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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공부벌레, 보통학생과 어떻게 다른가
공부벌레에 관한 몇 가지 진실과 오해
‘공부 잘 하는 애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 우리는 종종 뛰어난 학습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이와 같이 감탄을 하곤 한다. 그들의 행동과 사고 하나 하나가 모두 비범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일단 그들에 대한 첫 인상은 이른바 ‘좋은 머리’로 집약된다. 그들은 한 시간을 공부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효과적이리라. 게다가 남다른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어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공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우리는 공부벌레 100명과 보통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학습과 생활환경, 학습 마인드 등에 바탕을 둔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실시한 바 있다. 먼저 우리는 공부벌레들의 평균 수면시간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부벌레나 보통학생이나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고 있어, 수면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수면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방식 면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공부벌레들은 숙면을 방해하는 커피나 탄산음료 등은 가급적 멀리하고, 숙면을 부르는 야채나 과일 등의 섭취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여기에는 가족의 협조와 배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하고 있는 가정일수록 자녀들이 공부벌레일 확률이 높았다.
학습량에도 차이가 있었다. 공부벌레는 하루 평균 4시간 20분을 홀로 학습하는 반면, 보통학생은 평균 2시간 40분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공부벌레들의 학습시간이 더 길지만 학습 진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공부벌레는 원리를 연구하고 이치를 파악하는 공부습관을 갖고 있었지만, 보통학생들은 해답과 요점 위주의 공부에 몰두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공부벌레들은 배운 내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보통학생보다 하루 평균 1시간 40분의 시간을 더 투자한다는 의미다. 이는 정녕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차이점은 공부벌레들은 보통학생들보다 생활의 동선(動線)이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다.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 등 움직이는 반경이 짧고 간단했다. 또한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자율학습이 가장 학습효과가 높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경쟁심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에 보통학생들은 집과 독서실이 공부하기에 가장 편안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작 집에서의 학습효과는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진 자율적인 학생들은 좀처럼 공부 장소를 변경하지 않는 반면, 그렇지 못하고 타율적인 학습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자주 자신의 동선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공부벌레의 주요 과목별 학습
‘국어, 영어, 수학.’ 이들 과목 앞에는 늘 ‘주요 과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가장 신경 써야 할 과목들인 동시에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들 세 과목에서 공부벌레와 보통학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 보았다.
* 국어 - 국어는 과목 특성상 공부벌레와 보통학생 간 선행학습 정도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공부벌레는 ‘교과서’와 ‘문제집’을 동일한 비중으로 중시한 반면, 보통학생들은 70%이상이 ‘교과서’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는 공부벌레들이 평소 교과서 외의 지문에도 착실하게 대비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공부벌레들은 인터넷 학습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도서요약 서비스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았고,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독서량이 보통학생들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신문을 꼼꼼하게 읽고 유용한 정보를 스크랩하는 공부벌레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문학작품과 시사적인 글들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 이차적으로 문제집을 풀며 심화하는 공부 방법을 선택하고 있었다.
* 영어 - 대체로 공부벌레들은 학교 진도보다 1년이 조금 넘게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보통학생보다 영어를 접하는 시기 또한 빨랐다. 영어의 조기교육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요 학습교재도 그들은 단연 ‘문제집’을 꼽았다. 보통학생은 영어도 ‘교과서’를 가장 중요한 학습교재로 삼고 있었다. 공부벌레들은 교과서 학습에도 충실하지만 문제집을 통해 심화학습을 하고 있었다. 또한 취미에 따라 영어잡지를 취사선택하고 있었다. 취미와 흥미를 한껏 살릴 수 있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또는 게임북 등을 통해 영어학습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 학생들도 많았다.
