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우리 비행기 잘못 탄거아니지?? 한국 가고 있는거 맞지?"
"너 지금 그 말만 일곱번째야, 박유천."
"나 눈물 날 것 같애, 준숙아.....헤이, 걸! 누나아-. 여기 오렌지주스 한 잔만요!"
"자꾸 저 스튜디어스 아가씨만 불러대는건 이번으로 열 두번째고."
아까부터 박유천의 소란에 잠을 못 이룬 나는 결국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정윤호가 '왜, 더 안자고.'
하고 잡지에 시선을 두는채 말한다. 그 말에 나는 픽 웃으며 뻑뻑해져 건조한 두 눈을 연신 꿈뻑거렸다.
"저기 누나-,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저한테 사인 안 받아요?"
"아..네?"
"저 몰라요?"
"아...죄송합니다만 잘.."
그 말에 박유천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짓다가 스튜디어스가 건네주는 주스를 받기도 전에 곧이어 심오한 표정으로 급돌변
하더니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쉼호흡을 한번 하고는 입을 연다.
"웨이링 포~ 라이징써어언~~~~!!!"
"......"
"이제 알겠죠?"
"아..글쎄요."
박유천의 쌩쑈에 비행기 안에 탑승객들이 모두 이곳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박유천의 쇼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어스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연신 '..죄송합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하고 대답하는데, 결국 박유천은 엄청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고서
'아, 주스 곧바로 안 먹으면 신선도가 18% 떨어지니까 새 걸로 바꿔와요-.' 하고 정확히 18%를 강조하며 심통 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다가 스튜디어스가 주스를 새로 가져오면 안대를 쓰고 자는 척을 하는데, 정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저런 발칙한 놈.
나는 어이없는 박유천의 행동에 기가 막혀 또 한번 픽 웃으며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윤호
가 손에 들고 있던 잡지책을 덮으며 '허파에 바람이라도 났냐?' 하고 내 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인다.
"저기 연예인 맞으시죠? 실례가 안된다면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그때 꽤나 화장을 고친 티가 나는 한 스튜디어스가 정윤호에게 다가와 종이와 펜을 내미는데, 나는 내심 기분이 영 찜찜해
진다. 완전 몸매가 정윤호가 딱 좋아하는 쭉쭉빵빵이라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저 여자의 립스틱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정말이다.
정윤호는 접대용 미소를 흩뿌리며 사인을 요청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스튜디어스 여자의 두 뺨엔 어느새 홍조가
피어오른다. 나는 또 기분이 싱숭맹숭해져서는 고개를 돌리려는데, 갑자기 박유천이 안대를 벗더니 나와 정윤호가 앉아있
는 쪽을 돌아본다.
"저한테는 안 받아요?"
"아..저 주무시는 줄 알고."
"눈만 감고 있었어요."
스튜디어스의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에 박유천은 눈웃음을 살살치며 정윤호가 사인해준 그 종이 뒷면에 자신의 사인을 한다.
그리고는 '웨링포~ 라이징서어언!! 이 노래 아시죠?' 하고 또 미친 짓을 해댄다. 그 모습을 본 김준수가 '미쳤어, 미쳤어!!'
하며 박유천의 귀를 아프게 잡아당긴다.
그러고보니 정말 한국에 얼마만에 오는 건지. 중간 중간에 몇 개의 스케쥴로 오긴 했었지만 3집 컴백이라는 사실에 더 가슴
이 설렌다. 국제전화비 아깝다고 전화도 하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로 전화도 못했었고, 일본 활동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서의 콘서트투어 등, 바쁜 스케쥴로 어쩌다 가끔 한국에 귀국해서도 집에 가보지 못한게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 나였다.
일본에서의 활동은 정말 힘들었다. 예전부터 일본진출 예고로 사무실에서 조금씩 배워 온 일본어였지만 방송에서 실전으로
일본인들과 일본어로 대화를 하기란 너무 힘이 들었고, 멤버들 중 내가 낯선 타지에서의 적응을 가장 힘들어했었다. 일본에
서는 우리와 같은 남자 가수 그룹이 너무 많아 경쟁하기 힘들었고, 아무래도 같은 아시아인이라도 외국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여러 시련들을 딛고 피땀 흘려 고생해 지금은 오리콘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도 등극하고고 꽤나 이름을 알렸지만.
물론 일본에서 얻은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초기 때 아직 우리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일
본인들이 많아서 짬이 나면 나와 정윤호는 일본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쇼핑도 자주 했었다. 그땐 정말 연예인이
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껏 자유로움을 만끽했을때 얼마나 꿈만 같았는지.
