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겨울 황사가 발생해 한반도를 뿌옇게 뒤덮었다. 황사 탓에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에서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우리 건강을 연중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과 호흡 곤란ㆍ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눈과 피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속 중금속 부작용, 피로·집중력 저하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기도
돼지고기가 중금속 배출을 돕는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가 밀려올 때 삼겹살을 먹는 것은 우리 국민의 오랜 식습관이다. 황사가 심한 날 삼겹살집이 대목을 맞는 것은 중국ㆍ일본 등 황사 영향권에 있는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우리 국민은 황사 등의 먼지에 섞인 유해 물질을 돼지고기가 제거ㆍ해독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광부와 교사가 퇴근 후 돼지고깃집을 즐겨 찾고 황사 철에 삼겹살이 인기가 높은 것은 그래서다. 겨울 황사와 미세먼지를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특히 돼지고기가 스모그나 황사의 미세먼지(PM 10, 지름 10㎛ 이하의 먼지)ㆍ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의 먼지)에 포함된 유해 물질(납ㆍ카드뮴 등 중금속) 해독에 도움이 될까?
돼지고기와 먼지의 관련성을 추적한 연구 결과는 매우 적고, 돼지고기가 중금속 배출을 돕는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기는 힘들다. 온라인 공간에선 “돼지고기 등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미세먼지에 든 지용성(脂溶性) 유해 물질의 체내 흡수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동물실험에선 “지방 섭취가 많으면 미세먼지에 의한 염증 반응이 낮아진다”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미세먼지나 황사와 함께 몸에 들어온 중금속은 체외로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사우나를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일부 빠져나가지만 양이 적다. 중금속이 몸에 많이 쌓이면 피로ㆍ집중력 저하ㆍ입맛 감소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걸린다.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울감이 밀려오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 배출법, 미세먼지를 배출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물’
물을 많이 마시면 몸속 중금속이 희석될 뿐 아니라 일부는 소변, 땀 등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중금속을 체외 배출시키는 의학적 묘수는 별로 없다. 킬레이션 요법(킬레는 그리스어로 가재의 집게)ㆍ디톡스(detox는 해독) 요법 정도지만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미세먼지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식품은 물이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호흡기 점막이 말라 스모그나 황사의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 등이 더 쉽게 체내에 침투한다. 반대로 물을 충분히 마시면 몸 안에 들어온 중금속이 희석될 뿐 아니라 일부는 소변ㆍ땀 등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폐ㆍ기관지로 들어가는 황사ㆍ미세먼지의 양도 크게 준다. 황사ㆍ미세먼지가 식도ㆍ위(胃)ㆍ장(腸)을 거쳐 항문으로 빠져나간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하루 8~10잔의 물을 의식적으로라도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한꺼번에 많은 물을 들이켜기가 부담스럽다면 오미자차ㆍ결명자차ㆍ감초차ㆍ갈근차 등 허브차를 따끈하게 끓여 수시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뇨(利尿) 효과를 지닌 커피ㆍ콜라 등 카페인 함유 음료의 섭취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기관지가 말라 유해 물질의 체내 유입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 해조류나 식이섬유, 녹차가 정답
해조류에 들어있는 알긴산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뿐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흡수를 억제한다.
황사 등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양파ㆍ마늘ㆍ미역ㆍ다시마ㆍ클로렐라ㆍ녹차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진다. 중금속의 체외 배출을 도울 것으로 기대해서다. 이들 식품은 모두 웰빙 식품이어서 먹어서 손해 볼 일은 없지만, 중금속 배출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미역ㆍ김ㆍ다시마 등 해조류의 알긴산과 녹차의 카테킨(떫은맛 성분), 채소ㆍ과일의 식이섬유는 중금속 배출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특히 알긴산은 해조류 힐링(healing)의 핵심 성분이다. 미역ㆍ다시마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미끈거리는 성분으로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알긴산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을 배설시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춰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고민이라면 해조류 중 알긴산이 많이 든 미역ㆍ다시마 등 갈조류를 즐겨 먹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비타민C는 몸속에 있는 납이나 수은 등의 중금속을 배출시킬 뿐 아니라 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지속해서 섭취하거나 비타민C 정제약을 복용하는 것도 중금속 배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각종 식품의 중금속 해독 효과를 맹신해 황사용 마스크 착용과 귀가 뒤 칫솔질, 손ㆍ얼굴 씻기, 보습제 바르기 등 개인위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손해다. 외출 후에는 꼭 개인위생을 지키도록 하자.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
참고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