* 수학 - 수학은 국어나 영어보다 선행학습이 가장 필요한 과목이다. 공부벌레들은 수학에 있어서도 학교 진도보다 약 1년 가량 앞서 학습하고 있었으며, 보통 학생들보다 한 학기 정도 빨랐다. 보통학생들은 수학과목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을 기울여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미 수학과목을 포기했다는 응답도 12%에 이르렀다. 공부벌레들은 효과적인 수학과목 학습방법으로 문제집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빠른 시간에 풀 수 있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들은 수학과목에 있어 학교 수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학원과 과외를 통해 수학을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국․영․수 과목에 대해 ‘과목별 노트 정리법’이나 ‘문제집 선택법’ 등 학습 노하우에 관한 질문을 추가했다. 가장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 부분이 바로 ‘모르는 문제에 대한 해결법’에 관한 응답이었다. 공부벌레들은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컸다. 그들은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갖고 있었다. 틈만 나면 오답노트를 꺼내보면서 자신이 틀린 문제, 취약한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자신만의 해답 찾기에 뛰어난 능력을 나타냈다.
학교생활 VS 과외생활
공부벌레와 보통학생들 모두 수업에 집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과 노력에서는 차이가 컸다. 즉 공부벌레들은 자신들이 곧잘 ‘틀리는’ 문제의 유형들을 정리해 놓고 있었다. 암기력 부족으로 틀리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틀리는 건지, 종종 실수 때문에 틀리는 건지, 이 같은 유형들을 대입하면서 수업에 임하고 그것을 정리한 노트를 갖고 있었다. 선생님의 강의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수업자세를 가진 것이다.
학원과 과외의 비율조사에 있어서는 공부벌레들의 경우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보통학생들은 과외수업의 비율이 높았다. 공부벌레들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지’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다. 반면에 보통학생들은 문제의 효율성보다 문제를 푸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초실력을 배양하는 일대일 학습인 과외를 선호한다고 했다. 학생의 학습수준에 따라 학원과 과외의 학습효과가 반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 수업 외의 학습방식 가운데 공부벌레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인터넷 강의’였다. 이는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 시간 절약 등의 효과가 있어 일정한 수준에 오른 공부벌레들에게는 매력적인 학습 상품이 아닐 수 없다.
공부벌레의 배후에는 ‘가족’이 있다
우리는 가족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공부벌레들과 보통학생들 모두 칭찬과 꾸중을 거의 같은 비율로 듣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잔소리를 듣는 횟수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즉 보통학생들은 공부벌레들보다 평균 두 배 가량 많은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잔소리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에게 잘못에 상응하는 꾸중을 내리되, 가급적 잔소리는 삼가는 것이 좋다. 아울러 공부에 영향을 줄까봐, 그때그때 꾸중하지 않고, 나중에 내친김에 한꺼번에 몰아서 야단을 치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다. 그렇다면 꾸중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첫째,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잘못한 즉시 적절한 꾸중을 해야 한다. “내가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하겠니?”라면서 한꺼번에 몰아서 꾸중을 하게 되면 부모는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게 되고, 학생들은 처음 잘못을 했을 때의 죄책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심한 꾸중을 듣게 되므로 죄책감보다는 반감이 커질 수 있다.
둘째, 무엇을 잘못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 학생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잘못 혼낸 경우에는 사과를 해야 한다.
대안이 무엇인 줄을 몰라 잘못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강점은 무엇일까?
