선아리랑의 고장, 정선의 황기는 우리나
라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수입산이나 타지방산에 비해 품질
이 우수하다. 정선 화동중학교의 봉운 김성기 선생(전화:(0398)621-6066)은
황기차의 애호가. 선생은 매달 한두차례, 특히 일요일 같은 때는 마음먹고
아침 일찍 화암약수를 받아다 온건한 불에 두세시간쯤 황기를 다려 놓고 손
님들을 청해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와 함께 황기차를 즐기는 취미가 있는
터. 그 분에 의하면, 황기라는 식물을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 심토의 자양
분을 흡수하는 습성이 있는데, 정선의 토질이 좋으므로 당연히 정선산 황기
의 약성분이 풍부하고 약효가 빼어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화암약수터내
약수토산품(전화:(0398)63-2026)은 질 좋은 정선산 황기를 적절한 가격에
판매 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 권혁화씨는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따
뜻한 황기차를 다려놓고 한잔씩 권하기도 한다.
옛부터 풍광명미하기로 이름난 정선 동면에는 둘러 볼 곳이 많다. 사람들
붐비는 명소보다는 아기자기한 고갯길과 거기서 굽어보는 한적하고 평화로
운 가을 풍경을 감상하고자 하는 이들은 망설이지 말고 정선을 찾을 일이다.
좌사의 한옥군은 향토의 정취를 한껏 살려주는 오에 학생들의 정서를 살찌
워 주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나 정선군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최맹규 선생댁
의 툇마루에 앉아서 바라보는 정선의 하늘과 산과 바람, 구름등은 가을 시
심을 부추겨 시 한수 절로 짓도록 만들 것이다.
비로소 개장한 화암동굴에 들어가 자여느이 신비를 몸으로 느끼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될 터. 아무리 맑고 그윽한 산공기를 열심히 마셨어도, 적당
히 피로한 산행으로 시장기를 느기게 되면, 유명한 할머니횟집의 향어백숙
이나 송어무침으로 도 한번 감며을 받도록 하자. 정선 나들이의 행복은 여
러군데 있다. 세월을 싣고 흘러가는 아우라지 물결과 누군가와 흥얼흥얼 읊
조리는 아라리의 곡조에는 잔잔한 삶의 기쁨이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49)-죽엽차
☆ 감기를 물리치는 죽엽차(竹葉茶)
입동(入冬)을 며칠 남겨 놓지 않아서인지 어디를 가나 찬바람이 불고 춥
기만 하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아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기는 커녕
괜스레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도면 영락없이 몸살이나 감기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글자 그대로, 몸살이란 몸에 살(煞)이 붙는 것이고,
감기(感氣)란 외부의 기에 감응하는 결과로 얻게 되는 병아닌가.
따라서 몸살을 떨치고 감기를 이기자면 내 자신의 기가 외부의 탁기와 삿
돈 기운에 지배되지 않을 만큼 강하거나 스스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되는 것이, 옛말이 하나 그른 게
없다는 점이다. 풍진 세상을 살아가며, 늘 마음을 조화롭게 하고(調心), 숨
쉬기를 고르게 하며(調息), 몸가짐을 바르게 하면(調身), 사람의 일생 큰
탈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이다.
이런 태도로 사는 사람에게 감기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진객(珍客)이지
만, 부득불 삶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이 있게 되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
는듯, 감기가 콧구멍을 근질근질, 목구멍을 가실가실 자극을 하며 우리 몸
에 파고들 기회를 노린다. 이럴 때 재채기라도 튀어 나오면 그 틈을 노려
영락없이 감기균이 도둑처럼 빈집을 침투한다. 그래서 영어 사용자들은 누
가 재채기라도 하면 당장 "God bless you"라고 말해 악마이 침입을 저지하
지 않는다.
우리는 좀더 현실적으로 죽엽차를 만들어 마시도록 하자. 솜대 혹은 감죽
(甘竹)이라고 하는 담죽(淡竹)이나, 조리(?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조릿대
잎도 좋고, 필자가 살고 있는 강릉 지역 같은 곳에서는 오죽(烏竹)의 잎을
채취해 차거리로 쓰면 된다. 가급적 신선한 잎을 골라 따서 그늘에서 음건
하여, 이를 적당량 끓는 물에 우려내어 수시로 복용토록 한다.
대잎의 기미는 차고 달다. 청열(淸熱), 이뇨, 갈증해소, 생진(生津)의 효
능이 있어, 불현듯 몸에 열이 오르는 사람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공연히 목
이 마르는 번갈(煩渴)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이롭다. 중년이 되어 심리적으
로 불안하고, 소변등 신진대사 작용이 원할치 못한가 하면, 입안이 바짝바
짝 마르고 숨쉴때 쇳소리가 나는 여성들에게 일상 음료로 반드시 권할 만하
다. 가끔씩 일없이 놀라기 잘하는 아이들에게도 죽엽차는 좋다.
에어로빅등의 운동을 통해 세월의 부피만큼 몸에 붙은 군살을 없애고자
애쓰는 사람들은 운동후 죽엽차로열기와 갈증을 달래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
다. 감기를 다스리기 위해서라면, 죽엽에 쥐눈이콩(鼠目太(서목태) 혹은 ?
豆(여두)라고 함), 말린 도라지, 오미자, 생강등을 함께 넣고 푹 달인 복합
죽엽차가 효험이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 마음의 건강을 위해 양서를 읽으
며, 한편으론 몸의 건강을 위해 아름다운 죽엽차를 벗하도록 하자.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0)-해당화차
◇ 망상의 해당화차(海棠花茶)
늦가을 하늘이 더없이 푸르고, 구름은 자못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어
디서 비롯되는지 그 근원을 알 수는 없어도
칠게 잡아 흔드는
바람이 있다. 우리네 삶도 이처럼 인과적인 것을. 생이 있음에 사가 있고,
오는것이 있었기에 가는 것 또한 있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 불교계의 큰 지
팡이 성철 스님게서 생의 촛불을 불어 끄셨다. 그리고 정말 퇴옹(退翁)이
되어 무주처(無住處)에 영주(永住)하셨다.
법도가 본디 그런 줄 알면서도 중생의 성정(性情)을 버리지 못해, 바람부
는 바닷가에 서서 쓸쓸한 마음을 한껏 풀어 헤쳐 본다. 동해 망상 해변이다.
사납게,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햇살에 반사되어 찬란히 부숴지는 하얀 포
말. 그를 희롱하는 몇마리 갈매기. 그 목에서 울려 나오는 울음이 꼭 심야
의 목적(木笛) 소리마냥 묘묘(渺渺)히 가슴을 적신다.
저만치 어린애 키만한 해당화 몇그루가 애처로이 서있다. 진달래 보다 더
붉고, 해보다 더 고운 꽃은 진작에 지고 없지만, 도토리 크기만한 열매는
아직 남아 여름날의 추억을 곱씹고 있는 듯하다. 명사십리하면 의당 해당화
가 연상될 만큼, 동해안 백사장을 아름답게 수놓던 해당화, 그 장관, 가히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세월의 파도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물빠진 모래
톱엔 이기의 발자국만 어수선히 흩어져 있다. 이상구 신드롬처럼 유행에 과
민한 사람들의 몰염치가 빚은 결과다. 해당화 뿌리를 삶아 먹으면 당뇨에
좋다는 소문과 함께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해당화를 뽑아간 때문이다. 약을
쓰기 전에는 그 마음부터 다스려야 하는 법이어늘, 탐심으로 먼저 기를 흐
트렸으니 약효가 어떠할런지 의심스럽다. 약으로서건 차로서건 만들어 마시
는 법 또한 옳게 알아야 한다.
이제 그 영화를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더니만, 지지난해 여름 동해시
에서 망상해수욕장 진입로변에다 해당화 군락지를 조성해 놓은 덕택에 다시
금 더할 나위없이 운치있는 바닷가가 되었다. 망상 말고도 동해안에는 양양
의 낙산사 홍련암에서 하조대로 이어지는 30리 백사장이 연어의 고향 남대
천변과 더불어 유명한 해당화 자생지역이었다.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인 해당화과 매괴화(매塊花),필두화(筆頭花),
배회화(徘徊花), 적미미(赤薇薇)등의 이명으로 불리우며, 해마다 5-7월이면
이곳 동해안 백사장을 따라 수 Km씩 해변 울타리를 이루고는 붉은 꽃을 피
워 올렸다. 혈행을 순조롭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당
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효험이 있다. 그 기미는 따뜻하고 단맛이 나면서
약간은 쌉스름하기도 하다. 이기(理氣)및 진통과 소종의 효능도 아울러 지
니고 있다.
따라서, 한방에 의하면, 갈빗대 부근이 결리고 아픈 협통(脇痛), 습한 곳
에 오래 기거하다 보니 생기는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고 저리는 풍습(風濕)
, 뇌척수 장애로 인하여 신체가 마비 되고 감각과 행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풍비(風痺)등을 다스리는 데 해당화는 효험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마음이
나 기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아 생기는 기체증(氣滯症:기통증(氣痛症)이라고
도 함)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여성의 월경불순, 대하, 토혈, 젖병(유방
염(乳房炎), 유종(乳腫), 혹은 유옹(乳癰)이라고도 함)에도 좋다.
차거리로 쓸 해당화 꽃잎은 초여름 꽃이 피기 시작할때 채취하여, 음건한
후 미온의 불길로 약간 덖어서 건조시키도록 한다. 일교차가 심하고 한기
가 으슬으슬 사람을 위축시키는 요즘 같은 때, 귀한 손님 청해 놓고 더운
물에 우려 내어 마시는 해당화차는 달착지근한 맛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꽃술을 담가 마시기도 하는데, 이 때 열매를 함께
넣어도 좋다.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 만한 납작하고 둥근 해당화 열매는 꽃
송이 사이사이에서 푸르게 자라나 차츰 붉은 색으로 익는다. 이곳 사람들은
바닷가에 나왔다가, 씹으면 배맛같기도 한 상큼한 미각을 즐기느라 간혹 해
당화 열매를 따서 깨물어 먹기도 한다. 여기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동해 바닷물에서 미역 감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최숙연씨(강릉 경포
비치호텔 근무)에 의하면, 잘 마른 해당화 열매를 속에 넣은 베개를 베고
자면 두통이 말끔히 사라질뿐만 아니라 온몸이 가뿐하고 상쾌하다 하여 이
곳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곧 잘 해당화 베개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가을이라 만산홍엽을 감상하는 산행도 좋고, 신선한 회를 찾아 바닷가를
방문하는 것도 인생의 한 즐거움이지만, 이번 주에는 창주(滄洲) 향해 낚싯
대없는 배 한척 띄우고 세상 일을 잠시라도 잊어보는 한유를 망상 넓은 백
사장에서 실현하기를 권하는터. 좋고 나쁨을 구태여 생각하지도, 입에 담지
않고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느껴 보자. 바다에 서서, 세상 밖에 뜻을
두는 지헤를 긴 호흡으로 다듬어 보자. 우리 모두 바다처럼 파란 꿈을 꾸며
살았으면 싶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1)-홰차
⇒ 조계사의 홰차
"비둘기 노니는 조계사 뜨락
한낮의 불볕이 더운 줄 몰라
...세간 속 허함을 채울 요량에
연화(蓮花)에 뜻 심고 찾은 이 자리..."
