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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문양
인류는 오래 전부터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사물의 모양을 모방하여 그림을 새기고 의사 전달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주술적인 효력을 빌기 위한 방법으로 기호와 문자를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문양의 기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장식이나 문양 없이 물건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물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특정한 형태나 문양을 넣어서 물건을 만듭니다.
문양은 그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아름다움 이전에 상징적 의미가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삼각형 무늬가 실은 고대인들의 다산에의 기원과 생산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반면에 아무리 현란하고 아름답게 베풀어진 무늬라 할지라도 그저 장식무늬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용 문양은 권력의 상징으로 왕을, 봉황은 봉황이 날면 뭇 새들이 따른다하여 왕비를 상징하였고 이 두 문양은 일반인들의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불교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연꽃은 생명의 창조 및 번영과 다자(多子)의 상징으로, 모란(작약)은 부귀와 며예의 상징으로, 매화는 순결과 절개로 혹은, 다섯 꽃잎에서의 오복(福. 祿, 壽, 喜, 財)을 상징하였고, 인동초는 끈기와 장수를, 잉어는 과거 급제를, 호랑이는 병을 막고 복을 주는 벽사의 상징으로, 사슴은 우애의 상징으로, 박쥐는 행복의 상징으로, 나비는 남녀화합과 행복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문양에는 시각적인 외형미, 장식미 이상의 것 즉, 그 이면에는 상당한 의미와 상징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 속에는 구체적으로 조상들의 소망과 행복관, 윤리관, 우주관등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 소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세계적인 디자인 창출에 활용하기에 그 독창성과 차별성에 있어서 매우 우수합니다.
디자인 요소로의 한국 전통문양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으로 구축된 '한국의 문양사이트(http://www.pattern.go.kr/)를 통해 문양들의 생성 배경과 그 가치를 다시금 되집어 보며 새로운 인식을 갖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문양의 정의 ◑
사전적 의미로 문양(文樣)이란 일반적으로 물건의 겉 부분에 여러 가지 형상이 어우러져 이룬 모양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문양은 미적 감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점이나 선, 색채를 도형과 같이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문양이라는 낱말에서 연상되는 도안(圖案)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문양이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삶을 통해 발현되는 창조적 산물이며, 언어나 문자와 마찬가지로 사용 주체인 민족과 그 민족이 처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고유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물의 재료 차이에 따른 점이나 선 등의 질감에서부터 공예·회화·건축 등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 이르기까지,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본연의 기원과 욕구를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띠면서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한국 문양의 특징 ◑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자연의 질서에 조화롭게 순응하면서 풍부한 상상력과 재능을 발휘하여 아름답고 다양한 문양들을 창조해왔습니다. 추상과 구상으로 표현된 문양들은 임금의 곤룡포에서부터 서민들이 밥상 보자기까지, 지붕 꼭대기에서 돌계단 아래까지, 종교적 의기(儀器)로부터 서민들의 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입김과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에나 나타나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사람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일지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면 어디에나 문양이 새겨졌습니다. 그 문양 속에는 우리 민족의 다산과 행복, 자연에 대한 외경, 이상 세계에의 동경 등을 나타내는 아기자기한 장식미와 더불어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과 정서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 한국 문양의 분류 ◑
문양은 그 소재와 의미하는 바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용이나 봉황 등 동물을 소재로 할 수도 있으며, 연꽃이나 대나무 등 식물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식물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만(卍)자나 수(壽)자를 연속으로 나타낸 문자 무늬나 기하학 무늬도 있으며, 여의두문 같이 자연소재가 아닌 인공물 속에서도 소재를 취하였습니다. 문양 중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개의 사물을 같이 표현한 십장생문이나, 아들이 많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와 여러 아이들(白童子)을 같이 나타낸 복합문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양은 소재별로 분류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의미하는 바에 따라 장수를 기원하는 것, 입신출세를 기원하는 것 등 의미별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 형태별 문양 분류 - 인물문(人物文), 동물문(動物文), 식물문(植物文), 인공물문, 자연산수문, 문자문, 기하문, 복합문
▶ 용도별 문양 분류 - 도자기, 떡살, 복식, 와전, 장신구, 궁중, 자수, 길상, 벽사, 조명
문양은 그 소재와 의미하는 바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용이나 봉황 등 동물을 소재로 할 수도 있으며, 연꽃이나 대나무 등 식물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식물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만(卍)자나 수(壽)자를 연속으로 나타낸 문자 무늬나 기하학 무늬도 있으며, 여의두문 같이 자연소재가 아닌 인공물 속에서도 소재를 취하였다. 문양 중에는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개의 사물을 같이 표현한 십장생문이나, 아들이 많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와 여러 아이들[白童子]을 같이 나타낸 복합문도 있다. 이처럼 문양은 소재별로 분류할 수 있다. 뿐 아니라 문양은 의미하는 바에 따라 장수를 기원하는 것, 입신출세를 기원하는 것 등 의미별로도 분류할 수 있다.
