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시 모음>
1. 목련
임영조
슬픔이 터진다
헐벗고 추운 뜨락에서
내내 벌서던 침묵의 가지마다
하얀 옹알이가 터진다
아직도 얼음살 박힌
그 얼얼한 생인손이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면
순백의 플래시가 터지고, 이내
컬러로 인화되는 언어들
얼굴이 유독 희고 볼우물 예쁜
소학교 적 처녀 선생님같이
낭랑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면
네! 네! 손 들며 화답하는 아이들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
민들레 씀바귀 제비꽃……
잊었던 망자를 일일이 호명하는
저 고고하고 빛 부신 초혼(招魂)이 있어
뜨거운 사랑의 입김이 있어
세상은 또 이렇듯 환해지고
눈 뜨고 사는 일이 아름다운가?
임영조 시전집
『그대에게 가는 길 1(제3시집 갈대는 배후가 없다)』
(천년의 시작,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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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목련
임영조
화창한 봄날
고궁 뜰을 혼자서 거닐다가
우연히 마주친 여인
방긋이 웃으며 아는 체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얼핏 생각 안 나는
저 지체 높고 우아한 자태
어느 명문가 홀로된 마님 같다
진자줏빛 비로드 저고리에
이루 다 말로 못할 슬픔이 서려
앞섶에 살짝 꽂은 금빛 브로치
햇빛 받아 더욱 눈부셔
함부로 범접하기 황송한지고
세상에 아직 잔정이 많아
서둘러 치장하고 봄 마중 나온 마님
안부를 묻듯 실바람만 건듯 스쳐도
금세 눈물이 앞을 가려
하르르 꽃잎부터 떨구는 작별
그 후로 세상은 또 한 차례
화사한 소문이 나돌 듯
별의별 꽃말이 분분하였다.
임영조 시전집
『그대에게 가는 길 2 (제4시집 귀로 웃는 집)』
(천년의 시작, 2008)
3. 목련여인숙
박완호
환한 봄밤이었다 막차를 놓치고 찾아든 여인숙, 판자대기 꽃무늬벽지로 엉성하게 나뉜 옆방과
천장에 난 조그만 구멍으로 반반씩 나눠가진 형광등 불빛이 이쪽저쪽을 오락가락할 때, 나는
김수영을 읽거나 만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던 백석을 꿈꾸며 되지도 않는 시를 끄적거리다가
갑자기 불이 꺼지고 시팔, 속으로 투덜대며 원고지를 접고는 이내 곯아떨어졌을 텐데, 잠결에 들려온
옆방 여자가 내는 소리가 달밤의 목련꽃처럼 피어나는 걸 숨죽여 듣다가 그만 붉게 달아오른 꽃잎 하나를 흘리고야 말았지
아침 수돗가에서 마주친 여자는 낯붉히며 세숫대야를 내 쪽으로 슬며시 밀어주는데 나는 괜히
간밤 그녀가 흘려보낸 소리들이 내 방에 와선 탱탱하게 부풀었던 걸 들키기라도 한 듯 덩달아 붉어져서는
내 쪽에 있던 비누를 가만히 그녀 쪽으로 놓아주었다
4.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5. 목련에게 미안하다
황사먼지 뒤집어쓰고
목련이 핀다
안질이 두렵지 않은지
기관지염이 두렵지도 않은지
목련이 피어서 봄이 왔다
어디엔가 늘 대신 매 맞아 아픈 이가 있다
목련에게 미안하다
(복효근·시인, 1962-)
6. 목련
목련 피는
봄이 좋습니다.
잎도 없이 꽃만 피는 목련이
가난해 보여서 좋습니다.
하얗고 투박한 꽃잎이
울 엄마 무명치마 같아서
좋습니다.
올해도 목련꽃
눈물겨워서 좋습니다.
(최해걸·아동문학가)
7. 백목련
추운 겨울동안
꽁꽁 덮었던
무거운 솜이불을
잘게잘게 뜯어
빈 가지 가지마다
하얗게 늘어서
봄볕에 말리고 있다는 걸
남들은 알까? 모를까?
(강현호·아동문학가)
8. 목련 그늘에 서면
소꿉친구와의
오래된 약속 같은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
잊어버린 듯…….