공부벌레들은 집중력이 좋았다. 공부 방법에 나름대로 요령을 가지고 있었고, 수업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처음부터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공부에 눈을 뜨는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왜냐하면 공부습관의 형성시기가 바로 비약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부벌레들은 중학교 1년 시절을, 보통학생들은 중학교 2~3년 시절을 자신의 학습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또한 두 유형의 학생 모두 학창시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로 고등학교 1학년을 꼽았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중학교 시절에는 어떻게든 학습에 관한 좋은 습관을 몸과 마음에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둘러싼 외적 환경요인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능동적 공부 습관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공부벌레들은 공부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늘 주도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공부를 잘 하는 비결은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공부벌레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
2장 한국의 공부벌레들 - 특별한 학생들의 특별한 마인드
특목고에 도전하라
공부벌레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공부벌레들은 딱히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특목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목고 준비를 하는 것이 성적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진학한 이시영 학생은 중학교 1~2학년 시절 전교 50~60등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로부터 민족사관고등학교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민사고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목표가 뚜렷해지자 이시형 학생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민사고 진학에 실패하고 말았다. 중학교 1~2학년 때의 성적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민사고 진학에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는 그간의 노력으로 커다란 성적향상을 불러올 수 있었다. 또한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갖는 가치를 느끼게 되었고, 다른 사람 앞에서 겸손하게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만심은 버리고 자존심은 철저히 지켜라
공부벌레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바로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다. 내가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하게 되면 그 학교 내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위치를 과대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자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남상오 학생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몇 달간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선행학습을 꾸준히 해온 친구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도 학생들이 새겨할 일이다. 공부에도 ‘편식’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신이 잘하는 과목, 좋아하는 학습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학습이 될 수 없다. 부족한 과목, 싫어하는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성적향상, 나아가 대학입시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공부벌레는 부진한 과목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그 과목을 잘하는 친구들의 학습태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학습 노하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영어 때문에 고민한 이과계열 공부벌레는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짜서 공부했다고 한다. 한 번에 좋은 성적을 얻고자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영어 그 자체에 재미를 붙이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의 수준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공부는 고도의 멘털(mental)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과 마인드 그리고 체력이 바탕이 될 때 성적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만난 공부벌레들은 뚜렷하고 확고한 신념, 그리고 자신만의 공부철학을 갖고 있었다.
성취감이 공부벌레를 만든다.
안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윤우 학생은 2학년 때 전교 석차 200등 상승이라는 커다란 성적향상을 기록한 바 있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미국의 명문학교를 탐방하는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비리그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목표로 공부를 하다 보니 석차를 월등히 올릴 수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중학교 2학년 시절까지 성적이 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힘겹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시면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으셨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비로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꾸준히 성적이 오르는 학생과는 달리 이처럼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경우의 학생들은 무엇보다 어떤 방식으로든 ‘동기 부여’의 계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이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이 굳게 마음을 먹고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며칠 가지 못한다. 거기에는 동기부여 외에 그것을 지속시킬 ‘유지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유학으로 동기를 부여받은 학생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부모님께 말했을 때 부모님은 ‘전교 20등 안에 들면 유학을 보내주겠다’라는 약속을 했다. 바로 이것이 유지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고 공부를 결심한 학생의 경우에는 ‘과학고에 진학하겠다’라는 유지요인이 작용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한 학생의 경우 전교 20등 안에 들게 되었지만 정작 부모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설마 20등 안에 들까?’라는 생각에 유학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학생은 목표를 이루어낸 자신을 신뢰하게 되었고, 유학을 못 가는 대신, 학교를 자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현재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의 경우에도 진학에 실패했다. 하지만 향상되어 있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제는 공부에 맛을 들여 꾸준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게 양상은 다르지만 경험을 통한 성취감과 자신감이 인생 전반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좋은 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학원수업을 200% 활용하라
최근 몇 년 간 사교육비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사실 사교육 문제는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명문대 수석입학 학생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학원은 다닌 적이 없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학원을 그만두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공부벌레들에게 학원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우리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학원을 통해 노트 정리법, 교과서 읽는 법, 도식화해 나가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수준별 반 편성으로 실력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학습효과가 높고, 시험기간에는 예체능 과목까지 성적관리를 해주는 등 학원이라는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부벌레들은 수업시간에 집중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함께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 것으로 만든다고 한다. 중요한 것을 선별적으로 필기하고, 바로 기억하도록 애쓰며, 이해를 위해 교과서나 참고자료도 틈틈이 살펴본다고 한다. 집중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학원에만 의지했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 학생은 모의고사에서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기에 원인을 분석해보니 학원에 시간을 많이 뺏긴 나머지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공부벌레들은 학원을 현명하게 활용할 줄 안다. 기초 단계에서는 학원의 지식을 전수 받되, 기초가 서는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면 응용부문은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현명한 학습패턴을 갖고 있었다.