곧 있으면 공항에서 내가 사랑하는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이 또 뭉클해진다.
"꺄아아아!! 오빠! 3집 컴백 축하드려요!!!"
"오빠! 보고 싶었어요!!!"
"컴백 축하드려요!!"
공항 실내를 가득 메운 팬들이 눈 앞에 드러나자 나는 기어코 울음이 터져나올 뻔했다. 멤버들 모두 경호원의 호위를 받
으며 가로질러가고 있는데 나 혼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있자, 앞서 걸어가고 있던 정윤호가 나를 돌아보며
다가와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내 머리에 씌어주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른 채로 어서 가자고 끌어당긴다. 결국 모자를
더 푹 눌러쓰며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려버리고 말았다. 두 뺨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겁다.
장리인과의 듀엣 무대로 준수는 다른 매니저와 함께 벤을 타고 이동했고, 우리는 미용실에서 새롭게 머리를 바꾼 후 곧바
로 사무실에 도착하여 연습했던 3집 노래 안무를 다시 맞춰보기 시작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음악에 짜여진 안무를 맞추는
것으로 쉬지도 않고 몇 시간을 보냈을때, 박유천이 지친 건지 동작을 멈추며 전신거울에 기대에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그
행동에 지쳐가던 나 역시 안무연습을 멈추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아-, 준숙이 보고 싶다아."
숨을 헐떡이면서도 말은 나오는지 박유천은 땀으로 흥건한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린다. 갈색이었
던 머리가 까만 색으로 바뀌어서는, 아이같은 행동과는 다르게 조금은 성숙해보이는 인상을 준다. 나는 박유천의 땀으로
젖은 까만 머리를 빤히 쳐다보다가 거울로 시선을 돌려 화이트블론드로 염색한 내 머리를 가만히 주시한다. 영상통화로
바뀐 머리 보여주니까 김준수가 이 머리를 보고 홍콩할매 같다고 했는데-.
정윤호는 나와 박유천의 지친 표정을 보며 안무연습을 중지하고 음악을 끈다. 나는 의자 위에 있는 생수병 두 개를 정윤
호와 심창민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나이스 캐치를 하며 뚜껑을 열어 꽤나 갈증났던 모양인지 꿀꺽꿀꺽 소리나게 잘도
마신다.
"얘들아, 내 머리 이상해?"
나는 자꾸만 어색하고 신경 쓰이는 머리색으로 인해 멤버들에게 물었고, 박유천은 김준수에게 문자를 보내는 채로 시큰
둥하게 '홍콩할매-.' 라며 입술을 옹알거린다. 어쩜 김준수랑 저렇게 똑같은 발언을 할까.
막내는 맛있어보이는 솜사탕 같다며 내 머리를 보고는 입맛을 쩝쩝 다신다. 그리고 정윤호는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
을 닦으면서 나를 흘깃 쳐다보며 선홍빛 입술을 달싹인다.
"그거 같다."
"그게 뭔데?"
"탈색 된 병아리."
"..푸훕...!!! 아하하하!! 미치겠다!!! 크큭...! 탈색 된 병아리래!"
그 말에 박유천은 문자를 전송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배꼽을 잡고 뒤집어져버린다.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야-! 오랜만이다!!"
그때 연습실 문을 벌컥 열고 누군가 들이닥쳤고, 나는 신경질 난 얼굴로 돌아보자 강인 형과 이특 형, 이동해가 반갑다는
얼굴을 하고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강인 형과 이동해의 얼굴을 보고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자 강
인 형이 연신 반갑다며 멤버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다가 내게로 걸어오며 말을 건다.
"머리 바꼈네, 이쁘다. 김재중."
"......."
"새끼야, 저번에 일은 미안해-. 응? 내가 다음에 술 사줄께."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내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어주는 그 손길이 미치도록 싫었으나, 어쨌든 나보다 몇 살 많은 형이기
에 살짝 고개를 숙여 내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허공에 남겨진 강인 형의 손이 뻘쭘함을 느끼고 아래로 내려가
고, 그때 특이 형과 대화를 주고 받고 있던 정윤호가 이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 정윤호의 인기척에 강인 형이 구부렸
던 무릎을 펴고 일어나 정윤호를 쳐다보며 웃는다.
"짜식, 연락도 안하고-. 언제 술자리 한번 하자. 정규 형도 너 보고 싶댄다. 그리고 김재중도-..."