잊어버린 것 같은
무언가가
어쩌면
생각날 듯
생각이 날 듯…….
(손광세·시인, 1945-)
9. 산 목련
깊은 산 속에
인간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잔치가
열리나 보다
고요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기에
저토록
순백의 얼굴을 한
귀부인이 납시었을까
고고한 자태 위에
천상의 향이 내려와
소담스런 관을 씌운다
(이경자·시인)
10. 목련
내 어릴 적
어머니
분 냄새난다
고운 입술은
항상
말이 없으시고도
눈과 눈을
마주치면
애련히
미소지으시던
빛나는 치아와
곱게 빗어 올린
윤나는 머릿결이,
세월이
너무 흘러
무정하게도
어머니 머리에는
눈꽃이 수북히
피어났어도
추운 겨울 지나고
봄볕 내리는
뜨락에
젖빛으로
피어 앉은 네
모습에선
언제나
하얀
분 냄새난다
(홍수희·시인)
11. 나의 목련
나는 목련을 지고 난 후에 본다
후회하는 사랑이 그렇듯이
담장 위에 기다랗게 목울대 올려 피어난
그 환하고 고결한 자태를
왜 제때 바라보지 못했을까
담장 아래를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고갤 들지 못하고
속절없는 생각만 하다가
사월도 가고 목련도 지고
내 사랑은 후회하는 사랑이다
(이만섭·시인, 1954-)
12. 목련꽃
집 앞에
목련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키가 좀 크고 가지가 적은 나무는
백목련
키가 좀 작고
가지가 많은 나무는 자목련이다
해마다
목련 철이 되면
도제가 와서
목련꽃 시를 쓴다면서
반나절씩
꽃나무 밑에 섰다가 가곤 했다,
금년에는
꽃이 다 지고 말아도
시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울고 있었다.
내가 아니고
꽃나무들이다
눈물도 울음소리도 없이 우는
목련꽃 나무
시인이 간 그 나라에도
목련꽃이 피어 있겠지
내게 그 소식
전해 달라
시인아.
(황금찬·시인, 1918-)
13. 목련 이력서
개봉되자 버려진 이력서처럼
피자마자 봄이 간다
올해도 마지막처럼
가지 끝에 부풀어
뽀얀 주먹 두 개를 푸른 하늘에
내밀고 있다 스무 해 서른 해
온힘 다해 밀어 넣어도
한 번도 꼼꼼히 읽히지 않은
목련꽃의 이력이 저 주먹 안에 있겠다
아무 배경 없이도 순결한
심성만 있다면 이 세상
화사한 꿈에 닿을 수 있다 믿는
어느 처녀가장
4월 하늘이
흰불꽃회오리 그 주먹 안에
허공 두 줌을 쥐어 주고 있다
(이해리·시인, 경북 칠곡 출생)
14. 목련이 질 때
양철 쪼가리 녹슬 듯
하나 둘 떨어지고
한 송이에 꽃잎 하나 남았을 때
보아라, 꽃이 저렇게 진다
-허리 구부러진 할아버지 담배를 피우다가 무슨 말엔 듯 활짝 웃는 그 얼굴처럼, 그 얼굴의 뿌리처럼
녹슬어서도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어제의 흰 목련
보아라, 진다는 게 저렇다
매달려 누구의 눈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루라도 더 버팅기는
목련
나는 한번 활짝 피었으니
후회하지 않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 없다
(이성이·시인)
15. 목련
뼈만 남은 손가락이 가지를 움켜잡고 있었다
다정했던 목련, 지는 모습이 이랬다
볼이 움푹 팬 병색 짙은 몰골로
자신의 전부를 갉아먹고 있었다
활짝 핀 함박눈처럼
세상을 끌고 올라가던 목련은
순백의 기억을 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동백처럼 삶이 가장 요염할 때
선혈이 낭자하게 자신을 뚝뚝 던져 버리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보여주며
추억을 되돌려가는 미련한 꽃
제가 얼마나 아늑하고 환한 시간을 밝혔는지 모르고
꽃 진 가지에 가장 누추한 기억 한 줄 걸어 두었다
(이영옥·시인, 1960-)
16. 목련꽃이 지는 날에
색채의 절대 권력인 듯
눈부신 순수의 빛으로
세상의 한 모퉁이를
당당히 점령했던 목련꽃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봄날은 간다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는 아는가
목련이 지면
한 계절이 사라질 뿐이지만
오!