공부를 위한 다양한 로드맵을 그려라
공부벌레들은 학습계획표를 세우는데도 보통학생들과 차이기 있었다. 보통학생들은 대체로 어떤 과목을 몇 페이지 공부하겠다는 취지에 입각해 학습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공부벌레들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범위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한 공부벌레의 예를 들자면, 그는 하루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범위를 지정하고 그것을 계획표에 나열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마칠 때마다 지워가면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하루를 마감할 때는 성취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공부벌레들은 하루 단위로 계획을 세워 평가하고 점검하며 학습계획을 탄력적으로 관리했다.
최근에는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한 학기 또는 한 학년 동안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공부벌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 낼 수 있었다. 즉 학업성적보다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학생들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경험과 성격을 파악하고 환경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학생에게 이 프로그램은 효과적이라 하겠다.
3장 공부벌레들의 과목별 학습 노하우
언어영역
매우 개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언어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한다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공부벌레들과 보통학생들 사이에 독서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 차이가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공부벌레들은 책을 ‘읽는다’라는 표현을 많이 했고, 보통학생들은 책을 ‘본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즉 보통학생들은 독서를 시각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림 없이 글자로만 가득 찬 책을 보면, 지겨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반면 공부벌레들은 어렸을 때부터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에 익숙하다. 또한 읽는 속도부터가 남달라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에는 환경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책으로 어지를 때 혼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책을 통한 놀이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책이 있다고 해서 꼭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면 책은 자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독서는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과천여고 전교 1등인 민서연 학생의 집에는 거실이나 화장실, 주방까지 책이 놓여 있을 정도로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서는 만화책만 골라 읽었는데 차츰 부모님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점점 뭔가 읽지 않으면 허전한, 말하자면 책을 끊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수능 언어과목을 위해 공부벌레들이 강조하는 핵심 포인트가 바로 ‘감각 익히기’다. 우리가 만난 공부벌레들은 감각을 익히기 위해 EBS문제집을 풀고 또 풀었다거나 모의고사 모음 문제집을 사서, 하루 6개정도의 지문을 읽었다고 한다. 문학은 전문가가 분석한 해설서를 하루 5권씩 보는 방법으로 6개월 정도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3학년 6월 모의평가에서 94점을 받을 수 있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공부하면 주요 지문을 찾아내는데 익숙해지고, 밑줄 친 지문만 봐도 대략 어떤 내용, 어떤 분위기의 글인지 감각적으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수능에는 내가 아는 지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감각 익히기’ 훈련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언어영역 시험시간에 지문을 먼저 읽어야 할지, 문제를 먼저 읽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어영역 우등생들은 대부분 지문보다는 문제부터 읽는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지문을 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학인가 비문학인가, 부분 문제가 많은가, 전체 문제가 많은가에 따라 지문을 읽는 전략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언어영역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민서연 학생의 문제풀이 방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그는 먼저 문제를 빠른 속도로 읽고 문제에 제시된 보기문항을 보면서, 지문이 어떤 분야에 관한 것인지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윗글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은? 등과 같은 문제는 보기의 5개 가운데 4개는 윗글에 대한 사실이니, 한번 읽어보라고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와 보기문항을 통해 지문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이제는 멀리서 조망하듯 지문을 전체적으로 읽는다. 연필로 따라가면서 세세하게 읽는 것은 금물이다.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어 내용 파악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우선 지문에 딸린 4~5개의 문제들 중 2개 정도를 신속하게 풀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문제는 다시 지문을 읽으면서 풀어간다고 한다.
지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빨리 읽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는 수능은 시간싸움이기 때문이다. 총 11개 지문(쓰기 포함)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지문 하나 당 6분씩, 66분에 끊는다는 목표로 연습을 해야 한다.
