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화장품 마케팅 키워드는 ‘똑같지만 특별하고, 특별하지만 비슷한 마케팅’이었다.
올해 제품 트렌드가 시장 리드형보다는 시장 만족형이 많았던 것처럼 마케팅 역시 안정적인 방법들이 대거 등장했던 것.
화장품 경쟁사들 간의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과 마케팅이 전개됐지만 조금은 색다른 마케팅들이 눈길을 끌었고, 색다른 마케팅이 나왔다 싶으면 다른 기업들이 또 비슷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이른바 꼬리 물기 형국이 벌어졌다.
일례로 최근 브랜드숍들은 다양한 이슈를 통해 할인 행사를 경쟁적으로 진행해 30%에서 50%로 할인 폭이 커졌으며 더페이스샵과 미샤의 경우는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TV광고를 백화점이나 면세점이 하던 감사 세일 콘셉트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동안 소위 ‘얼굴만 내세웠던 화장품 모델들’을 뒤로하고 개성 있는 모델을 내세운 기업들이 생기자 기업과 모델이 컬래버레이션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마케팅으로 발전했고, 다시 대부분의 모든 브랜드들이 이러한 마케팅 방법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른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본지는 2012년 화장품 업계의 화제가 된 마케팅들을 정리해 보았다.
미투 제품의 전성시대
올해는 미투 제품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한 미투 제품들이 시즌별로 출시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말 미샤가 SK-II 에센스를 겨냥해 만든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SK-II 에센스를 연상시키는 제품들이 줄을 이어 출시되는 등 수입화장품을 겨냥한 미투 제품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어 홈쇼핑에서 인기를 얻은 수분 미스트와 진동파운데이션은 전 유통에 걸쳐 비슷한 콘셉트의 미투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었으며 진동을 활용한 클렌징, 비비크림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초 진동파운데이션과 함께 달팽이 성분 화장품이 이슈가 되면서 대부분의 모든 화장품사들이 달팽이 화장품을 출시한데 이어 막걸리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도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투쿨포스쿨 등에 이어 다수의 화장품사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인바 있다.
뿐만 아니라 신선 화장품이란 콘셉트로 유기농화장품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형태의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들을 출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유통 기한을 마케팅으로 선보인 기업들이 크게 늘었으며 LG생활건강은 아예 냉장 보관하는 화장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팀크림, 쇼킹크림, 시어버터, 오일 관련 제품들이 비슷한 용기와 비슷한 콘셉트로 줄이어 출시되었으며 최근에는 핸드크림까지 미투 제품 열풍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되고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OEM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빠른 제품 출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동안 제품 트렌드를 리드했던 선두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화장품 연구개발 투자보다 유통 다각화와 트렌드 제품 개발에 주력함에 따라 미투 제품 개발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진다.
할인 없는 화장품은 사지도 말아라?
올해 화장품 마케팅의 또 다른 변화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할인 경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할인 없는 화장품은 사지도 말라’는 말이 돌 정도로 올해는 모든 유통에서 할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한해였다.
미샤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힘입어 그동안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던 아리따움과 뷰티플렉스, 더페이스샵까지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 오히려 로드숍 가운데 유일하게 할인을 하지 않은 스킨푸드가 주목받았을 정도.
브랜드숍들은 경쟁적으로 30~50% 할인을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며 1년 중 한달 정도만이 할인이 진행되지 않았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백화점들 역시 여름시즌,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기간도 늘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형마트도 입점된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할인을 진행하고 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줄인 이른바 ‘반값 PB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올해 이슈가 되었던 헬스&뷰티숍도 앞 다투어 할인 경쟁에 나섰고 온라인쇼핑몰은 특별 할인, 한정판 할인 등으로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할인이 없는 화장품 매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화장품 업계의 할인이 일반화되었으며 할인을 염두에 두고 소비자 가격을 책정해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할인 경쟁 속에서도 브랜드숍들은 매출 외형뿐 아니라 영업 이익까지 크게 증가해 할인이 기업의 순이익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어 앞으로 당분간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한 화장품 유통의 할인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모델이 달라졌어요”
2012년 화장품 업계의 마케팅 중 또 다른 특징은 모델들 역할 변화다.
예쁘고 잘생긴 모델 일색에서 조금은 ‘덜 생겨도’ 개성 넘치는 외모로 이른바 ‘반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모델들이 등장한데 이어 모델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
먼저 올해 초 얼굴 없는 가수에서 이른바 ‘대세’로 화제가 된 김범수와 국민 멘토로 거듭난 부활의 김태원, 개그우먼 신봉선, 김현숙, 안영미, 오나미 등 이른바 반전 모델들이 등장해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모델 변화를 예고했다.
이들 모델들은 고정 관념 타파라는 새로운 시대 현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콘셉트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과거 여성들은 노사연, 박경림 등 일부 화장품 회사에도 시도가 있었지만 남성 모델들은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의미를 더했다.
실제로 김범수를 모델로 기용한 메디힐과 김태원을 모델로 기용한 동성제약의 제품들은 상반기 이슈가 되면서 큰 매출 실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이어 모델들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과거 사인회 등이 전부였던 화장품 모델들의 홍보 활동이 강화되면서 모델이 직접 화장품 개발에 참여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
최근 웅진코웨이의 Re:NK 모델인 고현정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과 친필을 화장품 용기에 담아 ‘K라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으며 네이처리퍼블릭의 전속 모델 신세경도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메시지, 사인을 담은 ‘스팀크림’ 3종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또한 소망화장품이 싸이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2013년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데 이어 코리아나화장품이 서인영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홈쇼핑을 통해 서인영이 개발에 참여한 제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마케팅도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는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최시원과 소녀시대 유리가 직접 고객을 찾아 마몽드 신제품과 꽃다발을 전달하는 마케팅을 전개해 주목받았다.
