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은마 통과 이유는 사업비 예산 절감 때문?
머니S, 정영희 기자, 2022. 12. 15.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설계안을 놓고 정부와 지역주민이 대립하는 가운데 토지보상비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GTX-C 노선의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설계됨에 따라 주민들은 단지 노후화와 과거 부지가 늪지대였던 점을 들어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공법상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설계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12월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TX-C 노선이 대단지 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도록 설계된 것에 대해 정부 예산 문제가 아니냐란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역-양재역 두 개 역을 직선으로 연결 시 3.6㎞로 가장 짧은 구간 공사가 가능한데, 현행 노선은 해당 구간의 총길이가 4.7㎞로 약 1㎞를 돌아가게 된다. 안전 문제로 대립하는 GTX-C 설계 논란이 사실상 비용의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4424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GTX-C 우회노선 검토 탄원서를 모집한 결과 총 90%의 동의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GTX-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의 모그룹 회장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을 찾아가 한 달째 시위를 벌이다 법원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 후 2003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은마아파트 주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켜 국가사업을 방해하고 선동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이고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의 TBM 공법으로 계획돼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1. 지하 60m 땅 소유권은 누구에게?
토지 소유권은 지표면에 한정되지 않고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에서 지상·지하까지 영향을 미친다. 공중권과 지하권을 소유해 공간을 임의 사용하거나 수익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공중권과 지하권은 무한 확장되는 개념이 아니다. '정당한 이익'에 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이익의 범위는 일률적·추상적으로 정할 수 없으며 개별 토지의 조성 상황, 위치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정당한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이에 따른 보상도 요구할 수 있다. GTX 건설은 국가사업임에도 민간 소유 토지의 지하를 영구 사용함에 따라 소유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보상액은 공사 종류와 토지의 위치,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시 도시철도건설을 위한 지하 토지 사용에 따른 보상기준은 고층시가지 40m, 중층시가지 35m, 저층시가지·주택지 30m, 농지·임지 20m다. 지하공간 이용으로 인해 소유주의 토지 이용을 방해한 비율을 산정해 반영하는 방식으로 보상금을 계산한다.
굴착 길이가 깊을수록 보상금 액수가 줄어드는 구조여서 강남과 같은 고층시가지 지하로 지하철을 지나가게 하려면 최소 40m 이상을 파야 한다는 얘기다. 지하공간의 공적 사용과 관련된 보상 규정은 현행 민법이나 '도시철도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 사업별로 각기 다른 법령에 산재돼 있다. 학계에선 이 같은 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건설 시 공사대금만큼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부분이 토지수용 보상금인데 지하공간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수록 국토부의 예산 부담이 확대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GTX-C 경로가 바뀌어 삼성역과 양재역을 직선으로 잇게 되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각종 쇼핑센터와 다수의 주택가 지하를 관통하게 돼 현행 노선보다 보상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현대건설의 설계안은 국가 소유 땅인 남부순환로와 영동대로 지하를 통과하고 있어, 은마아파트 부지만 제외하면 토지보상금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2. 국토부는 은마 통과 이유 기술 문제일 뿐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GTX-C 노선 강남 부근의 경우 주택가를 피한 설계가 어려운데, 은마아파트 통과 경로를 선택했을 때 공사 대상이 되는 주거단지가 가장 작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정부가 보상비를 아끼기 위해 현행 경로를 선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설득력이 약하다고 부인했다.
안재혁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 "GTX-C 노선이 현재처럼 정해진 가장 큰 요인은 기술적 문제"라며 "삼성역은 현재 지하철 2호선만 존재하지만 추후 위례신사선과 GTX-A가 통과할 예정이고 여기에 GTX-C가 추가되면 은마아파트 방향으로 700m~1㎞가량 진출해야 승강장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심도는 한계심도보다 더 깊은 지하이므로 경로를 변경해도 보상비 액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계심도는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통상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지하 시설물을 설치해도 토지 이용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깊이를 뜻한다.
GTX-C 노선은 내년 2분기 착공에 성공할 경우 2028년 1분기 개통할 수 있다. 지난해 사업자 선정이 완료돼 사업 추진에 탄력이 예상됐으나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와 창동역-도봉산 구간 지하화 여부를 둘러싼 잡음 문제가 여전해 착공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