십수년전, 앞마당에 우람한 한구르의 나무가 자리한 조계사를 찾아 대웅
전에 오르는 돌계단에 앉아서 뜀박질하듯 살아온 세상살이의 땀을 식힌 일
이 있었다. 그때 과묵하니 우뚝 솟은 나무 주위를 도는 몇몇 사람들은 무언
가 간절한 소망을 진언(眞言)으로 대신하고 있었고, 나무 그늘 아래 땅에서
는 비둘기떼가 한가로이 모이를 쪼아먹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 모습이 너
무나 정겹고 화평해 보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동안을 앉아 이생각 저생
각에 잠겼다가, 문득 참배객들의 소망을 먹고 크는 저 나무는 이름이 무엇
일까 궁금해 했더랬다. 곰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자라던 고향 마을 어디
선가도 본 듯했다. 마침 그 때는 물어볼 사람도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몇년 세월이 지라고 나서야 비로소 그 나무의 이름이 홰나무임을
알았다. 아울러 꽃과 열매가 훌륭한 약차의 재료가 됨도. 홰나무는 콩과의
낙엽 교목으로 괴목(槐木) 또는 괴화나무(槐花木), 회화나무, 회야나무 등
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pagoda tree(탑나무)라는 재미있는 명칭을 갖고 있
다. 쑥쑥 잘자라 높다란 탑처럼 그 위엄을 자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
라 산과 들이나 마을 어귀에 흔히 심어져 자라는 홰나무는 잎모양이 큰 것
은 깃털꼴이고, 작은 잎은 달걀처럼 생겨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것이 다
르다.
8월이면 아카시아꽃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약간 작은 황백색의 꽃들이
나무 가지 끝에 촘촘히 피어난다. 마치 아기 흰나비들이 무리를 지어 푸른
잎새들 위에 앉아 있는 듯하다. 꽃이 피고 얼마 지나면 염주처럼 생긴 협과
(莢果)가 생겨 나는데, 이것이 익어 홰나무의 열매인 괴실(槐實)이 된다.
괴실로 만든 괴황(槐黃)은 물감으로도 쓰인다.
홰나무의 꽃과 열매는 지혈, 양혈(凉血), 진경(鎭痙), 소종(消腫)등의 효
능이 있어, 토혈이나 각혈, 혈변, 혈뇨, 장염, 대하, 임파선염 따위를 치유
하는뎨 효험이 있다.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나 달마다 찾아 오는 귀찮은 손
님인 월경이 쉬 멈추지 않아 조금은 고민이 되는 여성들이 홰차를 마시면
좋다.
차거리로 쓸 괴화(槐花), 즉 홰나무꽃은 가급적 개화 직전 꽃봉오리를 채
취하여 음건하도록 한다. 열매는 10월경 완전히 여문 것을 따서 햇볕에 잘
말려 사용한다. 홰차를 낼 때는 잘 끓인 양질의 물을 한김 내보낸 뒤, 말린
꽃잎을 띄워 한참을 두고 자연스럽게 우려내는 것이 좋다. 열매 차는 탕전
하여 장복하면 연륜과 더불어 곱게 변한 흰머리를 도로 검게 만드는 탓에
나이든 사람의 주름진 얼굴과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고민거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홰나무를 이용한 비방을 일러준 필자의 지인에 의하면, 홰나무는 치질(痔
疾)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가히 기적의 선물이 될수 있다. 방법은 의외로 간
단하여 홰나무의 잔가지를 불에 달구어 환부에 사용하면 되는데 뜻밖의 효
험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홰나무의 줄기를 꺽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설
명하기 힘든 특별한 향기가 나는데, 의학상 홰나무에 함유된 것으로 분석되
는 퀘르세틴, 루틴, 소포라비오사이드, 소포리코사이드등의 성분이 복합작
용을 하는 탓인지도 모른다.
근원적으로는 장풍(腸風)에서 비롯되는 치질이란 고래로 말하기 부끄러운
병중의 하나로 여겨져, 아파도 아프다 소리 못하고 그저 고통 속에 참담함
만을 느끼기 십상이다. 바야흐로 겨울의 문턱, 여러가지 걱정이 많은 여인
네들 살림살이 중에, <옥야경>을 읽어 좋은 아내가 되는 길을 찾고, 아울러
열심으로 홰차를 마심으로, 마음과 몸의 변화를 추구해봄은 어떨까 싶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2)-가야황차
※ 김해(金海)의 가야황차(伽倻黃茶)
우수수 노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떨어진다. 만추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오후 단골 칼국수집에서 마음의 점을 찍고, 우정 가을 거리를 한가로이 걸
었다. 까치밥으로 빨간 감이 몇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감나무 가로수길을
지나다가 아는 이와 조우한다. 함께 허리 구부려 땅에 떨어진 잎새를 주워
<하이네 시집> 책갈피에 끼우는 순정을 즐긴다. 쑥스러운듯 천진한 웃음이
배싯 배어 나온다. 파란 가을 하늘이 짐짓 장년의 주책을 놀리는 듯하다.
붉어지는 얼굴 서로 바라보며, 우리 차나 한 잔 할까요?-좋지요.
식후에는 역시 우리 차가 좋다. 물론 녹차를 말함이다. 그렇지만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는, 중국 사람들이 상용하는 우롱차(烏龍茶) 같은 반발효
차의 구수한 미각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녹차의 깊은 맛에 비견할 바가 아
니나, 차내기가 쉽고 황갈색의 톤이 어쩐지 가을과 잘 어우러지는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섣 최근에동서식품에서 오룡차를 시판하고 있다. 하지만 오룡
이 아닌 우리 고유의 이름을 지닌 발효차는 없는 것일까.
이번 주에는 발걸음을 남으로 향해, 옛 가락국의 땅 김해를 찾아 보자.
거기 가야 황차가 있다. 이미 시간의 흐름속에 망각된 과거의 차이지만, 그
를 되살려 오늘 우리의 건조한 생활, 거친 문화속에 오롯 자리매김을 하고
자 하는 이가 있다. 가야차 연구가 김종간(金鐘侃)씨가 그 분이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을 때, 멋스런 과거, 선조들의 여유와 슬기를 복원하는 일은 단
순한 기쁨 이상이다.
<김해읍지> 토산조(土産條)에 의하면, "황차가 금강곡(金剛谷)에서 나며
일명 장군차라고도 한다."는 기록이 있다. 현 송악단(松岳壇) 주변에 해당
하는 금강곡 야생 차밭에서 자라는 차나무 잎을 채취해 만들었을 황차는 이
름이 암시해 주듯 발효차였을 것이다. 장군차라는 이명은 후일 고려 충렬왕
(忠烈王)이 일본 정벌길에 금강사(金剛寺)에 들려 잠시 연(輦)을 멈추고 쉬
다가, 절뜨락에 온통 그늘을 드릴만한 우람한 산다수(山茶樹)가 자라는 것
을 보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차에 장군차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는 데서 비
롯되었다 한다.
김해시와 김해군 녹산면 일대에 구전되는 이야기에 의할진대, 가락국 시
조 수로왕비인 허황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옥합에 차씨를 담아 와 이를 명
월산에 심고, 후일(서기 144년) 명월사(明月寺)를 창건, 여기서 차를 재배,
제조하여 왕실에 헌물로 바치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김해군 장유면 무계리
의 야생 차나무 밭과, 유명한 분성(盆城)이 있는 김해의 진산인 분성산 기
슭의 차밭골에 자생하는 백여 구루의 수령 오래된 차나무를 놓고 볼 ?때 충
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가야 황차는 홍차였을런지 모른다. 허황후의 출신이 서역(西域)이
라는 <삼국유사>가락국기의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또 지금 인도인들이
자랑하는 그들의 대표적 명차인 다르질링차, 앗삼차등이 발효차인 홍차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야 황차는 의당 홍차였지 싶다. 홍차는 뜨겁게 마실수
록 좋다.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이 뒤어나 동물성 지방과다 섭취로 인해 생
기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김해는 한 때 일본인들이 '와비(소박한 아름다움)'와 투박한 질감, 세련
된 곡선미로 인해 몹시도 탐을 내던 '김해차완(金海茶碗:일본말로는 긴까이
자왕)'을 만들어 내던 김해요(金海窯)가 있던 곳이다. 산골에 차나무가 자
라고, 가마터(도요지)가 있었다 함은 차문화가 성했다는 증거이다. 가야시
대에 사람들은 필경 토기 찻잔으로 차를 즐겼을 것이다. 그리고 고려조 무
렵의 후대인들은 차를 보시기(차완)로 마셨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서거정(徐居正) 선생이 남긴 <가야차 금강사>를 감상하며,
심차(心茶)로서 황차의 그윽한 향훈과 아득하니 깊은 맛을 느껴 보자. 김해
에 가면 둘러볼 곳이 많다. 가족들 끼리 다정하게 손잡고 구지봉(龜旨峰)에
올라 수로왕의 탄생설화를 다시 생각하고, 수로왕릉과 허황후릉에서는 고개
숙여 절하며, 선인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갖자. 민족정신의 함양은 이런 가운
데 있음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3)-석류차
♧ 한국의 레몬차 - 석류차(石榴茶)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동시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으로부터첫눈이
왔다는 즐거운 연락이 답지한다. 눈은 참으로 묘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을
애어른 할 것 없이 들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감격한 목소리로 평
소 잊고 살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도록 한다. 이처럼 유치한듯 단순한 존
재가 인간인가. 하긴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듯만 싶다.
바람조차 실내로 드러오고 싶어 마냥 창문을 두두리는 시간. 괴성인듯 흐
느낌인듯, 처연히 들리는 동짓달 바람소리를 벗하여 불현듯 따끈한 차 한잔
이 그리워진다. 언젠가 캐나다 여행시 비오는 날 밤에 마셨던 새콤한 레몬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꿀을 한 숟가락 듬뿍 섞어 호호 불며 마
시는 레몬차는 그야말로 별미 아니겠는가.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어
가며.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차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차마시는 때도 그러
하리라. 사는 일이 바쁜 탓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누구라서인들 몸과 마
음을 한가로이 쉬며 고요속에 차 마시는 즐거우믓 마다 하겠는가. 공통적으
로는, 초가을 툇마루에 앉아 흘러가는 흰 구름을 바라볼 때나, 깊어가는 가
을밤 섬돌 밑 귀뚜라미 울음 들리고 저 멀리 둥근 달 아래로는 기러기 몇
마리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바라다 보일때, 또는 어제 오늘처럼 서설이
내려 세상을 아름다운 은빛으로 바꾸어 줄 때, 너나 없이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인생을 관조하고 싶어질 터이다. 정녕 우리 모두 가끔은 차 한잔으로
멋을 부리고 싶은 것이다.
