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를 어떻게 처리해 갈 것인가
‘인간의 때’는 ‘하나님의 때’와는 달라 일반적으로 상당히 빠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시야는 하나님의 시야에 비해 매우 협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e)의 법정에서 가치가 없는 질문에는 조급히 화를 내기는커녕 느긋하게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매사(每事)에 임하여 제 생각만으로 서두르기 보다는 먼저 깊은 하나님의 섭리와 그 일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자면 매사에 내 욕구와 계획과 자아(自我)를 하나님께 위탁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 하나님은 그분의 성스러운 영(靈)을 내 안에 부으시고 나를 그 성령(聖靈) 안에서 진리로 충만한 자로 세우셔서, 내가 가장 이상적인 하나님의 때에 가장 이상적인 하나님의 뜻과 가르침을 따라 일하게 하신다. 이렇게 처리한 일들은 반드시 앞날에 축복의 근원이 된다.
일찍이 우리 선조 분 증에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이런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한 분들이 있었으니, 우암 송시열 선생은 백강 이경여 선생의 사람됨과 일처리를 묘사하여 말하기를 「공(公)은 천품이 청수(淸粹)하고 아름다우며 힘써 배워서 학문하는 요점을 알았다. 공이 일찍이 이르기를, “이 마음은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깨끗한 바람과 달)과 같은 것이니, 야기(夜氣, 밤의 깨끗하고 조용한 마음)에서 알 수 있다.”하였다. 그러므로 독서로써 물을 대듯하여 그 인격의 뿌리를 북돋았다. 이 때문에 글을 짓고 일을 처결하는데도 모두 본말(本末)이 있었다.[公資禀粹美力學知要常謂此心如光風霽月夜朝之氣益可見故讀書浸灌培壅其根以是措辭斷事皆有本末.]”」라고 백강 이경여 선생의 ‘신도비명(神道碑銘)’에 기록한 것이 그 사례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우리 선조들은 이 땅에 성경이 전래되기 이전에 살아가셨으나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불멸의 성현(聖賢)들의 삶과 글 그리고 자연의 이치 등을 깊이 공부함으로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고 성령을 받은 것과 같은 이런 높은 경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도 성경을 묵상·공부함으로 매사를 성령 안에서 처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바는 오로지 성경만 보는 것은 이단(異端)에 빠지기 쉬운 면이 있으니 또한 반드시 인류역사에 불멸의 경전(經典)과 고전(古典)을 두루 공부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 세상에는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이단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11. 3.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