정규라는 이름에 나는 주름 잡았던 미간을 더 찌푸린다. 데뷔때 정윤호를 나쁘게 물들인 그 선배 형의 이름이었다. 그리
고 내가 예전에 이동해의 전화를 받고 술집에 갔을 때 봤었던, 나를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보던 그 장본인.
강인 형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굳은 얼굴을 한 정윤호는 무표정으로 알겠다는 듯 이만 가보라며 손짓했고 강인 형은 '전
화할께-.' 하며 멤버들을 이끌고 연습실을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무슨 말이야?"
"뭐가."
"강인 형이 말하는 거 니가 끊었잖아."
"별거 아니야."
"내 이름이 나왔는데 왜 별거 아니야?"
내가 두 팔을 뒤로 하여 바닥에 지탱한 채로 삐딱하게 정윤호를 올려다보자 녀석은 내게 시선도 주지 않는 채로 내 얼굴
위로 수건을 던진다. 나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정윤호의 땀냄새와 체향이 섞인 수건을 바닥에 던졌고, 어느새 정윤호
는 연습실을 나가는 문 쪽으로 걸어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A to Z 백댄서 형들이 연습실에 오고나
서야 정윤호는 뒤늦게 다시 나타났다.
"..짜증나..정윤호."
엑스맨 촬영 때였다. 멤버 전원 출연한 프로에서, 그러니까 이런 쇼프로그램에는 소속사에서 신비주의로 나가야한다며 잘
출연해보지 않았던 나는, 정윤호가 종종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다른 여자 연예인과 커플선정을 할때는 실제로 보지 않
아 애써 무신경한 척 했는데 가수 쿨에서 활동했었던 유리 누나가 정윤호에게 은근히 주파를 날리자 기분이 영 좋지 못하
다. 그리고 준수 또한 나와 같이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
"소영아! 내가 버라이티쇼를 많이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널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
"....."
"너와 러브라인을 만들고 싶다. 내가 앞으로 나의 마음을 꾸준히 표현해도 되겠니?"
미치겠다, 박유천...
매일 버터만 주식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도데체 어디서 저런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닭살스런 대사가 폭포수처럼 쏟
아지는 것일까.
"다, 당연하지. 근데 넌 나에 대해서 뭘 아니?"
"당연하지, 기회만 준다면 내가 너의 미끼(믹키)가 될께."
주위 출연자들의 부러움을 의식하며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부끄럼을 타는 여자 연예인의 말에 박유천은 또 한방 초절정
유치한 대사를 날리며 결국 '당연하지' 게임 상대자를 넉 다운 시킨다.
나는 순간 내 옆에 있는 준수의 두 눈에서 새빨간 레이저 빔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다른 출
연자들은 모두 재밌다고 박수치며 난리지만, 이쪽 공기만은 틀려도 완전 틀리다. 물론 작가가 짜 준 설정이기는 하지만
꼭 저렇게까지 해야할까?
나는 녹화 후 엄청 히스테리를 부릴 김준수로 인해 잔뜩 위축되어버린다. 다행이다, 정윤호는 저런 대사까지는 하지 않아서.
그렇게 여러 게임이 끝나고 커플선정을 할 때였다.
TV에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눈앞에서 정윤호가 다른 여자 가수와 몸을 부대끼며 춤을 추고 커플이 되는 것을 보니 정말 허
파가 뒤집어질 노릇이다. 아무리 방송이라지만 저녀석 은근히 나를 골려주려는 건지 나를 앞에 두고서도 여자 가수에게 대
쉬하는게 장난이 아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저건 약과다. 한때는 정윤호가 다른 여자 연예인이랑 섹스하는 것도 종종 보아 왔었으니까-.
"형.."
"응?"
"..박유천 부숴버리겠어."
"...그래, 파이팅이다, 김준수."
"형도 조심해."
'배슬기가 걸려.' 하고 낮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앞에다 두고 말하는 김준수로 인해 나는 굳어진 얼굴을 한다. 정윤호의 댄스
프로포즈 무대가 끝나고, 큰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고 여자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눈에 하트를 달고 호응한다.
"자, 세 분 가운데 어떤 분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요?"
"아, 잠시만 숨 좀 돌리고-.."
"그렇죠, 그렇죠! 본인부터 사셔야죠."
재석이 형의 말에 정윤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등을 돌렸고 순간 의자에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노골적으
로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는 정윤호는 ,격한 안무로 거칠어졌던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내게서 시선을 피해
여자 출연자들을 쳐다보다가 무미건조하게 '배슬기씨요.' 하고 대답한다.
