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 Bed Fellows 이상한 동거
Text by Dave Behrens / Photos by Kevin Lee 글 데이비드 베렌스 / 사진 케빈 리 / 번역 편집부
많은 해양생물이 흔히 완전히 다른 생물 문(門)에 속하지 만 동일한 종(種)의 동물과 함께 늘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 고 있는가? 물론 알고 있겠으나, 속아서는 안 될 점이 대부 분의 경우에 더 작은놈이 더 큰놈을 먹이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아주 다른 두 종이 보호를 받기 위해서든 상호 이익을 위해서든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어 함께 사는 경 우가 많다. 보호를 받아 이익을 취하는 종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즉 다른 동물 내에 숨는 종들과 의도적으로 종을 납치해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종들이 있다. 상호 이익 또 는 공생의 경우는 많은 특색을 나타낸다. 지금부터 이러한 것들에 대해 설명하겠다. 대부분의 어류처럼 많은 종의 해양생물은 먹이를 찾아다니면 서 닥치는데로 먹어치우는, 능동적으로 기회를 엿보는 사냥 꾼이다. 해면, 멍게, 가리비와 조개같이 먹이를 걸러 먹는 종 들은 수동적으로 기회를 엿보는 사냥꾼인데, 그들의 먹이는 해류가 가져다주는 것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류 로 먹이를 걸러 먹는 기타 종들에는 갯고사리(feather star), 바다조름(sea pen)과 이끼벌레가 있다. 우리에게 아주 좋아하는 음식 또는 음식점이 있는 것처럼, 많은 해양생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러한 먹이 및 그런 먹이만 먹고 산다. 가장 흔한 예가 나새류와 많은 바다 달팽 이다. 도리드 나새류(dorid nudibranchs)는 특정한 종의 해 면을 먹이로 하는 반면, 이올리디나(aeolidina) 및 아르미니 나(arminina) 바다 민달팽이는 히드라와 바다조름 같이 특 정한 자포동물을 먹고 산다. 오불리드 달팽이(ovulid snails) 인 Calpurnus verrucosus와 Ovula ovum은 오로지 레더산호(leather coral)인 Sacrophyton만 먹이로 한다. 노랑 달 팽이(yellow snail)인 Epitonium은 오직 덴드로필리드 컵 산 호(dendrophyllid cup coral)인 Tubastraea만 먹고 산다.
광대새우(Harlequin shrimp)인 Hymenocera picta도 까 다로운 종이다. 이 새우는 단지 불가사리만을 먹이로 하며, 크고 강한 집게발로 불가사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아마 도 새우들 가운데 가장 영리한 놈의 하나일 듯싶은 것이, 이 새우는 그런 다음 그 노획물을 산 채로 가져가 육질을 신선 하게 유지함으로써 불가사리가 몸의 잃어버린 부위를 재생 시키도록 한다.
금게 과(Calappidae)의 복스크랩(Box crab)은 오로지 조개 와 달팽이만을 먹고 사는 반면, 문어는 게와 새우를 먹이로 한다. 이상은 모두 포식 관계의 예로, 이어 소개하는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와는 정반대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숙주나 특정한 생물을 먹지 않는 기타 모 든 종의 경우는 어떤가? 우선 비슷한 착색으로 자연도태를 이 뤄 숙주의 채색과 섞임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과정을 통해 수 천 년에 걸쳐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형성한 수십 종의 생물 을 살펴보자. 이러한 종들은 Allogalathea elegans(갯나리 공 생게)와 같은 대부분의 스쿼트 랍스터(squat lobsters) 그리 고 Neopetrolisthes, Porcellanella와 같은 자기 게(porcelain crabs)를 포함해 아주 많다.
또한, 모든 공생 새우와 산호를 닮은 많은 새우를 포함해 수많 은 새우 종도 이 부류에 속한다. 성게와 불가사리에서 사는 다 양한 새우 종은 모두 어떤가? 또 다른 종을 잡아들여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은 이와는 다 르고 보다 복잡한 주제다. 이러한 행동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였고 첫 사례가 어떻게 일어났을 지를 상상하기는 쉽 지 않다. 폼폼(pom-pom, 꽃술, 치어리더가 흔드는 도구) 또는 복서(boxer) 게가 집게발로 말미잘을 들고 다니며 포 식자를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해 생 각해 보라. 또한, 도리피드 게(dorippid crab)가 해파리, 성 게, 도리드 나새류나 심지어 나무 조각과 같은 못된 놈들을 등에 짐으로써 꽤 힘들이지 않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라. 그 다음으로는 온갖 치장게(decorators), 즉 거미게(spider crabs)가 있다. 몸에 덮인 털과 비슷한 갈고리의 도움을 받아, 이 부류의 게들은 부착하고 싶은 재료 또는 종들이면 무엇이든 몸에 붙이고 그 밑에 숨을 수 있다. 치장거리 로는 갈조류 조각, 해면, 멍게, 히드라, 덴드로네프타이드(dendronephthyid) 연 산호 덩어리, 심지어 말미잘 등 끝이 없다. 이렇게 살아 있는 생 물로 분장하므로 이 동물은 알아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다음으로는 스폰지 크랩(sponge crabs)이 있다. 세 월이 흐르면서 살아 있는 해면을 등에 지고 마지막 뒷다 리를 포식자로부터 숨기는 법을 배웠다니 정말 총명하지 않은가. 가장 놀라운 점은 이에 따라 해면은 게 전체를 포식자로부터 감추면서 살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다.
