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유재광 기자가 쓴 그 글 봤는데,
몇 가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1.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 저의 가장 큰 문제의식입니다.
유재광 기자의 리포트, 결국 출발은 아주 단순한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119구조대원들 고생하고 있는데,
기자가 보기에는 시설 참 열악한데,
맥주니 매트리스니 이거 뭐냐.
다른 나라 봐라, 샤워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근데 외교부 직원들 너무하는 것 아니냐.
저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네, 맞습니다. 119구조대원들 거기 가서 제대로 된 지원 못 받고,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못하고, 샤워 한 번 못했소이다.
근데, 교민도 별로 없고 상주 외교부 직원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그것도 한국하고 가까운 나라도 아니고 정 반대에 있는 나랍니다.
특히, 유 기자께서 비교대상으로 삼으신 다른 나라 구조대는, 사실 비교대상으로 삼으면 절대 안 되는
최상급 국가들이셨더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쿠아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였더군요.
에쿠아도르 구조대가 군 시설에서 묵고 있다고 유 기자가 들었다고 했는데
에쿠아도르는 아이티 유엔 PKO 파병국입니다. 지진이 나기 훨씬 전부터 에쿠아도르 군이 파병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티 현지에 자국의 군 부대와 숙소, 막사 등 완벽한 베이스캠프가 있죠.
아르헨티나, 마찬가지로 PKO 파병국올습니다. 브라질...1천 명이 넘는 병력을 이미 파병해 놓아, 최대의 아이티 PKO 파병국입니다.
그 나라에 이미 자국의 베이스캠프가 충분히 갖추어진 나라입니다. 게다가 지리적 이점 등으로 물자공수도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PKO 참가국으로서, 아주 상징적인 의미의 장교단만이 아이티 PKO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19구조대와 기자들의 베이스캠프 등은 현지 교민들의 주선으로 겨우 마련된 것이고,
부족한 것은 미군에게 어렵사리 부탁하여 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이카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송기 하나 못 띄우는 상황에서 (군 수송기도 항속거리가 그렇게 긴 게 없을 테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진 나라와 비교한다는 건, 취지는 좋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무시하는, 너무하는 발상 아닙니까? 백 번 양보해 그 취지 자체는 명분상 이해해 준다 하더라도,
도대체 왜 그런 뚱딴지같은 보도를 하느냐는 비판은, 절대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하고 보도를 한 건지 의문입니다.
쎈 야마에 걸맞는 고민과 꼼꼼한 취재는 하셨나요?
매트리스와 맥주...그걸 보고 유 기자가 열을 받으신 것 같은데,
맥주가 왜 50개도 넘느냐는 반발에는 어이가 없더군요.
도미니카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구조대 머릿수 일일이 다 세어서 사갖고 들어오는지. 동네 슈퍼에서 장 보듯 사가는 건가요?
마실 사람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매트리스...글쎄, 이건 보급상 문제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봐줄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의 정신없는 사정을 감안하면.
그리고 관계자외 출입금지...무슨 은밀한 공간 운운하는 건 좀 어이가 없더군요. 저도 대사관 들어가서 취재 해 봤지만
관계자 외 출입금지야 관에서는 다 붙어있는 것이고, 외교문서는 적어도 3급 비밀이어서, 웬만하면 아무나 들락거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걸 가리켜 괜히 숨겨놓은 양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가장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은,
대사 발언 왜곡 부분입니다.
제 상식으로는, 유재광 기자의 해명이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여긴 여행제한구역이다. 불요불급한 목적이 없는 사람들은 조기 귀국을 권고한다" 란 말과
'준비 안된 사람들은 가급적 들어오지 말라' 는 말이
119구조대에 대한 것으로 해석하는 기자의 해석론에는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119구조대는 지금 공무수행중인 겁니다. 공무수행중인 공무원은 여행제한과는 무관합니다. 외교부 출입을 하셨던 걸로 아는데
그걸 모르실까요? 그리고 준비 안 된 사람들은 가급적 들어오지 말라는 건 분명 민간 구호단 내지는 거기가서 설치고 있는
국회의원들인 것 같은데요?