말없이 뜰안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가 어느결에 피어나, 이제 막 부
풀어 오르는 반달과 아름다운 자태를 경주하는 석류 꽃을 바라볼 대도 영락
없이 차 생각이 간절해지게 마련, 시기적으로는 이미 석류꽃도 지고 열매도
걷이가 끝났음이나,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레몬차를 대신하여 우리 한국
사라밍 마시기 적합한 맛좋고 향기로운 차로 석류차를 권하는 즐거움을 필
자는 갖고자 한다.
모양이 작고 독처럼 생겼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과일이라 하여 금앵(金罌)
이라 불리기도 하는 석류의 기미는 따뜻하고 신맛에 약간은 떫은 느낌이 있
다. 옛부터 설사, 복통, 대하증 등의 수렴제로, 혹은 백충, 촌충 따위 조충
(條蟲)의 구충약으로 사용 되어 오고 있다. 지혈, 지사(止瀉)의 효능도 있
어 사리(瀉痢:설사)나 혈변(血便) 증상을 다스리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율곡선생이 어린 시절 잘 익어 터진 석류속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
여 시를 지어 신동 소리를 들었다 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8월에서 9월 사
이 석류 열매는 성숙함을 이기지 못해 가슴을 연다. 이 무렵 그를 따서, 겨
울나기의 방편으로 김치를 담그듯, 석류차를 만들도록 한다. 자칫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할만큼, 보석인냥 별인냥 반짝반짝 빛나느 나알갱이를 제거
하고 껍질 만을 잘게 썰어 햇볕에 잘 말려 약재로 쓰거나, 차를 내어 마신
다. 말리지 않고 유자처럼 꿀이나 설탕에 재었다가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
는 방법도 있다. 가을 문턱에 만들어 두었다면 지금쯤 시면서 달고, 달면서
조금은 떱떠름한 석류차의 미각을 즐기기에 충분할 터. 예상 보다 일찍 찾
아온 추운 겨울밤 가족들과 정담을 나누며 음미할 수 있는 차로 석류차는
그 어떤 것에도 뒤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4)-계피차
☞ 겨울철에 생각나는 - 계피차(桂皮茶)
날씨가 정말 얄궂다. 하현달을 보려나 했더니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종일을 오고도 모자라 미시가 지나 자시가 되어가는 데도 그칠줄 모르고 부
술부슬 청승맞게 내린다. 이 때가 하루중 남자에게는 가장 해로운 시각이라
는데, 더하여 우울까지 있음이다. 극음 즉, 음기가 극에 달해 상대적으로
양기가 위축되어 그럴 것이다. 아무려나 달은 초생달로 부터 시작해 하루하
루 차오르는 모양도 보기가 좋지만, 잔뜩 배부른 후 차츰 이즈러져 가는 모
습도 쓸쓸하니 여간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계수나무 박혔으니/
옥
찍어내어/초가삼간 지어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천년만년 살고지고."
국민학교 다닐 때 배운 노래를 필자는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는 노래
가 내포하는 깊은 뜻이나 정서는 모른채 마을 앞 동산 위로 떠오르는 보름
달만 보면 무작정 동무들과 흥겹게 외쳐 부르던 동요였다. 요즘 아이들처럼
, 랩이니 록 발라드니 하는 대중가요를 부르고 야릇한 율동을 흉내내는 유
행이랄까 멋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노래를 적당히
나이든 오늘 무심결에 흥얼대 보니 그렇게 정겹고 멋스러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 달에는 계수나무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의당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음이다. 20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 우리별 2호까지 광활한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진 상황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얘기냐고 한다면 특별
히 대꾸할 바가 없겠지만, 우리 한국인의 심성 속에는, 한국인이 그리는 달
의 이미지 속에는 반드시 토끼와 계수나무가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
둘이 조화를 이루지 않는 달은 이미 달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의식이
다.
그리고 가을철에서 겨울철에 걸쳐 실재의 계수나무 껍질을 벗겨 말려 잘
게 썰거나 부수어 수정과를 만들 때 독특한 맛을 내는 향신료로 개발하는
지혜, 예리한 미각을 한국인은 지녔다. 생강차를 낼 때도 계피를 넣는다.
어떤 이에게 겨울철에 제일 마시고 싶은 차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생강차라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물으니 계피차라 한다. 사실 두 차는 엇비슷한 데
가 있다. 생강차를 끓일 때 계피를 넣고, 계피차를 끓일 때는 역으로 생강
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수정과와 생강차의 경우와는 달리, 계피차는 계피가
향신료가 아닌 주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너무 많이 넣으면 매콤하면서 톡
쏘는 맛대신 텁텁하니 떫은 맛이 난다.
본래 꼐피의 기미는 온하고 달면서 맵다. 소화를 돕고, 비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에 걸렸거나 배가 찬 사람들이 즐겨 마셔 왔다
. 추위르 쫓고, 진통, 행혈(行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추위로 움츠러든
어개를 펴게 하고, 역시 전적으로 추위 때문에 생기는 몸결림이나 마비증상
을 해결하는 데 꼐피차는 겨울철에 남다른 사랑을 받는 기호차가 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밤늦게 돌아온 자녀들에게, 힘든 사회생활로 만성장염,
구토, 발열, 두통등의 증상으로 늘 시달림을 받는 이 따의 가여운 가장들에
게, 용기내어 열심히 잘 살라느 위로차로 계피차를 장만해 두고 매일 밤 한
잔식 대접함은 어떨까, 계피를 이용해 맛있는 수정과를 만들고자 한다면,
게피, 생강에 아예 흑설탕을 함께 넣고 끓여 여기에 곶감을 재우도록 하는
것이 좋다. 큼지막한 찻잔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계피차를 손에 들고 홀
짝홀작 마시는 즐거움. 비제의 오페라<진주조개잡이>중에 나오는 아리아 "M
i Par D'Udir Ancora"가 일층 비장한 아름다움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5)-맹일엽차
※ 여러가지 병고의 걱정을 덜어주는 - 명일엽차(明日葉茶)
세상살이에는 우울한 일이 너무나 많다.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인사
나누고 미소짓던 사람이 돌연 쓰러져 병석에 누웠노라는 소식을 듣는 일이
그 중의 하나다. 얼마전에는 평소 잘알고 지내던 이웃 학교의 선생님 한 분
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저께는 동료 한사람이 안스러워 못견디겠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친구가
고혈압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40대 남자 사망율 세계 1위는 결코 과장이
아닌 모양이라고 동의를 했다.
근래 대역병, 혹은 20세기의 천형(天刑)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에이즈(AIDS
)에 대한 공포가 핵전쟁과 각종 암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하고 있다. 현
대 문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술담배를 줄이고 근심 걱정을 덜함으로써
우리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자기 방어 체계인 앤티바디(anti-body:
항체)를 강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중국 진(秦)나라의 시황제(始皇帝)가 1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해동국에
보내 불로불사의 약초를 구하도록 한 것도 어찌 보면 인간이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질병과 노쇠, 또 그에 따른 죽음을 극도로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그를 극복해 보고자 했던 소치가 아닌가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혹자는 진시
황제가 찾던 영초가 명일엽이었다고 한다.
오늘 순을 잘라내면 다음날 다시 붓끝처럼 새순이 돋아난다 할만큼 강인
한 생명력이 있다는 명일엽은 묘한 연상작용을 가능케 하는 진립초(珍立草)
, 혹은 신립초(伸立草)의 이명을 지니고 있으며, 생약명으로는 함초(鹹草)
라고 불린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로 잎과 뿌리를 모두 약
재로 쓰며, 키는 1m안팎에 생김이 인삼과 비슷하다. 기미는 차고 쓰며, 미
나리의 그것과 흡사한 독특한 향미가 매력이다.
함유 성분으로는 혈액정화및 암치료와 예방에 특효가 있다고 믿어지는 게
르마늄을 위시하여, 비오틴, 칼슘, 마그네슘등이 있다. 따라서, 고혈압은
물론 저혈압, 암, 당뇨, 동맥경화, 뇌졸증, 류마티스, 위궤양, 간염, 간경
화, 심장병, 백혈병, 치질들 가히 백병을 다스린다고 한다. 우울증, 현기증
, 저림증상등 갱년기 장애에도 효험이 있으며, 녹즙은 발모를 촉진하고 벌
레 물린데 바르면 잘 낫는다고 한다.
명일엽을 일상 건강식품으로 이용하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가
생엽을 물에 잘 싯은 후 랩등에 싸서 냉장고에 2주정도 보관했다가 매일 소
량식 씹어 먹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청즙(靑汁), 즉 녹즙을 내어 마시는 방
법으로, 날잎을 잘게 썰어 이를 주발같은 것에 넣고 으깨어 거즈천에 받쳐
즙을 내어 여기에 레몬 조각 따위를 띄워 마시는 것이다. 하루 섭취량은 성
인의 경우 100cc가 적당하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탕전하여 차를 만들어 마
시는 방법이 잇는데, 이 대는 잎과 부리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잘게 썬
잎과 뿌리를 고온의 수증기에 1-2분간 찐 다음 이를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2-3일간 음건한 후 보관해 두고 필요한 때 무시로 더운 물에 우려내어 음용
하면 된다. 약차로서는 공복에 마시면 훨씬 효과적이다.
여러가지 병고로 근심 걱정이 많은 우리를 도와줄 명일엽차는 태평양화학
식품사업부에서 개발해 시판하고 있고, 명일엽 생장의 적지인 동해에 임한
산간지역 명주군 왕산면 대기리에서 재배 제조된 향림약초원(전화:()391)64
6-6452)의 것이 유명하다. 청정한 공기와 해풍의 영향을 받고 자란 때문에
약성이 뒤어나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6)-후박차
☞ 시험의 긴장감을 덜어주는 후박차(厚朴茶)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옛친구들이 각기 장가가
고 시집가고 딸아들 낳고 살림하랴, 돈벌이 하랴 여러모로 버거운 세상살이
를 하다보니 마음처럼 자주 만날 형편은 못되지만, 혹간 이렇게 전화로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어좋다. 어느 시인은 "저녁을 먹고 마음 놓고 찾
아가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시작되
는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이 있다. 흉금을 터놓고 인생사를 상
의할 정인(情人)으로서의 친구의 필요함을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한다.
전화한 친구의 말인즉슨, 내일 딸아이가 고등학교 시험을 치룬다는 것이
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추운 겨울에 고입, 대입에 입사 시험까지 이
래 저래 불안하고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다. 어디 그뿐이랴, 사
내 승진시험은 물론 운전면허 시험에 이르기까지 인생 자체가 사뭇 시험의
연속인 것을. 이처럼 시험과 결부되어 가중된 정신적 피로, 스트레스를 풀
기 위해 마실만한 차로는 후박차가 단연 으뜸이다. 시험보기 전날 혹은 당
일 아침에 마시면 상당히 마음이 안정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고궁의 우아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종묘(宗廟)에 들어서면 어른
손바닥 만큼 너른 잎새의 키큰 후박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 후박나
무의 껍질을 벗겨 약재로 쓰는데 그 생김새는 계피와 흡사하다. 산지는 주
로 섬지역으로 울릉도나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도해상의 섬일대도
분포하며 해변에 가까운 저지대에서 자란다. 그래서 유행가 가사에도 있듯
울릉도의 특산품으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이 등장했
는지 모른다. 흔히 호박엿으로 알고 있는 후박엿은 기실 호박을 재료로 해
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라, 후박나무 껍질을 우린 물을 이용해 엿을
고아 만든 때문이다.