수학영역
공부벌레들이 가장 자신감을 나타내고 또 좋아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문과, 이과를 막론하고 공부벌레들은 수학과목에 대한 학업성취도가 공통적으로 매우 높았다. 수학공부벌레들은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받는 학생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 의견은,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을 공부하는 데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문제들을 소개해 주고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무엇보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념의 틀만 잘 잡으면 문제를 푸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손안에 쥔 것이나 다름없다. 개념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학공식을 실제로 증명해 보는 것이다. 참고서를 덮고서 수학공식을 내가 실제로 증명할 수 있는지, 한번 테스트해 보라. 중간에 막힘이 있다면 그것은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 아니다. 개념을 터득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통해 내가 틀리는 문제 유형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검토해야 하다. 개념의 이해 부분에서 취약하다면 참고서를 통해 기본기를 다진 후, 문제풀이와 유형탐구에 중점을 두어 학습해야 한다.
공부벌레들은 한결같이 오답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수학은 2단원의 개념을 모르면 다음 단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2단원과 5,6단원의 개념을 섞어서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한 단원을 모르고 넘어간다는 것은 수학실력에 큰 ‘구멍’이 날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오답노트를 만드는 큰 의미가 깃들어 있다. 수능에서는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내지는 않는다. 다만 개념을 비틀고 꼰 문제들을 많이 출제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구멍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해답을 살펴보는 학습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문제집 10권 풀기’가 학습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집을 풀 때 중요하거나 좋은 문제를 체크해두고, 그 문제들 중에서 매끄럽게 처리되지 않는 문제를 다시 체크하고, 몇 달 뒤에 체크된 문제를 다시 한 번 더 풀어보는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다. 우선 문제집에서 중요하다고 체크된 문제를 틀렸을 경우에는 그 문제를 오답노트에 오려붙인다. 그러면 자신이 전에 그 문제를 풀면서 어떤 것을 잘못했고, 어느 부분을 놓쳤는지에 대해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틀렸던 문제를 오려붙이면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도 같이 붙여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공식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풀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영어영역
영어영역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은 ‘문법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독해를 준비해야 하는지, 독해와 문법을 병행해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영어 우등생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기초적이고 중요한 문법과 단어들은 일단 중학교 때 정리하고, 독해를 하면서 중요한 문법이나 새로운 문법이 나오면 그때그때 정리한다는 것이다. 단어나 문법공부는 모두 독해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릇 영어단어란, 어떤 일정한 ‘필요’가 생기거나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연상 작용이 일어날 때 가장 효과적이다.
독해를 할 때는 지문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그냥 쭉 읽어 나가는 것이 좋다. 부분 부분에 얽매이면 전체의 뜻을 파악하는데 늦어진다.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게 되면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가 영어를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재미있게 배울 수만 있다면, 투자한 시간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이 바로 영어이다. 그렇다면 좀 더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게임을 통한 영어공부가 있다. 보드 게임방의 게임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런 게임을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단어를 모르면 게임 진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원외고의 한 학생은 어렸을 때 외국인 영어선생님과의 보드게임을 통해 영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노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영어실력이 늘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학생에게는 영어는 재미있는 과목일 뿐이다.
흥미롭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는 좋아하는 영화나, 즐겨보는 만화를 원어로 듣는 것이다. CBT 토플에서 297점을 받은 이화외고의 한 학생은 비디오를 많이 보았는데 특히 <프렌즈>(미국의 인기 시트콤)를 통해 공부했다고 한다. 자막이 없는 비디오를 시청한 다음에는 영어 캡션을 틀어 놓고 듣고, 마지막으로 한글 자막을 보며 비교 청취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서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구문을 듣게 되는데, 그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번역된 한글자막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활용되는 표현들은 영어공부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예전에 영어공부를 한 사람들은 AFKN을 많이 시청했다. 요즘 학생들도 CNN 뉴스를 통해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려 한다. 물론 이런 방법은 효과가 있고 국제정세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재미가 없기 때문에 꾸준히 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라리 아리랑 TV를 시청하는 편이 한결 유용하다. 이미 알고 있는 뉴스나 관심이 많은 연예계 내용들을 영어로 들어보면 좀 더 빠르게 그 표현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 출연진이 발음이 좋지 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한인 2세들은 정통 미국식 발음을 구사한다. 오히려 CNN 특파원들의 다국적 발음이 더 정확하지 않은 편이다.
