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안의 습격으로 인해 구미호의 보좌관으로 있던
구엘이 진짜 구미호라는 사실을 드러냈고,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장로들의 반대로 독수리 요괴 마을 방문은 나중으로 미뤄졌다.
구엘이 진짜 구미호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한참 축제가 열리고 있을 때.....
묘천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은밀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속닥거리더니 갑자기 놀란 얼굴로 빽 소리 지르는 묘천.
"예에!!!! 할아버지! 말도 안돼요! 전 이제 돌아가고 싶다고요!!"
"그건 안 된다. 나는 분명 너에게 구미호가 무엇을 봉인했는지 알아내라 했을 텐데?"
"할아버지!! 저 돌아가고 싶어요! 이정도면 됐잖아요!"
"뭐가 됐다는 거냐?!! 그 비밀 같지도 않은 비밀은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러게 밝혀지기 전에 알아내서 지금까지 알려졌던 구미호가 가짜라는 사실을 가져왔으면
이 할애비가 그래도 수고 했다면서 장로 자리라도 하나 주도록 노력해 볼 것 아니냐!!!"
잔뜩 노기 어린 표정으로 커다랗게 고함을 지르며
뭔가 던질 것을 찾는 듯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묘천의 할아버지.
하지만 주머니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인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묘천을 바라본다.
"아무튼, 안 된다! 사내 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쯧쯧...."
묘천의 할아버지가 인상을 쓴 체 못 마땅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묘천을 훑어봤고,
그런 할아버지의 박대에 묘천은 거의 울기라도 할 듯한
불쌍한 표정으로 애절하게 자신의 할아버지를 응시한다.
"할아버지, 손자가 여자한테 순결을 뺏기는 꼴을 보고싶으세요?"
"뭐? 네 놈이 무슨 얼어죽을 순결이냐! 그렇게 많은 여자랑 희희낙락해놓곤!"
묘천의 할아버지가 화로 인해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치며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꺾어 묘천에게 휙 던져 버렸고,
묘천은 그 나뭇가지를 가볍게 피한 후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건.... 제가 순결을 뺏는....어쨌든!! 뺏기는 게 아니죠!"
"시끄럽다! 방금 구미호와 만나 보니 네가 구미호를 지켜 주겠다고 했다면서?
정말 믿음직스러운 보좌관이라고 네 칭찬을 많이 하더구나.
구미호가 절대적으로 널 믿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 셈이냐?"
"비밀 알아내기 전에 제가 순결을 뺏기게 생겼다고요!"
"또 무슨 헛소리냐? 구미호는 너한테 부하 이외의 관심이 없어 보이는데!"
"구미호의 동생한테 순결을 뺏기게 생겼다고요!!"
에리안의 얼굴이 생각났는지 얼굴을 굳히며 몸을 한 번 부르르 떠는 묘천.
묘천은 자신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할아버지를 노려봤고,
날카로운 묘천의 눈동자를 보던 묘천의 할아버지는 묘천의 머리에 알밤을 먹인다.
쿵-
'콩' 도 아니고 '꽁' 도 아닌 '쿵';;;
갑작스럽게 머리를 공격당한 묘천은 한 손으로는 맞은 부분을 감싸고,
두 눈에 살짝 눈물을 머금은 체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이기라도 할 듯 노려본다.
"눈알 빠지겠구나. 어쨌든.... 절대 안 된다."
"할아버지! 정말 할아버지는!!!...."
"묘천아, 뭐해?"
맑디 맑고, 귀에 익을 만큼 많이 들은 목소리에 묘천은 나머지 말을 삼킨 후
뻣뻣하고,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 곳에는 묘천이 예상한대로 구엘이 화려한 의상을 입은 체 묘천을 향해 빙긋 웃고 있었다.
구엘의 미소가 짙어질 수록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묘천.
불안한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묘천은 조심스럽게 입술을 뗀다.
"호....호...혹시.....들으셨.....어요?"
"응? 뭘 들어? 묘천이 네가 할아버지하고 싸우려고 해서 부른 건데....
내가 괜히 가족사에 끼어 든 건가? 헤헤... 불청객이네."
배시시 웃으며 볼을 긁적이는 구엘.
구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 묘천은 다시 한 번 구엘의 표정을 살펴본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묘천의 시선을 알아차린 것인지
구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구엘이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고 판결을 낸 묘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음과 함께 자신의 할아버지의 손을 살짝 잡는다.
"저 싸우려던 거 아니 예요! 저랑 할아버지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요.
다만 전 할아버지가 워낙 뻣뻣하게 행동하셔서 그것에 대해 좀 심오한 토론을..."
"그래? 그런데 묘천아, 미안한 얘긴데..... 할아버지하고 나중에 얘기하면 안될까?
보좌관이 두 명인데 한 명뿐이니까 다른 요괴들이 자꾸 물어 와."