1. 인물문(人物文)
인물문이란 사람의 얼굴 또는 형태를 나타내거나, 신선·부처·사천왕·도깨비 등을 표현한 무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와 사천왕상, 비천상 등이 불교미술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불교 미술뿐만 아니라 생활 문양으로도 자주 나타나는 것이 바로 도깨비무늬인데 삼국시대의 기와에서부터 조선시대의 은장도, 관청에서 발급하는 문서의 바탕 무늬로도 보이고 있다.
도깨비무늬는 중국의 도철무늬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역사책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는 도철을 “사람을 잡아먹지만 그가 사람을 삼키기 전에 그 해가 몸에 퍼진다.”고 하였다. 도철의 생김새는 눈이 크고 송곳니가 튀어나온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형태이다. 도철은 시각이 예민하여 어떤 사악한 마귀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중국의 도철무늬는 매우 험상궂고 용맹한 형상을 띠고 있는 것에 반해서, 우리나라 도깨비는 매우 인간적이고 해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도깨비 무늬의 시원은 우리나라 특유의 도깨비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이런 도깨비 무늬는 지붕이나 다리, 창호 등에 새겨져 벽사(사악한 것을 물리침)와 수호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2. 동물문(動物文)
인간에게 이로움과 두려움의 존재였던 동물들 역시 문양의 소재로 자주 이용되었다. 동물을 문양으로 표현할 때는 단순히 그들의 형태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상징성도 갖는다. 흔히 현대인들이 기회주의자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박쥐는 옛사람들에게는 행복의 상징이었다. 박쥐의 한자어인 편복의 복이 행복을 의미하는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복궁에는 박쥐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굴뚝이 있으며, 여인들의 옷이나 장신구에서도 박쥐 문양이 보인다. 문양의 소재가 된 동물은 박쥐처럼 실재(實在)하는 동물도 있지만 용이나 해태처럼 상상의 동물도 있다. 소재가 된 동물로는 용이나 봉황, 물고기, 새가 빈번하게 나타나며, 이외에도 십이지 동물들(쥐·소·호랑이·토끼) 등이 있다. 생활도구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동물 문양으로는 나비를 들 수 있다. 나비는 자유연애와 아름다움[美好], 부부 금슬(琴瑟)을 상징하는 동물로서 여인들의 장신구, 가구 장식 등 매우 폭넓게 나타난 무늬이다.
✱ 용(龍)
용은 모든 실재하는 동물과 상상 속 동물들의 능력과 장점을 모아서 만들어 낸 신비한 동물이다. 용의 형상은 중국 명(明)나라의 약학서(藥學書)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머리는 뱀의 모양을, 뿔은 사슴, 눈은 귀신,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적혀 있다. 문양에 나타나는 용의 형상은 대부분 이를 따르고 있다.용은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로 인식되었다. 용이 학과 연애하여 봉황을 낳았고, 땅에서 암말과 결합하여 기린(麒麟, 상상의 동물로 화염 모양의 갈기를 달고 있고, 하루 천 리를 달린다.)을 낳았다고 한다. 이처럼 용은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능력이 무궁하여서 사람들이 가히 알 수 없는 능력과 힘을 지닌 동물로 인식하였다. 용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고 그에 따라 성질과 형태도 다양하다. 비늘이 있는 교룡(蛟龍), 날개를 가진 응용(應龍), 새끼용인 규룡 등이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는데 어떤 것은 불을 좋아하고, 어떤 용은 멀리 볼 수 있으며, 어떤 용은 물속에 있기를 좋아한다고 한다.용은 모든 자연현상을 주재하는 동물로도 나타난다. 홍수와 가뭄을 주재하기도 하며, 항해와 조업을 주재하는 해신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능력을 지닌다. 또한, 용은 불교에서는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八部神衆)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옛사람들은 용의 다양한 성질과 능력에 의지하여 바라는 바가 성취되기를 빌었다. 불교 미술에서 용은 팔부신중의 하나로 범종(梵鐘, 불교에서 사용하는 종)의 꼭대기를 장식하기도 했으며, 궁중에서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하였다. 기와에 용을 새겨서 사악한 것이 집안이나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이외에도 칼 손잡이에 둥근 고리를 만들고 그 안에 용을 새기기도 하고, 주전자의 입구에 용 문양을 붙여서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했다.
