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꾹 다물어야 해
김경구
계속 내리던 비 멈춘 날
빨랫줄엔 대롱대롱
빨래가 가득
햇볕에 뽀송뽀송 말라 가던
분홍 원피스
앞에 까만 바지에게
속닥속닥 옷 주인의 얘기를 했어
비밀이라면서 말이야
귀를 쫑긋 오므리고 듣던
파란 빨래집게
그날 밤 다른 빨래집게들에게
분홍 원피스가 얘기한 걸
모두 얘기했어
얼마나 이야기를 했는지
아침이 되었는데도
입이 얼얼하고 안 다물어지는 거야
빨래를 또 널러 온 아주머니
입을 쩍 벌린 파란 빨래집게를 보고
쓰레기통으로 휙 던졌어
역시 입은 무거워야 해
쉿! 비밀은 지켜야 한다고
<생명과문학> 2025 가을호
고치
배정순
내 집은
내가 지을 거야
아이 벌레, 애벌레가
제 몸에서 실을 뽑아
작은 방 하나 지어요
어른 되기 전
혼자서 꿈을 키우는
조용한 단칸방이에요.
<생명과문학> 5주년 육필시집 중에서
로켓 뉴스
조태봉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로켓 배송하는
옆집 택배 아저씨
너무 힘들어서
너무 지쳐서
슝 하고
로켓이 되어
하늘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생명과문학> 5주년 육필시집 중에서
휴지
함영연
가만히
코를 대면
숲 향기가 난다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나뭇잎이 흔들렸겠지
하늘 향해
쑥쑥 자라
새가 쉬어가고
사람도
그늘에서 쉬었겠지
지금은
눈물을 닦아주는
엄마 손 같은
나무
<생명과문학> 5주년 육필시집 중에서
선정 : 황혜진 작가
카페 게시글
동시(.시.시조)
3월 낭송 동시1
함박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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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
26.03.26 23:3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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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감이 되는 아름다운 동시를 읽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