무척 곤란한 표정으로 묘천을 응시하는 구엘.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진지한 얼굴을 하던
묘천의 할아버지가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띄더니,
한 손으로 묘천의 등을 구엘이 서 있는 방향 쪽으로 밀어 버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서있기만 하던 묘천은 당연히 자신의 할아버지의 힘에 의해
세 발자국 쯤 앞으로 나아갔고, 묘천의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띄운다.
"허허. 이놈아. 이 할애비가 그렇게도 좋든? 일은 똑 부러지게 하던 녀석이."
"할아버지."
"할애비도 명색이 장로라서 얘기할 시간이 없구나. 나중에 얘기하자.
그럼 구미호님 부족한 제 손자 녀석 잘 부탁 드립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쪽인데요, 뭘."
구엘과 묘천의 할아버지 사이에 당연스러운 겉치레 인사가 오고 갔고,
묘천의 할아버지는 묘천에게 다가가 묘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속삭인다.
"제발 하루 빨리 알아내길 바란다."
"영감님, 절 죽일 셈입니까? 들킬 수도 있다고요."
"너같이 싸가지 없는 녀석은 염라대왕도 거부할 테니 걱정 마라."
정말 할아버지와 손자사이의 대화 같지 않은 살벌하면서도 비꼬는 대화가 조용히 오고 갔고,
묘천의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풍기며 어디론가 향한다.
"우와, 묘천이 할아버지는 참 인자하시네."
"참 많~이 인자하시죠."
"헤에, 웬지 비꼬는 것 같아; 잘못 느낀 건가?"
"하하, 구에.....아니 구미호님도 참. 제가 할아버지를 비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비꼬는 게 아닌 듯 비꼬려고 했으나 순식간에 간파당한 묘천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변명하려 했으나 명칭이 헛 나오자 당황하고 만다.
묘천의 당황한 묘정에 눈을 반달로 만들어 웃는 구엘.
환한 빛을 내뿜는 듯한 구엘의 미소에 묘천은 순간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명칭은 우리 둘만 있을 때는 편하게 불러도 좋아. 뭐, 숨긴 내가 잘못한 거니까.
대신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구미호님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알지?"
"아....네."
"그럼, 가자."
구엘이 웬만한 여자들보다 작은 손으로 묘천의 손을 꼭 잡았고,
마치 어린아이의 손같이 작아 보이는 손에 묘천은 옅은 미소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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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처음부터 구미호님일 줄 알았어요! 어쩌면 보좌관인 척 하는데도 기품이 흐르는지...
정말 첫 눈에 보는 순간 '아, 이 분이 구미호님이구나' 했어요!"
"아, 감사합니다."
"사실대로 말한 건데 감사하기는요. 그이도 서로 만난 후 2일 지나니까
'아무래도 옆에 서 있던 분이 구미호님 같아.' 라고 했다니까요~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정말 저희 둘이 똑같이 생각했지 뭐예요."
"어머나! 저희 부부도 그 생각 했었는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하지마'
묘천은 아까 전부터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이 대사를 간신히 막아 내고 있었다.
묘천과 구엘이 나타나자마자 음식을 먹거나 붉은 빛의 와인을 마시며
주절주절 떠들던 많은 요괴들이 한꺼번에 구엘의 주변으로 다가왔고,
다들 하나같이 '나는 당신이 구미호일 줄 알았다',
'처음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라며 말도 안 되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엘보다는 구륜인가 뭔가 하는 보좌관이 더 위엄을 풍겼으며,
아니, 위엄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말해 구륜이라는 요괴는 정말 여 황제같은 얼굴이라서
처음 봤을 때부터 은근히 압박감을 느꼈던 여자였다.
그에 비하면 구엘은?
처음 만남과 가끔씩 중요한 것을 빼고 시종일관 귀엽고 환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 구엘님은 사랑.....젠장;; 드디어 미쳤나 보군....... 사랑스럽다니!!
그건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담스러운 거야! 정신 차려!'
묘천이 자신을 속으로 자학하며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을 때,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목소리가 그의 청각을 건드린다.
"다들 지나칠 정도로 아부가 심하시네요. 아니면 눈이 안 좋으신가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예전에 구미호라고 했던 분이 더 구미호 같으신데....
아니면 제가 눈이 이상한 건가요? 전 나름대로 제 눈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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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어제 올리기로 해놓고
하루를 훌쩍 건너서 올렸습니다....;;;;;
죄송해요ㅠ 전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워낙 감시가 심해서
동생이 들락날락거리고, 엄마 아빠도 순찰(?)
요즘 정말 뭐하나 하기 힘드네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제 38대 구미호§ 『20』
사과앤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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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22 20:1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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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있어요 ㅎㅎ 감기 조심하세요 ~!!
감사합니다~~^^
구엘님은 여자인거에요, 아니면 남자인거에요ㅜ?<<타아아아앙!!!!
여자예요ㅠㅠ~ 나름대로 티 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