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닌 시월 마지막 일요일 밤이 지나갔다.
물밀듯 밀려오는 감동은 지금까지 남아 내 가슴을 울렁인다.
부는 바람결에 날리는 낙엽을 보며 느낄 감상 따위는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을!
이미 우이역 내리며부터 만난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5060메달을 보자 눈이 멀어버린 것을.
외로움에 전 내 가슴은 단풍보다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한 건 건져야지!"
"한 건"이라야 딴 게 뭣이 있을까?
이 가을의 외로움을 덜어줄 천사를 찾고 싶다는 것이다.
금년에는 하는 일이 제대로 되는 게 없기에 크게 바람은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라는 성경말씀을 난 언제나 믿는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오늘은 반드시 결행하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새겨지고 있었다.
손주 녀석을 데려주고 가는 걸음이라 산행을 하지 못했지만, 느티나무집을 향하는 걸음은 그들 만큼이나 가벼웠다.
아내에게 꼭 필요한 약을 사러갔기에 종로 5가에 들려 '마그네슘'과 종합비타민제'를 샀다.
거금 10만 원이 날아갔다.
그 약국의 영수증을 챙겼고, 이젠 아내가 믿는 친구와 동대문 일대의 벼룩시장을 다니면 된다.
겨울이 다가오면 싼 겨울용품을 사러 자주 오는 동대문이라 아내는 느티나무에 온 걸 까맣게 모른다.
이 멋진 알리바이로 하여금 오늘의 거사는 훌륭히 치러질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옷깃 스친 인연을 만나면 될 뿐, 더 바랄 건 없다.
그녀로 하여금 외로운 가을을 나눌 수 있는 전화번호라도 딴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꼭, 손을 잡고 한적한 가을 속을 걷지 않아도 된다.
그녀와 함께라면 '금주의 맹세'를 깨뜨리고 하루 쯤 망가져 보는 것도 괜찮으리란 생각을 했다.
우리 띠방으로 가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우리 삶방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ㅡ
그곳은 갑장이라는 단순한 친구일 뿐이다.
갑장 여자들은 보아도 보아도 여자인지, 이성인지, 예쁜지, 감각기관이 마비된 움직이는 여자일 뿐이다.
차라리 우리보다 연배의 누님들은 여자로 보이나 갑장들은 얼치기가 그린 그림 같은 존재일 뿐이다.
먼 우주에서 온, 낯설지 않은 이방인 같은 존재, 피카소의 그림처럼 의미 모를 그림 같다.
그래서 갑장들에게는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여기 저기 솟아오르는 연기 속을 헤맨다.
단상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음악이 울리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광란의 밤을 준비한다.
5060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세월이 다가온다.
그러나 산행방에서와 삶방뿐인 이곳 5060의 인연은 아주 단순하다.
산행방은 수십 회는 다녔고 수백 명 만나는 산행방보다 이곳 삶방은 더 정겨운 분들이 많다.
산행방은 띠방으로 나뉘어 철저히 분리되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기 어렵다.
만나봐야 같은 방향과 같은 길을 함께 가는 동행자란 어떤 동질성만 가질 뿐이다.
그들은 산행도, 먹을 때도, 끝나고 뒤풀이도 띠방끼리 움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곳 삶방은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생각과 교감할 수 있기에 그곳과는 다르다.
친구와 나는 산행방은 오래 전부터 다녔지만, 삶방 모임은 나 혼자 두 번뿐이라도 다르다.
행동으로 교감하는 게 아닌, 글에 녹인 마음으로 더 넓고 깊게 교감할 수 있기에 그런 것 아닐까!
누구나 글 속에 자기의 마음을 은연 중 나타내는 것을 교감할 수 있기에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날 그날 느끼고 가진 솔직한 마음을 글로 옮긴다.
비록 그것이 생각으로 그칠 뿐이라도 솔직하게 쓰면서 내 일상을 일기처럼 정리한다.
친구와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서서히 분위기에 젖는다.
단상 앞으로 가서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 오카리나 연주를 듣는다.
키타 동호회 연주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단상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면서 흥이 저절로 오른다.
친구 녀석도 혼자가 아닌 갑장 어떤 여인과 흔든다.
그러나 몸치인 나는 술에 취하지 않고 맨정신 상황에서는 못 나간다.