후박의 수피의 특징적인 빛깔과 생김새로 인해 적박(赤朴), 열박(烈朴),
천박(川朴), 중피(重皮) 등의 이명을 갖고 있으며, 당후박(唐厚朴)이라 불
리기도 한다. 그 기미는 따뜻하고 쓰면서 맵다. 가급적 20년생 이상의 후박
나무, 혹은 왕후박의 수피를 하지전에 채취하여 음건해서 사용한다. 조악(
粗惡)한 껍질은 버리고 잘게 썰어 보관해두고 앞서 말한 방식대로 차로 다
려 마시도록 한다. 에우게놀(Eugenol)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건위, 소화,
정장, 거담, 소염, 하기(下氣), 이수(利水)의 효능외에 속을 덥혀주는 온중
(溫中) 작용을 하므로, 한방에서는 소화불량, 구토, 해수, 설사, 흉복(胸腹)
만장통(滿腸痛), 복통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주로 수실인(水實人) 즉 소음인(少陰人)에게 맞
는 약재인 후박은 통기(痛氣)의 효능이 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기분이 명랑
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무얼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니 답답한 신경
성 소화불량에도 유익하다. 그러나 너무 진하게 마시거나 많이 복용하면 속
이 메슥거리고 잠이 잘 안오는 수가 있다. 무엇이고 지나쳐서 좋은 것은 없
다. 생강, 대추, 설탕을 함게 넣고 다려 마시면 훨씬 맛이 좋다. 시험을 목
전에 둔 수험생들의 심신의 안정을 위하여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후박차를
적극 권하고 싶다. ¶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7)-쌍화차
☞ 육체 피로를 푸는 건강차 - 쌍화차(雙和茶)
우리말의 뿌리를 찾고자 얼마간 해외에 나가 학술조사를 하고 돌아왔다.
비행기를 타는 외에 음식과 기후풍토가 다른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뛰는 바
쁜 일정 때문이었는지, 육신이 많이 지쳐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잘 다녀왔
는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눌겸 피곤을 감내키로 하고 평
소 잘 가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맛있는 쌍화차를 마시고 기운
을 회복하고자 함이다.
어렸을때 아버지를 따라 다방이라는 데를 가면, 간혹 쌍화차를 즐기는 어
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늘상 궁금했던 것이 거무튀튀한 약같은 액체
에 달걀 노른자를 풀어 마시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어린 아들이 나이를 먹어 아버지의 세대가 되고 보니, 쌍화탕이 왜 필요한
가를 알만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이야 이른바 다방문화가 아닌 까페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고 보니 쌍화차를 접할 기회가 별반 없겠지만, 육체의 피로를
푸는 건강차로 그만한 것이 없다 싶다.
한말(漢末)의 의성 장중경(張仲景)이 처방한 황기건중탕과 후대인의 사물
탕을 합하여 만들어진 쌍화탕은 기혈, 음양을 고루 조화롭게 해준다는 의미
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운동선수나 평소 몸을 많이 쓰는 사람의 근육의
피로를 푸는데 적합하다. 혹간 부부금슬이 너무 좋아 육체적으로 무리한 경
우 피로회복을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약차이다. 그러나 한방 전문가의 충고
에 의하면, 본디 쌍화탕이란 수실인(즉 소음인) 체질의 사람에게 적합한 보
약이므로 다른 체질의 사람이 잘못 복용하면 설사가 난다거나 소화불량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나 차라 하더라도 자신에
게 알맞은 것을 택해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쌍화차는 특별히 몸을 많
이 놀리지 않는 정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구태여 마실 필요가 없다고
본다.
쌍화차의 처방은 황기, 작약, 당귀, 천궁등 근육의 긴장을 푸는 약재와
숙지황, 계지, 대추, 감초, 생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숙지황은 신장을
보호하는 약재이므로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에 통기, 건위의
효능이 있는 진피(귤껍질)를 첨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전통적인 자기 찻잔에 담아 마셔야 제격인 상화차, 창밖으로는 하
얀 눈발이 날리는 겨울날, 실내에 앉아 각자에게 주어진 일상의 업을 수행
하느라 지친 몸을 편안히 쉬며 상화차를 온가족 다 함게 나눠 마시는 정5경
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찻잔을
잡은 손이 상화차의 훈기로 덥혀져 다음날의 삶을 예비토록 해줄 것이다.
홍만종 선생의 〈순오지(旬五誌)〉에 들어 있는 교훈적인 내용의 보화탕(
保和蕩)에 관한 글을 읽는 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인근의 한약건재상에
부탁하면 좋은 쌍화차의 재료를 구할 수 있을 터. 문제는 가족들의 건강보
약을 다리는 사람의 정성이 아닐까 싶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8)-작설차
※ 불회사(佛會寺)의 - 작설차(雀舌茶)
세월의 흐름을 유수에 비유하는 수가 있는데, 필자에게는 마치 바람만 같
다. 형체도 없이 휘익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한줄기 덧없는 바람이지 싶
다. 따지고 보면 무상한 것이 어찌 인생사에 국한될까 만은 주위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분주하게 살다 보니 궁랍(窮臘:세밑)세수에 즈음해서야 우리는
새삼 세월을 의식하고 인생을 반성하게 되나 보다. 이럴 때 우리 고유의 녹
차는 참다운 벗이 된다.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인 황금의 삼각지대. 그 곳 고산지역에 살고 있는
산악족들, 그 중에서도 롤로(Lolo) 또는 노수(NoSu) 집단에 속하는 라후,
아카, 리수족은 우리 조선족과 너무나도 닮은 데가 많다. 그 혈연적 관계를
현지 조사하기 위해 필자는 태국 북부지역을 몇차례 답사하였다. 그리고 종
족 특유의 차대접을 받기도 했다. 뭐냐고 물으면 태국어로 남차라고 하거나
라뀌(라후어) 혹은 로보(아카어)라고 했다. 이렇듯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차를 즐긴다.
한편 필자는 여행중에는 조그만 차호(茶壺)에 찻잎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그 잎을 씹는다. 한 태국 처녀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물었다. 장
난삼아 참새혀를 먹는다고 했다. 기실은 차잎의 모양이 마치 참새의 혓바닥
을 닮았다 하여 작설이란 이름이 붙은 우리 고유의 차이다.
장담하건대, 정말 맛있는 차, 세계의 명차들과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는
차가 바로 우리의 전통 작설차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서양차를 선호한다거나, 우리차는 맛없고 차마시는 법이 까다로운 줄로만
알고 있다. 심지어는 현대 문명의 소외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차 마시
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 습관이 되어 있는 판에, 팔지는 그것이 부럽고 우리
의 모습이 안타깝다. 차생활은 의례가 아니라 익숙한 습관이 되어야 한다.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가 외국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대접해야 마땅할
마실거리는 녹차를 위시한 우리 민족 전래의 다양한 차류라고 생각한다.
정초 이런 저런 연유로 술을 마시고 나서 마시는 차는 숙취의 고통을 덜
어준다. 신정과 세후 떡국을 너무 먹어 속이 더부룩 하거나 체기가 있을 때
마시는 차는 소화제를 필요없게 한다. 냉장고에 동치미, 생선부침등 먹다
남은 음식을 보관해 두었더니 문을 열 때마다 복합적인 냄시가 나 불쾌가
경우에는 차를 내어 마시고 남은 차잎을 말려 거즈수건 따위에 짜서 넣어
두면 차 특유의 탈취작용으로 냉장고 속이 청정해진다.
녹차는 우리의 몸 건강 뿐만이 아니라 마음을 순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
소하는 등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다. 새해에는 차마시는 일, 차의 색향미와
친숙해지는 일을 작은 목표로 삼음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틈틈이 차의 산지
로 여행을 더나는 여유를 가져도 좋으리라. 전남 나주군 다도면(茶道面) 마
산리에 자리한 불회사. 불회사가 속한 면소재지인 다도라는 지명이 암시하
듯 이 일대는 과거부터 유명한 차색지였음이다. 지금도 사찰 윗자락 야생차
밭은 물경 5만평 정도나 된다.
주변의 동백과 비자숲이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곳 불회사. 매일같이 산사
의 법기(法氣
대숲 사이에서 자
란 야생차 잎을 채취해 만든 탓인
지 이곳의 작설차는 향이 뛰어나고 맛이 달다. 일단 여기서 만들어진 부초
차(무쇠솥에서 덖어 만든 차)를 마실 인연이 닿은 사람은 '과연 제불(諸佛)
이 모여 음미할 만한 차로구나'하고 동의할 것이다. 기후와 환경에 따른 차
나무의 생장과 관계가 있겠으나, 채엽과 제다시기는 다른 차보다 조금 늦어
우전차는 곡우 7-10일 후에야 만들게 된다. 따랏 잎의 크기도 타지역 것보
다 큰 편이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에 이어 호승 마라난타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
는 백제 제2의 사찰 불회사에는 본존불로 지불(紙佛)이 모셔져 있고 절입구
에는 돌장승이 서있어 문화적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행정상 남북으로 전라
도가 양분되기 전 옛날에는 남원과 더불어 남도의 중심세력지였던 나주로의
차문화 기행은 값진 경험이 되기에 충분할 터. 물많고 아삭아삭 씹는 소리
상쾌한 나주배를 맛보며 호남의 곡장 나주평야을 살피는 가운데 수입개방에
대처할 우리의 자세가 절로 결정지어질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59)-치자꽃차
? 눈빛처럼 하얀 향기 - 치자(梔子)꽃차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그 아름다운 율동은 마치 <백조의 호수>에 등장
하는 백조들의 춤만 같다. 혹은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닥처 지바고>
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친척 누이와 함게 가서 보고
사내답지 않게 눈물 꽤나 흘렸던 이광수 원작의 영화<유정>이 생각나기도
한다. 비록 대관령, 미시령등의 영동 산간 지방은 차량 소통에 어려움이 있
고, 사람들의 운신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접할지언정, 붉은 가로등불에 반사
되어 흩날리는 눈발은 사람을 고운 추억에 잠기게 하거나, 감상적이 되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라서 이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스스로 창출해 내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
상정. 평소 좋아하는 페루치우 탈리아비니(Ferrucio Tagliavini)의 음성으
로 도니제티(Donizette)의 오페라<사랑의 묘약>중에 나오는 대표적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듣는다. 어디 향긋한 차는 없을까? 문득 눈빛처럼
흰색의 치자꽃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특유의 그윽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
렇다. 눈내리는 밤 홀로 녹차를 내어 거기에 말린 치자꽃을 한잎 띄워 마신
다면 좋으리라.
꽃자체가 아름답긷 하거니와 향이 뛰어나 정원에 심거나 화분에 관상용으
로 가꾸기도 하는 꼭두서니과의 치자나무는 상록성의 키 작은 활엽수로서
제주도같은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에는 열매를 채취
해 말린 뒤 약재나 물감으로 쓰기 위해 심는 경우가 많았다. 치자꽃은 해마
다 6-7월경이면 새로자라난 가지 끝에서 한송이씩 피어나는데, 만리향이나
도금향에 버금갈만큼 현혹적인 방향을 주변에 퍼뜨린다. 열매는 길이가 3cm
쯤으로 9-10월경 붉은 빛을 띤 노란 색으로 익는다.