..아니 근데 저 새끼가.
곧 호동이 형 팀인 우리가 커플선정을 할 차례였고, 먼저 믹키가 춤을 보여주며 유리에게 대쉬를 취한다. 아주 골고루 하는
구나, 유천아... 나는 이번엔 준수의 표정을 살피지 않았다. 보지않아도 뻔했기에-.
"자, 이번에는 재중씨의 출사표를 한번 들어보죠!"
유천이의 무대가 끝나고 곧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일단 노래를 들려주기 전에 불쌍한 준수를 위해서 한마디 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유리누나는 제가 처음 봤을때부터..제가."
"네, 말씀해주세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말에 처음엔 잔뜩 기대하다가 실망해버리는 유리 누나를 보며 나는 살짝 곁눈질로 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내게 찡긋
윙크를 날리는 김준수가 보인다.
준수야, 술 한잔 사라-.
"이제 제가 좋아하는 그 분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이번엔 정윤호의 질투심을 불 태우기 위해 나는 내 애창곡인 '발걸음'이란 곡을 불렀고 적당히 고른 여자출연자에게 걸어
가 뚫어져라 시선을 주는 채로 마지막 가사를 부르는 것을 끝냈다. 그리고는 노래를 끝으로 내 버릇인 혀끝으로 야하게 입
술 햝기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금세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져 어쩔줄을 몰라하는 그녀를 보니 내심 미안
해진다. 내 예상대로 큰 호응을 받으며 나는 내심 만족스러워하고 돌아서서 정윤호를 힐끗 보니.
뭐야.
모두들 내 노래를 들으면서 황홀해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데, 커플로 선정된 정윤호와 배슬기는 자기네들끼리 뭐가 그리도
재밌는 얘기를 하는지 내게는 시선도 안 주고 속닥거리며 장난이 아니다. 나는 점차 분노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곧이어 준수 무대 또한 시작되었고, 준수는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고쳐잡고는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팀의
'사랑합니다.'를 열심히 애창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돌아봐주겠죠-, 한없이 뒤에서 기다리면. 오늘도 차마 못한 가슴속 한마디~."
"그대, 사랑합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하고서 어느새 채연 누나에게 걸어간 준수는 노래를 끝으로 다시 무대 중앙에 서더니, 백댄서 형들
과 함께 흘러나오는 'All rise'라는 외국곡에 짜여진 안무를 멋지게 소화해낸다. 중간에 골반 튕기기는 어찌나 아찔하던지.
이 녀석, 오늘 출연자들을 홀릴 아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다.
준수의 놀라운 무대에 버엉 쪄서 바라보다가 박유천을 몰래 탐색하니 녀석은 준수의 계획대로 완전 홀릭된 얼굴이었다.
그럼 나 혼자만 뭐가 되는 거지.
"하지마, 정윤호. 나 오늘은 할 기분 아니야."
"......"
"아, 하지 말라니까-."
예전에 숙소공개 촬영에서 비밀의 방이라고 칭해졌었던 매니저 형이 가끔씩 쓰는 빈방에서 혼자 청소를 하고 있는데 갑자
기 방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내 어깨 위로 팔을 두른다. 처음엔 창민이가 밥 달라고 칭얼대는 건 줄 알았는데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맡아온 체향으로, 나는 그게 정윤호라는 것을 알아차리며 능청스럽게 내 옷 속으로 기어들어와 유두
를 지분거리는 녀석의 손을 짜증스럽게 빼낸다.
"왜 튕기는 건데."
신경질적으로 거부하는 내 행동에 정윤호는 불쾌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오늘 커플게임할때 혜승이 누나 안고, 앉았다 일어서기만 계속 하니까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누가 그렇게 끈질기게 버티래? 그냥 대충 눈치보다가 탈락하면 되는거지. 무식하게-."
"뭐?? 무..식?!"
또 한번 상의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정윤호의 단단한 손길에, 이번에도 나는 억지로 녀석의 손을 빼내며 '이게 다 누구 때문
인데!' 하고 소리를 냅다 질러버렸다.
"..뭐야, 그럼 나 때문이라는 거냐?"
"당연한거 아니야? 얼마나 여자를 그렇게 오래 안고 싶으면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까지 일등을 할까? 넌 그 여자 안고 앉았다
일어나기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도 어이쿠 하면서 다시 본드로 붙이고 일어나서 커플게임 할 놈이야."