이제 성분이 아닌, 숫자로 말해요!
올해 화장품 마케팅에서 큰 성과를 올린 것 중 하나는 바로 숫자 마케팅이었다. '초도 물량 매진', '품절 사태', '2주만에 효과' 등 그동안 홈쇼핑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가 전 화장품 유통에 확대되며 화제가 된 것.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자사만의 강점을 부각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숫자를 통하여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인 ‘숫자 마케팅(뉴메릭 마케팅 numeric marketing)’이 활용되면서 그동안 성분을 앞세웠던 화장품 마케팅에 큰 변화가 온 것이다.
미샤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가 시판 11개월만에 100만병이 판매되었다는 카피로 TV 광고를 진행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숫자 마케팅은 제품 할인, 제품 판매 수량, 효능 강조, 제품의 특성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는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이 8월15일 출시 이후, 한 달만에 1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는 카피와 3일만에 얼굴 피부가 달라진다는 카피를 내걸고 광고를 진행했다.
업계 2위인 LG생활건강도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 출시와 함께 2주간 꾸준히 사용하면 눈에 띄는 미백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홍보 활동을 전개했으며 이니스프리 역시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의 추가 라인을 출시하며 누적판매 100만개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은 ‘프로방스 플레르 젤 아이라이너 1호 버건디’가 출시 3주만에 초도 물량 1만개가 품절돼 제입고 되었다며 홍보 활동을 전개했고 더샘은 ‘어반에코 하라케케’ 라인이 출시 45일만에 5만개 판매를 돌파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엔프라니를 비롯해 미애부, 아이소이 등 시판뿐 아니라 인적판매와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숫자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최근 광고 실증제 도입으로 의약품으로 오인 받을 수 있는 문구 사용이 문제가 됨에 따라 2013년에도 숫자 마케팅을 전개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뷰티 전문 TV에서 해답을 찾다
올해 화장품 마케팅의 또 다른 특징은 TV 속 뷰티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패셔니스타로 이름난 스타를 내건 뷰티 방송을 통해 화장품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컴퓨터 미인으로 불리던 황신혜를 비롯해 제 2의 왕조현 이었던 박은혜, 리즈 시절 범상치 않은 미모를 발산했던 유진, 한정판 마니아이며 화장술의 달인으로 통하는 서인영까지 스타를 활용한 뷰티 프로그램들이 등장해 인기를 모으면서 화장품 기업들이 뷰티 전문 프로그램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
실제로 유진이 진행한 ‘겟잇뷰티’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무기로 다양한 히트 제품을 발굴해 냈으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와 직접 화장품 브랜드 론칭으로 최근 CJ올리브영에 입점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 역시 뷰티 관련 히트 제품 발굴과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를 탄생시켰으며 화장품 기업들의 인기 홍보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그동안 케이블에서만 머물던 영역을 공중파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집에서 간편하게 다양한 제품을 구독?
올해 화장품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연 것 중에는 집에서도 편리하게 매달 다양한 제품들을 받아 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빼놓을 수 없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매달 구매자가 일정 금액 및 구독료나 가입비를 내면 서비스제공업체가 샘플이나 상품들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방식으로 2010년 하버드 MBA 출신들이 만든 ‘버치 박스(Birch Box)’가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미주와 유럽시장을 넘어 아시아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판매 방식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샘플을 기업들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됨에 따라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뷰티 제품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헤어용품까지 분야를 넓혀가며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관련 전문 기업은 글로시 박스를 비롯해 미미박스, W박스 등 10여개가 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옥션과 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 받고 있다.
참여 기업들도 다양해져 유명 수입브랜드는 물론 로드숍 브랜드들의 참여도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모바일은 이제, 대세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SNS 마케팅 활동이 크게 늘었다. 다수의 화장품사들이 모바일 앱을 개발해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는 모바일 전문 쇼핑 앱까지 개발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마케팅 툴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앱이 개발되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카톡을 통한 이벤트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례로 이니스프리는 포레스트 포맨의 신제품 핸썸라인을 출시하며 여성 모델인 윤아와 고객이 주인공이 되어 포레스트 포맨의 제품 CF를 찍을 수 있는 ‘윤아와 CF찍기’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영상 합성 기술을 활용한 ‘윤아와 CF찍기’ 어플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윤아의 영상에 맞추어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촬영하면 두 영상이 자동으로 합성되어 생동감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어플이다.
한편 올해 화장품 마케팅 트렌드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제조 기술이 평준화가 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 역시 평준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롭거나 진화된 형태의 마케팅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발 빠르게 전개하는 모습”이라면서 “화장품 제조의 평준화와 OEM 산업 발전에 따라 화장품은 이제 제품력 이상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에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화장품 업계의 마케팅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EU와 맺은 FTA 발효에 따라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관세가 인하되면서 유명 수입화장품 브랜드들이 TV 광고 등 광고 비중을 높인 것도 주요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며 “앞으로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수입사와 국내사 간의 경쟁, 고가와 저가 간의 경쟁 등 유통 채널과 상관없이 전 분야, 전 채널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