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비의 풍모가 느껴지는 용담. 항암 등 약재로써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정선 백운산 촬영.
일필휘지(一筆揮之). 세상 일이 답답하고 잘 풀리지 않으면 이 말이 생각납니다. 단 숨에 써내려가는 글씨처럼 눈앞에 닥친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고민이 많은 때입니다.
한 해를 마감해야 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 농민은 농민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나름의 걱정이 많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 일필휘지의 거침없는 기세로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늦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가을꽃도 화려한 자태를 접고, 씨앗을 맺습니다. 서리가 내리는 계절. 빈 들녘과 벌거벗은 산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지요.
이런 기분을 훌훌 털어내게 하는 꽃이 있습니다.
용담. 이름에서도 품격과 기세가 느껴집니다. 가을 볕이 따사로운 날, 산 속 어딘가에서 용담을 본다면 그건 큰 행운이자 축복입니다.
선비를 만나는 느낌일 테니까요. 활짝 피기 전의 용담 꽃은 붓을 닮았습니다. 푸른 먹물을 머금은 붓 말이지요.
용담 꽃으로 글을 쓴다면 그야말로 일필휘지(一筆揮之) 아닐까요?
꽃봉오리가 붓을 닮고, 꽃을 밀어올린 대궁도 곧게 뻗었습니다. 푸른 기상의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 참 멋집니다.
쓰임새는 어떨까요.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약효를 지녔습니다. 동의보감 등 옛 한의서를 들춰보면 입을 다물기 어렵습니다. 현대 한의학에서도 용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담은 민간에서도 널리 애용됩니다.
지역과 쓰임새에 따라 초룡담, 관음풀, 백근초, 고담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습니다.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주요 효능은 △위와 장의 운동기능 강화 △혈압 내림 △ 관절염 치료 △간 기능 개선 △소화불량 치료 △항암 등입니다.
용담은 꽃이 진 늦가을에 뿌리를 채취, 생즙을 내어 마시거나 말린 가루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용담은 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치유식물입니다. 가을하늘을 닮아 푸른 자주색을 띠는 용담. 답답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출처] [산약초 이야기] 5. 용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