선지(鮮支), 목단(木丹), 지자(枝子;芝子;支子), 취도(趣挑), 선자(鮮子)
, 황치자(黃梔子)등 다양한 이명을 지니고 있는 치자는 치자나무의 열매를
이름이며, 기미는 차고 쓰다. 잘익은 열매를 따서 햇볕에 자연스레 말리거
나, 불기운으로 밖아 말리기도 한다. 벤질 알코올, 크로세틴, 크로틴, 사이
글릭산등이 함유되어 있어 해열, 진통, 이담(利膽), 지혈(止血), 소염(消炎)
, 사화(瀉火), 이뇨 등의 효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예로부터 염증성질환
(炎症性疾患)이나, 황달, 간염, 각기, 토혈(吐血), 요혈(尿血), 목적(目赤)
, 불면증 등을 치유하는 약재로 써왔다. 요즘처럼 열이 많이 나고 머리가
아픈 감기를 다스리기 위한 약차로 쓸 경우에는 말린 치자 열매를 잘게 부
수어 잘 긁인 물에 넣고 수분간 우려내어 마시도록 한다. 아울러 코피를 잘
흘리는 아이들이 마시면 좋다.
어린 시절, 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부침을 만들기 위해 어머님께서 치자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내셨던 기억이 난다. 치자열매를 물에 담그면 노란 색
소가 녹아 우러나는데, 이 물을 빈대떡이나 튀김 또는 단무지를 채색하여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물감으로 썼던 것이다. 이런 생활속의 지혜를 본받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치자꽃잎을 말려 녹차에 띄워 마시는 여유를 갖도록 했
으면 싶다. 겨울밤에 내리는 눈이 한층 아름답고, 사는 일이 그닥 힘에 겨
웁지만은 않게 느껴질 터. 어쩜 우리네 인생살이에 치자꽃같은 향기가 넘쳐
날지도 모른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0)-호박차
▣ 가족의 영양 단지 - 호박차
할머니께서 증손주에게 무릎을 내맡기시고 이야기 보따리를 푸셨다. 옛날
어느 스님이 중생을 제도할 황금종을 만들겠노라는 커다란 서원을 세웠으나
,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근심에 잠겨 있었다. 부처님께서 이를 아시고
불러 말씀하시길, 내가 전생에 수행하던 곳에 가면 거기 내가 이뤄 놓은 황
금종이 있을 것이니 그것으로 너의 원을 이루도록 하라 이르셨다. 부처님이
일러주신 곳에 이르러 살펴 보니 종은 없고 대신에 황금빛의 꽃만 눈에 띄
었다. 한동안 실망하다가 문득 지피는 바있어 그 꽃이 핀 아래쪽 땅을 파보
니 그 곳에 황금종이 묻혀 있었다. 여깃의 황금색 노란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호박꽃이란다.
못생긴 여인을 가리켜 호박같다느니, 호박꽃도 꽃이냐는등 다소의 비아냥
이 섞인 언사 속에 호박과 그 꽃은 무시 당해왔다. 심지어는 어린 애호박조
차 심술궂은 놀보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죄없이 말뚝이 박히는 수난을 받
기가 다반사였다. 호박씨는 오날날에 조차 겨우 꽁무니에 의해서나 까지는
굴옥을 감내해 내고 있다. 그렇지만 호박은 성내지 않고 늘 우리곁에 머물
며 약은듯 어리석은 인간의 건강을 보살피고 호박꽃은 잘난 꽃의 존재를 의
미있게 하기 위해 바보같이 늘 웃으며 피어있다.
오래전부터 주식인 쌀이 수입되고, 고추 마늘등 온갖 농산물이 값싸게 이
땅에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특산품이랄 수 있는 인삼마저 헐값에 마구 아
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그러나 아직껏 호박이 수입물품 목록에 올랐다
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수지가 안맞는 탓일까.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고
, 호박의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누런 호박을 숭덩숭덩썰어 넣고 끓인 호박국이 가
족들의 영양 공급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얄팍하니 잘게 실에 꿰여
져 처마끝에 대롱대롱 매달리거나 툇마루 위에서 늦가을 햇살과 샛바람에
말려진 호박꼬치는 호박떡을 만들 때나 추운 겨울날 통무우 삐져 넣고 끓이
는 맛깔스런 국의 필수 재료였다. 잘 마른 호박씨는 착한 아이의 간식거리
로 입안에 고소한 미각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와 같이 친근하던 호박이 근래에는 건강식품으로 만들어져 호박죽이란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음을 본다. 이른바 호박쥬스라는 캔음료도 눈에 띈다.
고유의 전통과 은근한 멋을 사랑하는 우리의 가장들은 오늘 호박차를 만들
어, 부모님은 물론 아내와 자식들에게 대접하는 즐거움을 갖자, 설마 호박
차를 마신다고 시대착오적이거나 촌스럽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박차를 만들어 마시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성과 애정이라는 재료외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아름다운 늙은 호박을 구해 먼저 껍질과 속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솥이나 냄비등에 넣고 끓인다. 요즘은 물조차 마음 놓
고 못마시는 세상이 되었으나, 어떻게든 청량한 물을 구하도록 한다. 끓기
시작하면 대추와 생강을 넣고 호박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은근한 불로 오래
끓인다. 소금을 소량 첨가해 다시 한번 센불에서 끓인다. 체에 받치거나 거
즈 수건 따위로 걸러 기호에 따라 적당량의 꿀을 가미퓽 마시면 좋다. 껍질
벗긴 호빡시를 듸워 마시면 더욱 별미다.
한낮임에도 밖이 어둑하기로 창을 열고 내다 보니 다시금 흰눈이 하늘하
늘 내리고 있음이라. 이럴때 시루에서 갓 찌어낸 호박떡 먹는 재미를 어디
다 견줄 것인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끈한 백설기 속살에 박힌 달착지근
하고 향긋한 호박꼬지를 빼어먹는 즐거움. 떡 한조각 베어 먹고 차 한모금
마시고.<'9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손님들에게 내
놓으면 더 없이 매력적인 한국의 전통차와 먹거리가 될 것이다. 책장 한 모
서리에 놓여잇는 늙은 호박이 배싯 웃는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1)-다래차
「 상큼한 신토불이의 맛 - 다래차
이제 며칠 후면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으
로서 왜 그리고 언제부터 '설날'이라고 했는지 그 명칭의 유래와 기원도 궁
금하지만, 옛 우리 선조들은 어떤 식으로 정월 초하룻날을 보냈을까 하는
점에도 관심이 많다
선 중기의 문신 청천당(廳天
堂) 심수경(沈守慶
)선생의 수필집 <견한잡록(遣閑雜錄)>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눈에
띈다.
그에 의할진대, 옛 풍속에 사람들은 정월 초하룻날 아침 도소주(屠蘇酒)
를 마셨다. 그것도 젊은 사람이 먼저 마시고 나중에 나이든 사람이 마신다.
요즘도 지켜지는 정월 대보름날 더위를 파는 다소 짓궂은 풍습과 유사하게
, 과거에는 새해 초하룻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의 이
름을 부르고 그가 대답하면, "내 허점을 사라"고도 했다 한다. 허점을 팔아
재액을 면하고자 그랬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명절날 선물도
양주 대신 우리의 전통 민속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상들의 습속을 본받아, 설날에는 약주인 '도소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해보
자. 수리날(단오)에는 창포주를 담가 마시는 것도 좋을 듯싶다. 외국인관광
객들에게도 적극 선보이자. 국제화, 세계화의 길은 우리의 것을 보존, 계승
하고 나아가 홍보 하는데 있음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청산애 살어리랐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누구에게나 친숙한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1절이다. 기실 다래나 머루 이
외에도 산에 들어가면 심심풀이 삼아 따먹을 수 있는 산과실들이 게절에 관
계없이 다양하다. 순전히 한국적 토양과 기후 속에서 자란 순종의 무공해
식물(食物)들이. 다래도 그중의 하나이다.
하되, 우리의 것은 어디로 숨고 양다래라는 이름의 서양 산 키위가 우리
의 미각을 침범하고 있음을 본다. 오늘 우리는, 비록 체구는 왜소하지만,
토박이인 한국산 다래를 찾아 그 열매로 상큼함을 즐기고 잎과 뿌리로서 다
래차를 만들어 마시도록 해보자.
본디 식물로서의 다래는 다래과 '미후도과'의 덩굴풀을 가리키며, 과일로
서의 다래는 등리(藤梨), 미후도등의 희안한 이름을 지닌 다래나무의 열매
를 말한다. 또 지방에 따라서는 목화의 열매를 일러 다래라고 하는 곳도 있
다. 생약명으로는 묘후도라 서놓고 미후리라 읽는데, 자세한 까닭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미후 혹은 목후라고 불리는 원숭이의 일종이 좋아하는 과일
이라 그런 명칭이 붙지 않았나 한다. 묘인삼(猫人蔘)이라는 이명으로 불리
기도 한다.
다래의 기미는 평범하고 삽(澁)하다. 그런즉 차로 하여 마시면 약간은 떫
은 맛이 느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미각이 다래차의 매력이기도 하다. 한 여
름 산에 올라가면 다래 덩쿨을 찾아 다래가 아파하지 않을 만큼만 재미삼아
잎을 따도록 한다. 집에 돌아와 통풍 잘되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후 잘게
썰어 보관해 두고 틈틈이 뜨거운 물에 오래 우려내어 음미하도록 한다. 약
용으로는 뿌리가 좋은데, 영양분이 몰리는 늦가을에서 겨울철 사이에 채취
해 햇볕에 말렸다가, 역시 알맞는 크기로 잘라 탕전해 복용한다. 직접 재료
를 구하기가 귀찮거나 시기적으로 늦었다 싶으면, 근처 건재상에 가서 적당
량 구하면 될 것이다.
위를 보호하는 건위(健胃) 작용 외에, 해열9解熱), 해독9解毒), 이습(利
濕),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객지에 나가 음식을 먹으면 물갈이로 배탈
설사를 한다거나 소화불량, 변비, 장염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마시면 좋다
. 술을 지나치게 마시거나 과로로 인한 간염에도 효험이 있으며, 황흔(黃痕
), 관절동통(關節疼痛), 기관지염(氣管支炎), 해수(咳嗽)를 다스리는 데도
쓰인다.
밤 깊었음을 알리는듯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에게나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순간은 있는 법. 무작정 따뜻한 잠자리로 파고 들 것이 아
니라, 잠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를 한잔 내어 마시도록 하자. 오늘밤에
는 청산에 묻혀 살기를 꿈꾸며 다래차를 마심이 어떨까.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2)-엄나무차
┗ 신경통 관절염에 좋은 - 엄나무차
필자가 아는 어느 분은 설날이라는 명칭을 싫어하신다. 그 유래가 '서러
운 날'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설운 날이 되어야 했는
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생객해 보니, 설이라는 말이 생겨나 쓰이게 된
지는 과연 얼마되지 않았다. 조선조 중기 때만 해도 섣달 그믐날을 제일(除
日), 새해를 신세(新歲), 정월 초하룻날을 원일(元日)이라 칭했다는 기록이
있을뿐, 순수한 우리말로는 무어라 불렀는지 알 길이 없다. 분명 설날은
아니었다.