과학탐구영역
* 물리 : 흔히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물리도 잘한다. 물리의 장점은 공식이 그리 많지 않고, 외울 것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리를 어려워한다. 공식과 개념을 이용한 창의적인 문제가 많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리는 문제를 보고 ‘어떤 개념을 묻는 것일까?’를 찾아내는 것을 즐겨야 한다. 공부벌레들은 물리문제를 풀 때 문제 속에 묘사된 여러 상황들을 그림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문제도 단순해진다고 한다. 물리공부는 공식이 어떤 절차를 거쳐서 생겨났는지 깨닫게 되면 개념을 덩달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공식에 대한 유도절차가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을 참고서로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 화학 : 화학은 열심히 외워야 하는 과목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외우지 않으면 시험에서 모두 틀릴 수밖에 없는 과목이다. 따라서 화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외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암호화(coding)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황동과 청동’의 예를 들어보자. 구리(Cu)+아연(Zn)=황동, 구리(Cu)+주석(Sn)=청동,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황동은 아연과 ‘ㅇ’이 일치하고, 청동은 주석과 ‘ㅈ’이 일치한다. 이런 식으로 암호화하여 암기하는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다.
* 생물 : 생물에 자신이 있다고 얘기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서브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모두 단권 노트에 종합해서 정리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합격한 이시형 학생은 ‘생물은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부분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노트에 정리하여 공부한 뒤 나머지 세세한 부분까지 늘려가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최근 신문지상에 소개되는 배아세포 및 줄기세포 복제, 유전자 지도, 생명공학 등은 시험에 충분히 출제될 수 있는 주제이므로, 교과내용과 연관지어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 지구과학 : 공부벌레들 가운데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혹시라도 실수를 하면 많은 점수가 깎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암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혜택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이 과목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있는 참고서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림과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공부를 하다보면 화학에서 암호화하는 것과 같은 암기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또한 수능 기출 문제집 등으로 암기한 것들을 복습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사회탐구영역
* 국사 : 국사는 공부량이 많은 과목인 탓에 학생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는 과목이다. 국사 공부벌레들은 공통적으로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책이나 역사책이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국사공부에서 주의할 점은 각 시대별로 도식을 그려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즉 경제, 문화 등의 분야를 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로 이를 모두 엮어서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정리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국사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반복되므로 수능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등에서 나온 문제들을 통해 그 경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한국 근․현대사 : 한국근대사는 국사와 마찬가지로 역사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대사’이므로 정확히 연대를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무장독립전쟁’ 단원은 여러 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꼼꼼히 정리해야 한다. 시대별 흐름과 각 사건의 정확한 순서를 암기해야 한다. 한 학생은 TV를 통해본 역사다큐멘터리나 정치드라마가 제1공화국에서 제5공화국까지의 현대사를 공부하는데 충분히 좋은 교재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 경제 : 수학을 좋아하는 문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역시 이유는 ‘응용력’에 있다. 이 과목은 원리를 파악하면 암기를 할 필요성도 크지 않고, 사회현상들에 응용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단한 경제이론들을 실제 생활에 접목시켜보고, 각종 그래프나 도표들에 익숙해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 한국지리 : 지리가 왜 사회과목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지리는 지역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과목이다. 따라서 지리적 특성만을 무턱대고 외우려 하지말고 사회현상과 맞물려 생각해야 한다. 일례로 서동준 학생은 관북지방에 대해 공부할 때 이렇게 공부했다. ‘관북지방의 특징은 겨울이 길고 춥다. 날씨가 추우니까 잎이 뾰족한 침엽수림이 많을 것이고, 따라서 나무를 활용한 통나무집이 많다. 또한 방들이 붙어 있어야 온기가 유지될 수 있으므로 집 구조가 ‘田’자 형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리적 정보들을 바탕으로 하여 그 환경과 접목시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지리에는 한자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을 통해 전체적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식대지(波蝕臺地)는 ‘해안에 있는 암석이 깎여 만들어진 평탄한 지형’이다. 이것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이다. 