잘 못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부끄럽다.
그들의 몸짓을 보며 마음 속으로 흔들지만 흥겹기만 하다.
솔직히 나보다 몸치인 사람들도 더러 보이기는 했다.
어제 아침, 호박을 얻겠다고 댓글을 단 '하늘호수'님과 가장 먼저 만났다.
닉네임을 보고 알게된 하늘호수님의 현란한 춤솜씨에 넋이 빠져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글만 잘 쓰시는 줄 알았는데, 언제 저런 춤사위를 익히셨을까!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하늘호수님과 사진 한 컷!
누가 찍었는지는 모른다.
두 번 째 만난 분들 ㅡ
얼마전까지 방장을 하셨던 '은숙누님'과 '착한햇살님'
'은숙누님'의 환하고 밝은 표정에 이제까지의 생각은 '기우'로 끝나고 만다.
이곳 삶방의 친구들에게 아주 건강하시다고 안부를 전한다.
다음으로 만난 삶방의 미인 두 분 ㅡ
누가 당기는가 싶어 보니 낯설기만 한 두 분 ㅡ
눈썰미 없는 나로서 한참 생각해도 만남 없는 사이라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
'미지'님과 '까미유'님 ㅡ
두 미인께서도 닉네임을 말씀하셔서 알게 되어 또 한 컷 ㅡ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며 이제까지 '미지님'과 '까미유님'이 그렇게 작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두 번 보았어도 먼 발치서 보아온 '까미유'님과 '미지'님이 그렇게 작은 분인지 처음 느낀 지근한 거리 ㅡ
작년이라고 알았던 지난 초여름 종로서 처음 뵌 두 분과의 사진은 누가 올리겠지만 오해 살 만 하다.
그것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너무 가까이 붙어(?) 찍혔기 때문이다.
두 분께서 얼마나 반가워해 주시는지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노래가 시작되며 서서히 어두워지며 나의 발걸음은 재촉을 받는다.
아무리 동대문 벼룩시장이라 하더라도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 어둠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진 않는다.
가야했다.
거짓말을 않고 솔직하게 왔다면 느긋하게 늦도록 있어도 됐는데......!!
친구와 나는 우리 띠방 노래주자 노래도 듣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설악산을 가서 무리를 했는지, 아직 낫지 않은 감기몸살의 여운이 다시 도지고 있었다.
핑계 같지만, 밤이 되자 콧물이 슬그머니 입술을 향해 내리는 것을 느끼고 더는 있을 수 없었다.
변성되지 않았으면 띠방 노래주자로 나가 노래를 부르고 싶었었다.
우이역 전철에 올라 인사말 없이 떠나온 삶방님들께 미안하단 생각을 했다.
특히, 말없이 떠나온 '까미유님'께 미안하단 전화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전화번호를 몰라 못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마루'의 슬픔을 언젠가 만나면 달래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슬픔에 위로의 술이라도 한 잔 사드리고 싶었는데.
나 또한 작년 이맘때 17년을 함께 했던 '또띠'를 묻고 한동안 슬픔에 젖어봐서 안다.
그래서 올 가을은 여느 가을보다 더 우울한 가을을 맞고 있다.
가을은 보내는 계절이다.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다.
갈 사람, 갈 것은 가야 한다.
점점 깊어가는 이 가을도 어제의 바람결에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겨울로 갈 것이다.
내 우울한 가을도, 우울한 생각도, 그 바람결에 섞여 멀리 보내고 싶다.
** 어제, 인사 못 드린 모든 삶방 친구분들 건강하세요~!
첫댓글 즐감합니다
27사단 마크네요 태풍!!!
머나먼 길에서 다녀가셨다니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우이동. 캠프파이어 광란의
디스코 파티에서 1분 낚을수
있는데 기술이 없나봐~~~ㅎ
그때까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집에 들어올 수 없었겠죠.
그럼 인생 끝난 거죠!
며칠 후, 비행기 뜹니다.ㅋㅋㅎㅎ
감사 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까미유님은 귀가중 지하철서 처음 뵈였답니다
뜻밖에 해우... 마도님 오시는줄 몰랐기에조금 어리벙벙 했었어요.
제가 요즘 좀 그렇답니다. 머릿속이 형광등이 되었어요.