아무려나 금년 설연휴는 풍성한 서설 속에서 보냈다. 예상외의 폭설로 귀
성, 귀경길의 사람과 자동차 모두 고생을 했지만, 덕택에 연전에 내린 눈과
합해 이미 '삼백(三白)'을 이뤘으니 올 농사는 격양가(擊壤歌) 드높을 풍년
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명일9名日)이 되니 어머니께서 감주를 해 주셨다
. 그런데 그 맛이 달면서도 맵싸했다. 왠가했더니 엄나무 삶은 물로 만들어
서 그렇다고 하셨다. 일종의 약용 마실거리인 셈이다.
어쩌면 입맛 잃기 쉬운 봄철, 상큼하니 미각을 돋구는 식물로 인기있는
개두룹나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엄나무는 속칭 음나무, 멍구나무, 따위로
도 불리며, 오갈피과에 속하는 키 큰 낙엽활엽수로서 우리나라 전역의 산간
숲속에서 자란다. 생약명은 해동피(海桐皮)로 자추피(刺楸皮), 정동피(丁桐
皮), 정피(釘皮)등의 이명으로도 쓰인다. 수피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당엄
나무, 털엄나무, 가는 잎 엄나무, 칠리향(七里香)으로도 불리는 섬엄나무의
시피도 함께 쓴다. 봄에서 여름사이에 채취하여 거치른 겉껍질을 벗기고 햇
볕에 말렸다가, 잘게 썰어서 사용한다. 껍질과 줄기를 함게 쓰기도 하며,
칠리향의 경우 잎도 차거리나 약재로 사용한다.
기미는 평범하고 맵싸하다. 칼로톡신(kalotoxin), 칼로사포닌(kalosaponi
n)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거풍, 진통, 소종 등의 효능을 지니고 있으
며, 예로부터 풍습(風濕)으로 인한 마비통증, 신경통, 요통, 관절염, 타박
상, 개선(疥癬:옴), 옹저(癰疽:종기)등을 치유하는데 이용해 왔다. 차로 즐
기고자 한다면, 잘게 썬 엄나무 껍질이나 줄기를 물에 넣고 뭉근한 불로 오
래 달인후 여기에 꿀을 약간 가미해 음용토록 한다. 잣을 몇알 띄워 마시면
좋다. 옴과 종기에는 가루로 빻아 기름으로 개어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별식으로 즐기는 요리로는, 이른 봄에 갓 자라난 엄나무순을 꺾어 날 것
으로 혹은 여늬 참두룹나무의 순과 같은 방법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
장 따위에 찍어 먹는 방법이 있다. 닭에게는 미안하지만, 토종닭에 엄나무
를 넣어 삶은 엄닭요리는 일품이라고 건강식을 애호하는 미식가들은 입을
모은다. 야산에 풀어 키운 토종닭과 신경통, 고혈압등의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는 엄나무, 황기, 대추, 밤, 잣등이 어우러져 노린내가 없고 쫄깃쫄깃
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효도차로는 그저 엄나무 잎이나 줄기를 정성껏 달
여서 만든 약용차 만한 것이 없다. 자식들로 인해 고생한 댓가로 얻은 우리
네 부모님들의 신경통및 관절염 치료를 위해서 값비싼 양약보다는 엄나무차
를 달여 드렸으면 싶다. 과시용의 해외 효도관광보다는 날을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3)-옥로차
▩ 화개(花開)의 - 옥로차(玉露茶)
봄소식 들리는 입춘이 저만치 물러가고, 대동강물 풀린다는 우수 또한 서
둘러 지나갔다.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길 건너집 추녀 끝에 눈녹은 물이
꽃샘 추위에 고드름으로 변해 반짝 예쁘게 매달려 있다.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그 찬연한 아름다움. 그리고 서서히 열기 더해가는 햇살에
익어 한방울 두방울 녹아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 소리. 가만히 귀기울여 들
으면 마치 차주전자에서 또로록 찻물 굴러 내리는 소리만 같다.
이런 싱그러운 느낌, 소생의 활력감이 있을 땐 맛있는 녹차를 마시고 싶
어진다. 기왕이면, 뜨거운 물에 녹아 풀린 차잎이 가녀린 동녀의 몸매를 연
상케 하는 작설차를. 작설은 차잎 모양새가 참새의 혀와 닮았다는데 착상해
지어진 이름이고, 좋은 작설차는 대숲 사이에서 자란 것을 상품으로 친다.
밤새 대잎에 내린 옥같은 이슬(玉露)이 아침 햇살과 함께 그 아래 차나무
잎새에 살짝 비딪치며 하강해 내는 모습이라니. 아껴 두었떤 지리산 야생
작설차 옥로를 꺼내 거문고 음률을 배경으로 차를 끓인다. 차를 마실 때는
양악보다는 역시 우리 고유의 음조가 어울린다.
혹자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우리의 전통 차문화가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는 이야기를 하지만, 옛글을 읽다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점필재
김종직의 시에 경상, 전라도민들이 매년 차를 조정에 상공(上供)하는데 따
른 고충을 묘사한 부분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비록 소수의 사람들을 통
해서 이기는 하지만, 차는 면면히 우리의 문화를 형성 유지하는데 이바지
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당시 상황이 남성 위주의 사회이고 보니 여성들과
차는 거리가 멀었던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현대의 여성들은 차와 친숙해 져야 한다. 부덕이나 어성다움을 위
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멋스러움, 마음의 평화를 위해. 또한 건강을 위해
. 의학계의 보고에 의하면, 녹차중의 카테킨 성분은 유방암 뿐만 아니라,
탄 음식 섭취에 기인한 간암과 흡연에 따른 비타민 C 손실을 보상해 폐암등
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녹차에는 레몬보다 비타민 C가 8배이상이나 함유되
어 있다고 하니 구태여 흡연 여성들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혈
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효능도 있으므로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증에
도 유익하다.
지리산 쌍계사 일대의 야생차잎을 재료로 해 법제되는 옥로차는 무엇보다
도 거칠지 않은 좋은 차잎을 선별해 만들기 때문에 제조후 오랜 시간이 지
나도 처음의 맛과 빛깔을 그대로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전통 녹차 생
산에 30여년의 세월을 전념해온 화계제다의 고집스런 차제조인 홍소술씨(경
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741 / 전화(0595)83-2233)의 장담처럼, 아침 이슬을
연상케 하는 옥로차는 유난히 그윽한 향기와 맛이 빼어나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한권의 좋은 책을 손에 들고 내적인 기쁨에 젖어드는
자리. 거기 연록의 찻잔을 놓도록 하자. 밖에서 부는 봄바람이 마법의 피리
되어 천상의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4)-솔잎차
Ш 백양사(白羊寺)의 - 솔잎차
봄바람이 건듯 불기로 젊은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고 남도행을
택해 우정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산이 넓은 가슴으로 손짓함에 수줍은 듯
내심 반색하며 그 품에 안기었다. 자귀나무, 고욤나무, 붉나무, 갈참나무
가로수길을 걸어 고향집을 찾아가듯 그렇게 산안에 들어섰다. 보니 거기 백
암산 흰바위 위에 고찰 백양사가 한 마리 흰양으로 평화롭게 몸을 누이고
있었다. "이 뭣고?" 선승 만암스님의 화두가 일순 방문객의 서툰 인생의 허
를 찔렀다. 산이 오란다고 오는 이 물건은 무엇인고?
경내의 보리수와 목련 나무엔 벌써 새움이 돋았다. 우리 것은, 비록 오래
되어 색이 바랬어도, 친근하고 편안하다. 극락보전의 미륵부처도, 명부전의
지장보살, 칠성각의 산신령도 단순한 종교적 경배의 대상만은 아니다. 그들
은 너무나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우리 산하에서 자생하
는 식물로 만들어진 차도 은근하니 우리의 입맛에 맞고, 우리 체질에 부합
된다. 신토불이가 별건가. 백양사 주인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절입구 저자
거리로 나선다. 솔잎차를 마실 생각에 예전의 경험으로 입안엔 벌써 향긋
한 침이 괴어 든다.
UR의 높은 파고가 부득불 현실로 다가와 우리를 애태우고 있는 판에, 솔
껍질 깍지벌레가 남쪽 산들을 침략하고 있어 걱정이다. 다행히 백암산의 솔
나무들은 무사하다. 솔잎들도 잘 자라고 있다. 백양사 인근에는 공장지대가
없어 산의 나무들이 공해의 위험이 없다. 또 이곳은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강수량이 넉넉한 때문에 토지의 수분이 풍부하
다. 당연히 타지역에 비해 솔잎이 굵은 편이다.
옛적부터 솔잎은 고혈압, 중풍, 말초 혈행 장애로 인한 수족저림, 불면증
, 신경쇠약등의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추석 송편을 찔
때 솔잎을 이용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도인들은 솔잎을 씹어 먹
으며 수도를 했다고 한다. 솔잎을 재료로 해 약콩을 섞어 꿀로 저민 환약을
복용하면 각종 성인병에 좋다고도 한다. 무공해의 토종 2엽송의 솨일을 따
서 역시 토종의 꿀에 버무려 만든 솔잎차 또한 그 약효가 점차 임상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만성빈혈환자 뿐만 아니라 수술후의 암환자(특히 위암, 유
방암 수술후)의 회복에 극히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음이 그것이다. 근자
이명복 박사로 인해 세인이 주목하고 있는 사상체질 진단법에 의할 때, 솔
잎차는 우리 한국인에게는 어느 체질을 막론하고 다 좋은 것으로 판명되었
다.
이만큼이나 복덕이 넉넉해 보이는 차후덕(車厚德)보살 (전남 장성군 북하
면 약수리/전화:(0685)92-7410)이 스스로의 오랜 노력 끝에 만들어낸 백양
사 솔잎차는 약효도 그러하려니와 향히 남달리 탁월하다. 그분이 전하는 솔
잎차 제조 비법에 의하면, 우선 천연의 솔잎을 정성스레 따 모아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다. 연후에 솔잎과 토종꿀을 약 2대 1의 비율로 섞어 서늘
하고 통풍이 잘 도는 곳에 보관해두고 이틀 간격으로 뒤집으며 잘 버무려
준다. 토종굴은 밀개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백일간 숙
성시키면 여기서 신비의 영약인 솔잎액이 추출되는 바 오래 묵을수록 좋다.