이제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고전적’ 의미에서 ‘공생’이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본다. 영화 에 등장한 ‘니모(Nemo)’ 그리고 말미잘과 그 파트너인 흰동가리(clown fish, 니모) 간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이 경우에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자포 촉수들 안팎으로 아무 해를 입지 않고 헤엄치는 반면, 기타 종들은 이들 촉수에 갇혀 치 명상을 입을 수 있다. 알다시피 이는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의 하나로, 말미잘은 보호를 제공하고 흰동가리는 쓰레기와 역류된 음식 찌꺼기를 계속 제거해준다. 그런데 말미잘의 녹색 촉수는 어찌된 일인가? 이는 곧 설명하게 된다
청소 새우가 청소하는 물고기와 맺는 공생관계도 대부분의 다이버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물고기 는 새우가 온몸은 물론 입속과 아가미까지 돌아 다니게 하면서 기생생물을 제거하도록 한다. 물고 기는 ‘공짜로’ 청소를 받고 새우는 맛좋은 식사를 하는 셈이다. 상호 이익이 되는 환상적인 관계다. 그러나 공생관계에서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예는 식물과 비슷 한 미세 세포소기관(microscopic organelle)이 숙주 동물의 체 조직 내에서 사는 경우이며, 이와 같은 관계로부터 양쪽은 서 로 이익을 취한다. 이러한 미세 세포소기관은 황록공생조류 (zooxanthella)와 엽록체(chloroplast)란 두 가지 범주로 분류 된다. 둘 다 태양광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광합성이란 대사과정 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세포소기관은 화학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과 산소로 전환해 숙주에게 유익하다. 식물과 같은 세포소기관은 숙주 생 물 외부에서 홀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 조직 내에 피신 처를 마련함으로써 혜택을 본다. 공생관계에서 생기는 총 이익을 동등하게 공유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공생관계를 예로 들자면 끝이 없다. 우 선 니모의 숙주로 잘 알려진 말미잘의 녹색 촉수를 보자. 그 촉수는 왜 녹색일까, 조직 내에 살고 있는 황록공생조 류 때문일까? 거의 모든 경산호 및 대부분의 연산호 조 직 내에는 황록공생조류가 있으며, 이들 조류가 조직으 로 내어주는 당과 산소는 산호에게 유익하다. 이렇게 황 록공생조류가 생성하는 당과 산소로 산호의 영양적 요구 량이 충족되므로 산호는 전혀 먹이를 먹을 필요가 없다. 대왕조개의 조직 내에도 광합성을 하는 황록공생조류의 무리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 조개의 외투막에서 관찰되 는 밝은 색상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황록공색조류를 나 타낸다. 대왕조개는 태양광선이 침투해 화학적 전환을 위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천해에서 늘 발견된다. 이 조개는 낮 동안 껍데기를 활짝 벌려 외투막 조직을 태양 광에 최대한 노출시킴으로써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밤이 되면 단단히 문단속을 해 자신의 외투막 조직과 생 명줄인 황록공생조류를 보호한다. 황록공생조류와 구조가 거의 동일한 엽록체는 식물을 먹 는(초식성) 바다 민달팽이에서 발견된다. ‘태양광 발전 바다 민달팽이’라고 불리는 이들 역시 태양 에너지 반응 과 생명의 버팀목이 되는 엽록체로부터 이익을 취한다. 바다 민달팽이는 갈조류를 먹고 살면서 엽록체를 얻는다. 갈조류 조직이 소화되면서, 갈조류에게 당과 산소를 공 급하던 엽록체는 이제 민달팽이의 소화관과 조직에 저 장돼 거기서 태양광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당과 산소 를 생성한다. 산호처럼 이 연체동물 종도 빛이 잘 드는 천해에서 발견된다. 시계가 불량할 때에는 엽록체가 차 례로 죽어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민달팽이는 다시금 먹 이를 먹어 동시에 신선한 엽록체의 비축량을 다시 늘려 야 한다. 나새류 바다 민달팽이의 한 종은 생물학적 공생 기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태양광 바다 민달팽이’라고도 불리는 Phyllodesmium longicirum은 그들이 먹이로 하는 레더 산호 (leather coral)인 Sarcophyton으로부터 황록공생조류를 얻 는다. 흥미롭게도 이 민달팽이는 산호의 조직에서 얻는 한 화학 물질도 대사하는데, 이 물질은 포식자에게 유독하지는 않을지 라도 불쾌하다. 이는 흥미로운 방어 전략으로, 기타 이올리드 나새류 종의 세라타(cerata, 몸통의 돌기)에 있는 자세포의 대 안이 된다. Phyllodesmium의 등 거죽을 덮는 크고 납작한 세레타는 ‘옥상’ 태양 전지판과 비슷한 기능을 해 레더 산호 군락들로 덮여 있는 천해 거초면(裾礁面, reef flat)에서 태양광을 흡 수한다. 이 나새류가 산호의 육질을 소화시킬 때, 황록공생 조류가 소화관에서 고도로 분지된 배관 시스템을 지나 조직 표면 근처에 있는 조류 다발들로 향한다. 고도로 생체공학적 인 배관 시스템은 광합성이 일어난 후에는 거꾸로 작용해 생 성된 당과 산소를 다시 민달팽이의 위로 수송한다. 이러한 놀라운 배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 동물은 황록공생조류 가 생성하는 산물의 경작과 수확을 최적화할 수 있는데, 진 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다. 그러니 이상과 같은 생물들이 그저 재미삼아 서로 어울리거 니 생각하였을지도 모르지만 실은 그러한 이상한 관계에 나 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들 생물은 포악한 포식자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방법, 그리고 경쟁하는 대신 협 력해 보호와 새 먹이 자원을 제공받음으로써 서로에게 유익 하고 공생을 보장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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