당신이 내 곁을 떠난다면
나의 온 생애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정연복·시인, 1957-)
17. 목련꽃 브라자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복효근·시인, 1962-)
18. 목련꽃 웃음
목련이
함박 웃고 있다.
뜰이 환해진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 그 목련꽃이
겨우내 눈을 감고 무슨 알을 품었는지
봄이 오자 빈 가지에 하얀 깃의 어린 새들
저마다 배고프다고 입을 쩍쩍 벌립니다.
(김재황·시인, 1942-)
20. 목련
내 몸 둥그렇게 구부려
그대 무명치마 속으로
굴려놓고 봄 한철 홍역처럼 앓다가
사월이 아쉽게도 다 갈 때
나도 함께 그대와
소리 소문 없이 땅으로 입적했으면
(이재무·시인, 1958-)
21. 목련 아래서
묻는다 너 또한 언제이든
네 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
그날이 오면
주저없이 몸을 날려
바람에 꽃잎 지듯 세상과 결별할 준비
되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하루에도 열두 변
목련 꽃 지는 나무 아래서
(김시천·시인, 1956-)
22. 목련 그늘 아래서는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다
마른 가지 어디에 물새알 같은
꽃봉오리를 품었었나
톡
톡
껍질을 깨고
꽃봉오리들이
흰 부리를 내놓는다
톡톡,
하늘을 두드린다
가지마다
포롱포롱
꽃들이 하얗게 날아오른다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목련꽃 날아갈까 봐
발소리를 죽인다
(조정인)
23. 홍역
목련나무는 맨 아랫가지가 먼저
꽃등을 밝혀 들고
윗가지로, 윗가지로 불을 옮겨 주고 있다
불씨를 받은 꽃봉오리들
타오르기 시작한다 활짝, 화알짝
홍역 앓는 몸처럼 뜨거운 꽃
눈물난다
저렇게 생을 채우라고
뜨겁게 우리의 생을 채우려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움은 올라온다
맨 아래 가지에서부터
가슴 속 뜨거움을 받아내는 꽃
아픔을 삭히는 화근내처럼
꽃도 제 몸을 태우는 향기가 난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뜨거움 때문에
뜨거움이 채우는 저 생생한 생 때문에
(강미정·시인, 경남 김해 출생)
24. 깨끗한 슬픔
작은 마당 하나 가질 수 있다면
키 작은 목련 한 그루 심고 싶네
그리운 사월 목련이 등불 켜는 밤이 오면
그 등불 아래서 그 시인의 시 읽고 싶네
꽃 피고 지는 슬픔에도 눈물 흘리고 싶네
이 세상 가장 깨끗한 슬픔에 등불 켜고 싶은 봄밤
내 혼에 등불 밝히고 싶은 봄밤
(정일근·시인, 1958-)
25. 목련나무
목련나무는
그 집에 일 년에 한 번 불을 켠다
사람들은 먼지가 쌓여 어둠이 접수해버린 그 집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목련꽃이 피어있는 동안만 신기하게 쳐다본다
목련나무는 보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타고 놀던 목마와
버려지는 낡은 의자
플라스틱 물병과 그릇들
장난 삼아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던 손과
방충망이 저절로 찢어지던 소리
늘어진 TV안테나 줄을 타고
근근히 피어오르는 나팔꽃을 뒤로하고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아파트를 바라보는
기대에 찬 시선들을
드디어 두꺼비집 뒤에서
도둑고양이가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오고
집이 삭은 관절을 스스로 부서뜨리며 우는 것을
제 그늘에 몸을 숨기고 다 보았을 목련나무는
해마다 봄이 되면 미친 듯 제 속의 불꽃들을 밀어 올려