✱ 봉황(鳳凰)
봉황이란 수컷인 봉과 암컷인 황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인 용이 학과 연애하여 낳았다는 상상의 새이다. 봉황에 대한 기록으로는 중국 후한(後漢)에서 만들어진 한자 사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찾을 수 있다. 봉황은 머리 앞쪽은 수컷 기린(麒麟, 상상의 동물로 화염 모양의 갈기를 달고 있고, 하루 천 리를 달린다.), 뒤쪽은 사슴을 닮았으며,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키는 6척으로 오동나무에 살며 대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좋은 물만 마신다고 한다. 봉황은 특히 단혈산(丹穴山)이라는 곳에 사는데, 이곳은 태양이 마주하는 길목인 조양(朝陽)의 골짜기이다. 봉황을 단봉(丹鳳)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봉황은 인·의·예·지·신의 오덕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머리가 푸른 것은 인(仁), 목이 흰 것은 의(義)를, 등이 붉은 것은 예(禮), 가슴 부분이 검은 것은 지(智), 다리 아래가 황색인 것은 신(信)을 상징한다. 또한, 봉황은 색깔에 따라서 종류가 나눠지는데 붉은색의 봉(鳳), 자주색의 악작, 푸른 색의 난(鸞), 노란색의 원추, 흰색의 홍곡(鴻鵠)이 있다.봉황은 살아 있는 곤충과 풀은 먹지 않고 먹고 마시는 것이 자연의 절도에 맞으며 절로 노래하고 춤춘다고 한다. 봉황은 이러한 고상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어 왕비에 비유되거나, 태평성대를 예고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겨져서 궁궐의 무늬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봉황문양은 백제 금동대향로의 꼭대기에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왕비가 착용하는 장식용 비녀인 잠(簪)의 머릿부분에 새겨지기도 한다. 왕비의 옷에는 봉황무늬가 매우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기도 하다. 봉황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좁쌀 따위는 먹지 않는 고고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고 하여서 염자도(簾字圖, 조선후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효(孝), 제(悌), 충(忠), 신(信) 등의 유교 윤리를 대표하는 글자에 여러 장식을 부가한 그림으로, 각 글자에 따라 정형적으로 나타나는 무늬가 있다.)의 중심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 물고기(魚)
물고기 문양은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 입신출세, 효행, 자손번창, 부부 금슬(琴瑟) 등을 상징하는 무늬였다.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다리 위에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노는 모습을 내려보면서 '어락(魚樂)'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화로 인해서 물고기는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의 상징하게 되었다. 물속에서 노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이기도 하거니와 물고기 어(魚) 발음이 여유롭다는 뜻의 여(餘) 발음과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다. 물고기가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문양이 된 것은 잉어와 관련한 등용문(登龍門) 설화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중국 황하(黃河)의 용문(龍門)이라는 협곡에서는 잉어들이 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다투어 뛰어오른다. 그곳을 성공적으로 뛰어 넘으면 잉어는 용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를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하여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면학에 힘쓰는 선비들이 잉어에 비유되었고,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잉어 무늬가 연적 등의 선비가 사용하는 문방구나 기타 공예품 장식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와 함께 메기와 쏘가리도 비슷한 의미이다. 메기는 흐르는 물을 훌쩍 뛰어넘어 대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설화로 인해서 관직 등용과 출세를 상징하게 되었다. 쏘가리를 나타내는 한자 궐과 궁궐의 궐(闕) 발음이 같아서 역시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문양이 되었다. 입신출세를 나타내는 잉어는 효행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진(晉)나라 때 왕상이라는 사람은 그의 계모가 엄동설한에 잉어를 먹고 싶어하자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얼음을 두드렸고, 신령의 가호로 잉어가 튀어나와 잡아다가 계모를 정성껏 공양했다고 한다. 이런 설화로 인해서 잉어는 효행을 나타내는 무늬가 되었다.물고기는 자손 번창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잉어의 머리를 남근 모양으로 묘사한 무늬를 보아도 그런 뜻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며, 한번 알을 낳으면 수천수만의 새끼를 볼 수 있는 물고기의 생식능력으로 인해서 다산과 자손 번창을 의미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입신출세를 의미하는 잉어는 연적이나 도장의 무늬가 되었고, 여인들의 노리개 장식으로도 쓰였는데, 이때는 다산과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양은 같은 소재이더라도 쓰임새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된다.
