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호미
마늘두름
엮어매단
시렁위에 홀로 걸려있는
호미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온 몸은 검붉은 녹에
찌들어있다
몸이 아파
쉬고있는
오매
오매가 일을 내려놓자
호미도 할 일을 잃었다
아무도 찾지않는
시렁에 걸려있는
호미
궁시렁 거리지도 않는다
이슬이 풀잎위에서
초롱처럼 빛나는
새벽부터
오른손에 힘껏
호미를 쥐고
마늘밭 고추밭
남새들이 자라는
어느 밭이건
오매와
호미는
어김없이 나타나
사정없이 풀들에게
칼날같은 호미날을
들이밀었다
마루바닥
움푹파인
토방돌틈 사이
마당 한 가운데
이곳저곳
닭들이 싼
물똥
뒤란 장독대
된장 간장 고추장
독 아래
몰꼬로미 싸놓은 개똥도
오매는 호미로
간단히 해결하였다
오매가 늘 쥐고 다니던
호미는
오매가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하여
몸져눕자
할일을 잃었고
시렁에 걸린체
낮이고 밤이고
잠만 잤다
아직도 몇년 쯤
쓸수있는
호미는
빨갛게 녹슨 모습으로
이제나 저제나
오매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평생 닿고 닿아
버린 호미가 몇자룬데
고작 일년을 넘긴
아직도 몇년은 쓸만한
호미는
오매에게
언제까지
이렇게 날 버려두느냐고
눈물을 흘린다
흘린 눈물이
호미날을 적시어
핏빛처럼 빨갛게
녹이 슬어가자
오매를 부른다
오매야!
어서 빨리 일어나
오른손에
나를 쥐고
풀밭으로 나서자고.....
...................................
오늘
오매집에 갔지라
오매는
몸이 아파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있지라
올해 歲壽(세수)
95세
쇠약해질데로
쇠약해진
오매의 몸과 마음
이런 오매의 모습에
호미도 울고
나도 울었지요
호미의 짜디짠 눈물은
오두마니 시렁에 걸려있는
호미 쇳 속을 파고들어
슬픔이 녹이 된
호미의 모습에
불효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았답니다
호미보다 못한
놈
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