늘 함께하시는 친구분까지 보고야... ㅎㅎ
만나서 반가웠어요. 마도님 올해 안에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
어제 뵙게 되어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 빨리 다가옵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어제 제 명함을 30장 뿌렸습니다.
피곤들 하신지 몰라도 아직 오는 전화는 없습니다.
수줍어들 마시고 벌써부터 전화를 기다립니다.
빠를수록
은숙누님
건강하신 모습으로 년말에도 뵙도록 꼭 나오시기 바랍니다.
닉네임이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신 줄 알았습니다.
언제쯤 저도 10월의 마지막밤을 즐길 그날이 오겠지요
대신 느낌주셔서 감사드립니다~도둑님
다음엔 꼭 참가해보세요.
후회 없는 하루가 되어 줄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 뵙기를 희망하며, 저 외에는 눈길 주지 마세요.
진짜 도둑들이 우글거리니까요.
저는 공식적으로 도둑이라고 하니 믿을 만 하겠죠
진솔한 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일이있어서 시밤에 참석을 못혔습니다. 삶방의 매력은 폭넓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거지요~~~
이번가을에는 왠지 낙옆을 밟으면서 단풍과 고독한 대화속에서 자화상을 찾아보려고하는데~~ 스케치만 하다가 지우기만 반복합니다.
띠방모임도 좋지만 취미방전체모임도 단풍처럼 어우러지면~~ 멋진 모습일거 같습니다.
저도 막밤 행사는 처음인데 참가할 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만 원의 행복'이 가난한 저에게 큰 위안이 됐습니다.
오늘까지 굶어야 했는데 실컷 먹어 아직 배부릅니다.
저녁까지도 갈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자주 그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거 알아요?
은숙언니가 먼저 아는채 했는데 나를 젤로 첨에 본거처럼 느낀거 아는 누님보다 처음본 그녀가 얼른 눈에 들어 온거죠 ㅋㅋ
그거 알아요
춤도 못추는 그녀가 어찌 저리 춤을 잘추나 현란했던건
그녀가 글로서만 보았지 처음본 여자 라는거여서 이리 멋지게 표현해 주셨다는거
처음 본 여자였어요 제가 ㅎㅎ
담엔 만나면 날 옆에 두고도 모를걸요?
이미 본 여자이니까
메렁 ㅋㅋ
그랬나





*
어제 술도 안 마셨는데,,,
분명히 '하늘호수님'을 가장 먼저 만난 것 같았거든요
그게 무슨 대수예요
잘 추느냐, 못 추는냐의 차이일 뿐이죠
언제 저에게 하루 시간 내셔서 교습을...부탁....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이렇게 추남을 극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제 얇은 스포츠 가방 속에 야상을 넣고 갔어요.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시계도, 떡도 못 가지고 올 뻔했어요.
주머니에 작년 광화문 촛불집회에 썼던 용품이 그대로 있더군요.
그 빨지도 않은 옷을 멋스럽게 보아주신 혜안에 고마울 뿐입니다.
감사드리며 어제 두 분 만나 아주 즐거웠습니다.
두 분 뵙지 못했다면 정말 쓸쓸한 행사가 됐을 거예요!
감사드립니다.
그저 아쉬울 뿐이고~~~^^
좋았군요^~~
못가서 아쉽기만~~
좋은 글 잘 읽고 감다
머리숱은 심하게 많이 남으신건지ㅜ
탈모인들의 눈총을 받아 마땅한 마도님
어제 두번째 뵈었는데 바람에 펄럭이는
머리카락에 낙엽이 한닢 내려 앉았더군요
마도님은 진정 추남 이였어요
그리고
남쪽의 어느분이 마도님 글 잘쓰시게
생기셨다고 했어요 ㅎ
까미유님과 찍은 사진을 본 어떤 분이 애인이냐고 물었습니다.


지워도 되겠지요



그렇다고 했습니다.
한 턱 내라고 말하더군요.
거짓말에 넘어가는 놈이나 하는 놈이나....
사진을 보내려고 해도 전번을 모르는데,
미지님과 셋 찍은 것, 단둘이 찍은 것 두 장 있습니다.
진정한 추남(秋男)이라고 하셔서 기분 왕창 좋습니다.
미인에게서 그런 과찬을 듣다니..