그렇게 용기가 있다면, 거기서 구조작업 돕네 하면서 생색내는 국회의원들이나 까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백 번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발언 왜곡은 기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유재광 기자 글을 읽다가 생각나는 점들을 두서없이 적어 봤습니다.
p.s. 싱가포르 이야기를 하시던데, 다 좋습니다. 근데 아이티에서 육로수송 아님 항공수송밖에 없는데,
항공수송은 수도의 꼬딱지만한 공항 미군 수송기에 유럽 수송기에 꽉 들어차서
우리가 전세기 띄워도 착륙도 어려운 형편이고,
도미니카에서 보급이 들어가는 것도 현지 치안상 한계가 있고,
재해현장은 어디나 열악하지만 국가의 행정력이 개판인 아이티같은 국가는 더욱 더 예외적인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유재광 기자가 내세우는 그 거창한 대의명분, 여기서는 꺼내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시당초 원활한 보급이 어려운 곳이니까요.
그리고, 리포트를 하려면
외교부를 까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도 중앙119구조대 취재해 봤는데요, 그래도 구조장비나 이런 건 엘리트급으로 지원해 주더군요.
근데 보급이 문제입니다. 외국 나가면 보급이 잘 안 됩니다. 그런 점은 외교부의 정책 문제이자, 방재청이 지금 힘이 없어서 그런 거겠죠.
대사 한 명 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사가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고요. 정확히는 기사의 번지수가 틀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기사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의식이 있다면.
고작 트집잡을 게 없어서 맥주와 매트리스로 트집을 잡을 게 아니라, 잘 취재해서 잘 써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취재가 대단히 헐렁하다고 쓴 겁니다. 쎈 야마에 비해.
그리고, 감정 섞인 기사라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유재광 기자 글 보면, 취재팀 물건 현지인 직원이 훔치려 하는 것 항의하러 들어갔다가 매트리스를 보고.................시작이 됐습니다.
결국 그러한 사적인 감정이 취재를 시작한 동기는 아니었습니까? 묻고 싶더군요.
해외 나가서 고생하시고 시차는 반대인데 방송시간 때문에 송출하느라 유재광 기자도 잠 못 주무셨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돈 아끼느라 위성도 못 쓰고 인터넷으로 해야 하는데...
저도 그놈의 시차 때문에 송출하랴 취재하랴 지구 반대편으로 가면 피곤하다는 것 겪어봐서 압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음과 같이 냉정하게 보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분별력은 있게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기사는 칼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p.s.2. 설마 외교부 직원 아니냐는 댓글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_-;;;;;;;;;;;
p.s.3. 아, 저라면 이렇게 기사를 썼을 겁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위대 수송기를 당당히 아이티 수도의 공항에 랜딩시켰으며,
자위대 병력도 3백명을 파병했다고.
지금 신속대응군은 전부 아프간에 보내야 할 주제에 어딜 또 보낼까.
게다가 PKO용 상설 파병 예비부대 설치 및 운영도 아직 국회에서 미적대고 있는 주제에.
근데 우리는 독도함 보낼지 말지 미적대고 있다고. (비싼 거 흠집날까봐 그런가?) 배 열심히 저어봤자 비행기만큼 빠를까?
하긴 C-130 가지고 어느 세월에 아이티까지 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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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이건 제가 직접 여기에 쓴 글입니다. 원글이 펌글이어서 re: 를 하고 답글을 쓰는데, [re:] 가 안 떨어졌네요...수정했습니다. -_-
아, 그리고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에서 여러 글 읽다 왔습니다. 현지에 갔다온 국민일보 김지방 선배 글도 봤고. 김지방 선배는 나름 의식있고 고민하며 기사 쓰는 기자입니다. 책도 냈는데 보시면 성향을 아실 겁니다. 근데 김 선배도, M 보도 뭔가 이상하다고 썼더군요.
그리고, 그 생각마저 나더군요. 예전에 송만기 씨라고...권양숙 여사 비하 발언으로 매장된 사람 기억나십니까? 그 때도 mbc가 비열하게 왜곡편집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때 용기있게 팩트를 말했던 사람은, 같은 진보언론인 CBS기자였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MBC의 기사는 명백한 왜곡" 이라고 확인해 주면서 MBC의 조작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지요. M을 비난할 의도가 아니라, 솔직히 기자가 그러면 안되는 일, M에서는 버젓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저는 그래서 일부 M 기자들이 M의 장점을 다 깎아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한표요~
CBS선배들 괜찮죠 적어도 사실을 비틀어서 말하진 않죠...
글 감사합니다.. 또 배워갑니다..
M사의 분위기는 모랄까... 극적 연출을 위해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그게 뉴스이든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든 선정적, 감정적 분위기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는 거죠. 이는 결국 신뢰를 깎아먹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시선 좀 끌려다가 자기 스탭에 자기가 넘어지는 우스운 꼴.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걷는다는 게 어떤 건지, M사분들 이제는 제대로 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