3. 식물문(植物文)
식물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주고 또한 아름다운 형상으로 인해서 문양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식물 중에서도 문양에서 특히 주요한 소재가 된 것은 꽃이었다. 굳이 별다른 상징성이 없더라도 꽃은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것이다. 때문에 특정한 꽃이 아닌 일반적인 형태의 꽃을 표현하여 아름답게 장식한 경우가 많다. 식물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재는 연꽃과 덩굴이다. 연꽃은 여러 사상이나 종교에서 중요한 식물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덩굴문은 장수와 좋은 일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연면(連綿)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늬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인해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덩굴문은 연꽃, 국화, 모란, 보상화(寶相華, 연꽃의 변형체로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준다. 천상을 대표하는 꽃이었다.) 등과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식물문의 또 다른 주요 소재로는 모란과 삼다(三多, 장수·행복·자손번창) 식물을 꼽을 수 있겠다. 모란은 자태의 화려함으로 인해서 아름다움과 부귀의 상징성을 가진 식물로 여인들과 관련된 생활도구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문양이다. 삼다(三多)란 옛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들로, 건강하게 장수하며, 행복하게 살고, 자녀가 많기를 바란 것이다. 각각 복숭아, 불수감(佛手柑, 감귤과의 식물로 부처의 손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석류가 이를 대표하는 식물들이었다.선비들이 사용하는 생활도구에서 사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선비의 기상과 절개를 상징하는 사군자(四君子, 매화·난·국화·대나무)로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식물이 나타내는 의미를 본받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기사회생과 장수를 상징하는 파초(芭椒),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 다손(多孫)을 나타내는 포도, 참외, 호로박 등도 많이 나타난다.
✱ 연꽃(蓮花)
삼국시대의 기와, 고려의 청자, 조선시대의 여러 생활도구에서 연꽃은 끊임없이 문양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연꽃이 생활문양으로서 오랜 시간 폭넓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연꽃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중국 명(明)나라의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연꽃은 생명력이 강하여 가히 영구적이다. 연밥은 생명의 기운을 지니고 있으며 뿌리에서 트는 싹은 끊임없이 자라나 그 조화가 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연꽃이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된 계기로는 불교와의 연관성을 빼놓을 수 없다.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러운 습지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아 청결과 순결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또한, 연꽃은 불교에서 불법을 깨달은 것 즉 초탈, 보리, 정화 등을 나타낸다. 삼국시대 불교의 유입 이후로 우리나라의 많은 예술품과 생활도구에 연꽃이 표현된 것이다.유교에서도 연꽃은 군자의 청빈과 고고함에 비유되었다. 유교의 경전인 『詩經』에도 연꽃을 부거라고 하여 언급하고 있다. 도교에서도 연꽃은 팔신선 가운데 하나인 하선고(荷仙姑)가 가지고 다니는 신령스러운 꽃으로 받아들였다.연꽃문양은 비단 불교미술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여성과 관련된 물품들에 새겨진 연꽃은 생명의 창조와 생식 번영의 상징이다. 연꽃은 중국 명(明)나라 때의 서적인 『군방보(群芳譜』에서 “모든 식물들은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는데 오직 연꽃만은 꽃과 열매가 나란히 생겨난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생태로 인해서 연꽃은 연생(連生) 곧 연이어 자손을 얻는다는 의미가 생겼다.연꽃을 나타낸 문양에는 종종 연꽃을 쪼고 있는 물새가 같이 나타나는데, 이는 생명의 씨앗을 획득한다는 것으로 곧 잉태를 의미하고 또한 득남(得男)을 뜻하는 것이다. 선비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연꽃과 물새가 같이 나타날 때는 과거 급제를 기원하는 것이다. 즉 씨앗을 나타내는 한자어 과(顆)와 과거의 과(科)자를, 연꽃의 연(蓮)과 연달아를 의미하는 연(連)을 연결 시켜서 과거에 연달아 급제한다는 뜻이 된다. 이외에도 연꽃과 물고기가 같이 나타나는 문양은 생활의 여유로움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