"야.. 김재중."
조금은 심했다 싶은 내 발언에 결국 정윤호는 못들어주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살벌하게 내리깔고 나를 노려본다.
누가 그딴 식으로 야리면 내가 쫄..줄 아냐?
"씨발, 그러는 넌 그 여자한테 애창곡 불러주면서 혓바닥은 왜 날름거려? 누가 보면 무슨 먹잇감 노리는 뱀인 줄 알겠네."
"...뭐...뭐?!"
선정된 커플이랑 히히덕거리고 노닥거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한 행동들을 은근히 다 체크하고 있었던 정윤호는,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
"한번만 더 딴 사람들한테 혓바닥 날름거려봐. 그땐 이렇게 혓바닥을 씹어줄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정윤호는 시선을 내 입술로 내리깔더니, 내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얼른 내 입술을 혀로 우악스럽게 밀고 들
어온다. 그 말캉한 느낌도 잠시, 곧이어 나는 예기치 못한 고통에 소리도 나지 않는 비명을 내지르며 정윤호를 밀치고 떨어
져 나왔다. 말만 미는 거였지 오히려 내가 밀려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로 정윤호는 내 힘에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슬쩍
떨어져 나왔다가 다시 내게로 무섭게 다가온다. 나는 혀끝에 고이는 비릿함을 느끼며 정윤호를 노려봤다. 녀석은 입가에 묻은
내 피를 자신의 새빨간 혀로 맛있게 핥으며 나를 제법 거만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씨발..! 아프잖아!"
그 모습에 내가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소리치자 녀석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오늘은 여기서 자자, 재중아.' 하고 구석에
쳐박혀 있던 매니저 형의 이불을 끌어당긴다. 그리고는 씩씩거리는 나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기며 바닥에 눕힌다. 내가 억지
로 아무렇지 않은 척 콧방귀를 뀌며 '누구 맘대로?' 하고 다시 바닥에서 일어나려 하자 '살살할께..' 하고 듣기 좋은 로우
톤으로 답하며 자신의 입술을 내 목덜미에 묻는 채로 다시 나를 이불 위에 눕혀버린다. 그 다음엔 익숙하게 내 허리 밑에
푹신한 베개를 끼워주는데, 그 행동패턴에 나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제는 별 반항을 하지 않는다. 한번만 더 튕기면 밑구
멍이 어떻게 다루어질지 뻔히 아는데, 반항은 무슨.
"하..읏..-"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야하게 애무를 하다가 천천히 바지를 벗기는 정윤호의 손길을 받으며 나는 달뜬 숨을 내뱉는다.
내일 아침에도 모닝똥 싸긴 글렀구나.
*
예전에 동방신기가 나온 X맨을 보셨던 분?!!ㅜㅜ 손 즘 ㅋㅋㅋㅋㅋㅋㅋㅋ
새빨간 바비
카페 게시글
BL소설
동 성
※※※ 새빨간 망상 ※※※ 21
새빨간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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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14 18:2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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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봤어요!! ㅇㅁㅇ ㅋㅋ 재미있어요~ ㅋ 다음편도 원츄원츄 ㅋ ㅋ
나이거언젠간한번써보고싶었는데ㅜㅜ나도봤어요엑스맨ㅋㅋㅋ
아하하 - .. 빈섭니다 .. ㄷㄷ 오늘 재중이 허리가 밖살 나겠군혀 <
어익후 골 때리겠당
재미있어여!! 정말 꽤 됬네여.. 자주오셔야 해여?? ㅋㅋ
악 ㅠㅠㅠ 모닝똥... 재중이가 어떻게...
아아악....................윤호너무한거아냐? 흑. 담편에는인체탐험대써주세요....호호호. 인체탐험대보고 창민이 머리 너무 귀엽고 재중이는 유노윤호화이팅 할때 전 쓰러졌답니다. 윤호머리도캐이뻤지요...흑흑. 유천이머리도얼마나이쁜지. 준수도으컁컁하고웃는게얼마나귀여운지...........흑흑. 보셨나요? 전 완전 쓰러졌었답니다..흑흑
아아. 재중이 화이트블론드했을때가 개인적으로 가장좋았던 <퍽! ㅎㅎㅎ 저도 X맨할때 봤던 //ㅁ// [근데 하두예전이라 잘 기억이 ㅎㅎ;]
저요~~ 엄훠~~ 그런거였군,,, 재중군 모닝똥은 꼭 싸야 하루가 편안한데~ 쯪쯪 안쓰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