저렇게 빛나는 불송이들을 매달았을 것이다
(최기순·시인)
26. 밤목련
달이 참 밝다
밤목련이 이불 홑청에 새긴 꽃무늬 같다
그 밑에 서서 처음으로 저 달과 자고 싶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물주머니처럼 발 밑에 넣고 자면
사십 년 전
담쟁이넝쿨 멋있던 적산가옥 길
백설기 같던 목련
필 것 같다
역사의식도 없이 희고 희었던
일곱 살 배고픔처럼
(오철수·시인, 1958-)
27. 목련
쪼끄만 새알들을 누가
추위 속에 품어 주었는지
껍질을 쪼아 주었는지
언제 저렇게 가득 깨어나게 했는지
가지마다 뽀얗게 새들이 재잘댄다
허공을 쪼아도 보고
바람 불 때마다
촉촉한 깃을 털고
꽁지깃을 치켜세우고
우왕좌왕 서투르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벌써 바람의 방향을
알아챈 눈치다
(심언주·시인, 충남 아산 출생)
28. 하얀 목련
방금 기도를 끝낸
하얀 성의의 천사들이
꽃등불을 밝히고
삼월의 뜰을 걸어 나왔다
하늘을 향해
목울대를 곧추 세우고
꽃송이 송이마다
볼을 부풀린 것이
지휘봉을 휘두르는
바람의 호흡 따라
지금이라도 곧
봄을 찬양하는 합창을
시작할 것만 같다
(김옥남·시인, 1952-)
29. 목련꽃을 보라
밤사이 목련나무가 활짝 꽃 피웠다
우리 잠든 깊은 밤, 천상의 물고기 떼가 내려와서
주둥이로 멍울 어루만졌던가
뭉쳐 있던 멍울들 다 터져 꽃이 되었다
너무 희어서 실핏줄이 환한 꽃,
몇 올의 실핏줄 터져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꽃,
멀리서 찾아온 바람이
단내를 꽃잎마다 적셔준다
목련나무 너머는 콘크리트 골목길,
골목길과 목련나무 사이엔
교과 같은 담벼락이 서 있다
이런 날은, 교과서는 아예 펼치지 말자
이런 날은 지짐이 한 접시에 막걸리 두어 잔,
흥얼흥얼 콧노래에 취해 보자
그런들 내 속에 맺힌 멍울들 터지겠냐마는,
터져 환한 꽃 되겠냐마는.
(김충규·시인, 1965-)
30. 지는 백목련에 대한 단상
목련 나무에서 화려한 설법이 떨어져 내린다
저 우윳빛 가슴, 겁탈 당한 조선시대 여인네 정절貞節같은,
품 한 켠 은장도로 한 생生을 접었다
옷고름 풀어헤친 짧은 봄날의 화엄경華嚴經 소리,
바람바람 전하더니, 거리 욕창 든 꽃잎 떨구며
봄날은 간다 아름다운 요절, 화려한 통점痛點,
동백의 투신은 투사의 모습이었고,
목련은 병든 소녀처럼 죽어갔다. 두둥실
명계冥界를 건너는 꽃들의 장송곡 따라 삼천 궁녀들
나무 위에서 자꾸만 뛰어 내리고 있다.
잎새들도 곧 뒤따르겠노라 하염없이 손 흔든다.
떨어진 목련꽃을 만진다. 화두話頭 하나 마음으로 뛰어 든다
내 생이 바짝 긴장한다
memento mori!*
(김성수)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31. 목련꽃 지다
편지지에
녹색 잉크로 안부를 묻던 사람 있었지
지워져 가는 것들 속에
아슴히 남아 있는 몇 개의 밑그림
아직도 대문에 기대어
화장기 없는 내 얼굴 보고 싶을까
목련꽃 환한 사월
낮은 휘파람으로 창을 두드리던 사람
지금은 투덕한 아내의 미소 앞에
얼굴 붉히지도 않겠지
사월은
밤하늘 별빛 그대로인데
환장할 목련꽃 그대로인데....
(전길자·시인)
32. 목련
목련이 지독한 생명의
몸살을 앓는 것을
며칠을 두고 몰래 지켜보았다
꽃샘추위 속 맨몸의 가지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꽃눈 틔우더니
온몸으로 온 힘으로
서서히 치밀어 올라
이윽고 꽃망울로 맺히더니
송이송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저 여린 생명의
고독하고 치열한 몸짓
목련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목련은
저리도 당당하게 아름답구나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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