차로 마시는 최상의 방법은 물 한컵에 솔잎차 엑기스를 밥숟가락 2술정도
혼합해 냉차로 마시는 것이로, 얼음을 띄워 가능하면 차게해서 마실수록 향
이 빼어나다. 찬 음료를 마시면 배탈이 나는 사람도 솔잎냉차 만큼은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새일이 나는 4-5월경 솔잎차를 만들어 항아리에 밀봉해
두엇다가 한여름 손님을 청해 놓고 개봉해 함께 마시는 솔잎차의 향기와 품
격은 무더위
한 인생살이에서 비롯되는 갈증과 탁기를 상쾌함으로
바
꿔줄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 아내를 감동시킬 남편의 선물 - 두충차(杜沖茶)
물가는 나날이 치솟아 마음을 불안케 하고, 꽃샘 추위는 은근히 육신을
위축시킨다. 이러한 때에 경칩이라 안심하고 기지개 켜며 땅밖으로 나왔던
와공(蛙公)들이 두번 놀란다. 골짜기 바위 틈새를 뒤져 보신 먹거리 탐색에
열중하는 인간들의 탐욕이 그 하나요, 매서운 높새바람 아랑곳 않고 향기로
운 꽃망울 터뜨린 매화나무의 꿋꿋함이 또 다른 하나다. 그렇건만 잔설 남
아있는 대관령을 배경으로 한 동해어촌에는 세한삼우가 다정스레 그윽한 동
양화를 그려 보이고 있다.
뒤늦게 짝을 찾아 백년가약을 맺은 친구 부부가 아이를 가져 기뻐하더니,
얼마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부인이 평소 건강한 편인데도 유산이 되어 상
심하는 바 크다고 우울해 하였다. 혹 직장생활이 무리였던건 아닌가 추측하
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그런 일로 속상해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 여인은 무릇 남자의 고향이요, 대문에 여인이 어떠한 괴로움에 의해서든
향기를 잃으면 남자는 생의 활력을 상실하는 터. 혹 그네들을 위한 좋은 약
차는 없을까?
이농현상의 심화, 수입농산물과의 경쟁력 약화등으로 대부분의 농민들이
의기소침해 있는 가운데 전남 완도의 주민들은 10여년 전부터 섬일대의 야
산에 두충나무를 심어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두충과에 속하는 낙
엽교목인 이 두충목의 건조한 껍질이 강장, 강압, 진통, 진정의 한약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물로서, 실제로 여성들의 습관성 유산이나 하복통등
을 다스리는데 주된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름도 고와 '생각하는 신선'이라는 의미의 사선(思仙) 이외에, 사중(思
仲), 목면(木綿), 사연피(絲連皮), 사면피, 석사선(石思仙), 옥귀피(玉鬼皮
)등의 이명으로 불리는 두충은 본래는 중국 하북지방이 원산지로 원두충(元
杜沖)과 당두충(唐杜沖)의 이종이 있으며, 기미는 따뜻하고 달며 약간 매콤
한 맛이 나기도 한다.
차거리로 쓸 두충은 수령이 10년 이상된 나무의 수피를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이 좋다. 건조가 충분히 되었다 싶으면 잘게 썰어 약한 불에 가볍게 볶아
준다. 그리고 하얀 실같은 점질부분을 거사(去絲)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두고, 혈압이 올라가는 일이 생겼다든지, 무릎이 아프다든지 할 때
꺼내어 뜨거운 물에 탕전하여 후후 불며 열탕차로 마신다.
현대인들은 애어른 할 것없이 신종 문명병인 타임 프레셔(시간의 압박)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따라서 기가 허해지고
간장과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다. 소변도 시원찮고 질금증상을 보인다. 마침
간장과 신장을 보호하면서 강장, 이뇨의 효능을 지니고 있는 두충이 가까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정기가 약하고 음습증이 있는 남자들의 경우 두충
차를 상복하면 좋다. 두충이 혈압을 낮추는 작용도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
다도 원하지 않는 유산을 하거나, 임신상태의 자궁에서 피가 흐르는 태루(
胎漏)로 불안해 하는 여성들은 두충의 안태(安胎) 작용에 의지해 볼 노릇
이다.
삼월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찬바람 부는 귀가길. 비록 피곤하고 힘든 하루
였지만, 나보다 더욱 고생이 심한 아내를 위해 얼마쯤 두충을 구하도록 해
보자. 부부간의 애정은 서로에게 기울이는 작은 관심을 먹고 크나니, 남편
이 끓여주는 따끈한 두충차 한잔이 결혼기념일의 비싼 선물보다도 훨씬 아
내를 감동케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밤에는 허리도 안 아프고 무릎도 쑤
시지 않은채 새록 편안한 잠을 잘 것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
◆ 남편의 활력을 찾아주는 - 영지차(靈芝茶)
환절기에는 몸이 축나기 쉽다. "남편 보약이라도 먹여야 할텐데...' 아내
되는 이들의 마음씀이 분주하다. 십전대보탕이니, 사물탕이니, 혹은 인삼
녹용이니 이웃집 아낙들은 무시로 자기 남편들에게 다려먹이드만. 빠듯한
살림살이로는 선뜻 값비싼 약재로 남편 봉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
다고...'이쯤되면 아내의 순정어린 얼굴은 고민으로 어두워진다. 전과는 달
리 자다가 헛소리를 하거나 가위에 눌려 신음하는 안스런 남편의 모습이 떠
오르며.
그래. 정성만한 보약이 없다 했다. 시장에 나가는 길에 약재상에 들려 값
은 좀 비싸더라도 두눈 질끈 감고 고생하는 가장을 위해 영지버섯을 구하도
록 한다. 이름도 희안한 구멍버섯과에 속하는 영지는 불로초, 지초(芝草),
삼수(三秀), 영지초, 만년 버섯이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는 바, 분류상으로
는 하등식물이지만, 이것이 예로부터 신령스런 보약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다. 과거에는 영지를 복초(福草)라 하여 상서로운 완상, 장식용의 식물로
기르기도 하였따 한다.
영지의 기미는 뜨겁고 쓰다. 여러가지 아미노산과 수용성 단백질, 스테로
이드물질등이 함유되어 있어, 비특이적 면역능력을 향상시키고, 호흡기 게
통의 진정작용, 강심, 혈압강하, 소종, 구어혈 따위의 작용이 있음이 실험
적으로 밝혀졌다. 또한 간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어 손상된 간기능을 회복시
켜 준다. 따라서 허약자나 병고를 치룬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보
약재로 쓰임은 무론 저.고혈압, 각종 빈혈, 만성간염, 자반병(紫斑病:피부
나 피하조직에 자줏빛 얼룩점으로 피가 엉기어 점막이나 내장에 출혈을 일
으키는 병), 신경쇠약, 불면증, 심장병, 동맥경화증, 만성기관지염등에 효
험이 있다.
이토록 뭇 질병의 치유에 뛰어난 효능을 지니고 있는 불로장생의 영지를
재료로 해 영험있는 영지차를 만들어 마시는 법은 간단하다. 그저 버섯대,
버섯갓, 버섯갓밑층으로 이뤄진 자실체(子實體)를 잘게 썰어 버섯 높이를
웃돌만큼 물을 붓고 한시간 남짓 다린후 잘 걸러 마시면 된다. 다시 물을
붓고 이번에는 좀더 오래 다려 찌꺼기를 짜버리고 역시 잘 걸러 음용한다.
쓴맛이 싫은 사람은 영지차 한 잔에 꿀을 한 술 정도 타 마시도록 한다. 근
차에는 영지가 암및 심장질환과 혈압에 특별한 효
전해져 음식
점에서 닭이나 오리고기를 이용한 영양식을 만들 때도 영지가 곁들여 이용
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있는 영지를 이용한 가공식품처럼 인삼과 함
께 탕전하여 마셔도 좋다.
아무려나 탕약으로서건 차로 마실 경우건 얼마동안은 꾸준히 상복을 해야
효과가 있다. 두통, 만성피로, 식욕부진, 소화장애, 협심증등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시달리는 병이랄 수 없는 병으로 부터의 해방은 멀지 않다. 만
일 아내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원망에 앞서 스스로 영지를 다려 쓴맛
을 음미하도록 하자.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는 따스한 봄날이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 신경성 병고에 좋은 - 갈근차(葛根茶)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와 같이..."
과연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세상 일과 그 이치란 게 참
으로 복잡미묘하여, 때로는 싫어도 얼싸 안고 살아야 하고, 또 간혹은 좋아
도 갈라져서 살아야만 한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판단은 자칫 마비되고, 명
료한 의식 속에 확연한 구별을 지어가며 살아 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 신경성 위장병이니, 과민성 대장증상이니 하는 기분 나쁘
고 괴상 망측한 질병에 걸리기 쉽다.
때문에 늘 속은 더부룩하고, 갈증이 나는듯 하여 청량음료나 빙과류를 입
에 대면 금새 탈이 나고 만다. 그러니 어떤 때는, 좀 과장되게 말하여, 세
상 사는 일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홧김에 막 소주를 몇잔 거푸 마셔 놓고는
술독이 올라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정신이 혼미하니 입은 붙어 떨어지지 않
고 내가 내 몸을 도저히 감당 못한다. 지켜보는 아내도 속수무책, 같이 발
동동 숨만 가삐 몰아쉬고 어쩔 줄을 모른다. 갈근즙을 구해 마시면 좋을텐
데.
옛날 이름으로는 질을(叱乙), 부을(夫乙)이라 했던 칡의 뿌리가 갈근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릿고개를 아는 사람은 구황식물의 대명사인 칡
뿌리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을 법도 하다. 필자도 어린 시절 따스한 봄날
산에 올라 동무들과 칡뿌리를 캐어 흙을 털어낸 뒤 입으로 죽죽 찢어 입안
에 넣고 씹어 그 물을 받아 먹던 기억이 있다. 선뜻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도 학교에 가는 대신 칡뿌리를 캐러 산에 가는 나이어린 학생들이 있음을
필자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 웬만한 야산 비탈진 곳에서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콩과식물
인 칡은 이른 봄과 늦가을에 그 뿌리를 채취하여 껍질을 제거하고 건조시켜
차거리나 약재로 쓰거나 분말로 하여 식용으로 이용한다. <증류본초>에는 5
월 5일 단오에 뿌리를 캐어 햇볕에 말려 쓴다고 되어 있다. 발한, 해기(解
肌:살내림), 제번(除煩), 지갈(止渴), 지사(止瀉)의 효능이 있어 두통, 소
갈, 설사를 멎게 하고, 반진(반疹)과 주독을 푸는데 쓰이고 있는 갈근은 실
험조사를 통해,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해경(解痙:목따위가 뻣뻣
허졌을때 그를 푸는 일), 해열, 혈당강화 작용이 있음이 입증되었다.
잘 말려 잘게 선 칡뿌리를 이용해 갈근차를 다려 마실 때는 무엇보다도
물 끓이기가 중요하다. 갑자기 물이 끓으면 좋지 않고, 또한 너무 오래 끓
여도 차맛이 스게 되어 좋지 않다. 이상적이기는 불기운 넘치는 숯불로 물
을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냉수를 찔끔부어 다시 끓기를 기다려 또 냉수
를 치고 이렇게 세차레를 반복하면 차의 맛과 빛깔이 훨씬 좋아진다. 마지
막으로 물이 끓어 오르면 불을 빼낸 상태에서 10여분 탕준한 후 마시면 된
다.
