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으로? 6월 파업에 대한 단상
<기자단상>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납금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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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택시들이 운행을 멈췄다. 이들은 LPG가스비 인하와 요금인상을 요구했다. 전국의 택시가 파업을 했지만 서울은 '파업'을 모르고 있던 일부 시민을 제외하고는 출근길에 지각을 하는 등의 대란은 없었다. 반면, 택시가 사라져 출근길이 '뻥뻥' 뚫려 자가용 운전자들은 오히려 다니기 편했다고 하고, 대중교통도 평소보다 10분 이상 단축됐다. 누군가는 "택시 파업을 영원히 평생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경기도 과천 경마장 앞에는 수천 대에 택시들이 서있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도 있지만 대부분은 '도박'을 하기위해 이곳을 찾은 기사들이다.하루동안 번 돈은 얼마되지 않고, 현금이 들어오니 그것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회사 '배차실'에 가보면 대부업과 제2금융권의 각종 독촉장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민원전화들의 대부분이 금융권의 '독촉' 전화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경륜, 경마, 화투,포커, 도박을 하는데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 은행권 근무자에 말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단 한번도 이자납입을 하지 않은 택시기사를 '사기대출'로 고발하기 위해 집을 찾았더니 집에는 안들오고, 그럼 회사는 나가는가 했더니 회사에도 안들어왔다"며 "이 사람은 회사를 그만둔 것도 아니고 매일 사납금도 정상적으로 냈으며 월급도 타가고 있었다. 근무는 하는데 집이랑 회사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교대해버리니까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당시 파업에 대해 택시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업에 참여했었다는 개인택시 기사 김인문(52)씨는 불과 3년전까지 택시회사에서 근무했다. 한때는 회사 노조위원장도 지냈던 그는 “얼마전 택시 파업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파업을 주동한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요금인상은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택시회사는 고정적으로 기사 수만 많으면 사납금으로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격이 안되는 기사들까지 데리고 있으려고 한다”며 “불성실한 기사의 봉급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성실한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택시 운전자 장현동(48)씨는 이번 택시 파업에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택시기사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LPG가스비 인하해봐야 사업주만 좋은 일이고, 택시요금 인상해봐야 사납금만 오르게 된다”며 “사납금 제도를 없애거나 개선하지 않는 이상 사업주들만 이롭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무를 하지 않는 휴일에도 사납금 독촉을 받는다는 택시기사의 증언도 나왔다. 택시기사 김민수(47세)씨는 택시회사의 횡포가 지나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근무를 하지 않는 휴일에도 사납금의 절반 수준인 4만원 정도를 회사에 내야지 쉴 수 있다”며 “과거의 친형의 장례식을 가려고 했는데 직계인 부모나 자녀를 제외하고는 일을 쉴 수 없다는 회사의 방침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사납금만 내고 장례식에 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택시회사의 불법 도급행위도 구설수에 올랐다. 회사택시를 운행하는 김규민(45)씨는 “특정 회사에서 남는 택시를 일반인에게 빌려주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는 택시운전자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또 “택시회사는 기사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고정수입이 들어오는 형태라 일종의 다단계 업종이라고 봐도 된다”며 “승객이 많고 적고에 따라 울고 웃는 것은 택시기사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사들이 지적한 문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강동구에 위치한 택시회사로 전화를 걸어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전액관리 회사이기 때문에 사납금 제도 자체가 없다"며 "현재 대부분의 택시회사에서 시행하는 사납금 제도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쉬는 날에도 택시기사들에게 사납금을 납입하도록 하는 것이 실제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측에서는 그런 사실이 있다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1997년에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도입해 연료비를 모두 택시회사가 부담하도록 했고 택시기사도 버스기사처럼 안정적인 월급을 받도록 했다"며 "사납금 제도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한편, 서울시는 택시 회사의 불법 사납금에 대해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사납금제도에 대해서는 '노·사 협의로 결정된 것'이라며 답변했다. 송학태 서울시 택시물류과 주무관은 "휴일에 사납금을 내고 있다는 회사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택시회사의 사납금 제도는 노·사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서울시에서 근로관계를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되고 버스 전용차로를 달리게 된다고 상황이 나아질까?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버스 중앙차로는 도시에 밀집한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약 중앙차로에 전국 25만대가 공급되있는 택시가 달리게 될 경우 지금의 안정적인 배차시스템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전국의 택시 종사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납금 제도의 폐지와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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