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애덕을 거스르는 죄(악한 표양)
누구를 믿어야 하나?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 세 식구로 이루어진 단란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쉬운 것 없이 행복하였으며 이웃 사람들은 그들의 화목한 가정을 늘 부러워했습니다. 그 가정에는 불목이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항상 남편으로 인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는 외아들인 리차드에게 가톨릭 신앙을 올바로 알도록 교리 공부를 열심히 시켰으며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보내어 교육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등진 채 냉담자로 있던 아버지는 기도하는 일이란 전혀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남편의 말씨는 차츰 거칠어지고 술에 취해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주일이 되어도 미사에 참례하거나 고해성사나 성체성사를 받는 일이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아버지를 회개시키기 위하여 간곡히 그를 설득하였으나 그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사람이란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야. 하느님을 믿는다고 무언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거냐?”
그런 즈음에 아들 리차드가 병에 걸렸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병으로 신음하는 것을 보고는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의사가 아버지를 불러서 아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리차드가 다시 회복할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아버지는 커다라나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의 부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들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반면에 병이 깊어 갈수록 리차드는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임종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 리차드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향해 물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곧 죽을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가운데서 저는 누구를 믿어야 하나요?”
이 말에 아버지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신앙을 외면해 왔던 자신의 양심에 큰 화살이 꽂히는 것을 느꼈고 순수한 아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참 후에 아버지는 아들의 손목을 힘주어 잡으며 말했습니다.
“리차드야, 어머니를 믿어야 한다. 네 어머니는 언제나 하느님의 가르치심을 지켰으니, 어머니의 말은 모두 옳은 말들이지 않겠니!”
아버지는 그것을 계기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아들에게 지금껏 아버지로서 신앙의 모범을 보이지 못한 것을 크게 뉘우쳤습니다.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리차드는 아버지의 회개를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 * *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인 악한 표양이란 그의 행동과 말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를 외면하고 거부함으로써 남을 죄에 빠지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악한 표양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정도에 따라서 대죄나 소죄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악한 표양으로 인해 남이 대죄를 범하게 되었다면 나도 대죄를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악한 표양으로 인해 짓게 되는 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를 믿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사람을 죄짓게 하는 이 세상은 참으로 불행하다. 이 세상에 죄악의 유혹은 있게 마련이지만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다.’(마태 18,6-7)
여기에 나오는 아버지는 자기의 악한 표양으로 인해 자칫하면 아들을 죄를 짓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믿음이 굳건하고 착한 어머니로 인해 리차드는 죄악의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첫댓글 하느님 뜻 안에서
저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죄에 빠지지 않게 저의 인간적인 뜻을 봉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