근래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부근 상점에서 향토식품을 판매하고 있음
을 본다. 칡국수를 개발하여 상품목록에 포함시키면 어떨가 깊다. 칡뿌리의
겁질을 벗겨 가루를 만들어 여기에 녹두 녹말을 섞어 국수를 만드는 것으로
, 이는 상습적인 갈증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날뿌리를 짓찧어 생즙을 내
어 먹으면 소갈은 물론 상한(傷寒), 온병(瘟病), 장열(壯熱)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옛 의서의 기록 역시 참고할 만하다. 그런즉, 위장을 보호하고
숙취를 푸는데 상당한 효험이 있는 칡즙은 주독, 채독, 약독을 푸는 약용음
료로 만들어질 수 있다. 덧붙여, 칡꽃을 음건하여 가루러 만들어 먹거나 그
대로 차로 내어 마시면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하여 예로부터 애주가들
이 즐겨 갈화분이나 갈화차를 상용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8)-메밀차
♠ 평창의 - 메밀차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늘어 나는 수은주
의 키를 바라보니 도대체 4월 초순의 기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더욱 갈
증이 나고, 어디 속시원한 음식은 없을까 주위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핑계
김에 점심으로 메밀국수를 먹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 약속을 한다. 그 친
구를 만나면 메밀꽃이 필 무렵 평창엘 가지고 해야겠다.
봉평 장날, 동이의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너는 늙은 장돌뱅이 허생원. 그들
의 머리 위로부터 황홀하니 쏟아져 내리는 달빛. 그를 반사하여 찬란히 빛
나는 시냇물.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듯 눈앞에 하얗게 부서지는 아름다운 메
밀밭. 이효석의 대표적 단편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눈물겹도록 정겨운 한폭
의 풍경화를 그리게 된다.
흔히 모밀이라고도 잘못 쓰이는 메밀 즉 교맥(喬麥)은 시골에서는 메물,
매물, 며물등으로 불리는데, 목맥(木麥)이라 칭하기도 한다. 생약명으로는
양맥(養麥), 오맥(烏麥), 화맥(花麥)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키가 1m도
채 안되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1년생풀 메밀은 아시아 중북부가 원산지로,
인도, 시베리아, 동부 아시아 지역에 걸쳐 고루 분포한다. 줄기는 원래는
연한 풀빛이지만 흔히 붉은 빛을 띠며, 연하고 밋밋한 편이다. 묵밭에 무우
와 함께 섞어서 갈면 두가지가 다 잘된다고<사시찬요>는 기록하고 있으며,
입추무렵이 파종의 적기라 한다. <거가필용>에 따르면, 과거에는 오늘날 우
리가 이삿날이나 혼삿날을 잡듯 곡식도 길일을 택해 심었던 모양으로 메밀
의 경우는 갑자, 임신, 신사, 임오, 계미일이 길이링라 했다.
초가을 달빛 속에 서서 바라보노라면 해안에 와 부딪치며 하얗게 부서지
는 파도의 포말을 떠올리게 하는 메밀 꽃밭. 7월-10월 개화기를 거쳐 꽃이
지고나면 블루 사파이어를 닮은 검은 빛깔의 뾰족한 세모꼴의 열매가 맺히
는데 이것이 바로 메밀이다. 파고피린, 퀘르세틴 외에도 혈관 강화 작용을
하는 루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동맥경화를 막아주며, 자양강자으이 효능
이 있다. 체기를 내리고 완하(緩下)작용을 한다. 예전에는 팔다리에 멍이
들면 메밀가루를 술로 개어 붙이고 멍을 풀었다. 메밀당수라하여 메밀가루
를 물에 풀고 여기에 삶은 파의 머리부분과 막걸리를 넣고 끓여 설탕을 타
서 미음처럼 만들어 감기약으로 복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메밀의 껍질을 벗기면 흰색의 맵쌀이 된다. 이를 살짝 볶아 뜨거운 물에
우려 차로 마신다. 건강음료다, 생수다 전국이 온통 물난리를 치루고 있는
요즘 구수한 맛이 일품인 메밀차는 우리에게 새로운 향토사랑을 가르쳐 줄
것이다. 메밀차는 특히 오행체질의학상 토실인에게 적합하다.
메밀식품을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들 알고 있는데, 메밀이 본디 간이
나 슬개를 보호하는 식품이므로 목허토실인(간과 쓸개가 허하고 비위장이
실한 체질의 사람), 즉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양인의 체질을 지닌 사람이
먹으면 살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살이 찐다. 하지만 목실인이 메밀을 먹
을 경우는 살이 빠지며 마르게 된다. 그런즉, 에어로빅이나 수영등 억지로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려는 애처로운 노력보다는 체질에 알맞은 좋은
차, 맛난 음식을 먹어가며 살을 빼거나 늘리는 방법이 훨씬 좋으리라 본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메밀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안된다는 것. 열풍이
나서 머리털이 바지기 쉽기 때문이다.
평창읍에 가면 시장통에 메밀전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믹서가 아닌 맷
돌에 메밀을 갈아 무쇠솥 뚜껑을 엎어놓고 메밀전을 부쳐주는데, 그 맛이
그렇게 남다를 수가 없다. 그밖에 평창, 정선, 진부등 영서 산간 일대의 별
미인 총덕, 올챙이 국수, 메밀 묵등을 맛볼 수 있다. 제철이라면 메밀나물
의 상큼한 미각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총떡은 메밀전에 김치, 두부, 잡채
등속을 넣어 둘둘 말아서 숭덩숭덩 썰어 입맛 다시며 먹는 서민 음식의 대
표격. 또한 햇살 고운날 평창 다리에 걸터 앉아 고요히 흐르는 냇물에 낚싯
대를 드리우고 괘리를 잡아 올리는 늙은 낚시꾼들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이
다. 비늘을 치고 창자를 따내면 매운탕, 튀김 감으로 그만이라는 괘리는 찌
개 국물을 떠먹을때 약간의 흙내가 나는 것이 풋풋한 우리네 시골의 정취를
연상시킨다고 어느 미식가는 전한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
번호:138/176 등록자:K23404 등록일시:95/10/02 23:52 길이:57줄
제 목 : [유니콘] 차의 고향을 찾아서(69)-춘설차
♣ 무등산(無等山)의 - 춘설차(春雪茶)
빛고을 광주, 무등산 수박의 고장 광주, 여기서 한국화단의 거봉 의재 허
백련(毅齋 許百鍊)은 춘설헌(春雪軒)을 짓고 살았다. 산인(山人)으로 살면
서, 그림을 그리고 차밭을 가꾸었다. 그리고 차를 한봉 사는 이가 있으면
답례로 그림을 그냥 한점씩 그려 주었다. 평생을 '음차흥국(飮茶興國)"의
신념으로 차를 권하고 보급하였다. 책을 읽지 않는 개인이나 국민은 발전할
수 없듯, 의재선생은 차를 마시지 않는 민족은 올바른 정신을 가질 수 없다
고 보았던 것이리라. (과연 그러하다. 오랜 차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
양 음료에 사로잡혀 고유의 차문화를 온전히 정립 시키지 못하고 있는 쓸쓸
한 우리네 현실. 이 속에서 건전한 국민 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까이 일본과 중국을 보자. 멀리는 태국, 인도, 스리랑카, 네팔, 영국,
프랑스등지를 보자. 각기 고유한 자신들의 차와 차 문화를 이룩해 스스로
즐기고 남에게 내놓지 않는가? 심지어 최근에는 북한까지 고성 삼일포 근방
에 차나무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다잖은가! 차는 대중이 마시는 생활차이
어야 한다. 격식에 얽매인다거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과시적으로 마시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일제때 오자키(尾崎市三)라는 일본인이 자신의 나라 차 애호가들에게 판
매하기 위해 광주의 명찰 무등산 증심사(證心寺)일대의 땅 2만여평을 차밭
으로 일구어 그 곳 무등다원에서 생산되던 차를 엉뚱하게도 일본상표를 붙
여 판매했었는데, 해방후 의재선생이 이를 인수해 차밭을 가꿔 놓은 것이
오늘날의 춘설 다원이다.
춘설차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엔 선생의 글 <나의 이력서>를 지니고 가자.
광주 시내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무등산 증심사를 찾아가다 보면 춘설다
원(광주직할시 동구 소태동 751/전화:(062)222-3277)이 눈에 띄는데 바로
이곳에서 의재 선생의 장손인 허달재씨가 춘설차의 전통을 잇고 있다. 춘설
차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상큼한 미각에 있다. 특히나 무등산 생수를 받아
그랠 체(體)로 하여 마시는 춘설차는 가히 그 신기(神氣)가 차 맛속에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역시 차의 맛은 산지에서 마시는 것이 훨씬 뛰어나다. 바
로 근처에는 한국제다공업사의 호남다원(광주직할시 동구 소태동 763-4/전
화(062)222-2902)이 있고 여기서 생산되는 작설차 또한 호남의 명차(名茶)
로 손꼽힌다.
해발 1,187M의 무등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좍되어 있는데, 등산로는 증심사
계곡과 원효사 계곡 두 곳이 있다. 그리고 무등산의 아름다움은 뭐니뭐니해
도 서석대(瑞石臺), 입석대(立石臺), 광석대(廣石臺)의 3대석경과 규인봉,
중봉등의 암석미에 있다고 하겠다. 이곳의 명물인 무등산 수박은 무게가 10
-20kg 정도나 되며, 현지 주민들은 향토말로 '푸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광명소로는 증심사, 원효사, 장운사, 약사암, 규봉암등의 사찰과 선심폭
포, 풍암정외에 김덕령 장군의 생가인 충장사(忠壯祠)및 취가정, 송강 정철
이 어린 시절을 보낸 환벽당, 그리고 식영정과 성산별곡비 등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광주시내에서 젓갈이 가미된 남도 특유의 음식을
맛보고, 경양지(景陽池), 부용정(芙容亭), 와송정(臥松亭), 용호제(龍湖齊)
등의 명승 고적을 둘러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장원봉에 자리잡고 있는 지산
유원지는 가족 나들이에 안성마춤이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한의사가 되어, 보람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정규대학교로 입학하십시오.
비정규 대학교 한의대로 입학하면 평생 고생합니다.
요즘은 하도 비정규대학이 정규 한의대인양, 홍보를 하고는 통에 한국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후회막급한 경솔한 판단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엄격한 잣대로 정규 한의대인가 아닌가를 잰다고 불평을 하는 비정규 미국 한의대를 고려하여 다음 5 가지 기준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비정규 한의대라고 부르지는 않겠습니다.
1.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 산하 교육국에서 인가된(Accredited)학교인가?
(단지 민간단체에서 한의학 프로그램을 인가받은 것은 전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음)
2. 정부에서 의료보험 지급을 허용하는 닥터면허 한의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는가?
3. 유네스코에 정규대학교로 등재되어 있는가?
4. 세계보건기구(WHO)에 의대 (한의대 포함)로 대학명단에 등재되어 있는가?
5. 미국 의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대학으로 검색이 되는가? ( https://imed.faimer.org)
<<< 주의 >>>
지금 당장 미국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내의 무수한 한의대) 이름을 가지고 검색해 보십시오.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비정규 한의대입니다.
한국 한의대, 중국 중의대, SCU대학교 내의 센츄럴대학은
모두 이 기준에 검색이 되는 정규대학교 내의 한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