즉 해안에 있으므로 파도에 의한 것이니 파(波)라는 글자가 들어갔고, 식(蝕)은 갉아먹는다는 뜻으로 ‘벌레충자’가 들어가 있으니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대지(臺地)는 평평한 땅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리에는 지도와 그림들이 많은데 여기에도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이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공부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 세계사 : 세계사 역시 역사이다. 역사는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연관지을 수 있고, 반복된다. 원인과 결과를 생각해보고, 다른 사건에도 적용시켜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대별․문화권별 이어지는 흐름을 파악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나 일화 등을 함께 연상하여 공부하면 고득점을 올릴 수 있는 과목이다. 국사와 공통점을 비교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이, 다른 나라의 역사적 사건과 비슷한 경우, 비교해 생각하면 기억하기가 쉽다.
4장 ‘공부벌레’에서 눈부신 ‘나비’로
공부에서도 자신을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 제시한 통계에서도 보았듯이 공부벌레들은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는 학습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의 수학선생님이 굉장히 잘 가르칠 경우에는 수업시간에 그 내용을 소화하고 인터넷 강의나 자율학습 등으로 보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학교에서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좀 더 심화된 내용이나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을 이용했다. 이것도 효율적이지 못하면 1대1과외나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만 모아놓은 팀 단위의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적성’이다.
같은 명문대를 나왔어도 어떤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실업자 대열에서 방황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에 평범한 학생으로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 중에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 공부벌레일수록 자신의 적성보다는 인기학과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진로선택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10년 후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선택의 중심에 타인의 시선과 당장의 유행을 놓고 생각하기에 실패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라도 자신의 적성을 찾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그것을 깨닫는 것은 늦은 것이다. 사회에서의 성공은 ‘학업성취’와 ‘진로선택’이라는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달성될 수 있다.
공부벌레를 뛰어넘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3가지
* 지식 앞에 겸손하라 :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돋보이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만약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거만한 사람이라면,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쌤통’이라고 고소해 할 것이다. 그런데 예의가 바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나중에 알고 봤더니 명문대까지 나왔다면 주변사람들은 더욱 호감을 가질 것이다. 실제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업을 하는 한 학부모는 처음에 사람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몇 학번이고,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습관적으로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직도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뒤로는 자신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까지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사업이 더 잘 되었다고 한다.
* 영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명문대에 진학한 공부벌레들을 대상으로 중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과목 중에서 ‘어떤 과목이 대학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되는가?’를 질문했더니 대부분이 ‘영어’라고 대답했다. 일부학과를 제외하고는 대학교재는 거의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할수록 진도가 빨리 나갈 수 있다. 더구나 사회 곳곳에서 영어가 필요한 세태인 만큼 영어는 학창시절부터
* 편협한 공부를 하지 마라 :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물었다. ‘중 고등학교 때 좀 더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독서와 글쓰기 등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장 1점이 중요한 시기에 ‘뭔 배부른 소리냐?’고 학부모들은 반문할 수 있으나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전성기다. 이때의 사회적 관심과 독서습관은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공부벌레들 중에는 대학에 가면 중고등학교 때보다 더 책을 안 읽고 공부도 안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자기계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장기적 목표가 아닌 눈앞의 대학입학만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도 성공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장기계획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공부벌레들의 생활습관, 공부방법 그리고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식을 취하고, 목표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는 노력이 따라야 하며 그 과정에는 성취감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수천 년을 이어온 ‘공부비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러한 것들이 ‘습관’ 속에 녹아있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